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동물원을 만들 수 있나? -《쥬라기 공원》NG 1


<쥬라기공원>(Jurassic Park)은 1993년 나온 영화로서, 당시의 공룡에 대한 과학적 정보들을 거의 다 끌어모은 영화라고 해도 틀림이 없다. 거기다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을 최초로 동원되어 애니메이션이나 그레이메이션이 아닌 실사처럼 보이는 공룡을 최초로 구현한 영화다. 컴퓨터그래픽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만든 전설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개봉한 뒤에 호박에 대한 관심이 급등하여 호박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치솟는 연구비 때문에 고생했다는 후문이 들렸을 정도다.
그 이후 세 후속편이 만들어졌고, 모든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였다. 이 글은 <쥬라기공원> 1편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것이다. 후속편들은 각자 알아서 살펴봐 주시길 바란다.

기본적인 논의거리 1
쥬라기 공원의 공룡들은 쥬라기에 번성했는가?
영화 <쥬라기공원>에 출연하는 공룡 출연진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티란노사우르스(Tyrannosaurus), 벨로키랩토르(Velociraptor) 등의 일부 공룡이 공룡 출연진의 주연을 맞으면서 많이 출였했고, 나머지 공룡들은 단역으로 출연한다. 이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1. 티란노사우르스(Tyrannosaurus)
티란노사우르스 중에 티란노사우르스 렉스(Rex)는 육식공룡 중에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아파토사우르스나 뒤에 설명드릴 브라키오사우르스 등을 공격하여 잡아먹었을 정도로 큰 크기를 갖고 있다. 대략 12~13m 정도의 크기에 몸무게는 6톤 이상이었다. (연구자들에 따라 10톤 이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빨의 크기만 하더라도 하나에 15~20cm 정도의 길이가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양안시, 달리는 속도 등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공룡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30~40km/h 정도의 속력으로 달리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화석을 보고 싶으면 과천국립과학관에 보러 가자. 모습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영화를 보면 지겹도록 볼 수 있으니 한참 아래의 “공룡이 지구를 점령했을 때….” 이미지 한 장으로 만족하자.
서식기간은 백악기 말, 공룡이 멸종하기 전 수백만 년동안 서식했다.  즉 쥐라기에는 살지 않은 공룡이다.

티란노사우르스는 얼마 전까지는 독립생활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최근들어 발견된 화석의 증거에 의해서 무리생활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어지고 있다. 사자가 무리생활을 하는 것과 많이 비교되고 있다. 더군다나 어렸을 때는 원시깃털[footnote]오늘날 포유류의 털처럼 갈라지지 않고, 한 올씩 생긴 깃털[/footnote]로 온 몸이 뒤덮힌 모습이지 않았을까 예상하고 있다.
쥐라기 후기에 살았던 육식공룡으로는 알로사우르스(Allosaurus)가 있다. 이 녀석도 티란노사우르스만큼이나 크고 강력했다.

2. 벨로키랩토르(Velociraptor)
랩터로 보통 알려진 벨로키렙토르는 소형 육식공룡이다.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크기가 작기 때문에  집단으로 사냥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을 끝까지 쫒아다니면서 사람을 잡아먹던 공룡들이다.[footnote]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 티란노사우르스는 영화에서 한 명밖에 잡아먹지 않았다.[/footnote]
영화에서 나온 벨로키랩토르의 습성이나 능력 등은 모두 소설적 가정일 뿐이다. 착각하지 말자!!! 실제로는 어떤지 아무도 모른다.
영화에서와는 다르게 벨로키랩토르는 깃털을 갖고 있었다. 백악기에 살았고, 쥐라기에는 살지 않은 공룡이다.

3. 브라키오사우루스(Brachiosaurus)
영화에 가장 먼저 출연한 거대한 몸집의 초식공룡이다. 뒤에도 한 차례 더 등장한다. 몸집이 어마어마하다.

네 발로 서서도 닿는 곳의 나뭇잎으로 두 발로 서서 자세를 멋지게 취해주는 영화배우 브라키오사우르스!
크기는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지만, 영화상에서는 네 발로 섰을 때 머리의 높이를 9m로 설정했다. 키가 거대해서 몸무게도 역시 많이 나간다. 40톤 이상 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시기는 쥐라기 후기에서 백악기 초기로 추정된다.

하지만 위 장면은 한 가지 NG를 갖고 있다. 브라키오사우루스는 크기가 너무 커서 절대로 두 발로 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 정도의 크기라면 한 번 넘어진 뒤에는 뼈가 부러지는 등의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코끼리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동시에 땅에서 두 발을 떼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브라키오사우르스가 코끼리보다 네다섯 배는 큰 몸집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저런 행동은 (약육강식의 생태계에서라면) 자살행동이나 진배없을 듯 싶다.

또한 영화에서는 머리의 꼭대기에 콧구멍이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두개골의 꼭대기에 두 구멍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그 위치에 콧구멍이 있는지는 명확지 않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보통 동물처럼 입 바로 위에 있다고 한다.)

4. 갈리미무스(Gallimimus)
갈리미무스는 4~6m의 키에 아주 거대한 타조처럼 보이는 공룡이다. 각종 자료에 몸무게가 440kg 정도일 것이라고 나오고 있지만 타조와 비교했을 때 몸무게를 너무 적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footnote]한국영화 <괴물>(host)에서도 괴물의 몸무게를 450kg이라고 설정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정도의 몸무게가 무리인 것은 괴물이 황소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큰 황소의 경우 800kg이 훨씬 넘는 것들도 많다. 따라서 괴물의 몸무게를 너무 적게 잡은 것이다. 이러한 지적이 있어서인지 일본에서 공개할 때는 괴물의 몸무게를 2t으로 설정했다.[/footnote] 초원에 무리지어 살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갈리미무스는 빠른 순발력과 70km/h의 최고속력을 갖고 포식자를 피해 도망다녔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에서 티라노사우르스를 피해 철새처럼 도망가는 모습을 생각하면 딱이지 않을까?

갈리미무스(Gallimimus)
생존연대는 백악기 후기로서 티라노사우르스나 트리케라톱스라는 공룡의 대명사와 함께 살았다. 역시 쥐라기에는 살지 않은 공룡이다.

5.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나오는 아파서 퍼질러져 있던 공룡 출연자다. 공룡 중에 두 번째로 나온다.
역시 공룡답게 크기가 거대했는데, 몸집이 9m에 이르기도 했다. 가장 큰 특징은 얼굴에 있는 세 개의 큰 뿔인데, 뿔의 크기가 1m에 이르는 것도 있다. 그리고 뿔 뒷쪽으로는 넓은 뼈가 존재했는데, 목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구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에선 작게 나왔다. 새끼였을까?
조상인 프로토사우르스는 뿔이 거의 없고, 목 위로 넓은 뼈만 존재했는데, 크기는 매우(?) 작았으며, 동아시아에 생존했다. 그러나 점차 뿔도 크고, 몸집도 크게 진화하여 백악기 말에는 아메리카 대륙에 넓게 분포하여 살았다. 트리케라톱스도 쥐라기에는 살지 않은 공룡이다.
티란노사우르스와 함께 백악기 후기에 살았기 때문에 자주 만나지 않았을까 예상된다. 티란노사우르스와 트리케라톱스의 쫒고 쫒기는 모습을 보면 마치 아프리카의 사자와 누의 경쟁처럼 보이지 않을까?

※ 영화 개봉 당시 과학잡지「과학동아」에 트리케라톱스의 복원모습이 박물관의 것과 다르다고 비판하는 어떤 지질학 교수의 글이 실린 적이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박물관의 것이 옳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항상 전문가의 견해에도 오류가 쉽게 발생됨을 주의해야 한다.

6. 딜로포사우루스(Dilophosaurus)
공룡 샘플을 훔쳐 도망가는 프로그래머 네드리를 뒤쫒던 목도리도마뱀같은 공룡이라고 하면 영화를 보신 분들은 모두 기억하실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육식공룡인데, 영화와는 다르게 거대한 몸집을 하고 있었다. 키는 5m 이상, 몸무게도 소만큼 많이 나갔다. (갈리미무스처럼 몸무게 추정치를 너무 작게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크기 문제는 그냥 새끼라고 생각하고 너그러히 넘어가자. 눈 위에 두 개의 판이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영화에서 나온 목도리도마뱀의 목도리같은 것이거나 독이 든 침을 뱉는 것은 원작자의 소설적 상상이다.

6m짜리 공룡이 차에도 타고 있다. 딜로포사우르스(Dilophosaurus)도 새끼였을까?

쥐라기 전기에 생존했던 공룡이므로 다른 공룡들도 별로 크지 않았을 때의 공룡이다. 따라서 당대에는 매우 강력한 포식자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7. 파라사우롤로푸스(Parasaurolophus)
파라사우롤로푸스는 물가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이다. 뒤통수 쪽으로 긴 관이 있는데, 이 관으로 노래를 부르던 공룡이 아닌가 여겨지고 있다. 영화에서는 브리키오사우스르와 함께 호수가에 머무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그러니까 공룡 출연진 중에 최단시간 배역을 맡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몸 길이는 10m 안팎으로 대형 공룡이다. 영화상에서 자그마한 애기처럼 나오는 것은 아마도 옆에 있던 브리키오사우르스가 워낙에 큰 공룡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른쪽의 작은 공룡이 파라사우롤로푸스(Parasaurolophus)다.
생존 연대는 백악기 후기로 티란노사우르스의 생존 연대와 거의 비슷하다. 역시 쥐라기에는 살지 않은 공룡이다.

※ 참고로 영화상에서는 티란노사우르스는 안 움직이면 못 보고, 벨롭키랩토르는 안 움직여도 본다고 나온다. 이는 영화 주인공이 처음부터 알고 있다는 식으로 나오는데, 사실은 화석만으로 이런 것을 알 수 있을 리 없다. 그냥 영화 진행상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야 한다.

공룡 출연진들을 살펴보니 느낌이 어떤가? <쥬라기공원>(Jurassic Park)보다는 <백악기공원>(Cretaceous Park)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영화제목이지 않을까?[footnote]사실은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실수가 아니라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서 공룡을 추가/삭제하다보니 이렇게 엉뚱한 결과가 됐다.[/footnote]

Comming Soon~~ <백악기공원>

기본적인 논의거리 2
공룡을 복제해내면 살아남을 수 있는가?
영화에선 호박 속에 남아있는 모기화석에서 공룡의 피를 추출해 공룡을 복제해낸다. 사람 피에서 DNA가 포함된 세포는 백혈구 정도 뿐이지만, 공룡같은 파충류의 경우는 적혈구에도 세포핵이 남아있기 때문에 비교적 DNA를 추출하는 일이 쉬울 것이라는 것이 전문 과학자들의 예상이다. 다만 아무리 적혈구에 세포핵이 남아있어 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최소 6500만 년의 시간동안 파괴되지 않을 확률은 극히 낮으니 결국 복제할 수 있는 핵을 찾을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공룡의 세포핵을 찾아낸다면 복제해서 멋진 공룡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한 번 생각해보자.

1. 기온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는 기후가 지금보다 훨씬 따뜻했다는 것이 옛날 학설이었다.[footnote]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80년대의 과학책에는 공룡은 알을 아무 곳에나 낳고 돌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워낙에 따뜻해서 혼자서 부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공룡은 매우 느릿느릿 움직이는 생물이었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자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생각이다.[/footnote] 만약 예전 학설대로 공룡이 따뜻한 지역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면, 쥬라기공원은 열대지역에만 건설할 수 있었을 것이다.
중생대에도 지구는 둥글었고, 더운 곳에서부터 추운 곳까지 다양한 환경이 있었다. 공룡시대에도 아프리카는 더운 편이었고, 남극은 지금처럼 영하 수십 도로 춥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눈이 올 정도의 기후였다. 그런데 공룡화석은 모든 대륙에서 발견된다. 즉 열대에서부터 냉대까지 모든 환경에 적응했다는 이야기다. 만약 공룡이 옛날 학설대로 따뜻한 곳에서만 살 수 있어서 열대에서만 적응해 살았다면 나머지 영역은 포유류가 번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모든 대륙에서 포유류는 공룡에 비해서 번성하지 못했다. 이는 공룡이 지구 전체의 기후에 적응해 살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기온에 따라 쥬라기공원이 성공할 것이냐 실패할 것이냐를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룡이 살아가던 기온은 각기 달랐을 것이므로 공룡을 한 섬의 야외 우리에 가두고 키우는 일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현생 동물로 동물원을 만드는 일도 어려운데, 공룡으로 과연 가능할까?

2. 산소농도
식물이 대형화하던 고생대와 중생데는 대기중에 산소의 함량이 매우 높았다. 현재 추정치는 고생대에는 약 30~40%까지 올라간 기간이 있었고, 중생대에는 약 30% 정도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아직 학자들간에 치

출처 : 이글루스 모기불통신
열한 논쟁중이므로 이 글에서 딱 잘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고생대나 중생대에는 지금보다 높은 농도의 산소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당시에 대기에는 산소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농도 또한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오늘날에 약 80%나 차지하는 질소는 당시 지구에는 훨씬 적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산소의 농도는 직접적으로 동물의 크기에 영향을 준다.
지구 역사상 가장 산소의 농도가 높았던 3억 년 전의 고생대에는 각종 곤충과 절지류가 거대화되었다. 잠자리가 60cm 이상 성장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곤충은 핏줄이 없기 때문에 산소 전달능력이 부족하고, 그래서 높은 산소 농도에서만 거대화될 수 있다. 고생대 이후 곤충의 크기가 작은 이유는 다시 고생대의 산소 농도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대기중의 산소농도가 높아진다면 곤충은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중생대에 산소의 비율이 지금보다 높았기 때문에 공룡이 거대해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더군다나 공룡같은 파충류는 포유류보다 훨씬 더 발달한 호흡기관을 갖고 있다. 그런데 산소의 농도까지 높다면 몸집을 키우는 일은 비교적 쉬웠을 것이다. 또한 중생대에는 이산화탄소가 오늘날보다 500배 이상 많았는데 이는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여 공룡들에게 풍부한 먹을거리를 제공했다. 물론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빨리 성장한 식물들은 상대적으로 영양분이 적다.[footnote]비닐하우스에서 빨리 재배한 작물들이 영양분이 적은 것과 비슷하다.[/footnote] 따라서 공룡들은 많은 식물을 먹어야 했을 것이고, 위장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 몸집이 점점 더 커졌을 것이다. 물론 초식공룡을 잡아먹어야 하는 육식공룡들도 동시에 커졌다.

그러나 공룡의 호황기는 KT경계[footnote]놀랍게도 위키피디아에 아직까지도 KT경계 항목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KT경계는 우주에서 운석이 지구 유카탄 반도에 낙하한 사건으로 전 지구에 쌓인 지층에 동일한 층이 형성된 것을 말한다. 대체적으로 KT경계를 중생대와 신생대를 나누는 지질학적 기준점으로 여기고 있으며, 최근 나온 학설에 의하면 운석이 한 번 떨어진 것이 아니라 50만년을 사이에 두고 두 번 떨어진 것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제시된 각종 증거를 살펴보면 최근의 학설에 더 믿음이 간다.[/footnote]를 만든 대사건을 계기로 끝맺는다. KT경계 사건 이전 몇백만 년 전부터 공룡들은 서서히 멸종하기 시작하여 KT경계 사건이 일어날 쯤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있었다. 산소의 농도의 감소와 속씨식물의 번성에 적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공룡을 다시 복제하여 야외 우리에 넣어둔다면 평소에 숨쉬기가 힘들어 헐떡거릴 것이다. 오늘날의 대기 산소 농도 21%는 거대한 공룡이 숨쉬기엔 훨신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이 고산지역으로 갔을 때 헐떡거리는 모습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날 공룡의 후손인 새는 포유류보다 뛰어난 호흡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집이 커지지 않는다. 물론 공룡이 멸종한 뒤 유리한 상황에 있던 조류가 번성할 수 있는 호기를 먼저 잡았었다. 신생대 에오세[footnote]KT경계 사건 이후의 두 번째 지질시대, 지금으로부터 5400~3800만 년 전까지의 기간[/footnote]에 ‘디아트리마’라는 거대한 육식 새가 전 세계 대부분의 대륙을 지배했다. 그러나 키가 2.25m였던 디아트리마는 행동이 굼떠서 몸집이 절반밖에 안 되는 하이에노돈과 경쟁하게 됐을 때 멸종한다. 일단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몸집을 키운 포유류는 조류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 아닐까?

만약 거대한 몸집의 공룡이 KT경계 사건 속에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이후 찾아온 산소의 감소 때문에 계속 살아남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마찬가지로 그 공룡들을 지금 부활시킨다고 하더라도 호흡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3. 미생물
최근 신종플루라는 질병이 인간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경과만 살펴봤을 땐 질병의 위험성이 좀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튼 이런 질병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신종플루가 아니더라도 1917~1919년 사이에 전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독감같은 질병은 많이 있다. 1340년에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유럽의 인구의 40%를 죽인다. 만약 이런 질병이 두세 개만 동시에 오더라도 인간이란 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페인독감같은 질병은 100년동안 서너차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공룡을 부활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생물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공생하는 미생물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소화의 효율성이나 질병 면역력 강화 등으로 도움을 준다. 생물은 공생하는 미생물을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많은 방법을 만들어내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뽀뽀나 먹이 물어주기같은 방법이고, 코알라의 경우 아기에게 똥을 먹인다. 공생하는 좋은 미생물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룡의 경우는 어떨까? 6500만년 이상의 시간을 뛰어넘어 재창조된 공룡은 우선 공생할 미생물을 찾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6500만 년 전이었다면 꼭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않아도 주변에 많이 있었을텐데,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는 거의 사라졌을 것이다.
거기다가 6500만 년동안 등장한 새로운 병원균들은 공룡들에게 질병을 일으킬 것이다. 100년에 1가지 질병이 생겨났다고 하더라도 6500만 년이라면 65만 개의 치명적인 질병이 존재하는 셈이다. 물론 공생하는 미생물의 경우에서처럼 병원균도 비슷한 비율로 사라진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진실이라면 영화의 3편까지 공룡이 번성하는 것이 아니라 1편 도중에 질병에 걸려서 비실거리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아주 유명한 영화 <화성침공>의 경우에 지구를 침략한 화성인이 결국 지구의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하고 죽어간다는 내용이었는데, 공룡이라고 별로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꼭 그러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고대 화석에서 나온 새우의 알을 부화시켜 잘 키운 과학자가 있었던 것을 상기해보자.

공룡이 지구를 점령했을 때....

다음 글에서는 영화에서의 소소한 영상 또는 설정의 NG를 살펴보자.

One thought on “공룡 동물원을 만들 수 있나? -《쥬라기 공원》NG 1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