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네 잔치날 기념사진

주의 : 임산부 노약자 클릭 금지

5월 19일
지난 5월 19일 해가 뉘엇뉘엇할 때 쯤 카메라를 둘러메고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찔레꽃과 장미꽃 사진은 진딧물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찍은 사진들 중 일부입니다. 찔레와 장미 모두 장미목에 속하는 유사한 식물입니다. ^^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가면서 우연히 발견한 개미네는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가던 길을 멈추고서 개미네를 구경하기로 맘먹었습니다. ^^
대부분의 개미들은 시멘트 갈라진 틈새에 잔뜩 몰려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곳이 개미둥지인 것 같았습니다.
물론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는 개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거의 대부분의 개미들은 입구에 잔뜩 몰려 있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개미네 집은 어지간히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얼추 보이는 개미굴만 다섯 개였는데, 모든 입구에서 개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더군요.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아마도 공주개미와 숫개미가 혼인비행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개미의 혼인비행은 개미가 곤충이며, 말벌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입니다.

혼자서 한참을 돌아다니던 개미는 자기만한 곤충 죽은 것을 발견하고 냅다 물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보기엔 가까워보이지만 개미가 가기엔 정말 머나먼 길일 것 같네요.

개미들이 분주히 오가는 입구에 간간히 엄청난 크기의 공주개미와 작은 숫개미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개미네 잔치가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근의 중학교가 파하여 중학생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대부분의 중학생들은 무심코 지나쳐갔습니다. 위태위태하다 싶었는데 급기야 한 중학생이 모르고 개미네 둥지를 발로 스치면서 지나갑니다.
일부 동료를 잃은 개미들은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갔다가 한참만에야 다시 몰려나옵니다. 중학생들은 이미 모두 지나간 뒤입니다.
날곤충들도 지나가는 동안 개미는 숱하게 몰려나왔다 뒷걸음으로 들어갔다 합니다. 일개미나 숫개미는 뒷걸음으로 개미굴로 되돌아가는데 공주개미는 커다란 몸집 때문인지 뒤걸음으로 가지 못하고 몸을 돌립니다.

결국 두어 시간동안 들락날락하던 공주개미들과 숫개미들은 날아오르지 않았습니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거 보려고 기다리는 제가 다 짜증이 나는데, 개미들은 짜증나지 않았을까요?
결국 개미들은 5시 40분에서 50분 사이에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몽땅 개미굴 속으로 철수를 했습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개미들이 개미굴로 모두 들어가버리자 비둘기가 날아와 무슨 일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 같습니다. 아까 먹이를 발견해 물어나르던 개미는 그제서야 동굴에 도착했습니다.

곤충을 관찰하여 책 『파브르 곤충기』를 쓴 파브르의 관찰에 의하면 개미들이 동굴을 찾는 방법은 오로지 자신이 걸어갔던 길을 암기하여 반대로 따라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만, 갈 때 멈짓거리거나 되돌아갔던 길들까지 그대로 따라 다니느라 시간이 너무많이 걸리네요. 몸집이 작은 개미에게는 효율성보다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나봅니다. ^^

5월 20일
20일은 좀 일찍 점심시간에 카메라를 둘러메고 사진을 찍으러 나갔습니다.
평소처럼 이런저런 사진을 찍으며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전날의 개미네 생각이 나서 같은 장소를 찾았습니다.
20일에는 전날보다 더 많은 개미가 더 넓게 퍼저나와서 날아오를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개미들은 가장 높은 곳(이래봤자 2cm도 채 되지 않는 턱)을 올라가 나란히 열을 짓습니다. 공주개미와 숫개미를 비교해보니 공주개미가 정말 크긴 크네요. ^_^
(중간에 있었던 사진은 대부분 생략합니다. 이녀석들 하도 들락날락을 많이 해서 사진만 수백 장…ㅜㅜ)

가끔 홀로 떨어져 더 높은 곳에 오르는 공주개미들이 있었습니다만 이들도 이내 되돌아갔습니다. 이렇게 다른 공주개미들보다 더 용감하게 높은 곳에 먼저 올라가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유리할까요 불리할까요?
이 공주개미 사진을 보고 있자면 작년(2008년) 이맘 때 전철을 타고 갈 때 내 목 뒤로 떨어졌던 공주개미(-_-)가 생각났습니다. 책을 읽고 있는데 큼지막한 공주개미가 목덜미에 떨어지면 그대로 orz입니다. ㅋㅋㅋ

그러다가 갑자기 한꺼번에 구멍에서 많은 개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디선가 뭔가 신호를 받은 듯 다섯 구멍에서 일제히 쏟아져 나오더군요. 저는 속으로 ‘이제 곧 날아오르려나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ㅜㅜ
이녀석들 전혀 날아오르려 하지 않더군요. ㅜㅜ

그러나 이 이후 개미들의 행동이 좀 달라지더라구요.
전에는 개미가 그냥 때를 지어 사방으로 향해 있었다면 이때부터는 위 사진에서 보듯이 바람을 향해 일제히 방향을 정렬하더군요. 아마 비행시간을 결정할 때 각각 다른 개미집들 사이에 페로몬을 날려보내는 것 같습니다.

위 두 사진을 보면 개미들의 크기를 알 수 있죠? 일개미와 숫개미는 크기가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머리는 일개미가 더 크고, 배는 숫개미가 더 큽니다. 일개미는 일을 하기 위해 턱이 필요했고, 숫개미는 번식을 위해 생식기만 발달시킨 것 같습니다.
반면 여왕개미는 숫개미보다 길이가 두 배에 달했는데, 부피로 보자면 여덟 배에 달하는 크기입니다. 정말 크죠? 어찌보면 무시무시할 정도의 크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같은 집단의 공주개미와 숫개미들의 교미를 막기 위해서 일개미들이 공주개미를 먼저 날려보내고, 그동안 숫개미들이 날아오르는 것을 막는다고 했었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런 것 없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었습니다. 일개미들이 너무 멀리 가는 것을 막고 있긴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자기규제가 되는 상황 같았습니다.

하지만 전날 개미굴로 들어갔을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개미들은 날아오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뭥미? 오늘도 안 날아오르려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개미네는 큰 사단이 일어납니다. 어제처럼 중학생들이 파하여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20일 저녁에는 전날처럼 몇 마리가 죽는 수준이 아니라 한 학생이 개미들을 큼지막하게 밟아버려 수백 마리가 죽어버렸습니다. 모여있던 개미들은 혼비백산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고, 원래 개미굴을 찾아다니다 포기한 공주개미 한 마리가 갑자기 날아올랐습니다. 그러자 사방에서 공주개미들과 숫개미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신호가 있었기 때문에 날아오른 것같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한 마리가 날아오르자 수많은 공주개미와 숫개미들이 날아오르기 위해 분주해졌습니다. 숫개미는 작기 때문인지 개미굴에서 바로 날아오르는데 공주개미는 일단 높은 곳을 찾아 최대한 높은 곳에 오른 뒤에 날개짓 연습을 한참 하고 날아오릅니다.
사진은 엉뚱한 곳으로 가는 공주개미를 손에 올려놓고  높은 곳으로 올린 다음 찍은 것입니다.

열 마리도 넘는 개미들을 손끝에서 날려보내고도 진짜 날아가는 공주개미를 촬영하지는 못했습니다. 진짜 날아오르는 장면은 언제 날아오를지 종잡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날개 퍼덕이는 사진만 잔뜩…ㅋㅋㅋㅋ
공주개미들이 날개 연습을 하는 것을 보니 비슷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연습을 할 때는 한참을 날개짓을 한 뒤에, 막상 진짜 날아갈 때는 단번에 날아오르더군요.

물론 제가 촬영을 그만둔 뒤로도 오랫동안 개미들은 날아올랐습니다. 단지 너무 어두워졌고, 카메라의 메모리가 가득 차서 더이상 찍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촬영을 그만둔 것이었습니다.

6월 3일
개미네 잔치가 끝난 뒤 이주일쯤 흐른 뒤에 살펴보니 일개미들은 아직도 개미굴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공주개미들은 어디선가 여왕개미가 되어 새로운 왕국을 건설할 첫 번째 일개미들을 만들고 있을 것입니다. 숫개미들은 이미 이 세상 개미가 아닐테구요….
원래의 동굴에 남은 것은 일개미와 원래의 여왕개미 뿐….!!!!

이틀동안 개미들의 잔치를 보면서 두 가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1. 준비가 되었더라도 위기(변화)가 없으면 도약하기 힘들다.
2. 준비는 반복해서, 실행은 단번에~!!

이틀동안 호기심 때문에 지켜봤지만, 많이 지겨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내심 덕분에 개미가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개미는 오늘날도 가장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생물 가운데 한 종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2011.04.26 추가

이 개미는 일본왕개미라고 합니다. 트위터 @ 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One thought on “개미네 잔치날 기념사진

  1. 개미의 진화(날개없는 곤충들의 진화-역설적이게도 날개의 퇴화)는 흥미롭습니다. 날개가 두 쌍이 아닌 한 쌍만 남은(혹은 한 쌍만 발달한) 곤충들도 흥미롭구요. 날개 없는 곤충->날개 있는 곤충으로 진화했는지, 날개 있는 곤충->날개 없는 곤충으로 적응했는지도 그렇고.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