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미지 묶음을 발견했다. 작사가 김이나 씨가 말한 악플러에 대한 이야기다. 분량이 좀 많지만,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도 차근차근 읽어보면 좋겠다. 나도 악플을 꽤 많이 받아본 사람으로서…. 일베충과 메갈충으로부터 동시에 공격받은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 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2015 년의 총선을 1년여 앞둔 2014 년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5 년 가까이 트위터에서 간단한 과학상식을 보통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과학봇(sci_bot@twitter)을 운영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양치질을 할 때 칫솔에 물을 묻히는 게 좋을까, 안 묻히는 게 좋을까 같은 지식이다. 팔로워가 1만 명도 넘는 나름 잘 유지되던 봇이었다. (이 계정은 지금도 갖고 있지만, 이제는 운영하지 않는다.)
정확히 생각은 안 나지만, 5~6 월쯤부터 그 계정에 사회문제와 정치 이야기를 간간이 올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과학이라는 게 패러다임을 다루는 학문이고, 패러다임을 다루자면 자연과학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도 있고, 사회과학을 이야기하려면 사회문제와 정치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지 않나. (유명한 과학자 중에 정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그러기를 한 달쯤 뒤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대략 10 개의 계정이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게 과학봇 계정에 합당하냐고 물어왔다…. 메뉴얼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면 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같은 질문이었다. 당시에는 트위터에서 질문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어서 동시에 비슷한 질문이 온 걸 의아하게 생각했다. 나는 내 생각을 이야기했고, 그 사람들은 그러냐고 하고 대화를 끝냈다. 그냥 그것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7 월 말…. (내가 더위를 워낙 많이 타다보니 그와 연관해서 기억하기에 이 기억은 정확할 것이다.) 대략 몇십 개의 계정에서 과학봇의 일부 컨텐트에 대해 딴지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딴지를 거는 컨텐트가 거의 정해져 있었다. 주로 하는 소리가 출처가 어디냐거나 이걸 설명해 보라거나…. 트위터를 꽤나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트위터가 시끄럽자, 진짜 과학도 연구하는 사람들은 쪽지 등으로 내게 이런저런 것에 대해 물어왔다. 나는 간단하게 답변을 했고, 그들과의 대화는 그대로 끝났다.
그러나 과학을 전혀 모르는 년놈들은 그게 되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상대성이론을 설명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질문은 문제가 있다. 우선 설명한다고 생각해보자. 가뜩이나 긴 설명이 필요한 상대성이론을 트위터의 140 자로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공용어만 나열해서 설명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물론 할 수도 있었지만) 극소수 몇 명만 알아들을 수 있는 걸 과학봇에서 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해봤자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냥 전공지식 자랑밖에 안 된다. 그러면 답변을 안 한다고 치자. 원래는 이게 계정 취지에 맞는 행동이겠지만, 질문한 놈들에게는 공격의 빌미가 된다. 결국 이 질문은 답변을 해도, 안 해도 같은 결과를 불러온다.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다. (아마도 이 질문을 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걸로 보아 분명히 물리학 전공자였을 것이다. 누군가가 정말 140 자로 설명을 했고….(당연히 상대론 전공용어의 나열이었다.), 그걸 또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고….)
대부분의 논란은 이러했다. 애초에 내가 답할 필요도 없었고…. 답을 해봤자 의미도 없었다.
대략 한 달쯤 지난 뒤에, 논란을 피운 사람들의 정보를 분석해 보았다. 꽤 많은 사람들은 분명 일베충이었고, 그보다 더 많은 놈들은 일베충의 소리를 보고 떠들던 잔소리꾼이었다. 한 달이 넘어가자 대략 조용해지는 듯….. 했지만….
두 번째 웨이브(wave)가 밀려온다.
내가 뉴질랜드 여행을 하던 때에 갑자기 여자 계정들이 일베충들과 똑같은 걸로 시비를 걸어왔던 것이다.(이전에는 대부분 남자 계정이었다.) 당시에 여행하느라 바빠서 시비를 걸던 계정 중 몇 개만 살펴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메갈충들이었다. 사실 메갈충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페미니즘(?)을 떠드는 계정들이었다. 요즘의 트위터는 PC질이 훨씬 더 심해졌지만, 당시에는 PC를 표방하는 쿵쾅이들은 대부분 메갈충들이었다. 그들이 표면에 잠시 올라왔던 게 2015 년에 있었던 slrclub의 여성시대 사태였다. 혹시 궁금하실 분을 위해 링크를 남겨놓지만, 읽어볼 필요는 없다. 한마디로 현재 남아있는 한국의 페미니스트는 (slrclub 운영자도 포함해서?) 벌레다…라는 이야기다. 아무튼 그것들을 모두 묶어서 메갈충이라고 부르겠다.
그 뒤에 귀국한 뒤에도 한동안…. 2015 년 2 월까지 일베충과 메갈충의 공격은 계속됐다. 그때의 공격 흔적을 찾고 싶으면 나무위키의 트위터 봇/목록 페이지를 보면 된다. 누군가가 과학봇을 지웠다. (그리고 2015 년에는 일베에서 나무위키가 분리돼 나올 때쯤이었다. 즉 당시 편집진 대부분이 일베충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과학봇을 공격하던 계정도 거기에 실려있다. 유사과학봇(unsci_bot@twitter)이 그것인데, 지금은 이름을 ‘윾사파학봇’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 글 쓰면서 들어가 봤다가 발견했다. 역시 일베충 아니랄까봐…. 윾튜브 따라하는 꼬라지 하고는… 심지어 이 계정을 운영하는 놈은 자기가 과학봇을 공격하려는 용도로 계정 10 개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지금까지가 내가 일베충과 메갈충에게서 동시에 9 달 동안 공격받았던 이야기다. 짧아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다. 지금 같으면 전부 경찰서에 신고하는 건데…… (물론 그때 캡쳐를 떴던 몇백 장의 이미지를 지금도 갖고 있다. 언제 한번 정리해서 올려볼까도 생각했었다. 근데 정리를 언제 다 하나…? 마음 같아서는 이 글에 당시 캡쳐본을 삽입하고 싶다.)
요약해보자.
- 누군가 건드려본다. (당시에는 뉴라이트 놈들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 1차 공격 (일베충)
- 골빈 일반인들 가세
- 2차 공격(메갈충)
- 골빈 일반인들 가세
- 위의 2~5 번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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