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향기 오류] 과연 잭 스패로우는 ‘블랙펄’을 뒤집었을까? (수정)

[제 617 호/2007-06-20]

※아래 글에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 3’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체 줄거리에는 지장이 없으나 민감하신 분은 관람 후에 읽어주세요.

[캐리비언의 해적3]가 극장가를 뜨겁게 강타하고 있다. 2편 끝부분에서 잭 스패로우 선장이 거대한 바다 괴물 크라켄에 잡아먹히고 해적들이 그를 구하겠다고 다짐할 때부터 나는 그들이 잭 스패로우를 어떻게 구해올 지 정말 궁금했다.

그리고 누구 말대로 “영리한 것인지 단지 운이 좋은 것인지 예측 할 수 없는” 잭 스패로우의 기지로 해적선 ‘블랙펄’을 뒤집음으로써 세상의 끝을 벗어나 부활하는 장면을 보게 됐다. 섹시한 조니 뎁, 완소남 올랜드 블롬, 귀여운 키이라 나이틀리, 그리고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탄생된 바다괴물 크라켄과 멋진 해상 전투신까지…. 정말 볼거리 많고 재미있는 영화지만 이놈의 직업병이 뭔지 블랙펄을 뒤집는 장면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린다. 과연 영화의 방법대로 블랙펄을 뒤집을 수 있을까?

배를 뒤집으려면 먼저 배가 뒤집히지 않고 떠 있을 수 있는 원리를 알아야 한다. 배가 부력 때문에 물 위에 떠 있다는 건 다 알고 있겠지만 사실 이 부력은 배가 뒤집히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배가 왼쪽으로 기울면 왼쪽은 잠긴 부피가 늘고 오른쪽은 잠긴 부피가 준다. 즉 왼쪽은 오른쪽보다 부력이 세져 배를 원래 방향대로 돌려놓는 쪽으로 힘이 가해지는 것이다. 한번 기울어진 오뚝이가 흔들리다가 바로 서는 것처럼 배도 흔들리다가 똑바로 서게 된다.

게다가 배에는 뒤집어지지 않기 위해 특수한 장치가 달려있다. 블랙펄이 뒤집어질 때 배의 바닥이 살짝 스쳐 지나가는데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은 배의 바닥과 측면이 연결되는 굽은 부분에 얇은 판이 길게 붙어 있는 것을 봤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배 밑바닥이 어둡고 판의 크기는 작다.) 이를 ‘빌지킬’이라고 부른다. 배의 바닥에 빌지킬이 붙어있으면 배가 기울어지려고 할 때 그만큼 물을 더 많이 밀어내야 하기 때문에 배의 흔들림이 작아진다.

블랙펄에는 설치되지 않았지만 어떤 배들은 ‘안티롤링탱크’라는 장비를 이용해서 흔들림을 줄여주기도 한다. ‘안티롤링탱크’는 커다란 U자형 관을 배에 설치하고 그 안에 물을 채워놓은 장비다. 배가 한쪽으로 기울면 그 안의 물도 같은 움직이는데 U자형 관의 모양을 잘 조절하면 오히려 배가 왼쪽으로 기울 때 물은 오른쪽에,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 때 물은 왼쪽에 있도록 할 수 있다. 즉, 배의 기울어진 방향과 반대로 물이 이동하게 해서 반대쪽의 무게가 증가하여 배가 원래 위치로 쉽게 돌아오게 하는 장비다.

그럼 이렇게 뒤집히지 않도록 설계된 배를 뒤집는 것이 가능할까? 블랙펄의 정확한 규격을 모르니 “사람들의 몸무게는 얼마, 부력은 얼마…”하는 식으로 계산해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이론적으로는 어쨌든 잭스패로우가 배를 뒤집는 일은 가능하다.

영화를 보면 배를 뒤집기 위해 해적들이 배의 좌우로 열심히 뛰어다닌다. 한쪽으로 뛰어갔을 때 뒤집히지 않던 배가 왜 좌우로 계속 뛰어다니면 뒤집어질까? 여기에는 ‘공진’이라는 물리 현상이 숨어있다. 공진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놀이터에 있는 그네를 떠올려 보자. 다 알겠지만 그네를 밀 때 높이 올라가게 하려면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그네가 뒤로 왔다가 앞으로 가는 순간이 힘껏 밀어야 할 타이밍이다. 이 타이밍을 잘 맞추면 작은 힘으로도 그네를 높이 올릴 수 있다.

블랙펄을 뒤집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해적들의 무게로 배를 조금밖에 기울일 수 없었지만 배가 흔들리는 주기에 맞춰 힘을 주면 배의 흔들림은 점점 커지고 결국 전복시킬 수 있다. 영화를 보면 바르보사 선장이 “파도에 맞춰 움직여”라고 말하지만 파도가 아니라 “배의 흔들림에 맞춰 움직여”라고 말해서 공진이 일어나게 해야 배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뭐 워낙 긴박한 상황이니 이 정도야 봐줄 수 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다. 배가 기울어질 때 같은 방향에 있어야 힘을 더 실어 공진이 발생하게 할 수 있을 텐데 어찌된 연유인지 잭 스패로우와 해적 친구들은 오히려 반대편에 서 있다. 배가 왼쪽으로 기울 때 오른쪽 끝에 매달려 있고, 오른쪽으로 기울 때 왼쪽 끝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이것은 배를 뒤집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흔들리는 배를 똑바로 서도록 해주는 셈이다. 이 경우 잭스패로우와 해적들은 마치 안티롤링탱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잭스패로우가 진정 배를 뒤집고 싶다면 영화와는 반대 방향으로 뛰어야 한다.

과학으로 들여다 본 이 영화의 실체는 잭 스패로우와 해적들이 배를 뒤집는데 실패해서 현실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고 영원히 배 위에서 뛰어다닌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하기야 ‘캐리비언의 해적’은 판타지 영화니 물리 현상인들 반대로 일어나지 못하겠는가. 단지 배 만드는 사람으로서 멋진 블랙펄이 뒤집어지는 장면이 슬퍼 괜히 ‘딴지’를 걸게 됐다. 잭 스패로우 선장과 친구들의 앞날에 건승을 빈다. (유병용 ‘과학으로 만드는 배’ 저자)


옮기면서…..

영화를 보지 않아서 정확히 뭐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위의 글 저자 유병용 님께서 생각하신 것이 너무 정적인 생각만 했다는 것에 대해서 글 토시를 단다.

공진이란 것이 발생하는 것은 외력과 내부 진동이 공명하는 것으로 외력의 주파수와 내부 진동의 주파수가 비슷할 때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외력의 위상과 내부 진동의 위상에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정확한 것은 대학교 1학년 수준의 수식으로 계산해야겠지만 이 글에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그냥 개념만 잡아보도록 하자.

움직이는 상황에서 우리는 선원들의 움직임과 이 움직임이 배에 가하는 토크(회전력)을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선원들의 움직임이 외력이 아니라 토크가 외력이 됨을 주의해야 한다. 또 선원의 위치와 배의 기울어짐이 각각의 위상이 된다.
배의 기울어짐이 수평이 됐을 때(가운데 그림) 사실상 배의 자체의 토크는 없다. 여기서 배가 왼쪽으로 기울면(왼쪽 그림) 배 자체가 발생시키는 토크는 (배와 기울어진 정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복원력이 있다는 가정 하에서) 오른쪽으로 작용한다. 오른쪽으로 기울었을 때(오른쪽 그림)는 물론 반대로 왼쪽으로 향하는 토크가 발생할 것이다.

이 때 선원이 배 위에서 뛰어다니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배가 왼쪽으로 기울은 상황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을 때 선원이 저자의 말대로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면 선원이 움직이는 반대로 토크가 발생하므로 토크는 왼쪽으로 가해지게 된다. 즉 배의 회전운동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은 상황에서 왼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배가 왼쪽으로 기울은 상황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을 때 선원이 저자의 말과 반대로 왼쪽으로 뛰어간다면 선원이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 즉 오른쪽으로 토크가 발생하므로 배의 회전운동량은 늘어난다. 물론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배가 수평이 됐을 때 자체 토크는 0이 되고, 회전운동량만 갖고 있는 것이니까 선원들은 수평이 되었을 때 배의 어느 한 쪽 끝에 위치하고 있다가 다음번 수평이 될 때 반대편 끝쪽에 위치한다면 배의 흔들림이 증가 또는 감소하는 양이 최대가 될 것이다.

이처럼 어떤 물리량과 외부 영향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경우에 최대의 변화량을 보이기 위해서는 위상이 π/2만큼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자의 추가 글에서 요트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은 몸의 움직임이 일어난 뒤에 요트가 정적인 상태를 유지했을 때 몸이 기울은 반대쪽에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일 뿐이다. 요트가 기울어가는 움직임이 있는 상태라면 정적일 때와는 약간의 차이가 나게 된다.

『과학으로 만든 배』를 읽어본 나로서는…. 저자가 좀 더 조심스런 접근을 했으면 좋겠다. 저자의 저 책을 읽으면서 많이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위의 내 글을 본 뒤, 글쓴이가 추가한 내용

많은 분들이 관심있게 읽어주시고 좋은 지적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요…
1) 원래 글 초안에 적었다가 잘린 내용인데요;;; 대포와 물품을 풀어 놓는 것이 배가 뒤집어 지는데 꼭 좋지만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배를 뒤집은 원리는 공진입니다. 공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력의 세기보다 힘을 주는 주기이지요. 그런데, 배 안의 물품을 마음대로 움직이게 놔두면 안에 있는 물품이 제멋대로 움직이면서 오히려 공진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2) 해적들이 움직이는 방향에 대해서, “처음에는 외력을 주다가 나중에는 떨어지지 않게 위해서 반대쪽에 매달렸다”는 의견도 좋은 지적이십니다. 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했군요. (ㅋㅋ 영화 다시 봐야겠네요.)
하지만, 영화에서 반대로 뛰었다는 생각이 아직 드네요. 왜냐하면..
a) 만약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메달린 것이라면 해적들은 배가 심하게 흔들릴때 오히려 움직이지 않고 가운데에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한 것입니다.
b) 그런데 해적들이 배가 움직이는 방향에 대해서 반대로 계속 뛰거든요. 그것도 배가 기울어지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요. 사람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가 영향을 미치겠지만, 영화처럼 반대로 뛴다면 글에서 적은 것처럼 오히려 배가 전복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마치 시소의 반대 편에 있는 것과 같지요.)
c) 만약에 기가 막히게! 운이 좋아서 배의 화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배가 기울어지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공진을 일으킨다면, 사람이 반대로 움직여도 배가 뒤집어 지지 않겠지만, 장애물이 많은 배안의 공간에서 화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같이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요. 해적들이 거꾸로 뛰면 오히려 배가 안정되서 똑바로 서지 않을까 싶네요. 참고로 블랙펄처럼 큰 배는 아니지만, 요트 sailing을 하면은 배가 선회를 할때 뒤집어 지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이 배가 기우는 반대방향으로 뛰어서 균형을 잡기도 한답니다.


2007.09.14 내가 추가한 내용

결국 이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본 결과를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영화에서 해적들이 한 행동이 맞다.
물론 영화에서의 장면들이 100% 옳을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배를 뒤집기 위해서 배의 좌우로 뛰어다니는 행동과 배 안의 물품들을 풀어놓는 행동은 맞다고 볼 수 있다.

배가 가운데->왼쪽가라앉음 으로 움직일때 그 기간내내 해적들은 배의 오른쪽(가운데->오른쪽끝)에 있던 것입니다. 이때 생기는 모멘트는 복원력과 같은방향으로 배의 운동을 오히려 억제 시킵니다. 이점이 틀렸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 글에서 적은것은 배가 왼쪽끝으로 기울어질때 해적들이 왼쪽에 있어서 복원력과 반대방향으로 즉 배가 기울어지는 방향으로 더욱 회전시키는 모멘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라고 유병용님께서 밑의 댓글로 말씀해 주셨는데 이전에 제가 영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명확히 답변드리지 못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영화를 본 뒤에 말씀드리자면…..
그네를 밀어줄 때 계속해서 힘을 가해주는 것은 아니고 (물론 계속해서 힘을 가하는 것이 그네를 더 빨리 더 많이 흔들리도록 만드는 방법이겠지만) 가장 최고점에 위치했을 때만 한 번씩 밀어주듯이 영화에서의 선원들의 움직임은 배가 수평에 가까울 때 움직임을 짧게 보여 배의 공진 에너지를 더 크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가 기울어가는 동안 한쪽 끝에서 매달려 있게 되는 것이다.
배가 매달리는 동안은 그동안 선원들이 배에 가해준 회전에너지가 관성적으로 작용하여 계속 기운다. (그래서 매달려 있는 동안 기우는 속도가 계속 줄어든다.)

그리고 배 안의 물품들을 풀어놓는 것에 대한 해석은 다음처럼 생각할 수 있다.

옆 그림은 긴 원통을 물에 띄워놓은 것이라고 생각하자. 이 원통의 내부에 A만큼 물이 차 있다고 가정한다.
이 배는 원형으로 생겼기 때문에 복원력이 없다. 그래서 이 배는 선원들이 갑판 위를 한 방향으로 뛴다면 뛰는 반대 방향으로 계속 돌게 된다. 마찰이 없는 한에서는…..

그러다가 이 배가 북극으로 갔다. 그러자 아직 바다는 (소금물이기 때문에) 얼지 않았지만 배 안의 물 A는 순수하기 때문에 추워서 몽땅 언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 때 선원이 배 위에서 한 쪽 방향으로 뛴다면 배는 돌아갈까? A의 물이 복원력을 만들기 때문에 배는 쉽게 돌지 않는다. 더군다나 A가 물일 때는 배만 돌리면 됐는데, A가 언 이후에는 A까지 돌려야 하니 회전관성이 더 커져서 돌리는 것이 더 힘들다.

배의 물품은 고체이고, 배의 모양도 원형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동일하다고 볼 수 없지만, 원리적으로 배의 물품을 풀어놓는 것이 배의 회전관성력을 줄이고, 복원력을 적게 만드는 주요한 방법이 된다.

배가 왼쪽으로 기우는 운동을 하는 동안 선원은 오른쪽으로 달려가서 매달린다.

실제로 배에 화물을 적재할 때 짐의 고정은 매우 중요해진다. 운항 중에 선적한 짐이 한 쪽으로 몰리면 몰리는 자체만으로도 배가 뒤집힐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를 뒤집을 때는 반드시 선행작업으로 물품을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풀어준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배가 다시 물에 떴을 때는 얼른 물건들의 무게중심을 잘 맞췄어야 했을 것이다. 아니면 또다시 뒤집어질 테니까.


ps. 원래 이 글에 붙어있던 댓글은 남겨둘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 이미지로 캡쳐해 놓는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