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블로그를 운영할까?”
이번 블로그축제를 계기로 많은 분들이 논란거리로 삼은 부분중 하나가 이 부분인 것 같습니다. 혜민아빠님께서 남을 위해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하셨다는 1년여 전의 기록이 문제의 발단이 된 것 같습니다.
뭐 남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블로그를 운영하는지 등등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전 제 블로그 하나 간수하는 것도 힘에 벅찰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뭐 나름대로 제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하는 수준에서 이러한 논란에서 발을 빼려고 합니다.
나는 왜 블로그를 운영하는가?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변화를 보려면 제 블로그의 변천사(?)로 어느정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짧게 제 블로그의 역사(?)에 대해서 적어봅니다.
1. 블로그를 시작할 때
이전에 여러 곳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듯이 내가 블로그를 운영할 때는 단순히 나 자신만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였습니다. 일반회사를 다니고 있던 당시는 2003년 11월이었는데,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이 자꾸 잊혀져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내가 살아갈 삶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을 한 뒤에 컴퓨터에 text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당시의 글들이 약간씩 남아있습니다.
읽기 불편하면서 내용이 상당히 축약되어 있는 글들 중 상당수는 이 때 작성된 글입니다. 그리고 블로그에는 또 따로 읽기가 작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일기도 물론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부터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기왕 작성할 것이면 자신의 회사 블로그에 올려보라던 친구의 권유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컴퓨터상에 text로 작성된 것을 블로그로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전 블로그가 뭔지 몰랐고, 한동안 더 모르고 있었습니다. ^^ 그냥 친구가 해보라고 해서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시작한 것이죠.
아무튼 이 때는 읽기 고약한 글들을 작성해서 (우선 한 번씩은 읽어봐야 하는) 운영자들 골탕먹이는 짓을 하곤 했습니다.
2. 포탈에서의 블로그 운영
대부분의 분들이 그렇겠지만 블로그 운영 초기에는 포탈에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친구네 회사 블로그에서 시작했다가 머잖아서 당시 가장 좋은 System을 갖고 있던 포탈인 엠파스로 이전해서 블로그를 운영했습니다. 이 당시가 2004년 4월경이었는데, 당시 이전의 목적이 용량 문제와 방문자수 문제였습니다. 친구네 회사에서 준 용량이 200MB였는데, 당시 제가 4개월만에 200MB를 다 채워버렸던 거죠. 사진들 때문에… 거기다가 하루 10명 오는 날이 드물 정도로 방문자가 없었습니다.
엠파스로 이사한 뒤에 정말 즐거운 블로깅을 하게 됐습니다. 회사생활 하면서 정말 많은 과학에 관련된 글들을 올렸습니다. 제가 처음 블로그를 운영하던 것이 과학에 관련된 글을 올리는 것이었으니까 나름대로 잘 관리하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당시 전 블로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통이나 뭐 그런 거에는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나 스스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포스팅을 작성했습니다. 방문자수는 상당히 늘어났지만 (당시 일일 300~800명 수준) 당연히 댓글 등등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 엠파스 분위기 자체가 소통보다는 자기 글 작성해 올리는 것을 중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지금의 Tistory같다고나 할까요? (당시 엠파스에서 친구등록된 분들 중 상당수는 현재 Tistory로 이전해 왔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저에게 블로그란 것은 단지 시스템을 관리하지 않고 저작물에만 관심을 쏟을 수 있는 편한 도구(Tool)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3. 포탈에서의 탈출
포탈에서 탈출하게 된 계기는 2004년 11월경부터 있었던 엠파스 운영진측의 불친절이 이유였습니다. 제가 직접적으로 불친절한 대우를 받은 적은 없었지만, 당시 주변분들이 운영진의 정책에 불만을 품고 네이버나 다른 작은 블로그 서비스 업체로 이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흐름은 12월에서 2월까지 거의 3개월동안 지속됐고, 엠파스 블로그 서비스가 치명타를 입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1월 6일 이전한다는 글을 내걸고 모든 글을 숨김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5개월여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블로그를 만들고 test를 하고 다닙니다. 이 당시 50개 이상 글을 올렸던 블로그만 10개정도에 이를 정도로 많은 실험이 있었고, 그 결과 안착한 곳이 오마이뉴스 블로그였습니다. 오마이뉴스 블로그에선 대략 11개월간 운영했었는데 정말 블로그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소통의 중요성, 블로그 운영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되는지 등등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 때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때의 고민의 결과로 Tistory로 오게 된 것이죠. ㅎㅎ)
오마이뉴스에서의 블로그 운영은 정말 꿈같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글을 작성하던 양도 지금보다 훨씬 많았고, 하루에 블로그에 찍히는 카운터 숫자도 훨씬 많았습니다. 거의 두 배정도 찍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때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이 지금과 비슷해지게 된 때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던 목적은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남기는 것이었는데, 오마이뉴스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면서 경시대회를 공부할 정도로 과학에 어느정도 성취를 했던 학생들에게 시험 다음에 있는 퇴보[footnote]학생들이 공부를 하다가 접고 일상 학교생활로 돌아가면 진보는 고사하고, 이전에 알고 있던 것들조차도 잊는 퇴보를 하게 된다.[/footnote]를 하지 않도록 지적 자극을 줄 수 있는 블로그를 운영하자는 목적을 잡게 됩니다.
그러다가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어떤 분이 제 블로그에 자신의 이미지가 쓰였다고 고소할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한 사건이었습니다. 추석 전전날이었던데다가 비슷한 경험도 없었던 저로서는 심적 충격이 상당히 컸고, 당시까지 제가 올리는 글의 약 30% 정도를 펌글로 올렸었는데, 거의 모든 펌글을 제거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4.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한 Tistory로의 이전
오마이뉴스 블로그에서의 블로그 운영은 결과적으로 블로그란 스스로의 브랜드를 만들고 유지해가는 소통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Tistory 서비스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저는 블로그를 둘로 쪼갤 생각을 합니다. 오마이뉴스 블로그와 Tistory 블로그로 쪼개서 Tistory 블로그는 과학전문으로 만들고, 오마이뉴스 블로그는 그 이외의 글들을 올리는 장소로 만들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블로그에 중대한 위기(불안정한 시스템과 드린 속도)에 있어서 더이상 글을 올리지 못하게 돼고, 결국 오마이뉴스 블로그를 접는 계기를 맞습니다. 너무 느려서 100만 카운터를 찍게 되면서 그냥 블로그를 접어버렸죠. -_-
여기까지가 제 블로그의 역사입니다.
최근에는 애드센스도 달아보고, 다음 블로거뉴스에 글을 열심히 송고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하루 17만 카운터와 함께 약 80만원 상당의 애드센스 수익도 올려봤죠. 뭐 하루 80만원씩 번다면 누구 부럽지 않은 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을테고, 명성 또한 당연히 따라오겠죠. 하지만 블로거뉴스를 통한 여러가지 시험을 하는 동안 블로거뉴스로 글을 보내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쪽에 비중을 두고, 신경을 쓰게되면 그때부터는 블로그가 블로그가 아닌 다른 것으로 바뀐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많은 블로거들이 다음 블로거뉴스로 접근하고, 분석하고, (저도 블로거뉴스가 처음 외부 블로그에 공개된 뒤에 다음 블로거뉴스를 엄청 분석했었습니다.) 그래서 메인을 점령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러한 블로깅이 과연 진짜 블로깅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또한 논란이 일고 있는 말들이 몇몇 있습니다.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나 파워블로거(Powerblogger), 알파블로거(Alphablogger)같은 낱말들입니다. 용어 하나하나에 대해서 실체도 없는 말들을 만들어냈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말이고, 저도 한동안 이런 말들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거부감을 갖게 된 적도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전업블로거같은 단어들은 명료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용에 있어서 꺼려지는 느낌이 훨씬 적었죠.
이에 대해서 저는 최근 이러한 용어들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들 자체가 사실은 매우 부정확한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위의 용어들이 부정확한 용어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굳이 이 용어들의 사용을 꺼릴 필요는 없다고 결론을 맺게 됩니다.
블로그 운영목적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로그를 남을 위해서 운영하는 사람은 없다는 재즈라이크(jazzlike.com)님의 말씀이 있으셨습니다만 마찬가지로 용어 자체의 의미가 상당히 애매한 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뭐 간단한 예를 들어서 마더 테레사 수녀님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테레사 수녀님이 정말 남을 위해서 인생을 헌신하신 분인 것이 확실하지만, 그 덕분에 테레사 수녀님이 얻은 것이 없느냐 하면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살아왔던 그 어떤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신 분입니다. (어차피 죽은 뒤에야 재산 같은 것은 갖고 가지도 못하니 죽은 다음에는 명성같은 것을 기준으로 판단해야겠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테레사 수녀님이 남을 위해 헌신했듯이 남을 위해 전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명성이 당연히 따라오고, 그로부터 어느정도 경제적인 안정도 찾아오겠죠. 반대도 성립합니다.
결국 자신을 위해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과 남을 위해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 모두 거의 비슷한 변화과정과 운영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이들을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은 물론 내 글들이 어느정도 인정받고, 이를 바탕으로 제가 하고자 하는 활동을 어느정도 보장받는 뭔가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이러한 제 목적은 다음 블로거뉴스에서 메인에 걸려 트래픽 대박을 받는 것도 목적이 아니고 (물론 받으면 좋습니다만…) 제 블로그에 카운터가 많이 찍히는 것도 목적이 아닙니다. (그래서 스킨에서 카운터도 제거했습니다. 물론 그 날 있었던 일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자주 카운터를 확인하고 있기는 합니다.) 블로그에 방문하신 분들이 더 쾌적하게 제 글들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각종 위젯들, 매너들을 줄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테스트 단계이지만 애드센스도 조만간 떼어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러가지 배너들을 다는데도 많은 고민을 하고, 컨셉을 유지하거나 블로그를 분할시키는 등에 대한 고민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예….. 블로그를 둘 또는 셋 정도로 나눈다면 한 블로그에서는 최소한 고민할 필요가 없겠죠. 온갖 잡동사니를 올려놓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되니까요. ㅎ
제가 결국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그 자체로 뭔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얻는 과정에서의 도구(tool)로 활용하고, 다른 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운영하는 것입니다. 물론 블로그 자체로 뭔가를 많이 얻을 수 있으면 이도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원고를 청탁받거나 블로그마케팅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단행본을 쓰거나….
아직 제 수준이 뛰어나지 않아서 블로그로부터 얻는 뭔가가 아직 많지는 않습니다만, 언젠가는 그 중간과정으로서, 또 다른사람과의 소통의 도구로서 충분히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지금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M_ps.|ps.|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이 무엇이든 1차적으로 제가 운영하고픈 마음이 들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블로그축제와 관련된 논쟁은 올블로그에서 더이상 활동할 필요가 없음을 느낍니다. 블로그축제 한가지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건 아닙니다만….. 결국 앞으로 한동안 올블로그를 방문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 컴퓨터에는 올블로그 도메인이 금지사이트에 포함시키고, 블로그 링크에서도 제거될 것이며, 올블릿도 제거될 것입니다. 굳이 올블로그로 가는 RSS까지는 차단하지 않겠지만 이렇게 함으로서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하기를 원하는 그들에게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할 공간을 제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없었던 올블로그에 흐르는 심각한 새로운 기류에서 떨어져 있고 싶습니다.
올블로그 유저들, 운영자들이여~ 안녕~♡_M#]
블로그를 왜 운영하는가에 대한 목적의식을 분명히 해두는 것이 앞으로를 위해서도 좋을 듯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ps) 마소 3월호에 작은인장님이 이달의 블로거로 뽑히셨네요.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