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가르치는 교육의 부재
교육은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나의 교육철학이다.
왜 그렇냐 하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이 어떤 것이든 사회에 나와서 써먹을 확률은 30%도 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확률이 낮아지는 것일까? 그것은 세계가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서당에서 글을 배운다면 성인이 됐을 때 이 글들을 거의 100% 다 써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빨리 변해가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보다 지식이 부족한 경우도 많아지고, 어찌저찌하여 학교를 졸업한다고 하더라도 그 지식을 써먹을 기회는 별로 없어진다.
물론 직접 써먹을 기회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그 지식 자체를 학습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직접 써먹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들로 가득 채워지는 것이 아닐까? 내가 대학교에 가서 유용하게 잘 써먹었던 저항의 크기 읽는 방법(저항의 크기는 네 개의 색깔 띠를 이용해서 표기한다.)은 사실 대학교에서 실험할 때 같이 공부했던 사람들 중에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즉 공부하긴 했겠지만 기억하기 등등에 전혀 쓸모없는 내용이었다는 뜻이다.
반면 최근들어 내가 주장하는 것은 ‘글쓰기’를 학창시절에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글쓰기는 사회에 나온 뒤 성공하기 위한 기본요소로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많건 적건 사회에서 반드시 사용하게 되는 지식이다. 그런데 그런 지식을 과연 학교에서 배우는가?
반대로 외국어(영어)의 경우 사회에 진출하여 얼마나 써먹는가? 나같은 경우 영어를 아예 못해도 웬만큼 블로그 운영을 하고 있다. 학창시절 영어를 잘 했던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영어를 얼마나 쓰느냐를 살펴보면 기가막힌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영어를 잘 했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사회에 나와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이는 영어보다 글쓰기가 더 중요함을 의미한다.[footnote]영어는 기초만 배우고, 그냥 영어를 잘 하는 사람 일부만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배우면 된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왜 의학, 법학은 기본적인 내용만 중고등학교에서 배우고, 진짜 내용은 대학 이후에 배우는가? – 최근에는 대학원에서 배우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영어의 경우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footnote]
그 이외에도 많다. 과학을 공부할 때는 세세한 하나하나의 내용을 공부하기보다는 원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하는 것이 옳다. 물리나 화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물과 지구과학이 일반적인 학생들에게 더 괜찮게 보이는 것은 학습량이 많더라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공부하고 사회에 진출한 학생들이 그 지식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대학 전공을 생물과 지구과학으로 결정한다 하더라도 진학 이후에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것을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이 대학에 가서 먼저 배워야 할 내용은 물리와 화학일테니까…. (직접적으로 물리와 화학이라 칭하지 않더라도 1학년에서 공부하는 내용의 상당수는 물리나 화학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과목들 사이의 관계에서 물리와 화학은 기초과목이라 할 수 있고, 생물과 지구과학은 응용과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생물과 지구과학의 학습내용은 기본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 말은 생물과 지구과학을 폐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교과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이야기일 뿐이다.)
(요즘 과학의 참고서들은 과거의 참고서들보다 훨씬 두꺼워졌는데 막상 공부하는 교과내용은 줄고, 그것으로 공부한 학생들의 실력도 하향추세(?)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컴퓨터 과목은 어떤가? 겨우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하는 컴퓨터 과목이 필요할까?
브라질에 옷을 홀딱 벗고 집단 성행위를 하는 축제로 카니발이 있다는 것을 배우는 지리과목 같은 것들이 과연 성인이 된 뒤에 유용할까? 그런 건 성인이 된 뒤에 TV에서 해주는 다큐멘터리나 영화 500편쯤 보면 모두 해결되는 문제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히려 성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접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유교주위 교육체제 덕분에 사람들은 음란물로 성지식을 배운다. 이것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문제는 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 내용을 늘리면서 정말 꼭 필요한 내용을 넣는 것이 아니라 중구난방의 정보를 교과서에 축적해놓고 학생들에게 암기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과정이 거듭될수록 점차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걸러내어 학습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교육을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꼭 배워야 하는 기본적이고 현실적인 것들 위주로 교육시켜야 한다. 그 것에서 벗어나는 내용들은 과감히 삭제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학교에서는 학습내용을 과감히 줄이고, 반드시 배워야 하는 필수요소들만 가르쳐야 한다. 그럼 남는 시간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인생에 있어서 학창시절에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을 배워야 한다. 기본적인 윤리, 자유(자율)의 소중함, 친구의 중요성, 일을 할 때는 무엇이 필요한지… 등등
거기다가 실수를 하지 않으면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도 학교에서 배워야 한다. 실수를 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실패에서 극복하는 방법이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요소들은 학업 자체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내가 틀린 문제들, 잘 못하는 내용의 공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인가?
학력 인플레이션
우리 사회는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 중요한 계기는 두 번이었다.
첫 번째는 내가 군대있었던 1997~1998년 안밖에 발생하였는데,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은 간단하게 학부과정이 통합되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IMF로 인해 모든 학과에서 학점을 좋게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학부과정 통폐합은 1학년 학생들이 학부 선택의 순간에 좀 더 학점을 잘 주는(다른 말로 해서 좀 더 쉽게 졸업할 수 있는) 학부로 지원자가 몰리게 만들어 인플레이션을 일으켰으며, IMF로 취직이 어려워지자 대학교수들이 제자들의 취업을 위해서 학점을 더욱더 잘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가 대학교 1학년 1학기 때 평점 3.55로 학년 수석을 차지했는데, 군대를 다녀온 이후 3.8의 학점으로도 학년 10위 안에 들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학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두 번째는 학생들의 숫자에 비해서 대학정원의 숫자가 지나치게 (약 60~80% 정도로) 많아진 2000년 안밖의 상황이었다. 대학정원이 너무 많아지자 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실력없는 학생들을 입학시키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실력없는 학생들을 사회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은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저효율화를 가져오고 있다. 학교에서 공부를 쉽게 했으니 실력이 있을리 만무하고, 이런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이 적은 돈을 받는 직장, 어려운 일, 더러운 일, 위험한 일을 하는 직장에 근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이전같으면 고졸 학력으로 고졸에 걸맞는 일을 해왔을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한 원인도 교육에서 기본적인 것을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기본적인 내용을 교육했다면 학생들은 어떻게 되었겠는가? 학점을 잘 주는 것만을 따라가는 것은 결국 자기 스스로 지뢰밭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단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아무런 생각 없이 노력한 결과가 좋은 점수를 따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점수를 잘 주는 것이 교육에 좋다는 연구결과를 학교와 사교육 학원에서 지나치게 신봉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학생들은 문제 번호에 X나 /를 받는 것을 그 무엇보다 싫어하게 되었다. 사실은 그것이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근본이 됨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다. 그 결과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점수를 따라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게 되고, 결국 사회에 나와서 점수와 상관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어쩔줄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 공무원 열풍이 부는 것도 이러한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일지 모른다.
특정 학과 쏠림현상
조카 중 한 명이 고3인데 요즘 내가 화학II를 과외해주고 있다. 그런데 조카가 갖고 온 대학 진학 표(내신 점수에 맞춰 대학 학과를 적어둔 표)를 보면 유독 특징적인 상황이 눈에 띈다. 표의 가장 꼭대기에는 물론 서울대와 의대, 약대 등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바로 밑에 수학교육과들이 잔뜩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수학교육과를 나오면 취직할 수 있는 학교 또는 사교육 학원은 널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학교육과는 비인기 학과이지 않았나?
기본과목인 수학에 많은 인재가 몰린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쏠림현상은 나중에 어떻게 될 것인가? 각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인기보다 지속적인 인재영입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렇게 당시의 상황에 영입한 인재의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것들을 교육해야 한다. 즉 응용 등에 해당하는 내용들은 기본적인 것을 배운 뒤에 배우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부가적인 내용들은 대학원 이후 과정에서 공부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위에서 살짝 말했던 법대와 의대를 대학원에 개설하는 것처럼….
맺음말
우리 사회는 왜 그런지 결과와 시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래서 그때그때의 사회 분위기와 경제상황에 따라서 인기학과가 바뀌는 등 근시안적인 변화들이 느껴진다.
거기다가 학생들의 교육은 기초에서 한참 벗어난 응용을 조기교육도 아닌 선행학습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그 덕분에 초등학교에서 영재교육 코스로 배웠던 아이들이 고등학교나 사회에 나온 이후에 기억하지도 못하고 응용하지도 못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결국 원론적인 교육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http://twitter.com/mahabanya/statuses/3639730964 에 대학에서 학부 필수로 가르쳐야할 과목 관련 트윗이 있는데 대학 이하 일반 교과과정에서는
글쓰기(가장 기본)
문학작품 이해하기(남이 쓴 글을 오해 없이 하지만 자신의 가치관을 통해 이해하기)
외국어(기본 어휘 2000여 단어를 확실히 익히고 이를 통해 대화 가능하도록)
법학 및 정치구조(제대로 된 시민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정치와 법은 필수)
역사(국사, 세계사가 아닌 그냥 인류의 역사)
수학(기본 수학과 논리, 추론, 확률, 통계)
경제(역사, 법학, 정치, 역사, 수학과 연계된 형식으로)
물리와 화학(기본에 충실하게 가르치고 최신 이론을 간 보는 식으로)
근데…위의 내용을 제대로 가르칠 교사가 몇이나 있을까는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음… 교사들을 전부 새로 뽑을 수도 없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