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정보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이로움을 주기도 하지만 해로움을 주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몇 가지 광고에서 쓰이는 용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1. 삼성 은나노 세탁기 하우젠
삼성 인재가, 아니 대한민국 인재가 모두 모여있다는 제일기획에서 만든 광고를 유심히 보면 자주 문제가 발견된다. 광고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이라고 나오는 게 사실 최악의 단점인 경우 말이다. 그런데도 광고를 그렇게 계속 만드는 것을 보면 “**당 후보로 개가 나와도 당선된다”는 외신처럼 “삼성에서 만들면 똥이라도 보약이다”라는 인식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2006년 한참 바람몰이를 했던 은나노 세탁기는 이와는 약간 다른 경우이지만, 과장광고라고 생각된다. 당시 사회분위기가 나노열풍이 불던 때여서 이를 이용해 만든 광고겠지만 말이다.
당시 삼성 광고자료를 기본으로 계산해 보면, 세탁물에 충분한 은나노입자를 붙이기 위해서는 1 년에 0.5 g 정도의 은Ag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게 아니다. 나노(nano)는 10-9 m을 의미하고, 은나노 입자는 대략 1~100 nm 크기의 입자 또는 클러스터(cluster)를 의미한다. 이렇게 작은 입자는 대부분 유기물과 같은 큰 화합물을 만나면 그 안으로 들어가 유기물을 변형시키거나 분해시킨다. 그러므로 나노입자는 대부분 항균작용을 한다. 따라서 은나노 세탁기 광고처럼 세탁기 물 속에 은나노 입자를 풀어넣을 수 있다면 은나노 세탁기로 세탁한 옷은 (당연히 – 아마도) 항균작용을 갖게 된다. 여기까지가 삼성 세탁기 광고 내용이고, 이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광고에서 빼놓은 내용이 있었다. 항균작용을 하는 나노입자는 세균을 죽이는 메커니즘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유기물도 파괴한다. 물론 어떤 세포, 예를 들어 피부세포에는 해를 끼치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몸 속의 모든 세포에 대해서 무해한지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참고로, 연구결과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입으로 섭취한 나노입자가 뇌 부위에서 발견되었다는 연구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나노입자는 우리 몸 속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결국 은나노 입자는 우리 몸 안팎에 사는 세균과 함께 우리 몸도 얼마든지 파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은나노 세탁기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지만, 피해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나노세탁기 뿐만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노섬유나 나노입자로 만들어졌다는 의류나 밥주걱 등도 안전성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물론 이 분야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우리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학자들은 대부분의 나노 제품의 나노입자가 농도만 충분하다면 비소처럼 독성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아무튼 삼성 은나노 세탁기 하우젠은 상당히 위험한 제품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다면 교체를 고려해 봐라.
여기서 더 중요한 면이 하나 있는데, (은)나노 입자를 발생시키는 장치는 만들기가 무척 어렵고, 장치도 고가인데다가 빨리 만들 수도 없다. 따라서 은나노 세탁기에 붙어있는 장치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광고 자체가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참고 : http://media.daum.net/culture/art/view.html?cateid=1021&newsid=20061027113606766&cp=hani
ps. 사용자 반발이 거세지자 광고에서 “은나노”라는 문구는 빠졌다.
ps. 은나노 세탁기의 진정한 문제점은 우리 몸에 해롭다는 것보다 폐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은나노 입자가 하천의 미생물을 죽여서 생태계가 붕괴된다는 이야기다.
이 글과 비슷한 성주 金참외 생산 – 나노입자의 생활화?도 한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2. 美 나사가 발표한 실내에 좋은 식물 ‘산세베리아’?
한때 미국 과학 연구집단 중 하나인 나사NASA에서 실내공기를 정화하는데 좋은 식물에 대한 랭킹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랭킹 1 위를 했던 ‘산세베리아’는 지금도 고가에 팔린다. 그런데 산세베리아는 몸에 왜 좋은 것일까? 각종 기사대로 음이온을 많이 방출하나?
이에 대해서 기사들의 자료를 토대로 실내에 산세베리아를 놓았을 때 음이온의 분포를 계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수백~수천 개의 음이온 분포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음이온을 방출하면 산세베리아 내부에는 양이온이 쌓일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양이온과 음이온은 심하게 끌어당긴다. 결국 바람이 불지 않고, 공기분자가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산세베리아는 음이온을 계속 끌어당겨 약 10~100 초 이내에 방 안에 있는 모든 음이온이 체내로 다시 흡수된다. 실제로는 바람과 공기 입자가 흡수를 방해해서 흡수되는 시간은 길어지겠지만, 결국 모두 산세베리아로 흡수된다. 결국 산세베리아는 공기 중 음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새로운 음이온을 멀리 보내야 한다.(어떻게?)
아무튼 어떻게든 식물이 음이온을 방출할 수 있다고 해도, 어떤 식물이 몇 개의 음이온 하는 식의 접근은 터무니없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일까? (여기서 음이온이 몸에 좋은지 등에 대해서는 또다른 유사과학 이야기가 등장하니 여기에서는 말을 아끼자.)
아무튼 터무니 없는 연구결과 덕분에 국내에서 한 화분에 1000 원 하던 산세베리아 가격이 18000 원까지 뛰었고, 그래도 품귀현상이 계속되자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중국에서 대량으로 수입됐다. 결국 수입된 산세베리아를 구매하여 바로 실내에 들여놓으면 (원거리 이동을 위해 살포하는) 농약덩어리를 실내에 들여놓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몸에 좋으라고 들여놓은 식물이 건강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공기정화식물이 공기를 오염시킨다.)
3. 몸에 좋은 육각수
몸에 좋은 육각수???
은나노 세탁기 광고로 시끌시끌할 때 육각수 냉장고 광고도 시작되었다고 기억한다. (정확지 않다.) 당시 광고는 온도가 낮아지면 육각수가 형성되는데, 이 육각수가 온도가 올라가면 오각수가 되고, 오각수는 몸에 나쁘므로 육각수가 많이 형성되는 자기네 상품으로 물을 냉각시켜 마시라는 이야기다.
이때도 물론 육각수가 몸에 좋은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육각수에 대해서 밝힌 논문에서는 단지 저온의 물에서는 육각수 형태의 클러스터cluster가 많이 생긴는 것이다. 열에너지가 줄어들면서 대형 클러스터인 육각수가 작은 조각인 오각수로 깨지는 현상이 줄어들어 육각수가 늘어난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온도가 체온과 같아져야 물이 흡수될 수 있으므로, 광고 이론이 맞다 하더라도, 기껏 입을 넘어가는 물 속에 육각수가 많을 뿐, 흡수될 때는 똑같을 것이다.
4. 무조건 맞춰서 세탁하는 퍼지 세탁기?
대우전자가 만들었던 퍼지 세탁기도 엄밀히 말하면 아직 밝혀진 게 없다.
퍼지란 그리스어로 깃털을 말하는데, 보풀보풀하여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컴퓨터를 제작할 때는 수학을 계산하기 위해서 부품들끼리 명확한 신로를 주고받도록 고안되었다. 진공관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10진수 컴퓨터인 애니악에서부터 오늘날 일기예측에 사용되는 슈퍼컴퓨터까지 모두 다 마찬가지다. 그런데 퍼지컴퓨터란 것은 이러한 기본 논리를 깨고 불분명한 신호를 사용한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 2진수 전자제품이 대부분 0 V와 5 V 전압을 off와 on 신호로 사용한다면, 퍼지세탁기는 off와 on 신호에 상관없이 0 V와 5 V 사이의 전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4 V의 전압이 왔다면 이전의 컴퓨터는 0 V 또는 5 V로 고쳐 인식하거나 에러라고 판단하는데, 퍼지 컴퓨터는 단지 4 V에 맞춰서 작동한다. 결국 퍼지 컴퓨터란 것은 명확하게 작동하는 컴퓨터가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맞춰서 더 빠른 답변을 내놓는 컴퓨터를 말한다.
퍼지세탁기는 그럼 어떤 제품일까? 세탁기 통 속에 빨래를 넣으면 어떤 빨래가 얼마나 들었는지 인식해서 세탁방식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떻게 빨래의 종류와 양을 알 수 있을까? 웃기지만 이 세탁기는 아무런 검출장비를 갖고 있지 않다. 여러분도 다들 아시듯이, 기껏해봤자 전체 무게 정도만 확인할 것이다. 결국 퍼지세탁기는 광고에 걸맞게 소비자의 감성만 퍼지했을 뿐이다. ㅋ
이전에도 이런 광고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다. ‘황당한 풀러린‘이란 기사도 그렇고, 위의 네 가지 이야기에서도 그렇듯이 여성이 주도적인 구매를 당담하는 분야에서 잘못된 과학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잡지 광고를 살펴보면 과학적인 척 하면서 만든 광고를 빈번히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결코 여성을 비하하자는 의미는 아니지만) 여성이 유사과학으로 위장한 광고에 잘 속는 것 같다.
ps.
생각해보니…. 가장 그럴듯하게 만들었던 광고문구는 이게 아니었을까?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초등학교 2 학년 한 반 전체가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라는 시험문제에 침대를 골랐다는 우스개소리가 생각난다. ㅋㅋㅋㅋ
퍼지 세탁기가 진정한 의미의 fuzzy 기능을 발휘하려면 – 인간이 “잘 부탁해~”라는 명령을 내리면, 그 안에 내용물이 뭐가 있든 적당히 잘~ 빨아줘야 하는 겁니다.-_-;
불가능하죠…
고양이를 넣으면 목욕시켜 줘야 한다는….
역시 불가능하지 않나 싶어요.
만화영화에서 가끔 진정한 퍼지세탁기가 나오긴 하죠. ^^
은나노 세탁기는 나노입자를 그냥 제품의 표면에 발라놓기만 했을 뿐 향균효과는 전혀 없다는 점이죠…. 특히나 세탁 물질에 나노입자가 직접 작용하지도 않으니….
과학대중화는 무리더라도 적어도 기만을 하진 않았으면 하는 큰(?)바람입니다…
하우젠 밑 부분에 은덩어리가 실제로 들어있고, 소모품으로 은이 붙어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은이 나노입자가 되지는 않는다는 문제가 있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