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따뚜이》 – 재미있는 과학적 오류들

《라따뚜이》라는 명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감상평과 과학적 시각에 입각한 분석글을 쓸 수 있게 되어 무척이나 즐겁다. 사실 이 영화를 수십 번을 보면서도 과학적인 오류들을 쉽게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제작자가 직간접적으로 모든 상황을 설정해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영화에서보다 편견과 잘못된 상식으로 인한 오류를 범하기가 훨씬 쉽다. 그렇기 때문에 《니모를 찾아서》같은 좋은 영화도 오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화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의 오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오류가 있는 만화나 영화를 보고 자란 사람들은 편견을 형성하기 쉽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과 동식물들이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키마우스》나 《톰과 제리》 속에서 쥐는 치즈를 좋아하고, 고양이는 우유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사실 쥐는 치즈를, 고양이는 우유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러한 오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새끼 고양이들이 우유를 먹고 설사를 하느라 고생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물론 《라따뚜이》에서도 쥐는 치즈를 좋아한다는 잘못된 편견 때문에 쥐덫에 치즈를 사용하는 장면을 두 번이나 나왔다.

인터넷을 검색해 봤더니 이 영화 《라따뚜이》에 대한 오류 4가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떠돌고 있었다. 남자 주인공 링귀니의 발 옆에 있던 유리병이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래미의 꼬리가 투명해지는 등의 오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찾아낸 분들의 노고가 참 대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에서는 그러한 오류들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한 오류들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1. 그네에 올라타서 그네 흔들기

주인 할머니에게 쫓기게 된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의 주인공 생쥐 래미의 형 에밀은 주인 할머니의 총격 앞에서 샹들리에에 매달리게 된다. 샹들리에에서 어떻게 도망갈 것인가? 래미는 급한 대로 형에게 소리 지른다. “샹들리에를 흔들어 봐.” 샹들리에를 흔든 형은 석가래 위의 래미와 손을 잡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래미는 형에 비해 몸집이 절반밖에 되지 않았기에 형을 석가래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래미가 샹들리에로 떨어진다. 주인 할머니가 장전을 끝내고 총부리를 겨누는 순간 래미와 형은 샹들리에를 매달고 있는 줄을 타고 천정으로 도주한다. 결국 샹들리에 위의 작은 구멍으로 도망에 성공하는 순간 총알은 구멍을 맞추고 그 충격으로 수백 마리의 쥐떼가 모여 있던 천정은 주인 할머니 앞으로 폭삭 떨어져 내린다.

래미와 형이 편안하게 살던 시골집에서 떠나게 되는 사연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NG가 있는 것을 눈치채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 형이 샹들리에를 흔드는 장면이 문제였다.

 NG 장면을 살펴보기에 앞서 그네를 타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 혼자서 그네를 흔드는 방법

어렸을 때 늦게까지 뛰어놀던 학교 운동장에는 어디에나 여러 가지 놀이기구가 있었다. 이 놀이기구는 아이들을 과학의 길로 인도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그 중 중요한 하나의 놀이기구는 단연 그네였다. 기초적인 과학책에는 왜 그네 위에서 혼자서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하면 더 많이 흔들리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지지 않고 수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초등학교 학생 수준에서는 아무리 과학책을 읽어도 알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인터넷을 뒤져도 명확히 설명해 놓은 글을 발견할 수 없으니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는다면 그네를 흔드는 방법에 대해서 알기는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도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해 보려고 한다.

그네가 흔들리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학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이 그것이다.

그네 문제에서 에너지란 것은 크게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두 가지가 존재한다. 위치에너지는 높이 올라갈수록 커지는 에너지고, 운동에너지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커지는 에너지다. 에너지는 새로 생기거나 사라질 수 없는 보존량이기 때문에 에너지의 흐름을 살펴봄으로서 우리는 물리를 좀 더 규칙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그네 문제에서는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합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높은 곳에 있던 물체가 낮은 곳으로 움직이면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면서 속도가 빨라진다. 반대도 성립한다. 이를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 부른다. 각운동량이란 것은 회전하는 물체의 위치와 속도에 관련된 법칙으로 물체의 위치가 회전중심에서 멀수록, 속도가 빠를수록 커지는 물리량이다. 일반적으로 한 물체가 움직일 때 회전중심에서 멀어지면 속력이 느려지고, 가까워지면 속력이 빨라져 전체적인 각운동량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각운동량이 보존되는 현상은 혜성의 움직임이나 인공위성의 움직임 같은 거시적인 현상에서부터 자이로스코프의 운동이나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회전하는 묘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관측된다. 이러한 현상을 물리학자들은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이라 부른다.

이제 그네의 움직임을 이야기해보자.

그네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면 순간적으로 그네는 정지한다. 운동에너지가 0이 되는 반면 위치에너지는 최대가 된다. 그네가 내려오기 시작하면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면서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각운동량이 당연히 커지게 된다. 각운동량의 양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했는데 그네가 흔들리는 동안 어떻게 각운동량이 커지는 것일까?
각운동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외부에서 각운동량이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각운동량이 들어올 곳은 그네가 매달려 있는 봉밖에 없고, 봉은 땅 속에 고정되어 있으므로 결국 각운동량은 지구로부터 흘러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의 회전에 해당하는 각운동량은 그네가 흔들리는 것에 비하면 매우매우매우 거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네가 흔들려서 각운동량이 조금 늘어나거나 줄어든다고 해도 우리는 지구 자전의 미미한 변화를 알 수 없다.

그럼 한 단계 생각을 진전시켜 그네 위에 사람이 타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네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멈춘 순간에 사람이 서 있다가 그네가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올 때까지 앉는다면 그네가 낮아진 높이보다 사람의 무게중심이 낮아진 높이가 더 커지고, 그네의 속력은 사람이 꼼짝하지 않고 있을 때보다 빨라진다. 무게중심이 회전중심에서 더 멀어지고, 속도도 빨라졌으니 각운동량은 더 커졌고, 그 상태로 가만히 있으면 처음에 정지해 있었던 높이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네가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 사람이 다시 일어선다면 무게중심이 다시 처음처럼 높아지게 되고, 속도는 느려져 처음 출발한 높이만큼 올라간다. 그리고 각운동량의 양은 유지되어야 하므로 속도가 느려지면서 지구로부터 받았던 각운동량은 다시 지구로 되돌려주게 된다.

그러나 출발할 때 서 있던 사람이 가장 낮은 곳까지 내려오면서 앉았다가 다시 높이 올라갈 때 일어선다면 처음 출발했던 높이보다 더 높이 올라가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사람과 그네가 처음 내려오는 동안은 사람이 앉는 동작과 동시에 서서 그대로 내려오는 것보다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중력이 그네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향하는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양이 작더라도 그네는 더 빨리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네가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동안 앉았던 사람이 다시 일어선다면 이 때 사람이 일어서는 방향은 그네의 줄과 평행하게 회전중심을 향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의 발이 그네를 누르는 힘은 중력과는 다르게 회전중심의 반대편으로 향하게 되고, 이 때 발생하는 힘은 그네의 운동방향과 완전히 수직이므로 일어서는 움직임은 회전속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전체적인 무게중심이 높이 올라갔으므로 속도가 느려지기는 하겠지만 처음 출발한 높이보다는 조금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게 된다.

여기서 그네가 더 높이 올라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사람들이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동안 다리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무게중심을 주기적으로 이동시키는 것만으로 그네를 더 많이 흔들 수 있다.

○ 혼자서 샹들리에를 흔드는 방법

이제 《라따뚜이》에서의 래미의 형 에밀이 샹들리에를 흔드는 방법을 살펴보자. 샹들리에는 쥐에 비해서 꽤 넓어서 에밀은 샹들리에를 흔들기 위해 앉았다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좌우로 움직인다.

에밀은 밑의 화면에서와 같이 샹들리에가 오른쪽으로 올라갈 때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왼쪽으로 움직일 때 왼쪽으로 움직여 샹들리에가 더 많이 흔들리도록 만들려고 한다. 하나하나의 정지된 장면에서 생각하자면 오른쪽으로 높이 올라갔을 때 오른쪽으로 움직여 있는 것이 샹들리에가 더 많이 흔들리도록 힘이 작용한다.

보강간섭이 일어나야 더 많이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샹들리에가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전혀 다르다.
샹들리에가 가장 낮은 위치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여 있는 경우에는 중력에 의해서 샹들리에는 왼쪽으로 가속된다. 반대로 왼쪽으로 움직여 있는 경우에는 오른쪽으로 가속된다. 샹들리에 위의 에밀은 중력이 가속시키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힘을 줘서 샹들리에를 더 많이 흔들리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에밀이 움직이는 방향에 반대방향으로 샹들리에는 밀리게 된다. 에밀이 움직이기 위해서 샹들리에를 밟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우리는 뉴턴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결국 샹들리에가 오른쪽으로 움직여 있을 경우에는 에밀는 오른쪽으로 움직여야 하고, 왼쪽으로 움직여 있을 경우에는 왼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여기서 NG가 생기게 됐는데 에밀은 샹들리에를 흔들기 위해서 오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오른쪽으로 달려가고, 왼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왼쪽으로 달려간다. 오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는 샹들리에가 아직 왼쪽에 있으므로 아직 왼쪽으로 움직이고 있어야 할 때다. 왼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에밀처럼 움직이면 샹들리에는 결국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다.

흔들리는 그네를 여러분이 정지시키려고 할 때 어떤 방향으로 힘을 줘야 할지를 생각해 보면 간단하게 이해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착각하기 쉬운 간단한 오류다.

○ 《캐리비안의 해적 3》의 배를 흔드는 방법

비슷한 장면을 연출한 영화가 한 편 더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 3편 ‘세상끝에서(At Worlds End)’에서 스패로우 선장은 갑자기 배를 뒤집어야 된다는 기록을 지도에서 발견하게 되고 배의 갑판에서 좌우로 주기적으로 움직여 배를 뒤집는다.

여기서 선장은 배가 기우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여서 배가 높이 올라간 방향에 매달리게 된다. 그리고 결국 배는 뒤집힌다. 여기서 잭 스패로우 선장과 선원들이 배를 정말 잘 뒤집었을까?

배는 윗쪽 모양이 넓게 벌어져 있어서 한 쪽으로 기울면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가게 된다. 옆 쪽이 잠기는 부피가 커져 상대적으로 무거웠던 밑 부분이 위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게중심이 들리는 양이 커질수록 진자의 운동처럼 다시 낮은 쪽으로 향하는 힘을 크게 받는다. 이를 배의 복원력이라고 부른다. 만약 복원력이 없다면 배가 똑바로 항해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오른쪽 그림에서와 같이 만약에 배가 수평을 유지한 상태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회전운동량만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하자. 이 때 선원들은 어떻게 해야 배를 더 심하게 흔들 수 있을까? 선원이 배 위에서 움직이면 배는 선원이 움직이는 반작용으로 반대로 힘을 받게 되고, 그 힘은 배를 회전시키려 할 것이다. 선원이 갑판에서 왼쪽으로 움직인다면 배는 오른쪽으로 향하는 힘을 받는다. 힘을 이렇게 받는다면 배의 회전운동량과 방향이 반대가 되므로 회전운동량은 줄어들게 되고, 배의 흔들림은 멈추게 된다. 반대로 선원이 오른쪽으로 움직인다면 배는 왼쪽으로 힘을 받게 되고, 배의 회전운동량은 증가한다. 결국 배의 움직임은 증가한다.
그러나 배는 복원력이 점차 커져서 운동이 정지하고, 배의 무게중심은 가장 높은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 뒤에는 배의 회전방향은 시계방향으로 바뀐다. 배의 회전방향이 바뀌게 되면 선원의 움직임도 바뀌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샹들리에를 흔들 때와 마찬가지로 선원의 움직임은 배가 수평이 됐을 때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수평이 됐을 때 배의 운동량은 최대[최소]가 되고, 그 뒤부터 다음번 수평이 될 때까지 운동량은 계속 감소[증가]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운동량을 더 빨리 감소[증가]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선원의 위치는 별로 상관이 없고, 선원의 움직임 방향만 중요한 의미가 있다.1 이 결과는 우리의 경험과도 매우 잘 일치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캐리비안의 해적 3》의 배를 뒤집는 장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옳은 장면과 틀린 장면들이 섞여있다. 아마도 과학적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하기 위해서 다시 촬영한 뒤에 그 필름들을 섞어 사용했다고 추측된다.

ps. 요트 조정

방향전환할 때 무게중심 맞추기

요트를 조정하면서 요트가 기울 때 기우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최대한 내밀어 무게중심을 맞춰주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이 혼동하기 가장 쉬운 부분인데, 요트 조정 중에 나오는 이 모습은 요트가 정적인 모습이어서 배를 뒤집기 위해서 움직이는 동적인 모습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동역학과 정역학에 대한 글을 읽어보자.)

정적인 모습과 동적인 모습은 차이가 많이 날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평소 체험에 의해서 이 두 모습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는데 무언가 부자연스럽거나 뭘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면 이것은 동적인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동적인 움직임을 연구하는 역학을 Dynamics라고 하고, 정적인 상태를 연구하는 역학을 Mechanics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둘은 바라보는 시각만 다를 뿐 같은 실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굳이 이 둘을 나눌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물리학과에서는 이 둘에 대한 구분을 별로 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건축공학과에서 주로 연구해야 할 것은 정역학, 항공우주공학과에서 주로 연구해야 할 것은 동역학 하는 식으로 구분이 조금 필요할 뿐이다.

동역학은 고등학교 물리에서는 별로 다루지 않으므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생소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동역학에 해당하는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본능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축구를 하면서 공이 날아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다만 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물리 내용은 정역학 중심이고, 이를 기준으로 동역학을 끼워맞추려는 습관이 생기면서 동역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뿐이다.

2. 전등에 비친 래미의 위기일발!!

링귀니의 Special order(특별한 주문) 요리는 손님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고, 식당이 끝난 뒤에 축하하는 의미로 주방 직원들이 모두 모여서 포도주 건배를 한다. 이때 래미의 존재를 의심해서 확실한 증거를 찾고자 하던 주방장은 이 순간 우연히 링귀니의 주방모자 속에 비친 래미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 주인공 링귀니와 래미에게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이다.

그런데 과연 주방모자 속에 들어있는 래미가 쥐라는 것을 확실히 알 정도로 그림자가 생길 수 있을까?
그림자는 빛이 특정한 영역에 비춰지지 않아 어두워지는 현상이다. 그림자가 생기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밝게 빛나는 광원, 빛을 차단하는 불투명한 물체, 그림자가 비춰지는 스크린이 그것이다. 래미의 그림자는 주방모자에 생긴 것이고, 불투명한 물체는 래미다. 광원은?????

광원이 어떤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데, 이 장면에서 광원으로 생각될 수 있는 것은 전등불 자체와 전등불빛을 분산시키는 주방모자를 각각 광원으로 생각할 수 있다. 둘 모두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만약 전등불 자체가 광원이라면 그림자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주방모자가 광원이라면 래미를 둘러싼 넓은 공간이 광원이 되고, 그림자는 엷게 퍼질 수밖에 없다. 날이 흐렸을 땐 충분히 밝아도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것처럼, 광원이 흐린 날의 구름처럼 넓게 퍼져있으면 엷게 퍼지는 그림자만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뭔가 있다는 것을 알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쥐라는 것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반사란 것은 어느 정도 밝기 이상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전등불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주방모자에서 반사된 빛은 상대적으로 엷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라따뚜이》에서처럼 보통 전등이라면 주방모자를 투과할 정도의 밝기를 보이지는 못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햇볕에서도 모자 속의 쥐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 훨씬 강한 카메라 플래시 정도라면 혹시 가능할 수도 있다. 플래시 불빛은 전등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터뷰 장면에서 카메라 플래시 불빛으로 쥐의 그림자가 보이는 장면은 흥미롭다. 씨쓰루 현상이 발생하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씨쓰루 현상을 파동에서는 솔리톤이라고 부른다.)

ps. 씨쓰루(see-through 또는 see-thru) 현상

씨쓰루 현상은 사진을 촬영할 때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현상 중에 하나다. 얇은 실로 짜인 옷감이 강한 플래시 불빛에 의해서 잠시 투명하게 보이는 현상이다. 얇은 실이 산란시킨 빛의 양보다 피부에서 반사된 빛의 양이 많거나 비슷하면 맨살이 보이게 된다.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실 뚜렷한 방법이 없다. 옷의 색을 검은 색으로 만들어 투과율을 극히 낮추던지 옷을 풍성하게 만들어 피부와 천을 멀게 떨어트려서 피부에서 반사된 빛이 최대한 흩어지게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저런 옷을 입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 테고…….

때로는 강한 햇살이 맨눈으로 보이는 씨쓰루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3. 떨어지는 만년필의 회전

머피의 법칙 중에서 이런 내용이 있다.
“잼을 바른 빵을 떨어트리면 항상 잼을 바른 면이 땅바닥을 향해서 떨어진다.”
그리고 이 머피의 법칙이 더 발전하여 무중력 고양이라는 유머도 만들어졌다. 한술 더 떠서 무한동 고양이 영상도 만들어졌다.

잼을 바른 빵을 떨어트리면 항상 잼을 바른 면이 땅바닥을 향하려고 한다.
고양이를 높은 곳에서 떨어트리면 고양이는 발을 밑으로 향하게 만들고 떨어진다.
고양이 등에 식빵을 붙이고, 그 위에 잼을 바른 뒤에 떨어트리면 식빵은 잼이 발라진 쪽을 밑으로 향하게 만들려고 하고, 고양이는 발을 땅 쪽으로 향해 떨어지려고 해서 서로 땅 쪽으로 향하려고 바동거리며 다투다보니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둥둥 떠 있게 된다.

그러나 잼을 바른 빵을 떨어트렸을 때 잼을 바른 면이 지면을 향하는 현상은 과학적으로 쉽게 설명되며, 머피의 법칙같이 운이 나쁜 현상은 아니다.

물론 미끌어지는 동안에도 회전하고 있다.

r : 회전반경

그림에서와 같이 탁자의 모서리에서 떨어지는 물체는 물체의 두께에 해당하는 작은 회전반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물체의 회전관성은 회전반경에 상관없이 큰 편이다. 여기다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회전하다가 미끄러지는 현상과 공기의 마찰까지 고려한다면 약 0.5~1.5m 정도 자유낙하 하는 시간 동안 물체는 채 한 바퀴를 돌 수 없다. 그래서 잼을 바른 뒤에 식탁에 올려놓은 식빵은 떨어질 때 항상 윗면(잼을 바른 면)이 밑을 향해서 떨어지는 것이다. 이 실험은 간단하므로 누구나 직접 해 보기 바란다. 손에서 떨어트려도 되고, 책상 같은 곳에서 해도 된다. 볼펜이나 책 같은 것을 떨어지도록 슬슬 밀어보기 바란다. 꽤 높은 곳이 아니라면 결코 한 바퀴를 돌지 못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볼펜이나 샤프를 떨어트리면 촉(심)이 땅으로 향해서 떨어져 고장이 잘 나는 현상도 똑같은 설명이 가능하다.

벌써 반 바퀴 넘게 돌았다.

이 영화에서 평론가 이고가 떨어트린 만년필은 거의 두 바퀴를 돌고 떨어진다. 저런 현상이 일어날 수 없다. 만약 그런 필기구를 만들려고 한다면 무게중심이 너무 높아서 필기감이 아주 안 좋아질 것이다. (무게중심이 낮을수록 필기감이 좋다.) 한 끼에 수천만 원씩 하는 와인을 마시는 안톤 이고가 과연 필기감이 아주 나쁜 만년필을 사용할까?

4. 래미의 노젓기

주인집 할머니의 샤프란을 훔치다가 걸린 래미는 끝까지 구스토 요리책을 포기하지 못하고 챙겨 도망가려다가 가족들과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가족들이 간 방향으로 책을 타고 열심히 노를 저어가는 래미!!

레미의 노젓기

그런데 레미는 노를 항상 왼쪽으로만 젓는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뭐라 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직관적으로 잘못됐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체는 무게중심을 정확히 향하지 않은 방향으로 힘을 가하면 회전하게 된다. 이렇게 회전하는 힘을 토크(Toque)라고 하는데, 이는 힘의 크기와 무게중심에서의 거리의 곱으로 구해진다. 물론 토크가 클수록 더 강하게 회전하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노를 젓는 배는 토크를 상쇄시키기 위해서 좌우대칭으로 노를 배치한다. 여러 명이 배를 젓는 경우는 옆 사진처럼 한 명이 한 쪽식 노를 배열하지만, 한 명이 배를 저어야 할 경우엔 양쪽에 동시에 노를 배치하여 동시에 젓는다.

만약 노가 한 개라면 양쪽을 번가라가면서 저어야 하는데, 이때는 배가 똑바로 가지 못하고 구불구불 움직이면서 나간다. 노를 하나만 사용하는 전통적인 나룻배라면 노를 뒷쪽에 배치하여 8자를 그리며 움직여 배를 앞으로 나가게 한다. 물론 이 방식도 배가 약간식 구불구불 움직이면서 나간다.

결국 래미는 노(뒤집개)가 한 개밖에 없었으므로 열심히 한 쪽으로만 젓는다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명백한 NG가 되겠다. ^_^

ps. 물리와 연관 없는 오류들도 찾아보았다. 이런 것들 찾는 것도 영화감상의 한 재미다!

물리와 연관 없는 오류 1

물리와 연관 없는 오류 2

물리와 연관 없는 오류 3

래미의 투명한 꼬리 – 너 지금 투명쥐로 변신하고 있는거니?

물리와 연관 없는 오류 4
주인공 래미(쥐)에 대한 오류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래미의 모습과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쥐의 모습을 살펴보자.

자……. 어딘지 모르게 좀 다른 것이 느껴지지 않나? (이걸 내가 발견하고도 발견한 내가 참 황당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쥐는 흰자위가 없다는 것이다. (위키피디아 생쥐 사진 또한 흰자위가 없어 보이지 않는가?) 야생에선 흰자위가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다. (TV에서 수줍음을 많이 타는 원숭이가 나온 적이 있는데, 얼굴을 손으로 가리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생각해보면 간단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상대가 내 눈을 보지 못하게 하고자 함이다.)

물리와 연관 없는 오류 5
또 다른 한 가지 오류를 말하자면 영화 처음에 파리 근교의 할머니 집에서 탈출할 때 래미가 탈출한 방향과 다른 쥐들이 탈출한 방향은 완전히 정 반대였는데, 막상 뛰어가는 래미는 똑바로 뛰어서 다른 쥐들을 쫒아갔다. 어떻게 된 것일까?

주석

  1. 배의 움직임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배의 무게중심이 회전중심보다 약간 아랫쪽에 위치하는 단진자로 보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런 물리계라면 배의 움직임은 어떻게 해석될까?
    배가 위의 캡쳐장면에서처럼 왼쪽으로 기울었을 때는 배의 무게중심은 오른쪽으로 올라오게 된다. 그러면 배의 무게중심은 왼쪽으로 힘을 받는다. 마치 진자가 움직이는 모습과 동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때 배를 더 많이 움직이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배가 갖는 복원력의 방향과 일치하게 힘을 주면 된다. 여기서 《라따뚜이》에서 에밀이 샹들리에 위에서 움직일 때 작용-반작용의 원리가 적용됐던 것처럼 선원의 움직임 방향에 반대 방향으로 배에 힘이 가해진다. 그러나 《라따뚜이》에서와는 다르게 선원의 위치가 배의 회전중심을 기준으로 무게중심에서 반대방향에 있다. 따라서 선원의 움직임은 《라따뚜이》의 에밀의 움직임과 반대방향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배가 왼쪽으로 기울 때 선원들은 왼쪽(낮은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물론 이 때 낮은 쪽에 위치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해석은 그러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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