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반교 : 디텐션] (강스포)

공포영화라며 대만에서 만들어진 영화 반교:디텐션返校:Detention이 개봉했다. 여러 가지 타이틀이 따라다니는데, 그런것 다 필요 없다. 공포영화라 생각하고 들어갔던 많은 이들이 눈물짖게 만들었다는 영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가서 봤다. 그래도 몇 가지 문제는 풀리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풀렸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영화 자체만 살펴보자.


영화를 시작하자마자 학생들의 등교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누구나 딱 보자마자 떠오르는 영화가 있을 것이다.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The Great Dictator를 오마주한 것이다. 이 영화가 어떤 걸 말해주는지 보여준다.

그 뒤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팡루이신, 웨이중펑, 장 선생이라는 중요한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나는 처음 보면서 중국영화 [색, 계]Lust, Caution와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는 일본의 침략에 맞서 조국(중국)을 지키고자 했던 한 여인 왕 치아즈(탕웨이 분)가 결국 암살하고자 했던 일본 장교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완전히 달랐다. 사실 이 영화를 떠올린 건 이런 내용의 영화에서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다.

곧, 웨이중펑과 함께 무언가에게 쫓겨 학교에서 도망다닌다. 등불을 들고 다니는 얼굴없는 괴물이다. 팡루이신은 운동장 옆 풀섶에서 비석을 발견한다. 웨이중펑은 언제 이 비석이 생겼는지 의아해하는데, 같이 있던 팡루이신은 그 비석에 자기 이름이 붉은 글씨로 세겨져 있다는 걸 본다.

영화 분위기는 대략 이렇다.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서 장 선생과 팡루이신의 만남이 나온다. 1962 년. 중간에 무언가의 이야기가 더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둘은 밀회를 즐기기 시작한다. 동료 여교사는 이런 장 선생의 행동을 알아채고는 그러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사랑은 멈추라고 멈출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집안 반대로 헤어진 연인은 결국 죽을 때까지 서로를 잊지 못한다. 이들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계속 만난다.

데이트중인 장 선생과 팡루이신

장 선생이 수선화를 그리면서 팡루이신에게 하는 말하는 게 뜻깊다.

수선화는 단순하고, 자기속에 살고, 남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아서 좋아.

아무튼 장 선생은 학교에 비밀리에 독서클럽을 만들고, 몇 명의 학생에게 금서를 가르치고, 팡루이신은 비밀리에 그걸 배운다. 문제는 그 금서를 누가 정부당국에 꼬질렀느냐 하는 것이다. 영화는 이것에 대해서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다.

비밀 독서클럽

(주의 : 강스포)

영화는 전개과정에서 많은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이런 것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독재로 인해 자유가 억압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피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 중에서 실제로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 나라는 전부 피가 흩뿌려진 사건을 역사 속에 갖고 있다. 우리나라라면…. 3.1운동부터 광주민주화운동까지…. 예상치 못한 사고인 세월호 침몰사고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그러나 장 선생이 만들었던 비밀의 독서클럽은 누군가가 [고민의 상징]이라는 금서를 정부당국에 꼬지르고, 결국 장 선생과 모든 학생이 체포되기에 이른다. 이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고문으로 하나하나 죽어간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웨이중펑.

‘살아있어야 희망이 있다.’

그러나 막상 금서를 정부당국에 넘긴 것은 팡 루이신이었다. 아버지가 의심받아 정부당국에 체포되자,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금서를 넘긴 것이다. 독재자에게 대항하는 일은 결국 내부로부터의 붕괴가 가장 큰 위험이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았다. 보통 독재자는 그걸 노린다. 역사적으로 등장하는 의대의 사이코패스 히틀러로부터, 우리나라에 있었던 사이코패스인 이승만, 박정희….. 심지어 이명박도 이걸 이용해먹었다.

팡루이신의 표정이 참 미묘하다!

아무튼….. 이리저리 쫓기다가 결국 얼굴 없는 괴물에게 잡힌 팡루이신은 용기를 내어 얼굴 없는 괴물의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자 어찌된 일인지 독재자의 얼굴이었던 거울에 금이 가고, 곧 산산조각나면서 사라진다.

라는 역사적 교훈을 남기며 이렇게 끝났다. 음… 말하자면 계몽주의적인 영화였다.

독재를 유지하는 힘은 곧 사회 구성원의 암묵적 묵인에서 나온다.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웨이중펑.

수십 년이 흘러, 학교가 폐교되고, 남에게 팔리고, 철거될 때쯤에서야 장 선생의 묘소를 찾는다. 그리고 학교를 찾아간다. 그리고…. 숨겨진 금서 [고민의 상징]과 함께 숨겨져 있던 편지를 찾아 꺼낸다. 장 선생이 마지막으로 고문실로 가며 팡루이신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던 편지다.

이 편지를 꺼내어 들고 의자에 앉았는데, 탁자 맞은편에 팡루이신이 앉아있다. 그런데 팡루이신의 모습은 1962 년의 바로 그대로였다. 잠시 어리둥절…..

편지 내용은 이렇다.

흰 사슴이 수선화에게

이 생에서는 인연이 없으니
다음 생에서 만나자.

– 자유에게

팡루이신의 모습이 변하지 않는 건…. 팡루이신이 자유였기 때문이다. 장 선생은 평생을 자유를 갈구하면서 살았지만, 결국엔 자기가 죽을 때까지 자유를 만날 수 없음을 깨닫고는 [고민의 상징]을 숨기면서 편지도 같이 써놓았던 것이다. 팡푸이신의 모습은 자유라는 존재를 처음 깨달았던 그때의 각자의 이상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팡루이신은 누구에게나 한 명씩 존재하고, 모습이 각기 다르며 또한 같다. 결국 철학적 사고를 하기 시작하는 10대 후반의 모습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가 시작할 때 교정 풀섶에 있던 비석에 팡루이신이라 적힌 비문이 보인 이유… 도중에 전화가 걸려왔을 때 팡루이신만 들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래서이다.

얼굴 없는 괴물의 얼굴을 보자 거울로 되어있던 얼굴이 박살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내가 보았던 모든 공포영화 중에 최고점을 준다.

5 점 만점에 ★★★★

정확히 4.2 점으로 기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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