〈해피피트〉 – 성장과 편견 이 이후에 대해서….

영화 <Happy feet>[footnote]개봉명 <해피피트>[/footnote]를 보았는가? 아마 펭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몇 안 되는 영화이고, 작품성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펭귄이 주인공인 영화는 이 영화 이외에 <Surf’s up>[footnote]개봉명 <써핑업>[/footnote] 정도일 뿐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흔치 않다. 그만큼 이 영화는 평소 보기 힘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전 동물이 주인공이었던 영화들 중 상당수가 애니메이션이었던 것처럼 이 영화도 애니메이션이다.

배경이 되는 남극대륙의 황제펭귄은 매우 특이한 서식환경을 갖고 있다. 주변은 모두 눈으로 둘러싸인 남극대륙에서 빙하 위에서 삶을 살아간다. 서식처는 너무나 남극점에 가깝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서너 달은 태양이 뜨지 않으며, 그래서 섭씨 영하 수십 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환경에서 생활한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황제펭귄의 암컷은 알을 낳아 수컷에게 맡기고 물고기를 잡아먹으러 바다로 가면 수컷들은 발등에 알을 올리고 뱃가죽으로 덮어 얼지 않게 보호하면서 서로 똘똘 뭉쳐서 겨울을 난다.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이 항상 바뀌므로 황제펭귄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있는 녀석들이 바람이 불어가는 방향으로 슬금슬금 이동한다. 이렇게 이동하게 되면 중앙에 있던 펭귄들은 주변으로 노출되고, 주변에 있던 펭귄들은 중앙으로 가게 되므로 서로 추운 곳과 따뜻한 곳을 교대로 위치하게 되어 공평하게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겨울을 날 수 있게 된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진화의 결과이며, 남극대륙이 남극으로 대륙이동하기 시작한 이후 점차 추워지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최선의 적응방법이었을 것이다.
태양이 뜨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암컷은 바다에서 돌아온다. 암컷이 돌아올 때는 이미 알은 모두 부화한 뒤이고, 수컷이 추운 겨울 내내 위 속에 간직하고 있던 마지막 남은 물고기들을 새끼에게 첫 번째로 먹인 이후의 시간이 된다. 암컷이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역시 새끼에게 물고기 먹이기…..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 멈블의 어미 노마 진이 돌아와서 ‘우웩’ 하면서 멈블에게 물고기를 먹이는 장면이 들어있다.

멈블을 잡아먹으러 온 도둑갈매기
재미있는 것은 황제펭귄은 다른 펭귄의 잃어버린 자식들도 곧잘 입양한다고 한다. 워낙에 추운 곳이기 때문에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하나라도 더 살아남아야 결국 전체의 이익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새끼가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새끼를 한 곳에 모아서 집단양육을 시킨다고 한다. 서식지에서의 펭귄의 천적은 도둑갈매기가 유일한데 일단 도둑갈매기가 물고 갈 수 없게 되면 공격을 받지도 않으므로 이때쯤부터 집단양육이 시작되는 것 같다.
또한 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므로, 몸집이 커졌을 것이다. 대략 키가 1.5m 정도로 펭귄 중에서는 가장 크다. 처음 남극에 갔던 선원들이 펭귄을 보고 ‘남극의 신사’라고 했던 이유를 알만하다. 크기도 크기지만 펭귄의 색 또한 연미복을 차려입은 영국신사를 연상시키는 모습이기 때문이다.[footnote]하지만 인간이 펭귄을 발견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이 펭귄의 살육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이 영화가 그 일 자체를 일깨우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제는 직접 펭귄을 잡아먹지는 않지만….
포경기지에서 만난 범고래
[/footnote]

아무튼 황제펭귄은 위태위태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진화하여 오늘날의 생태를 이룬 것 같다. 황제펭귄보다 더 혹독한 환경에 적응한 고등동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ㅋ


주인공을 살펴보자.

엄마 얼굴도 모르면서 뛰쳐나가는 참을성 없는 멈블
파란 눈을 갖는 황제펭귄 “멈블”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펭귄들은 황제펭귄을 포함해서 파란 눈을 갖는 동물은 전혀 없다. 멈블의 부모 멤피스와 노마 진을 포함해 모든 펭귄은 모두 주황색 눈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멈블만 파란 눈을 갖게 됐을까? 더군다나 다른 펭귄들과는 다르게 멈블은 상대적으로 참을성도 부족하다.
멈블이 가장 특이한 것은 다른 펭귄들이 다 잘 하는 노래는 못하고, 대신 다른 펭귄들이 하지 않는 춤(탭댄스?)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구애를 노래로 하는 펭귄들의 전통적인 가치관에 비춰보면 멈블은 평생 짝을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멈블의 부모들은 둘 다 펭귄 중에서도 가장 멋진 노래를 부르는 펭귄이기 때문에 더 이상하다. 소위 말하는 다리 밑에서 주워온 것일까?
맴피스(좌)와 노마 진(우), 파란 눈의 멈블(중앙)

주인공 멈블은 여기에 또 하나의 특징이 있으니 알이 부화하는 기간도 무척 오래 걸렸고, 다 성장한 다음에도 솜털을 다 벗지 못한다는 것이다. 멈블은 다리 쪽은 솜털을 벗었지만 날개를 비롯한 상체에는 솜털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펭귄으로 치자면 좀 많이 우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아마 이러한 늦성장(?)은 육체적 성장과 상관없이 정신적 성장이 늦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늦깎이 성장은 ending credit이 올라가면서 글로리아와의 자식을 얻은 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성체 황제펭귄의 모습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솜털인 멈블
아인슈타인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나는 성장이 무척 늦었다. 내가 말을 늦게 배우고 공부를 늦게 한 덕분에 내가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기존 물리학자들의 관습을 모두 익힐 수 없었고, 그 덕분에 다른 경쟁자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까지 모두 의심해볼 수 있었다.”
어쩌면 <해피피트>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더군다나 사회 전체가 (어쩌면 전혀 쓸모없는) 노래를 잘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쓸데없는 짓에 매진하는 동안 또 다른 (어쩌면 역시 쓸모없는) 노력에 매진하는 사람들에 대해 차별하고 억압하는 우리들에 대한 비판에서 영화는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그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짝짓기를 하는 (우리 사회로 이야기하면 배우자를 찾고 집단구성원을 뽑는) 일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성적 번식을 하는 고등동물들은 각각 이성에 대한 까다로운 선택에 의해 생명의 다양성을 확보했고, 결국 전체적으로 생각한다면 단기적으로 쓸모없어 보이는 이성 선택의 기준이 수백만~수억 년을 거치면서 생명체에게 도움을 준 것 또한 확실하다.

결국 이 영화에서 황제펭귄 왕국이 물고기가 사라지는 재앙을 극복하는 것도 멈블의 덜 성숙했던(?) 사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그렇게 유지되어 왔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들이 거의 항상 득세하는 사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가끔 한 번씩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서 패러다임 자체가 뒤집히는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갖추는 동안 생기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편견이 생기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 편견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의 편견은 노래 이외에는 쓸모없다는 것이 아닐까? 사회 전체가 집단양육(학교 교육)을 하는 경우라면 동일한 편견을 갖게 될 가능성이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Ghost in the shell>[footnote]개봉명 <공각기동대>[/footnote]의 한 대사를 살펴보면 “전투 단위로서 아무리 우수해도 같은 규격품으로 구성된 시스템은 어딘가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게 돼. 조직도 사람도 특수화의 끝에 있는 건 느슨한 죽음… 그것뿐이야.“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획일화는 느근한 죽음 또는 단 한 가지 치명적인 공격에 의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똑같은 붕어빵 인재를 찍어내는 교육에… 똑같은 붕어빵 인재를 생산해 내도록 유도한 재벌 총수들은 하나같이 인재가 없다는 이야기나 해 대는 붕어빵 사고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술발전에 따른 가이아의 파괴행위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아직 공부를 조금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현재 인류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가이아를 갉아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 문제는 머잖아서 곧 우리의 미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인류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행위 자체가 사실은 가이아의 한 변화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가이아가 변화해 가는 과정 속에 인간이 끼어있다면 결론은 인간을 비롯한 꽤 많은 생명체의 퇴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인구감소를 막아야 하는 것보다는 인구를 감소시켜 가이아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펭귄... 인간의 남극해 조업현장을 발견하다!

당장 닥쳐올 에너지 대란과 물 부족 사태, 식량부족 사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누가 이에 대해서 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아무도 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구의 적절한 증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은 현재만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입김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 지긋지긋하게 볼 수 있다.)

사이비 교주 러브리스 (집단에는 어디나 저런 인물이 하나씩 있다. -_-)

이 영화에서는 오류가 거의 없었다. 몇 가지 찾아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언제 나중에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진 않았다.
하고자 하는 내용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스토리 구성이 설득력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상에서의 사람들의 행동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M_ ps. 쇄빙선| ps. 쇄빙선|

이 장면의 무지막지하게 부수고 가는 배만 보면 아래의 아무 생각없이 만든 CF가 생각나곤 한다. -_-;;

_M#]

4 thoughts on “〈해피피트〉 – 성장과 편견 이 이후에 대해서….

    1. 공감합니다.
      저도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공감해서 좋은 영화라고 한 것이지 영화의 완성도 면에서는 많이 실망했습니다. ^^;
      그래서 끝머리에 재미있게 보지 않았다고 언급한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