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향기] 반도체 한계를 돌파하라! 나노스핀트로닉스 [제 499 호/2006-09-18]

1946년 2월 15일 필라델피아시 전역에 정전이 발생했다. 온 시민이 정전의 원인을 궁금해 하고 있는 동안, 수학자가 7~20시간 걸려야 풀 수 있는 계산문제를 30초 만에 푸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이 작동한 것이다. 에니악은 무게가 30톤이 넘었으며 면적은 37평을 차지했고, 그 속에 들어 있는 1만 8천 8백 개의 진공관은 150킬로와트의 전기를 사용했다. 그 후 벨연구소에서 발명한 트랜지스터는 반도체를 이용, 에니악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은 크기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했다. 집적기술이 날로 발달하여 용량은 점점 커지면서 크기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이 희한한 현상을 설명한 법칙이 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1년 6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하지만, 가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무어의 법칙’(1965)이 그것이다. 이것은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두 배씩 증가하며 이를 주도하는 것은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 등 이른바 Non-PC 분야가 될 것”이라고 한 이른바 ‘황의 법칙’(2002)으로 발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법칙들이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이 기술은 막바지에 이르러 45나노 이하의 공정에서는 황의 법칙(혹은 무어의 법칙)이 들어맞기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반도체 칩이 극도로 미세해지면서 설계하기 어렵고 생산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단순히 노동 강도를 두 배, 세 배로 높인다고 발전 속도가 무작정 증가하지는 않는다.

해결방법은 발상의 전환이다. 지난 9월 11일 삼성전자는 40나노 32기가 메모리를 발표해 깨질 것 같았던 황의 법칙을 이어갔다. 삼성전자 기술자들은 전하를 도체가 아닌 부도체 물질에 저장하여 셀 사이의 간섭 문제를 해결한 CTF(Charge Trap Flash)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 CTF 기술은 앞으로 20나노 256기가까지 집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이상의 집적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발상이 필요하다. 여러 해결 방안 중 대표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것은 ‘스핀트로닉스’다. 스핀트로닉스란 물질의 전하(+, -)를 이용하지 않고 전자의 스핀을 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전자는 핵을 중심으로 공전하면서 동시에 자전을 하는데 이를 스핀이라고 한다.

그런데 전자의 자전방향은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 두 가지가 있다. 이를 이용해서 스핀을 위(up ↑)와 아래(down ↓)로 구분해 하나의 신호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스핀이 시계방향으로 돌면 ‘0’, 반대방향으로 돌면 ‘1’로 인식할 수 있다면 전자 하나가 1비트가 되는 것이다. 원자에는 전자가 최소 1개(수소원자)에서 수백개까지 존재하니 이론상 원자 하나만으로 수백비트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전자의 스핀 현상이 관찰된 것은 이미 1940년대의 일이나 최근에 관심을 갖는 까닭은 이제야 측정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스핀 현상을 관찰하려면 나노초보다 더 짧은 펨토초(fs, 1조분의 1초) 동안 일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또 집적밀도가 1테라비트/㎠(Tb=1000Gb)인 스핀정보물질 개발을 위해서는 뛰어난 성능의 나노정보자성체를 제조해야 한다. 이를 위한 초정밀 현미경이 나노기술에 의해 개발되었다. 이처럼 스핀트로닉스는 나노기술과 뗄 수 없는 관계라서 ‘나노스핀트로닉스’(Nanospintronics)라 불리기도 한다.

나노스핀트로닉스 기술은 우선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전자 하나를 1비트로 이용할 정도는 아니지만 전자 스핀 성질을 이용한 MRAM(자기메모리: Magnetic Random Access Memory)이 전 세계 메모리 생산 기업에서 연구 중이다. MRAM은 현재 개발된 다양한 종류의 메모리의 장점만을 모아놓았다. 즉 DRAM처럼 집적도가 높고, 플래시메모리처럼 전원이 나가도 정보가 그대로 남아 있으며, SRAM처럼 빠르다.

앞으로 전자의 스핀 자체를 정보로 이용하는 방법이 고안되면 현재와 비교할 수 없는 집적도를 가진 메모리와 컴퓨터의 설계가 가능해질 것이다. 물론 나노스핀트로닉스 기술 혁명을 위해서는 우선 나노자성체의 근원적 의문을 풀어야 한다. 즉 나노자성체의 스핀방향의 이유, 스핀방향이 갑자기 바뀌는 과정, 양자 효과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반세기 전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산업사회는 정보사회로 발전하였다. 전자의 전하뿐만 아니라 스핀 정보를 이용하여 전자의 이동을 제어하는 스핀트로닉스가 가져올 사회·문화적 변화가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IT 산업의 미래는 NT의 발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글 : 이정모 과학칼럼니스트)


옮기면서…..
사실 무어는 정말 많은 법칙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말한 많은 법칙들은 모두 틀렸고, 반도체에 대한 것만 상당히 근사하게 맞아 떨어졌었다고 한다.
물론 그것도 지금은 틀리게 됐지만….

사실 반도체의 집적도가 어느정도에서 지금의 속도로 안 늘어날지를 살피는 것도 한가지 재미다. ㅎㅎㅎ

6 thoughts on “[과학향기] 반도체 한계를 돌파하라! 나노스핀트로닉스 [제 499 호/2006-09-18]

  1. 나노과학이 얼마나 더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실용화에 확 근접하지는 않은듯 보이더라고요.
    실생활에 확실히 접목한다면 엄청난 발전이 있을텐데..

    1. 아직은 멀었죠. 이제 겨우 물리학에서 다뤄지고 있으니 공학 쪽으로 넘어가서 실용단계까지 가려면 앞으로도 십년 이상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s. 그런데 물리학자들이 나노과학은 공학 쪽으로 안 넘겨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리학과에 돈이 너무 안 들어오기 때문이라는…-_-

  2. “spintastic”한 기술이라고도 하더군요…spin+fantastic

    물리학자들은, 화학, 공학, 생물학, 어디서든 나노과학을 할 수는 있겠지만 가장 잘 할 수 있고 제대로 하는 곳은 물리학과일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
    (일반론은 아니고, 반쯤 농담입니다!)

    아무튼, 제 생각에도 실용화까지는 10년은 걸릴 것 같아요. 뭐, 그때까지는 물리학과가 먹고살만하겠죠…-_-;

    1. 근데 여러 교수님들 말씀을 듣던 도중 나온 말씀들인데, 그동안 돈 될 것들을 너무 쉽게 공학 쪽에 넘겨줘서 물리학과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이번에는 실용화가 된 다음에도 안 넘겨주실 생각인 것 같더라구요. ㅎㅎㅎ

  3. 스핀은 자전이라기 보다는 상대성이론에서 설명이 가능한 부분.
    실제로 전자가 자전하는 일은 없어요.
    (양자역학은 지금 듣고있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은 듣고있지 않기 때문에 설명은 못해드리겠습니다.)

    1. 스핀은 질량같은 하나의 물리량으로 봐야겠죠.
      스핀을 자전으로 생각하는 것은 초기 양자역학에서 고전적인 아이디어로 생각한 그 그 결과죠! 그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도 기묘하게 다른 물리량이 유추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뭐랄까…ㅋㅋㅋ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