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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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배달되어 온 「Kisti의 과학향기」 메일 예전것을 살펴보고 있었다. 예전것을 살펴보면 다른 이들의 의견도 볼 수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니까 배달 즉시 읽지 않고, 시간이 몇 달 지난 다음에야 읽는 것이 습관화 되어있다.
그래서 철지난 Kisti의 과학향기의 내용으로 가끔 과학 이야기에 글이 올라가는 것이다.

오늘은 어떤이의 댓글을 살펴보려고 한다. ‘현대인도 놀라는 고대 발명품들’이라는 9월 28일 글의 댓글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붙어있다.

김진수 – 2005-09-29
과학과 기술의 패러다임 문제입니다. 사회가 요구하지 않는 학문과 기술은 그 발상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 사회에 공헌하지 못합니다. 헤론이나 아르키메데스가 19세기에 태어났더라면 에디슨 못지 않은 공헌을 했을 테지요.

사회가 요구하지 않는 학문과 기술은 정말 아무런 공헌을 하지 못한 것일까?

이런 것을 한번 생각해 보자.
일반인에게 꽤 알려진 스티븐 호킹의 이론 중에는 ‘블랙홀의 증발이론’이 있다. 아인슈타인의 중력법칙에 의하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천체인 블랙홀이 양자역학이 예견하는 양자요동 때문에 크기(또는 질량)과 관련된 양만큼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그의 이론이 상당히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이론은 맞는지 검증할 방법도 없을 뿐더러 설혹 증명된다고 해도 일상생활에는 전혀 쓸모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블랙홀을 하나쯤 집에 두고 활용할 정도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사람들이 왜 이 이론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생각되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유명한 것이 진짜 많으므로) 두 가지만 골라서 살펴보고, 아인슈타인과 관련 없는 이론 하나를 추가로 살펴보자.

1. 상대성이론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상대성 이론은 사회가 요구하는 쓸모있는 이론이었을까? 유감스럽게도 상대성이론은 당시로는 쓸모없는 공상같은 이론이었을 뿐이다. 아인쉬타인의 이론들로 제일 처음에 한 것은 원자폭탄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건 설명하자면 좀 복잡한데, 원자폭탄이 상대성이론을 갖고 만든 것은 아니다. 그냥 아인슈타인이 1905 년에 5 번째로 발표했던 논문에 나오는 E=mc2 방정식을 이용했을 뿐이다. (이론적으로는 디렉의 원자모형을 만드는데 주축이 되는 두 이론 중에 하나였을 테지만…)

상대성이론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물건은 GPS 계통의 기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구의 공간휨 현상으로 인해서 인공위성에서 보내는 신호가 약간씩 달라지면서 지구로 들어온다. GPS에서는 그 신호를 보정해서 정확한 위치를 몇 cm단위까지 계산해 낸다. 상대성이론이 없었으면 이 오차를 보정할 방법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론적 뒷받침 없이 수없이 실험해서 수표를 만들어 사용해야 했을 듯 싶다.

2. 레이저 발진이론

아인슈타인은 레이저Laser 발생의 원리에 관련된 이론도 만들었다. 다수의 들뜬 전자가 포함된 물질 속에서 연속된 전자기파의 발생에 기인한 빛의 중첩이 있을 수 있다는 논문을 1922 년에 발표했다. 그러나 이 논문은 그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사장되다시피 했다. 이 논문이 빛을 본 건 40여 년이 지난 뒤에 전자현미경을 수리하던 휴즈 연구소의 메이먼T. H. Maiman이 우연히 레이저를 발진시킨 뒤부터다. 이렇게 우연히 레이저가 발견되기 전에 아인슈타인이 그의 이론을 사회가 요구하는 학문이나 기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파기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레이저가 발견된 다음에도 이 현상의 이론적 배경을 해결하고, 응용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최소한 몇 년은 더 필요했을 것이다.

3. 양자홀효과

홀효과Hall effect는 19 세기 마지막에 홀이란 사람이 생각해냈다. 도체를 자기장 안에 두고, 자기장과 수직인 방향으로 전기를 흘려준다. 그러면 전기가 도선에 골고루 퍼져서 흐르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쳐 흐른다. 어느쪽으로 치우치는지를 측정하면 도체 내에서 전기를 전달하는 입자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실험에 의하면, 금속 안에서 전기를 전달하는 입자는 양전하가 아닌 음전하, 즉 전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덮어두었다. (하지만 지금도 새로운 도체를 발견할 때 전기를 전달하는 전하가 무엇인지 측정할 때 쓰인다.)

이 문제를 다시 꺼낸 사람은 클라우스 폰 클리칭Klaus von Klitzing이다. 클리칭은 극저온의 도체에 가해주는 자기장을 높이면 홀효과가 불연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현상을 양자 홀 효과QHE; quantum Hall effect라고 하며, 1984 년에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됐다. 이 효과로 인해서 전기저항 국제 표준이 새로 제정되었고, 현재로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반면, 이를 좀 더 세밀하게 연구한 대니얼 추이Daniel Chee Tsui; 崔琦, 호르스트 슈퇴르머Horst Störmer와 아서 고서드Arthur C. Gossard‘분수 양자홀효과’=반정수 양자 홀 효과; fractional quantum Hall effect라는 것을 1982 년에 발견한다. 강력한 자기장(보통 수~십수T) 속에서 양자홀효과는 세분화되어 e2/h의 1/홀수 형태로 나눠진다. 강한 자기장 속에서 전자의 유효전하가 작아지는 현상이다.(이거 계산이 좀 복잡하다.) 분수양자홀효과를 발견한 사람들은 1998 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는다.

여기서…. 양자홀효과까지는 필요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분수양자홀효과는 무슨 필요성이 있었을까? 노벨상을 받은 실험이지만, 아직까지는 분수양자홀효과의 실용적인 면은 전혀 없다. 위의 김진수 님 말씀이 맞는다면, 노벨상 수상을 선정하는 사람들은 이 실험의 어떤 면에 대해서 노벨상을 준 것일까?


이처럼….
당장 실용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당장 당신들이 사용하는 편리한 기구들이 풍성하게 나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당장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의 패러다임이 문제가 되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 옆에 있던 사람이 그것을 보고 새로운 유용한 일을 했다면, 개발한 사람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분명히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 것이니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장 눈 앞의 이익이 안 되는 것들을 좇는 사람들을 부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오히려 발전의 속도는 더뎌질 뿐이다.

4 comments on “과학과 패러다임!”

  1. 공감합니다.

    과학이론과 응용과학은 한배를 타고가는 것 같지만 목적지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시대적 효용도를 저울질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학의 발전을 거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과학이론과 특허는 상업성에 근거해 전혀 다른 가치판단의 기준을 제시 합니다.
    특허가치의 현시화의 요청은 시대적 환경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2. 역사를 공부하는 입장으로 보면 역사도 같은 것 같네요..
    각 시대마다 역사적 사건이 가지는 의미는 변화하지요
    묘청과 서경파의 서경천도운동은 당대에는 단순반란으로 여겨졌을지 모르지만,
    현대에 와서는 한국 사상사의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사건이라고 평가되죠.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많은 것들에서 우리의 미래를 볼수 있는것 같아요

  3. 필요가 발명을 만든다는 말때문에 많은 오개념이 생겼읍니다.

    필요는… [개선 또는 기존것의 또 다른 사용방법]을 발견하게는 할수있을것 갔읍니다.

    [ ] 의 내용을 발명이라고 말한다면… 할말이 없읍니다만…

    발명/발견에 의해 필요가 만들어 지는일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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