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사람들은 항상 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라는 생각을 한다.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기본적인 생각에 충실하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우리는 비정상적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 글에서는 왜 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 몸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그 세포의 내부에는 수많은 세포 소기관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을 관장하는 세포핵 속의 유전자 혹은 DNA이다. 우리의 DNA는 우리가 살아남는 최선의 조건을 갖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그렇지 못하게 설계된 DNA를 갖는 사람들은 후세를 양산하는 조건이 나쁘기 때문에 급격히 또는 서서히 도태되고 말 것이다. 우리의 행동은 DNA의 특성을 토대로 하여 후천적인 학습을 쌓고서, 그를 바탕으로 하는 상황판단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행동들은 자기 DNA에 유리하게끔 조율된다. 똑같은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 (자기 자식이 누군지 정확히 모를 경우에도) 자신의 자식에게 더 끌린다던지.. 하는 것은 모두 이 DNA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 몸속의 DNA가 자신을 번식시키기(?) 위해서 우리 행동의 뼈대를 구성하게끔 작용한다고 보면 된다. 여기까지는 아주 유명한 이기적인 유전자 이론이며, 이 이론은 굉장히 많은 상황을 설명한다. 간혹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서 이러한 일을 반대로 하게끔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흔치 않은 예외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자~ 이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포핵 이외에 또 하나의 유전물질을 갖고 있는 미토콘드리아[footnote]미토콘드리아는 동물과 식물 세포 내에 있는 소기관으로 우리 몸 속에 있는 영양분과 산소를 결합시켜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만들고, 세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에너지물질, ATP를 생산하는 세포소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자체적인 유전물질을 가지며, 세포 속에 수백 개가 존재하고, 세포의 번식과 무관하게 항상 독립적으로 스스로 번식한다. 진화론자들은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속에 존재하게 된 것을 내공생진화론으로 설명한다. 내공생진화론이란 세포가 먹이로 잡아먹던 다른 생물과의 관계를 먹이가 사는데 필요한 양분을 제공하고 대신 먹이를 잡아먹어 섭취하던 영양분을 제공받아 공생을 하게 됨으로서 사냥을 하지 않게 된다는 이론이다. 일반적인 동식물세포를 살펴보면 다양한 내공생진화의 결과물인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골지체 등을 발견할 수 있다.[/footnote]라는 세포 소기관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자. (식물의 경우 엽록체도 독립된 유전물질을 갖고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효율이 나쁘면 그 개체는 많은 양분을 소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약한 개체가 될 수밖에 없다. 부모로부터 어떠한 좋은 미토콘드리아를 받느냐는 부모가 좋은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운이다. 그래서 부모 개체로써는 자기의 자손들에게 좋은 미토콘드리아를 남기는 것이 큰 과제로 대두된다.
각각의 미토콘드리아는 그 특성이 다르며, 효율성이 천차만별로 크게 차이난다. 이 미토콘드리아의 효율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서 그 개체의 번식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미토콘드리아가 개체 번식에 세포핵보다 적게 관여하는 것은 세포핵은 오직 한 개가 자손에게 전달되는데 비해서 미토콘드리아는 상당히 여러 개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쁜 형질의 미토콘드리아를 한두 개 물려받았다고 해도 그 영향력은 세포핵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미토콘드리아도 물론 편중될 수 있으므로 어떤 내장기관이나 어떤 부위에는 일정한 종류의 미토콘드리아로 채워질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특정 장기가 약해질 수 있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일부 특정 미토콘드리아는 특정 장기에는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인체의 내적 체질은 미토콘드리아의 영향을 받는다. 물론 대체적으로 외적인 모습 등은 세포핵에 의한 DNA에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된다.
식물이나 동물의 세포 번식은 핵의 복제를 의미한다. 핵이 복제될 준비가 되면 그에 맞춰서 세포가 복제될 준비를 하고, 핵의 번식과 같은 순간에 세포가 둘로 갈라지게 된다. (간혹 둘 이상으로 갈라지기도 한다. 버섯이나 곰팡이류의 경우는 한 세포 내에 다수의 핵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의 경우는 다르다. 미토콘드리아는 환경만 되면 세포 내에서 스스로 마음대로 복제를 한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는 개체수의 번식에 크게 관여를 하지 않는다. 그럼 미토콘드리아는 어떻게 자손에게 전달이 될까???
생물의 번식은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으로 나눌 수 있다. 무성생식은 원시적인 단세포 생물체가 번식하는 이분법에서부터 고등생물체들의 번식법인 꺾꽂이나 출아법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무성생식은 개체의 진화가 느리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고등생물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무성생식을 하는 생명체는 고등동물로 진화하지 못했다.) 반면 유성생식은 무성생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화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만이 고등생물로 진화한다. 유성생식을 한다는 것은 두 개체로부터 형질을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두 개체는 대부분 암-수 혹은 남자-여자로 분류된다. 대부분 암컷과 수컷에서 갖춰야 할 유전정보의 절반인 n 개의 DNA를 물려받고, 이 둘을 합해서 2n 개의 DNA를 자손들이 받는다. 따라서 한 개체로만 보자면 DNA의 영향은 절반만 후손에게 전달된다. 그래서 자손들은 부모를 각각 절반씩 닮는다. 이때 유성생식의 장점은 다른 개체와의 DNA를 혼합해서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설령 문제가 있는 DNA가 섞여 있다고 해도 이 DNA를 갖지 않는 후손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문제가 있는 DNA[footnote]문제가 있는 DNA : 후세가 좋은 경쟁력을 갖는데 방해가 되는 유전자[/footnote]를 전체 개체군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힘들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DNA와 같이 있는 우수한 DNA[footnote]우수한 DNA : 후세가 좋은 경쟁력을 갖도록 만드는 유전자[/footnote]가 존재한다면 이 DNA의 유전정보를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역시 같이 존재하게 됨으로써 이 같은 문제를 충분히 보상할 수 있다.[footnote]좋은 유전자가 등장하는 것은 특정 개체에서만 고려하거나 생물집단 전체를 고려하거나 이득이다. 왜냐하면 좋은 유전자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높은 확률로 나쁜 돌연변이도 생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나쁜 유전자와 같이 있는 좋은 유전자여서 당대에는 보존과 후손에게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제거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아 전체 개체군에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footnote] 또한 손상된 DNA를 제거하고 그와 짝이 되는 DNA를 복사해서 복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것은 어디까지나 핵의 DNA에 국한 된 이야기이다.
이제 미토콘드리아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토콘드리아의 유전물질의 경우 세포핵의 DNA와는 달리 무성생식과 같이 이분법을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우수한 형질을 지닌 미토콘드리아는 계속 우수한 미토콘드리아로 남고, 나쁜 유전형질을 지닌 미토콘드리아는 계속해서 나쁜 형질을 지닌 채 남게 된다. 그러므로 미토콘드리아의 형질이 나쁜 개체인 경우에는 대대손손 고생을 하게 된다.
우리의 유전정보는 정자와 난자를 통해서 후손에게 전달되게 된다. (우리와 유전정보 전달방식이 다른 식물이나 닭과 같은 동물들도 결국에는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된다.) 정자는 매우 작은 머리에 DNA를 가득 담고 있으며, 미토콘드리아는 꼬리(섬모)가 시작되는 부위에 적은 수가 담겨 있다. 이 미토콘드리아가 양분을 분해해서 난자를 향해 운동하게 된다. 난자는 지름이 0.1mm정도로 사람의 세포중에는 매우 커서 그 안에 n개의 염색체를 갖는 세포핵 한 개와 함께 굉장히 많은 양분을 갖고 있으며, 물론 수백 개의 미토콘드리아도 갖고 있다. 이 두 개의 난자와 정자가 수정을 하게 되면 생성된 개체는 두 개체에서부터 물려받은 세포핵 DNA를 갖게 된다. 그러나 정자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난자와 수정될 때 난자 안에 못 들어간다. 정자에서 난자에 들어가는 것은 오직 세포핵의 DNA뿐이다. DNA들은 형질을 발현하여 남자와 여자에게서 절반씩 닮은 자손을 남기게 되는데, 여기서 미토콘드리아는 정자로부터는 받지 못하므로 100% 난자로부터만 받는다. 따라서 세포의 에너지 활용 형질은 여자로부터만 물려받게 된다.[footnote]연구결과에 의하면 미토콘드리아 전체를 정자로부터 물려받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다양성 보존이나 여성 개체의 유전형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겠다.[/footnote]
따라서 남자로서는 뛰어난 미토콘드리아를 갖는 여자를 찾는 것은 당연한 것일 듯싶기도 하다.
아마도 DNA는 훌륭한 유전형질을 갖는 DNA뿐만 아니라 훌륭한 유전형질을 갖는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는 개체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이상형을 찾아다닌다. 이러한 이상형은 아무래도 더 뛰어난 유전정보를 갖는 사람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좋은 유전형질 미토콘드리아의 영향은 뛰어난 운동능력, 뛰어난 신경능력, 뛰어난 소화능력, 강한 질병 저항능력 등등으로 나타난다. 외부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능력은 DNA 이외의 또 다른 능력을 필요로 한다. 기계가 아무리 훌륭하게 설계됐다 해도 그 효율성이 낮다면 좋은 성능을 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뛰어난 외모(?)와 함께 뛰어난 능력을 고려하게 된다.[footnote]훌륭한 유전형질은 꼭 높은 효율성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 생물군 전체로 보자면 높은 효율성 이외에도 다양성 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footnote] 명문가에서는 뛰어난 여자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기도 한다. (이혼한 삼성가 전 며느리이자 탈렌트인 고현정을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기억할 것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뛰어난 상대를 찾는 것은 어쨌든 본능[footnote]DNA에 새겨져 있는 개체의 생존전략의 기본전술[/footnote]에 의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그 뛰어난 상대는 분명 우리의 이상형일 것이다.
ps. 앞으로는….. 이쁜 여자, 멋진 남자를 찾아다니는 것에 목숨 걸고 해야 할 것 같다.
흥미로운 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전 연아양이 좋습니다. 응(?)
연아양……..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