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0만 년 전에 일어난 K-Pg 대사멸의 원인이 그동안 칙슐립 운석공을 만든 운석이라는 설이 대세였다. 앞으로도 계속 대세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진행된 연구에서 대규모 화산폭발이 대사멸과 때를 맞춰서 진행됐다는 게 밝혀졌다고 한다. (이 이론이 맞는지부터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음…
문제는 이거다.
- 운석충돌로 대사멸이 일어났다면, 왜 운석이 충돌할 때마다 대사멸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 화산폭발로 대사멸이 일어났다면, 그렇게 대규모 화산폭발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1 번은 어지간한 운석이 떨어져도 진지구에 퍼져 살던 생물을 거의 전멸시키기는 힘들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물론 큰 운석이 떨어질 때마다 많은 생물이 사라진 건 사실이지만…..
또한 2 번은 대규모 화산폭발이 일어나려면 기존의 평범한 화산 폭발과는 다른 매커니즘이 필요하다. 맨틀에서 열을 끌어모아서 폭발시키는 정도로는 우리가 역사상 보아온 대형분화보다 좀 더 강한 정도의 화산폭발 정도가 다일 것이다. 물론 그런 정도였던 토바화산 분화으로도 인류는 멸종할 뻔하긴 했다. 그러나 그건 인류가 당시에 아주 협소한 지역에만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위기였다. 전지구에 퍼져 살고 있는 오늘날, 인류를 초토화시키는 규모로 화산이 폭발하는 건 어렵다. (당시 토바화산 분화가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사멸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내 생각에는…..
우선 운석이 떨어졌고, 그 에너지가 대척점(antipole)에 몰려가서 구멍을 뚫는 것이다. 이 구멍이 맨틀 깊숙히 뚤리면 시간이 지난 뒤에 그 구멍으로 많은 용암이 상승할 것이다. 먼저 운석이 떨어져서 생태계에 타격이 가해진 상황에서 용암이 대규모로 상승하면 용암대지 같은 것이 생기는데, 워낙 많은 용암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전지구가 초토화하기 쉽다.
그러면 운석공과 용암대지가 반대방향에 있는 경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건 대륙이동 때문에 모른다. 단순히 추측하기에는 공룡이 멸종됐을 때는 칙슐립 운석공과 인도의 데칸(이었나?) 용암대지가 거의 같은 시간에 생겼으며, 위치도 서로 대척점이다.
가장 심각한 대사멸을 유발한 건 시베리안 트랩(시베리아에 형성된 최대규모의 용암대지로, 이때 분출된 용암을 모두 모으면 북아메리카를 3000 km 두께로 덮을 수 있다고 한다.)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시베리안 트랩의 대척점인 남극에는 지구에서 가장 큰 운석공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해당 지역이 두꺼운 빙하로 덮여있기 때문에 아직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