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를 읽는 리스크

이 책 『리스크』은 『마시멜로 이야기』로 유명한 호아킴 데 포사다가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홍보차  내한했을 때 있었던 강연에 가서 추첨을 통해 받아온 책이다. 상당히 두껍고 무거운 책이었는데 읽는데 두달반정도 걸렸다. 내가 읽는데 두달 넘게 걸린 책들은 그리 많지 않은데, 이 책이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다른 책들과 사뭇 다르다. 왜냐하면 이 책은 너무 지루했기 때문에 빨리 읽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부분은 너무 지루해서 두세 장 읽은 뒤엔 무조건 졸음이 쏟아졌다. 끝 부분은 별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결국 이 책을 다 읽긴 했지만,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성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 책은 오류와 오역과 오타가 상당히 많았다. 저자가 실수한 부분도 많았는데, 105쪽에 나오는 페르마 정리의 경우 애매한 언급을 하고 있다. 428쪽의 대학생 설문조사[footnote]의과대 학생들에게 시체를 보여주고 사망원인을 추정하도록 한 설문조사. 설문 방법은 학생에 따라서 몇 가지 다른 개수의 보기를 제시하고 고르는 방식이 사용됐다.[/footnote]에 대한 분석은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쉽게 그 원인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객관식에 대한 특성을 잘 몰랐던 것이 아니었을까? (객관식에 대한 특성을 고려한다면 저자가 심리학적 문제라고 지적한 것들이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더불어 이 책의 편집자 또한 이 책을 교정교열하면서 많이 졸았던 것 같다. ^_^

최근 증권같은 금융상품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지고 있어서 겸사겸사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증권과 관련된 도서를 두 권 읽었지만 크게 모르는 내용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 책도 끝부분에 현대의 금융상품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 내용상 새로운 것은 거의 없었다. (1~4부까지 읽는 동안은 이 책은 수학과 심리학의 중간쯤에 기록된 경제서라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각 부분부분은 각종 책이나 다큐멘터리에서 접했던 내용들이어서 수학사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면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리스크』를 일반인들에게 추천해주긴 힘든데, yes24의 판매지수가 48000 정도 나오는 것을 봐서는 특정 분야의 필독서 쯤으로 추천되고 있는 것 같다. (미네르바의 추천도서였다고 한다. 큰 가치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데…. 이 부분에서 더 할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생략한다. 혹시 궁금하신 분은 오프라인으로 만나면 질문해 주셨으면 좋겠다.ㅋㅋ)

『위험, 기회, 미래가 공존하는 리스크』6점
피터 L. 번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한국경제신문
534쪽/1,8900원
ISBN 978-89-475-2688-3
양장/신국판

『리스크』의 구성은 서론과 5부 19장의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확률의 개념이 인류사에 등장한 시점부터 옵션거래같은 금융 파생상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다룬다. BBK와 관련된 1990년대 후반의 단타매매같은 이야기는 다루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단타매매가 성행하기 이전에 이 책의 원서가 저술됐기 때문이다.


1~2부에 길게 서술된 내용은 확률의 개념으로 학창시절 수학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들이다. 수학교과서처럼 직접 계산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정확한 정의와 이 정의를 발견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연구했던 역사에 대해서 다룬다. 1부 ‘숫자체계에 뿌리를 둔 리스크’와 2부 ‘확률이론의 대발견’은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건너뛰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약 150쪽 정도나 되는 이 부분은 내가 이 책을 읽을 때 가장 오래 걸렸던 부분이다. 이 부분을 몇 쪽 읽으면 너무 지루해서 참지 못하는 잠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50일 이상이 걸리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독서시간이 늘어나다보니 뒷부분은 책에 집중되지 않았고, 결국 더욱더 책을 읽는 시간이 길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솔직히 나는 이 책에서 1부와 2부를 빼버리고 싶다.

3부 ‘선택과 결정에 대한 이론적 초석’은 총 6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스크』 중에서 가장 많은 내용을 다룬다. 3부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크건 작건 간에 부富의 증가에서 비롯되는 만족감은 이전에 소유하던 재화의 양에 반비례한다.”

– 다니엘 베르누이 – 168쪽

베르누이의 이 이야기는 모든 확률적 움직임을 추론할 때 확률과는 관련없지만 기본적으로 고려되는 내용이다.

평균으로의 회귀[footnote]보통 스포츠의 2년차 징크스의 예에 해당하는 내용이다.[/footnote]는 보이는 현상이 크게
올라가거나 떨어질 경우에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금융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평균으로의 회귀인데, 실제로는 평균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footnote]회귀하는
평균이 다른 값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변화하는 주가는 일반적으로 원래 가격에 가깝게 변하지만, 때때로 변화한 가격에서 변화가
멈추는 경우가 있다. 이 때 변화한 가격은 새로운 평균이 되고, 이를 평균의 변화로 고려한다.[/footnote] 조심성이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래의 인용문들을 주욱 따라가면서 다시 한 번 평균으로의 회귀에 대한 내용과 주의점을 음미해보자.

“결과는 명확하다. 장밋빛 전망을 가진 주식은 비현실적으로 올라가고, 앞날이 비관적인 주식 또한 비현실적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 다음에 평균으로의 회귀가 적용된다. 좀더 현실적이고 대담한 투자가들은 남들이 팔 때 사고, 남들이 살 때 판다. 이들이 얻는 실제적인 이득에 시장 동향을 좇는 사람들은 놀라고 만다.”

– 268쪽

계속해서 “결국 주식시장은 처음에는 단기적인 뉴스에 과잉반응을 보이고, 다음에는 또 다른 성격의 단기 뉴스를 를 기다리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 “평균의로의 회귀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 “그러나 우리는 단기적인 흐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footnote]저자가 왜 이렇게 단정하는지 이 책만으로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footnote]”… “현재 내린 가정[footnote]리스크 관리에 필요한 세 가지 필수적 가정 : 완전한 정보, 독립적인 시도, 양적인 평가의 타당성 – 191쪽[/footnote]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 지속적인 의문 없이는 절대로 평균으로의 회귀만을 믿고 게임에 뛰어들지 마라. 골턴이 현명한 충고를 해주지 않았던가. “평균보다 포괄적인 관점을 즐겨라.” (각각 271쪽, 280쪽, 286쪽) 이 모든 이야기는 위의 두 번째 초록 상자에 인용된 내용을 보충설명하는 내용이다.

4부 ‘ 투자전략에 대한 분석’에서 카오스, 프렉탈 등에 대한 설명을 한다. 300쪽에 내가 살짝 메모한 내용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카오스 이론은 모든 사건들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랜덤(Random) 문제는 항상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가 없다는(또는 없는 것이 규칙이라는) 기본가정으로 출발한다. 그러한 가정에서 출발하는 유의미한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 통계학! 결국 통계학을 인정한다면 모든 사건들 사이에 원인이 있다는 주장을 할 수는 없다.

인과관계가 있건 없건, 카오스 이론이 어떻건 과연 운이란 것이 존재할까에 대해서 『리스크』은 계속 이야기하는데,『리스크』와 상관없이 곰곰히 생각해보면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만약 운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세상은 동일한 규칙이 매일 반복되어야 할 것이다. “거의 진실에 가까운 것은 진실이 아니“라는 말처럼 거의 규칙성을 띄는 대상은 규칙이 아닌 것이다[footnote]모든 것이 규칙에 맞아야 한다는 생각은 지극히 서양사람의 사고방식일 뿐이긴 하다. 자연과학이 아니라면 꼭 그럴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footnote]. 즉 규칙에서 벗어나는 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footnote]이 말은 이 말 자체가 갖는 모순점을 제외하면 모든 명제에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footnote]

불확실성은 리스크라는 잘 알려진 개념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 둘은 지금까지 정확히 구분된 적이 없었다. ‘측정 가능한 불확실성a measurable uncertainty’이라는 표현 대신에 ‘리스크’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측정 가능한 불확실성(표현의 적합성을 따지자면 리스크-옮긴이)은 ‘측정 불가능한 것an unmeasurable one’과는 전혀 다르다. 측정 불가능한 것은 사실상 불확실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 335쪽

이 내용은 사실은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무심결에 사용하는 개념들이다. 용어적인 구분은 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한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분산투자에 대한 수학적 증명은 한층 더 매력적이다. 분산된 포트폴리오 수익은 개별 주식의 평균 수익률과 같아지지만, 그 변동성은 개별 주식의 평균 변동성보다 적어진다. 개별 주식들의 수익률 사이의 공분산이나 상관관계를 최소화시키기만 하면 분산투자야말로 높은 기대수익과 동시에 큰 리스크를 지닌 주식군을 비교적 낮은 리스크의 포트폴리오에 결합시킬 수 있는, 일종의 공짜 점심free lunch(노력 없는 투자 수익은 없다는 월 스트리트의 재담에서 나온 용어 – 옮긴이)이라는 것을 의미힌다.

– 388쪽

보통 우리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라” 하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투자하는 돈은 모두 자기돈이라는 전제하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는데, “주가의 움직임이 크고, 회사의 신뢰도만 확실하다면 분산투자가 필요할까?”에 대한 의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답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4장에서 하고자 하는 중요한 점은 다음 두 개의 인용이다.

만약 당신이 주식을 팔 생각이 없다면 주식의 가격 변화는 관심 밖의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장기 투자가들, 예컨대 단기간의 동요에는 아예 눈을 감아버리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워렌 버핏[footnote]주식매매에 정밀성을 부여하는 사람들보다 워렌 버핏같은 가치주 중심의 장기투자자들이 세계 최고갑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참 어이러니다. 이 책(원서)이 발행된 뒤 2000년대 초반에 닷컴(.com) 버블이 꺼지면서 워렌 버핏은 한동안 고생을 한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른 뒤 또다시 세계 최대의 갑부인 것은 변함없다. 일시적인 등락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기는 매우 짧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footnote]과 같은 소수의 사람들은 변동성을 리스크라기보다는 기회로 본다. 적어도 변동이 심한 증권이 변동이 없는 증권보다 수익률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는 정도까지는 말이다.

– 399쪽

“손실이 리스크 감수에 대한 욕구를 약화시키는 반면에, 부의 증가는 리스크 감수에 대한 욕구를 강화시키는 경향을 지닌다.”
샤프는 리스크 기피 성향에서의 이와 같은 변화로, 상승장이나 약세장이 극단으로 치닫다가도 궁극적으로 평균으로의 회귀가 일어나는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을 가진 투자가들이 그동안 발생된 과잉 반응을 인식하고 축적된 평가상의 오류를 바로잡기 때문이다. – 404쪽

위 두 인용문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내용은 사실 이 두 인용구가 절반정도를 포함한다고 생각된다.

5장 ‘리스크의 이익과 위협에 대한 판단’은 현대의 파생상품에 대한 소개와 일화들로 가득하다. 이 중에서 특히 17장은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해 보인다.

트베르스키는 이처럼 묘한 행동에 대해 흥미로운 고찰을 제공했다.

인간의 쾌락 기능 장치에서 가장 중요하고 지배적인 특성은, 아마도 긍정적인 자극보다는 부정적인 자극에 훨씬 더 민감하다는 점일 것이다. 당신의 기분은 오늘 어떠한가 생각해보라. 그리고 얼마나 기분이 나아질 수 있을지 상상해보라. 당신의 기분이 더 호전될 수 있는 몇 가지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기분이 더 악화될 수 있는 가짓수는 무한하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크건 작건 간에 부의 증가에서 비롯되는 효용은 이전에 소유하던 재화의 양에 반비례한다’는 베르누이의 가정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베르누이는, 더 부자가 될 리스크를 수반한 기회에 대한 가치 결정은 이전에 소유하던 부의 정도라고 믿었다.
그러나 캐네먼과 트베르스키는 리스크를 수반한 기회의 가치는 결과적 자산의 최종 가치보다 가능한 이득이나 손실의 출발점이 되는 ‘준거 포인트reference point'[footnote]준거 포인트 = 생각의 기준점[/footnote]에 훨씬 더 많이 따르는 것처러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결정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현재 소유한 재산이 아니라, 그 결정으로 더 부자가 되느냐 더 가난해지느냐의 여부라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트베르스키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우리의 선호도는 준거 포인트에서의 변화로 인해 조작될 수도 있다.

– 419~420쪽

우리가 객관적으로 내린 판단들이 실제로는 주관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최선의 행동이라고 믿고 행동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항상 의심에 의심을 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전에 내가 했던 말 중에서 “전문가에 대한 믿음이 너무 커서 종종 오류가 발생한다”도 같은 의미에서 출발한 사고의 다른 결론이었다.

결과적으로 위 이야기는 아래 이야기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정보가 합리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요소이며, 정보를 많이 가질수록 직면하는 리스크를 더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부가적인 정보가 결정을 왜곡하고 방해하며, 더 나아가서는 불변성의 실패를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권위자들에게 사람들이 감수하려는 리스크의 종류에 대한 조작 기회를 갖도록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 426쪽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 우리는 어떠한 행동을 함에 있어서 정보를 가공하고 취합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정보의 중요도와 연관관계를 따져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주관이 관여하는 것이다.
즉 ‘초심자의 행운’이 경험이 쌓이면서 사라지는 것은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활동을 하는데 방해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footnote]초심자의 행운 또한 평균으로의 회귀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그러나 큰 완두콩이 큰 자손들을 볼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항상 초심자의 행운이 평균으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 초반에 완두콩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데, 완두콩 이야기가 순전히 평균으로의 회귀의 예로 사용되는 것은 엄밀히 말해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해야겠다.[/footnote]

아래의 내용은 위의 내용과는 상관없고, 속시원하게 궁금증을 풀어주는 내용이다. 이 문제는 내가 이전부터 궁금해 하던 내용이었는데, 어떠한 책이나 다큐멘터리에서도 이야기되지 않아서 혼자만 궁금해하던 내용이었다.

 1959~1994년까지 금융과 비금융 가릴 것 없이 미국의 모든 주식회사가 주주들에게 지불한 배당금은 2조 20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리고 주주들은 그 돈에 대해 철저히 소득세를 납부했다. 만약 회사가 배당금을 지급하는 대신에 그 돈을 공개시장에서 자사주를 재구입하는 데 썼더라면, 주당 순이익은 더 커졌을 것이고 자사주의 수는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며 주가는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주주들은 소비를 충당하기 위해 시세가 오른 주식을 팔아 ‘손수 만든 배당금’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고, 그 대부분의 기간 동안 축적되었던 자본 이득에 대해서는 낮은 세율로 소득세를 지불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모로 보나, 주주들은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부유해졌을 것이다.

이러한 의문을 설명하기 위해 세프린과 스태트먼은 정신적 회계, 자기 통제, 결정에 대한 후회, 손실 기피증 등의 개념을 끌어들인다. 애덤 스미스의 ‘공정한 관찰자’나 프로이트의 ‘초자아’ 정신 속에서, 투자가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에서 벗어난 이러한 일탈에 따른다. 배당금 형식으로 받는 수입금액에 따라 소비 지출을 제한하는 것이 옳으며, 주식을 매각해 소비를 충당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 445~446쪽

17장은 끝끝내 투자자에 대한 냉철한 관찰인 다음의 이야기를 해버린다.

“한편으로는 결정에 대한 후회가 두려워, 또 한편으로는 근시안적인 안목 때문에 투자가들은 단기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있는 회사의 주식가격을 과소평가한다. 장기적으로는 평균으로의 회귀에 따라 다시 양호한 상태로 회복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같은 이유로 사정이 무한정 좋아질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투자가들은 급격한 실적 개선을 시사하는 새로운 정보를 지닌 회사에 대해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 450쪽

이 지적은 426쪽의 인용과 함께 바로 개미들이 왜 기관이나 외국인들보다 수익률이 떨어져 때때로 손실을 입기도 하는지에 대한 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 18장과 19장은 최근 수십 년간 발달한 현대 금융상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내용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를 요약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개인은 파생상품으로 이익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파생상품은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단순한 실수가 막대한 손실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footnote]손실이 예상될 때도 그 거래를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에 더욱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footnote] 더군다나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고, 또 외국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기관을 통한 파생상품에 대한 간접적 투자도 매우 위험한데, 이는 금융기관의 신뢰도가 별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기관의 신뢰도가 높지 않은 이유는 일부 분야에 있어서 법적 방비책은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미투자가들의 입장에서 주식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파생상품 또는 기술분석을 통한 투자보다는 가치주를 중심으로 직접 투자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논리는 여기서 끝난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읽은 몇몇 책에서 언급하지 못하던 이야기를 서슴없이 끄집어낸다. 그 대표적인 예가 445~446쪽 인용에서와 같이 주식시장은 사실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footnote]제로썸 게임 : 어떠한 하나의 산업을 살펴볼 때 어떤 주체의 부가 다른 주체의 부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게임, 또는 시간적으로 부의 양이 증가 또는 감소만 하는 형태의 게임. 실질적으로 그 산업이 생산하는 것은 없으므로 모든 것을 다 합하면 처음 출발할 때와 같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었다. 부동산 거품 붕괴, 주식 시장 폭락 등의 문제는 바로 이 제로섬 게임이 원인이 된다.[/footnote]이 아니라 다 합하면 처음보다 오히려 줄어든다는 마이너스썸 게임(Minus Sum Game)이라는 본질을 정확히 지적한다는 부분이다. 더불어 ‘제로섬 게임’에서도 효용이라는 가치가 부여될 때 항상 ‘패자의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footnote]179쪽 인용[/footnote]고 지적하는데, 인류문명의 부 축적방법 변화(발전)를 살펴보다보면 회의가 들 정도다. 불공정한 게임의 대표적인 예로 복권을 들고 있는 점도 참 흥미롭다!

그 이외에도 네델란드 튜울립 가격 거품 현상은 역사적으로 없던 일이었고, 경쟁사의 콜 옵션(유통업자가 물량을 미리 확보하고자 할 때 특정 가격을 보장하면서 거는 옵션) 때문이라는 이야기 등도 한다. 1990년대 초반에 미국이 우리나라 주식시장 개방을 위해 매우 큰 압력을 행사했었는데, 그에 대한 내용은 안 나오지만, 이유에 대해서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에 대해서 저자는 간단하게 리스크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며 책을 끝맺는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않고 있따고 생각하는 투기자들은 언제나 잘못되거나 재산을 잃을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금융시장의 장구한 역사 구석구석에는 거액을 걸었다가 재산을 탕진한 이야기가 산재해 있다.

(중략)

1994년 11월, 연방준비제도 이사장인 그린스펀은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은행 감독관의 역할이 은행의 파산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내 판단으로는, 그것은 잘못된 견해다.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의지는 자유시장 경제의 성장에 필수적인 것이다. 만약 모든 예금주와 그들의 금융 중개인들이 리스크 없는 자산에만 투자한다면, 기업성장을 위한 잠재력은 결코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다.

– 501~503쪽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금융자본의 문제점은 자본의 크기에 따라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이 차이가 나게 되고, 그 결과적으로 같은 선택에 대한 리스크의 크기 자체가 자본의 크기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데 있지 않을까? 은행 등이 투자를 통해 대규모 손실을 입었을 경우 정부는 이 은행을 보호하려고 노력하지만, 개인이 몇 천만원 손해봤다고 정부가 개인을 보호하려고 하지 않는 것만 살펴보더라도 내 생각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19장에서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자연은 사건의 반복에서 생겨나는 패턴을 확립해왔다(자연은 되풀이되면서 일정한 패턴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대개의 경우 그렇다.”
책의 서문에서 지적했듯이 ‘단지 대체로 볼 때 그러하다’라는 제한이 이 책 전체 내용의 핵심이다.

– 504~505 쪽

이 이야기는 어떤 변화가 확실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이를 믿지 말라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믿고 주식에 투자하는 것처럼 바보스러운 짓은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 아닐까? 이를 환기시키기 위해서 저자는 이 책의 가장 마지막에 이런 문장들로 끝을 맺는다.

확률은, 확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나올 때만 중요성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확률에 대한 의존은 확률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판단이 설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
확률이 ‘인생의 지표’가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 517쪽

내가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포스트잇에 메모해놓은 것을 지적하면서 독후감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세상은 혼돈이론이 적용되는 것이 맞다. 세상을 간섭하지 않고 관찰만 하고 있다면 오차는 지수적으로 커질 것이고, 종국에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연은 사건의 반복에서 생겨나는 패턴을 확립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대개의 경우 그렇다.[footnote]504쪽 인용[/footnote]”는 라이프니츠의 이야기가 맞는 것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세상을 관찰하고, 습관적으로 생각의 오차를 보정하면서 관찰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살펴보면 세상(생각)은 거의 프렉탈과 같은 성질을 띄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을 때 책 전체를 다 읽기보다는 8장 ‘무질서의 선행 없이 질서는 발견할 수 없다’에서부터 17장 ”사자는 가격’과 ‘팔자는 가격’까지만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 이외의 절반에 해당하는 부분은 읽어서 얻는 것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들 것이다. 『리스크』를 읽는 리스크인 셈이다!!

이 책은 주식투자를 하여 1년 단위로 생각했을 때 이익을 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 권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주식을 구매/판매할 때 필요한 인내력이 많이 길러질 것이다. ^^)

ps. 2008년 여름경에 보험관련 회사들이 앞다퉈 ‘보장자산’에 대한 광고를 했다. 그러나 위의 이야기를 보면 알겠지만, 보장자산이라는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보장자산을 들고나온 주된 원인은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지극히 단순한 시도였을 뿐이다.
보장자산 이야기에 혹해 당신이 보험에 들었다면 자신의 심리패턴을 다시 점검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신은 주식을 하면 절대로 안 될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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