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마지막 고친 날 : 2020.09.01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학생 때 알기 어려웠던 것만큼, 글쓰기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알기 어렵다. 사실 학교에서 글쓰기를 배우지도 않았다. 다행히 최근에는 학교에서 글쓰기 비슷한 것을 가르친다. 그런데…… 최근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글쓰기를 아직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일반적인 문서, 인터넷의 흔한 게시물, 심지어 영화나 유투브의 자막까지 거의 모든 글에서 문제점이 쉽게 보인다. 영화 [강철비 :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사람의 말에 한글 자막을 달아놓았는데, 띄어쓰기를 여러 번 틀렸다! (설마 문화어 규정에 맞춰 자막을 달아놓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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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서 보내온 이 우편물도 흔히 볼 수 있는 실수가 보인다.

내 글 또한 그랬다. 10 년도 훨씬 더 전에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하며 매일 3 편에서 10 편 정도의 글을 올렸다. 그런데 당시에 나는 내 글의 수준을 몰랐다. 그렇게 5 년 정도 블로그를 운영한 뒤에, 내 글은 글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글쓰기 수준이 나 스스로도 못 읽을만큼 엄청나게 낮았다. 그러나 그런 느낌을 받긴 했는데, 막상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이때부터 거의 2 년 동안 글쓰기책을 수십 권 읽었고,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하는 저자나 편집자 같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런저런 질문을 해댔다. 그러나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무런 답을 해주지 않았다. 나중에 내 글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그 사람들이 왜 답을 안 해줬는지 알 수 있었다. 프레임을 형성시킬 수준이 안 되는 사람은 설명을 해줘도 문제점을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결국, 자기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탈무드에 ‘양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이 경우에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내 경험과 같은 이유로) 이걸 읽었다고 글쓰기가 갑자기 좋아진다거나 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내가 [문장강화]를 읽다가 우연히도 내 글의 문제점을 깨달았듯이(그때 내가 마침 준비가 돼 있었다.) 이 글을 읽다가 우연히 자기 글의 문제점을 깨달은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나는 만족할 것이다.


보통 모국어 사용자는 말하기를 따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달리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말을 잘하지는 못해도 대화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왜 글쓰기는 따로 배워야만 하는 것일까? 이는 말하기와 글쓰기가 중요한 점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말은 음성언어와 행동언어의 합이다. 글은 음성언어를, 그중에서도 어조 같은 것을 뺀 일부만 옮긴 것이다. 따라서 글은 말의 1/4도 안 되는 정보를 옮긴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글쓰기를 할 때는 글자로 표현되지 못하는 3/4 이상의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야 한다. 때로는 쓰기를 원하는 주제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까지로 제한해야 한다. 이보다 더 빈번한 경우에, 글쓴이가 생각하는 속도가 글을 쓰는 속도보다 훨씬 빨라서 문제가 생긴다. 이보다는 덜 빈번한 경우에, 글을 교정하다가 문제가 생긴다. 이런 것은 체계적으로 고민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고민해보려고 달려들어도 생각해야 할 개념이 엄청나게 범위가 넓고, 한눈에 딱 띄지 않을 만큼 두리뭉실하다. 즉, 문제를 볼 수 있는 수준의 프레임을 갖추지 못하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조차 없다.

그럼 무엇을 신경써야 할지 살짝 살펴보자.

  1. 맞춤법과 띄어쓰기 실수를 용인하지 못함
  2. 주어와 서술어, 부사와 문장 분위기 등의 호응을 맞추지 못함
  3. 전체 내용을 정리하지 못함
  4. 우리말 특징에 맞는 글쓰기를 못함 (심각한 번역체 등)
  5. 원하는 내용대로 글을 쓰지 못함
  6. 쉽게 읽히는 글을 못 씀 (문장이 너무 길어진다거나….)
  7. 맞춤법 자체가 갖는 한계를 인지하지 못함 (예 : 억양을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은….)
  8. 문체

대충 생각나는 것이 이 정도다.

각각의 수준에서 만나게 되는 프레임을 배열해 보았다. 글쓰기가 신기한 것이 앞 번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뒷 번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험에 의하면 1~3 번은 학교에서 배울 때 강요받은 것을 그냥 따르면 되며, 4~6 번은 교정을 하다보니 거의 동시에 깨달음이 왔다.)

1 번은 조금 재미있기도 한데, 글쓰기 공부를 하라고 말하면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공부하라고 하는 줄 아는 사람이 많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애초에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을 텐데….

내 생각은 이렇다. 글쓰기 수준이 습자지처럼 얇은 사람도 끼어들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제다. 그래서 지적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은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정확히 맞춰 쓴 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부르는 ‘교정과잉인간’이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다. 꼭 이런 괴상한 단어까지 꺼내지 않더라도, 어색하게 글을 읽는 사람에게 ‘국어책 읽냐?’라며 핀잔을 주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7 번과 연관이 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완벽히 할 수 없고, 또 완벽히 할 필요도 없다. 역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철저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글쓰기가 더 나아지기 힘들다. (이는 4 번과 관련이 있다.) 이는 국립국어원이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친 폐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점이며, 우리나라의 글쓰기 교육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글은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틀리는 정도의 문제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런 사소한 것보다 신경써야 할 중요한 것이 많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테니, 이 글에서는 생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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