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로버트·미셸 루트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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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원제 : 『Spark of Genius』)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 미셸 루트번스타인 / 박종성
에코의서재 / 1999년 원서 출판 / 2007년 번역서 출판
455쪽 / 양장 / 2,5000원
ISBN 978-89-956889-9-1

『생각의 탄생』에 대한 독후감을 적기 위해서 이 글을 시작하지만 솔직히 어떻게 글을 쓰고 전개해야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수많은 생각 또는 사고방식에 대한 책이 나왔고, 나도 꽤 여러 권을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만큼 폭이 넓은 내용을 내가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내용 자체는 번역서의 제목 ‘생각의 탄생’보다는 원서의 제목 ‘Spark of Genius’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생각의 탄생’으로 보기엔 책의 내용 일부가 살짝 안 맞는다. 안 맞는 내용에 대해서는 글의 뒷부분에서 이야기하자.

이 책은 미투데이에서 무위자연 님이 이벤트를 하셨는데 당첨되어 내가 고른 책이다. 당시 받고싶던 책이 마땅히 없던 차에 웹서핑을 하다가 급 발견하게 된 책이다. (무위자연 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무위자연 님께 책을 받아 읽던 중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에코의서재’ 홈페이지를 찾으려고 시도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아연 님의 친절한 블로그 소개로 찾는 작업은 끝을 맺고 또다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을 당시에 에코의서재에서 출간한 책이 모두 8 권밖에 되지 않는 작은 출판사였는데, 한 권 한 권을 신중히 선택해서 정성을 드려 출간하는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는 20 권이 넘은 것 같다.

이 책 『생각의 탄생』은 내용이 참 좋다. 최근에 이 정도의 책을 만나보지는 못한 것 같다. 꽤 긴 책임에도 불구하고 오타나 편집상의 실수도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거의 2주 정도 이 책을 읽는데 푹 빠져서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옮긴이의 역량 문제를 조금 느꼈다.

이 책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매우 많은 위인들의 실제 예를 들어 전개한다. 그 덕분에 어떤 한두 사람이 이 책의 내용으로 100% 이해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져 버렸다. 그래서인지 옮긴이는 과학과 관련된 전 분야에서 눈에 잘 안 보이는 자잘한 실수를 계속 해버렸다. 책을 읽는 동안 머리속으로 수정하면서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었지만, 이런 실수들은 책 전체의 신뢰성을 낮춰버린다. 더더군다나 이런 오류들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편집자도 같이 도매금으로 넘어갈 가능성 또한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이 보통 천재라고 생각하는 소설가, 과학자, 수학자 등의 성향을 통해 ‘창조적 사고’를 하는 방법 – ‘통찰’을 강조하면서 시작한다. 천재들은 생각할 때 이성적/논리적인 접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출발점은 좀 허무맹랑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직감과 감성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즉 분야를 넘나드는 사고와 행동을 통해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리차드 파인만의 기이한 행동들이나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취미 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알고 싶은 대상과 교감하면서 느낌을 같이 한다. 이러한 직감을 동원하는 것은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것은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런 것을 두고 뜬구름 잡는다거나 자다가 뒷다리 긁는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생각의 강력한 과정(?)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면서 이 책은 현재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가한다.

분리된 과목과 공식언어체계에만 기반을 둔 현행 교육이야말로 ‘창조적 사고과정’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빠뜨리고 있는 주범임이 분명하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수학적이고 통사론적 논리를 가르치면서도 느낌과 직관의 초논리는 무시한다. 우리는 말과 숫자를 통해 배우고 평가받아왔으며, 또 그것을 통해 사고하는 것을 불편의 전제로 받아들인다. ………… <중략> ……….. 다행히 의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학문적 사고의 기반으로 직관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창조적 상상력의 기반이 되는 느낌과 감정과 직관의 사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은 절대적인 명령과 같다. 그것이 ‘정신적 요리’, 혹은 교육의 교체다.
– p.32

사실상 말과 숫자로 우리가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우리가 만나 대화를 할 때도 서로 말로 전달하는 정보는 10% 정도 뿐이라는 연구결과가 있기도 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방식인 논리를 제외하고, 이 책에서 다루는 생각의 도구들은 13 가지다.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

이 13 가지 생각의 도구들이 어떻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고 이끌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내용이다. 이렇게 13 가지 생각의 도구들의 목록을 나열하고 보니 위에서 내가 왜 번역서의 제목 ‘생각의 탄생’이 이 책에 어울리지 않는 것인지 감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일부 내용은 생각의 탄생과 거리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또 생각의 탄생에 가장 중요한 ‘자신에 대한 이해능력[관찰능력]‘인  초자아와 관련된 내용은 이 책에 누락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13 가지 툴의 얼개는 다음과 같다.
생각의 시작은 ‘관찰’과 ‘몸으로 생각하기’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생각(idea)는 무엇인가 새로운 경험을 할 경우에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그래서 때때로 여행 등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관찰과 몸으로 생각하기에서 출발한 생각은 ‘형상과’, ‘추상화’, ‘패턴인식’을 통해서 구체화된다. 이 과정에서는 생각의 대상에 대한 면밀하고 구체적인 인식이 이뤄지게 된다. (상대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관찰’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중요한 점이다. ‘관찰’은 프레임 또는 패러다임이란 생각의 필터링을 거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그 뒤 ‘패턴형성’, ‘변형’, ‘통합’을 거쳐 현재 알려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 또는 패러다임을 형성할 계기가 마련된다. 새로운 사고방식의 등장은 이처럼 3단계의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된다. (물론 결정적 체험(경험)이나 타인에 의한 학습 등의 영향을 받는 경우엔 다른 방식을 따르지만, 이 책은 처음 창조해내는 경우만 고려한다.)

위에서 이야기할 때 13 가지 툴에서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이 장은 과장도 심하고, 어거지도 많다. 한마디로 공감되지 않아 재미도 없는 장이다.),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의 다섯 가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다섯 가지는 사실상 생각의 단계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다섯 가지는 생각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주는 요소임에는 분명하지만, 생각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번역서의 제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큰 장을 하나 만들어 이들을 적절히 나눠놨더라면 제목이 이상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또 각 분야의 창조력에 대한 예시를 들 때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이미 그 대상을 알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자들의 성의가 좀 아쉽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적어놓은 메모나 느낌 등

p.99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에 대해서 강하게 부정했던 것은 양자역학이 1920년대를 거치면서 시각화의 방법으로 접근할 수 없고 관념적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후기 양자역학은 지루한 해석학의 방법으로 모든 문제를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문제를 기하학적 방법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연구될 때까지 아인슈타인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방법이 해결된 것은 아인슈타인 사후에 파인만과 겔만 등에 의해 제시되었다.

             ⇒ (책 내용과는 좀 다르게)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잘 못했다. 기하학을 통한 시각화는 잘 했지만 해석학을 잘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아인슈타인은 때때로 수학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p.103 ☆☆☆

그러나 이러한 형상화기술이 늘면 늘수록 이미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최초에 떠오른 생각의 즉시성과 완결성은 그에 수반되는 이미지, 느낌, 감정과 더불어 희미해지고 사라지거나 왜곡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창조적인 사람들은 보다 직접적인 전달communication 형태를 희구해왔다.

p.105 ■ 부록 대수학적 사고 vs 기하학적 사고

수학문제 풀이과정 도중 질문하면 ① 풀이를 연결해서 그대로 풀 수 있는 사람, ② 문제를 알아야 풀 수 있는 사람의 두 부류로 나뉜다.
이 때 전자(①)는 기하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 후자(②)는 대수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에 가깝다.

p.120~121 ☆☆

추상화는 다른 모든 분야의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 <중략> …………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추상화가 고도화될수록 일반화의 영역은 더 확대된다”라고 썼다. 리처드 파인만은 이보다 더 간결하게 적어놓고 있다.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 ……버릴 게 무엇인지 알아내라.”

p.151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그 빈 자리에 들어맞는 조각을 찾아낼 수 있다. 조각 맞추기는 마구잡이 게임이 아니다.

             ⇒ 기존 이론의 사각지대에 가려진 해결되지 못한 부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ex) 대륙이동설 ↔ 대서양의 해구)

p.153

무에 대한 우리의 무지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패턴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부재하는 경우와, 지각하지 못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경우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이다.

             ⇒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지식[지혜]이다.

p. 198 ☆☆☆

전반적으로 많은 철학자들은 유추를 비논리적이고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것으로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오히려 유추가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것이기 때문에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들 사이의 다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불완전한 일치라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유추는 기존의 지적 도구로 도달할 수 없는 새로운 이해의 세계로 도약하도록 우리를 도와준다.

p.346

오늘날 많은 대학에서는 공학이나 과학을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 페트로스키가 말하는 ‘수선놀이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거기서 학생들은 난생 처음 자전거나 레이저 프린터, 낚시 릴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물건들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법을 배운다. 이런 강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야말로 가정과 학교에서 하는 교육이 아이들의 기본적인 호기심을 키우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p.377

유기화학자 로버트 B. 우드워드Robert B. Woodward는 자신의 공책에 이와 비슷한 말을 적어놓고 있다. “가능한 한 다양한 방법으로 공식을 써라.  각각의 공식은 각기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p.397

연상적인 공감각현상은 약 절반 정도의 어린이들과 성인 인구의 5 내지 15퍼센트의 사람들에게서 일어난다. 공감각을 체험한 성인과 어린아이의 숫자가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은 기초교육이 단일 감각적인 경험과 표현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어린 시절의 자연스러운 연상능력이 위축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p.429 ☆☆☆

찰스 스타인메츠는 유니온대학 공대생들에게 그리스어와 라틴어, 역사, 철학 등 교양학부에서 내걸고 있는 모든 과목을 공부할 것을 권하며, “기능적인 훈련 하나만 받아서는 재미있고 유익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라고 역설했다.

오류

p. 87

H. 위에서 볼 때는 원모양이고, 한 측면에서 보면 원모양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사각형인 물체는 무엇인가?
I. 위에서 볼 때는 삼각형, 모든 측면에서 보면 원모양인 물체는 무엇인가?

             ☞ 수정 : 사각형 → 정사각형, 원모양 → 타원모양

p.113 밑에서 두 번째 줄

소립자subatomic

             → (안개상자에서) 소립자가 지나간 흔적

p.179

예술분야의 패턴형성에 나타나는 교묘함, 의외성, 심지어는 다양성까지 과학분야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이 주장이 왜 중요한지는 다음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열 명의 화가에게 어떤 풍경을 그려보라고 하면 열 개의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만일 열 명의 과학자에게 같은 문제를 내주고 풀라고 하면, 제대로 풀었을 경우 열 개의 동일한 답이 나온다.”

             ⇒ 과학자들에게 문제를 극히 제한적으로 줬을 때 동일한 답이 나올 뿐이다. 실제로 같은 것을 보면서도 과학자들은 다른 답을 내놓는 경우를 매우 자주 볼 수 있다.

p.198 밑에서 7번째 줄

기능

             ⇒ 특성

p.345

그러나 흥미롭게도 우리 몸세포의 분자는 오로지 한 가지 형태로만 합성된다. 우리가 가진 모든 당분자는 오른손잡이다.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은 전부 왼손잡이다. 루이 파스퇴르가 맨 처음 언급하기를, 진화에 있어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는 왜 생물들이 일반적으로 거울 이미지 대칭구조에서 오로지 한쪽만을 취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이를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패턴놀이를 더 해야 해결될 일인지도 모른다.

            ⇒ 분자의 기하학적 모양이 아니라 분자가 일으키는 편광현상(회전편광)과 관련된 오른손잡이/왼손잡이 개념이다. 이는 책에서 서술한 내용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개념으로서의 접근이다. 저자나 역자의 실수로 보인다.

확인해볼 것

ps. 227~228

우리(저자들)는 대학원 시절 한 물리학자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 이름은 오래 전에 잊어버렸지만 그는 울람처럼 양자방정식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세미나 도중에 누군가가 발표한 방정식이 원자의 상호작용을 너무 느슨하게 서술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그는 의자에 축 늘어져 있었고, 또 누군가의 발표에서 원자들 간의 간격이 지나치게 좁혀진다 싶으면 당장 화장실이라도 가야 할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 했다고 한다. 이런 모습에서 발표자들은 그가 입을 떼기 훨씬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발표에 대한 그의 견해를 ‘읽을’ 수 있었다.

            ⇒ 페르미였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5 comments on “『생각의 탄생』- 로버트·미셸 루트번스타인”

  1. 핑백: Read & Lead
  2. 지금 읽고 있는 책 가운데 하나인데 산지는 꽤 됐는데 이제 1/3정도 읽었네요. 욕실에 들어가 있을 때 한 챕터씩 읽다보니(그리고 욕실에서 읽는 책이 두 개 더 있다보니) 읽는데 백만년 걸리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mnemonic device는 맞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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