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도 단위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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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도 단위에 대한 고찰

우리가 사용하는 각도 단위는 4가지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직선(혹은 평면) 2개 사이에 생성되는 각도 단위가 3가지이고, 일상생활에서는 접하기 힘든 입체각 한 가지가 있습니다.

1. 60분법 : 태고적 수학의 흔적…

60˚의 기하학적 의미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각도(°) 60분법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이다. 이 각도의 유래는 바빌로니아 사람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그들이 사용하던 방식까지 이 글에서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60분법은 정삼각형의 한 각을 60등분하여 1˚로 나타냅니다. 그리고 그 세분화 된 한 눈금을 또 다시 60등분해 1′(‘분’이라고 읽습니다.)으로 나타냅니다. 이를 또다시 60등분하면 1″(‘초’라고 읽습니다)가 되는 것이지요. 초는 다시 세분화해도 60등분으로 나누질 않고, 그대로 소수점으로 읽습니다.
이러한 각도 계산법은 시간과 같은 방식이어서 편리하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실제 과학이나 공학을 계산하기에는 많은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이나 공학에 사용하기 위해 두 번째 방법을 고안해내게 됐습니다.

2. 라디안(Radian, rad) : 수학계산을 위한 단위
라디안은 고등학교 수학을 배운 분들이라면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 라디안이라는 단위를 배울 때 많은 사람들이 상당히 고생을 하죠..^^ 왜냐하면 이미 60분법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초등학교에서 라디안을 배운 후 고등학교에서 60분법 배운다면 똑같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여러분이 초등학교에서 60분법 자체를 배울 때도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라디안을 배울 때의 어려움과 비슷했던 것이 아닐런지???

라디안의 특징은 각도를 실수로 나타낸다는 데 있습니다. 라디안의 뜻은 반지름이 1인 단위원의 원호의 길이에 해당하는 각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한 바퀴에 해당하는 각도는 2π가 됩니다. 그보다 적거나 큰 각도는 이 양을 산술적인 계산을 통해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정삼각형의 한 각의 크기는 한 바퀴를 6등분한 것이므로 2π/6 = π/3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디안 각도가 길이와 같은 단위가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각도를 수식계산에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footnote]60분법은 각도를 계산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삼각함수같은 특별한 함수를 통하여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footnote] 미적분을 할 때에도 아무런 고려 없이 일반 미지수처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라디안을 사용하면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습니다. 예들자면…. 극좌표계에서 나선형 곡선을 그릴 때 라디안을 사용하면 간단하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r = θ

이러한 곡선은 직교좌표계에서는 나타낼 수 없습니다. 비슷한 종류의 곡선들을 직교좌표계에서 간혹 나타낼 수 있다 해도 매계변수를 이용해서 복잡한 형태로 표현됩니다.)

물론 60분법과 라디안 중에 어떤 것은 필요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60분법으로는 나타낼 수 있는 것을 라디안으로는 못 나타내는 경우도 있기때문입니다. 다양성의 중요성이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교육체계에서 60분법을 먼저 배우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3. 밀(mill) : 군사적 실용성 면에서의 개발
‘밀’이란 단위를 몇 분이나 아실까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무례하게 추측해 봅니다. 하지만 각도 단위로서의 ‘미리’라는 단위를 아냐고 물어보면 꽤 많은 분들이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미리는 밀의 잘못된 표현입니다.

밀은 서양에서 만든 군사적인 각도 단위로 빠른 계산을 하는데 편리한 각도체계입니다. 반지름이 1인 원의 둘레길이는 2π이며, 이를 숫자로 바꿔보면 6.28정도입니다. 따라서 1 m 원의 원둘레는 6283 mm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숫자를 다루기 쉬운 6400으로 바꿔 생각하는 것이 밀(mill)입니다. 1 km 밖에 적군이 있고, 전에 쏜 포탄이 5m 빗나갔다면…. 이를 수정하기 위해서 60분법이나 라디안을 사용하려면 매우 복잡할 것입니다. 이때 밀을 쓰면 편리합니다. 1 km 밖에서 5 m 빗나간 것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5 밀만 수정하면 됩니다.

또 밀이란 것이 편리한 것은 절반으로 분리가 잘 된다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64는 1이 될 때까지 2로 계속 나누어지므로 우리는 숫자와 기하에 대한 직감만을 사용해서 계산과 방향을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참고 : 밀이 밀리로 잘못 알려지게 된 것은 실용성에 의한 단위의 혼용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군대에서 사격 훈련할 때 포열을 받히는 포받침대가 포의 중심에서 1 m만큼 떨어져 있다고 해봅시다. (60밀리, 81밀리, 4.2인치, 120밀리, 155밀리 등 포의 크기가 달라지더라도 포의 중심에서 포받침대까지의 거리에 따른 움직여야 할 거리는 비교적 암산하기 쉬운 형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받침대를 움직여 방향을 조정할 때 100 밀만큼 바꾸려면 실제로 거의 100 밀리미터만큼 옮기면 됩니다. 따라서 “100 밀만큼 수정”이라는 지시가 내려왔을 때 “100 밀리만큼 움직여라”라는 식으로 받아들였고, 이후 차츰 밀과 밀리가 혼용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4. 스테라디안(steradian, sr) : 전문가를 위한 입체각

S sr의 기하학적 의미
스테라디안이란 말 자체를 들어보신 분이 거의 없으실 겁니다. 더군다나 스테라디안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해 본 분은 더더욱 없으실 것 같습니다.
스테라디안은 반지름이 1인 단위구의 겉면적을 기준으로 하여 정한 각입니다. 모든 방향들을 다 합하면 4π가 됩니다. 이는 단위구의 겉면적이 4π이기 때문이죠. 원리가 평면각 radian의 기본 개념과 같습니다. 그래서 라디안도 스테라디안처럼 실수로 처리됩니다. 따라서 일반 수식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직선 사이에 생성되는 각과는 달리 스테라디안은 특정한 모양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우리가 실생활에 접하는 각도는 4가지가 있습니다.
60분법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하학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만들어 효율적인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60분법이 실제로는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므로 교육을 통해서 빨리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같은 60진법을 사용하는 시계 단위도 그리 효율적인 것같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우리 후손 중 뛰어난 사람이 나타나서 모든 체계를 다 뒤엎고, 사용하기 편리한 체계만을 사용하게 될 날도 기대해 봅니다.^^

4 comments on “각도 단위에 대한 고찰”

  1. 라디안을 얘기하려면 단위원의 원주 1바퀴가 2pi라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럼 pi는 또 무엇인가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고, 결국 실수체계와 무리수 얘기까지 다 딸려나와야겠죠. 근데 1바퀴가 360도라고 하면, 어쨌거나 정수로 떨어지니까 그 이상 어려운 얘기는 안해도 됩니다.
    교육 과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인것 같습니다.

  2. 각도(degree)표시법은 방향 및 시간과의 고대로부터의 흔적이라고 봅니다.
    1년이 365일이기에 원주를 360등분하고(365보다는 360이 잘 나누어지므로)
    그에 따른 방위를 정하여 시간과 방위를 결합시켜서 운용하는 항법을 보면
    절묘하게 상호변환이 쉽게되는 것을 보고 감탄합니다.
    수천년을 내려오는 방법은 나름대로 생존(?)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kkom 님의 글에 찬탄하는 어느 독자가

    1. 감사합니다. 나름의 경쟁력(잇점)이 있겠죠. 다만 최근(?) 개발된 수식을 이용하는 방법에는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 문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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