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따뚜이》 – 2007년 최고의 수작!!

2007년 최고의 수작으로 꼽아 전혀 손색이 없는 《라따뚜이》의 감상평을 이제서야 적게 됐다. 늦었지만 많이 기쁘다. (이 글을 모두 작성한 뒤 공개하기 위해 대기하던 시간동안 《라따뚜이》의 에미상 9개부분 석권이란 뉴스와 영국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에니메이션으로 뽑혔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은 두 편의 글로 작성될 것이다. 하나는 작품 자체를 이야기하는 글이 될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과학적 관점에서 장면 장면, 요소요소를 분석하는 글이 될 것이다. 다른 말로 전체적인 감상평과 몇 개의 장면을 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글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라따뚜이》
감독 : 브래드 버드
제작사 : 픽사 애니메이션 스쥬디오, 월트 디즈니 픽쳐스
상영시간 : 115분

《라따뚜이》는 어떤 종류의 영화일까?
많은 사람들이 《라따뚜이》를 천재와 수재의 경쟁 정도로 평가하는 것 같다. 천재와 수재의 경쟁을 그린 영화로는 《아마데우스》나 《good will hunting》같은 뛰어난 수작이 있고, 제작하는 동안 3번이나 감독이 바뀐 《레인맨》도 어떻게 보면 천재와 수재(일반인)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마데우스》는 결국 수재가 천재를 시기해 파국을 맞는 비극적 결말에 도달하고, 《good will hunting》은 수재가 천재에게 느끼는 시기와 안타까움을 기반으로 깨달음을 준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레인맨》은 천재 쪽의 문제를 일반인이 이해하게 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이는 우리나라 영화 《말아톤》도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 (물론 《레인맨》이나 《말아톤》의 경우는 천재 쪽에 약간의(?)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라따뚜이》는 감상한 사람에 따라서 여러 가지 해석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천재 역에는 꼬마쥐 래미가 거의 확실한 모델이 되는데 반해서 (노력형) 수재역의 캐릭터는 확실하게 결정하기에는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간혹 여주인공 콜렛을 노력형 수재형 캐릭터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지만 어떻게 살펴보더라도 여주인공이 천재에 대항하는 수재형 캐릭터로 판단하기에는 부족해 보이고, 어색하다. 더군다나 그렇게 해석하면 남자 주인공인 링귀니에 대한 해석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이 영화가 천재와 수재의 대립구도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며, 우리가 이 영화를 다른 방향으로 해석해야 함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이 영화를 생각해야 할까?

래미의 재주는 특별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가 ‘쥐’이기 때문이다. 사실 ‘쥐’란 녀석들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미각적 능력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쥐는 인간에게 발달해 있는 대뇌피질이 거의 없고, 대뇌 피질은 경험에 의해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기 위해서 파충류시절에도 있던 뇌의 회백질의 미각중추를 제어해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미각을 둔화시키기 때문에 쥐가 사람보다 미각이 훨씬 민감할 것이기 때문이다.2 래미가 뛰어난 것은 자신의 기본적인 능력인 ‘미각’을 유지하면서도 요리를 할 수 있는 인간과의 의사소통 영역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아닐까? (비록 단방향 소통이긴 하지만.)

매우 뛰어난 반사 신경

반면 남자주인공 링귀니의 경우에는 요리하는 능력은 전혀 없지만 무엇과도 소통할 수 있는 마음자세와 신체적으로 매우 민감한 반사 신경을 갖고 있다. 이런 것도 요리하는 능력에 버금가는 매우 뛰어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라따뚜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능력이 부분적으로 특출나게 뛰어난 두 개체간의 결합이 가져올 수 있는 그 무엇을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상 여기서 여자주인공 콜렛의 역할은 상당히 애매한데 이야기 전개상 반드시 필요한 인물은 아니다. 그렇다면 메인캐릭터는 아니고, 각종 사건들과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진행요소이자 헐리웃식 인물구도 구성에 필요한 캐릭터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된다.

반면 래미의 상상 속에서만 등장하는 전설적인 요리사인 구스또는 어떠한가? 래미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구스또의 정령(사실은 래미의 상상속의 인물)과 대화하고 그의 지도를 따르면서 자신의 능력을 하나하나 개발해 나가는 생쥐다. 우리가 꼬마였을 때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성장하듯이 《라따뚜이》는 래미의 성장방법으로 구스또의 정령을 선택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라따뚜이》는 래미와 링귀니의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성장에 필요한 과정을 가정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들의 만남과 성장과 갈등을 통해 영화는 결말을 향해 나가지만 위기라는 기존 영화의 틀에 맞춰진 구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위기보다는 위트와 재분석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웃음과 교훈을 주려한 제작진의 기획 의도는 이 작품이 수작으로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를 제공해 준다.
영화 제작진은 이 모든 것을 요리평론가 ‘안톤 이고’의 단 한 마디로 우리에게 요약해서 전해주는 친절함을 아끼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구스또 주방장의 유명한 좌우명인 “누구든지 요리할 수 있다”는 말을 예전에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술가는 어디서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구스또에서 요리하고 있는 그 비천한 요리사를 상상하면 이 평론 자체가 정말 힘들겠지만 감히 말한다,
그는 프랑스의 그 어느 요리사보다도 훌륭하다고!

이러한 철학적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이 영화는 재미있는 많은 요소들을 갖고 있다. 징그럽다는 편견을 갖고 봐서 그렇지 사실은 매우 귀여운 쥐들, 각양각색의 위선으로 가득 차 있는 인간들, 장면 장면에 웃음을 참지 못하도록 만드는 각종 장치들1, 식욕을 느끼게 만드는 각종 맛난 음식들, 좌충우돌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번뜩이는 제작자의 재치 등등.
(애완동물들을 많이 기르는 프랑스가 배경이어서 고양이도 나올 줄 알았는데, 고양이가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아서 처음 봤을 때 좀 당황하기도 했다.)

가장 재미있는 장면 – 버섯을 안테나에 꼽아 굽다가 번개를 맞는다.

아무튼………….
이 영화는 여러가지로 어린이용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발음이 부정확한 곳도 꽤 많을 뿐더러 말의 속도가 어린이용이라기엔 지나치게 어렵고 빠르다. 이 영화를 나쁘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어른들도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서 감상문의 핵심이 사람마다 다를 정도로 내용도 무척이나 어려운 편이다. 이러한 영화들은 그러나 수많은 꽁트들과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서 관객들의 수준에 따라서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는 멋진 수준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2007년 한 해 동안 개봉됐던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이 영화를 최대의 영화로 꼽는데 나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ps. 영화 내에서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요리의 양이 너무 적은거 아닐까? 내 배가 다른 사람들보다 좀 큰 건 사실이지만, 그런 시각을 고려하더라도 라따뚜이에서의 요리의 양은 너무 적었다. ^^;;;

주석

  1. 뇌병을 앓는 사람들이 갑자기 미식가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미각중추를 제어하던 대뇌부위가 파괴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2. 이 글을 쓰기 위해 과장해서 백 번쯤 보는 것 같은데 아직도 재미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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