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7 – 국내편

내가 우리나라 영화를 몇 편이나 봤을까??
생각 외로 우리나라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나보다. 물론 그 중에서 예기치 않게 재미있었던 영화도 있었고, 예상보다 너무나 재미없었던 영화도 있었다. 그 예가 김기덕 감독의 <악어>란 영화였다. 어떤 여자와 깡패의 사랑을 그린 영화였는데.. 다리에서 떨어져 자살하려는 여자를 (자살하는 사람들의 시체로 돈을 버는) 다리 밑 텐트에 사는 깡패가 구해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결말은 혹시 보실 분 있으시면… 재미없으실까봐 생략한다.(주의 : 18금 영화)
참고로 말하자면 그 당시 같이 본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물론 당시 대세가 재미없었다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나처럼 재미있단 이야기를 안 한 것일수도 있다.

어째튼… 지금부터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1. [8月의 크리스마스](1998)

[8 월의 크리스마스]

– 는 흔한 이야기다. 초원사진관을 운영하는 어떤 30대 중반의 노총각(정원 : 한석규)과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차단속원을 하는 어린 20대 초반의 아가씨(다림 : 심은하)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어떠한 3류 소설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 진행되어 남자가 암으로 죽어버린다. 그리고 사랑 이야기는 겨우 놀이동산 한 번 가 본 것을 끝으로 제대로 사랑한단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로 막을 내려버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일반적인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절제미가 잔잔한 호수위에 흩어지는 물결무늬처럼 고요하게 우리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90 분의 아주 짧은 영화라지만…. 시간이 꽤 넉넉하게 느껴진다.

심은하… 너무 이뻐~ ㅎㅎ

원래 대학가요제 출신인 한석규의 ending song을 들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허진호 감독의 이 작품에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다음/네이버 등의 포털 검색에 안내되는 페이지가 없다는 점이다. 검색해 보면 2005년에 나왔다는 일본 드라마의 ‘8월의 크리스마스’가 소개된다. -_-

2. [공동경비구역 J.S.A.](2000)

[공동경비구역 JSA]

– 는 사실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을 다루고 있는 흔치 않은 이야기다. 소재면에서는 불가능하다 하여 많은 비판을 받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다루기 힘든 소재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전개한 점이 많은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냈다. 또한 독특한 구성도 음미해 볼만하다. 결말이 비극인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어쩔수 없는 끝맺음인지도 모른다. 송강호의 연기가 인상적이어서, 이 영화를 통해서 송강호가 주연급 배우가 됐다. 반면 이영애는 극중 위치가 애매해서 억지로 구색을 갖추기 위해 여배우를 배치했다는 비평을 들어야 했다. (사실 이영애의 연기가 그리 좋지 못했다.)

엄청 유명한 장면이다.

3. [번지점프를 하다](2000)

– 는 동성애를 그린 영화라 하여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긴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동성애를 다룬 영화는 아니다. 물론 논픽션이니 현실을 무시한 구성이겠지만, 그것을 떠나서 그냥 남녀간의 아름다운 사랑을 다룬 영화라고 생각해 볼만하다. 그 사랑의 구성이 다른 영화와는 달리 좀 극적으로 진행되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거리가 나오고, 비평과 찬사를 동시에 받아야 했던 것이 아닐까?? 아니 그보다는 동성애 이야기가 나온 것은 마케팅의 한 방법이었는지 모른다. (실제로 영화사의 홍보전략이었다.)
이은주의 연기보다는 이병헌의 연기가 돋보이며, ‘숟가락’이란 낱말에 대한 재미있는 이론 등을 들을 수 있다.

비가 오던 날 갑자기 나의 우산 속으로 뛰어든 그녀
‘숟가락’을 쓸 때 왜 받침은 ‘ㄷ’일까?

4. [집으로…](2002)

– 는 재미있는 영화는 사실 아니다. 그보다는 잔잔한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난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이 영화를 다운받았었다. 그리고는 한 달이 지나도록 볼 생각을 하지 않다가 어쩌다가 보게 되었다.(화질이 아주 나쁜 cam버전이었다.) 처음에는 나쁜 화질과 소리때문에 집중하지 못했지만, 곧 영화 자체에 집중하여 끝나갈 때에는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라고 생각해도 좋다. 일종의 최류성 영화라고 하면 너무한 평가일까? 결국 이 영화의 dvd를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미디 요소로서, 닭백숙과 프라이드치킨만 보면 이 영화가 생각난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도 이걸 상당히 많이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ㅎㅎㅎㅎ

유명배우는 고사하고 무명배우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뒷이야기는 사람을 씁쓸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게 약이다. (아르헨티나에서 개봉했을 때 순위권 안에 들었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르헨티나와 우리나라의 정서가 통하는 것은 아닌지?)

5. [지구를 지켜라](2003)

– 는 개봉했을 때 상영관을 거의 잡지 못했고, 그래서 나는 별 기대를 하지도 못했다. 결국 관객이 안 들어서 조기종영했다. 물론 평론가나 팬들 사이에서 좋은 영화라고 화자되어 재개봉을 했다. 문제는 당시에는 그렇게 반응이 나와 재개봉했던 기존의 상당수 영화가 졸작까지는 아니었지만, 기대를 충족할만큼 수준 높은 영화가 아니었기에….. 이 영화에 별로 기대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내가 보려고 했을 때는 이미 종영한 뒤라서 p2p로 다운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운받은 뒤에도 두 달 이상을 하드에서 잠들게 놔뒀을 만큼 제작사가 제목과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보기 시작하자 눈을 잠시도 뗄 수가 없었다. 그 안에 많은 다른 한국과 외국의 영화들을 패러디했다고 하나 그런 것을 따지면서 볼 겨를이 없었다. 구성 자체가 아주 훌륭해서 그 스토리 라인의 결말을 예측하면서 보니 무척이나 재미있고, 자유분방한 구성이 마음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많은 다른 사람들과 큰 화면으로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 영화는 dvd를 구입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왜일까….?^^

특이한 것은 제작비를 아끼려고 하다보니 화질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이러한 이유로 dvd를 제작할 때에 나쁜 화질을 보강하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다고 한다. 덕분에 예상치 못한 훌륭한 영상의 dvd를 세상에 내놓게 됐다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까 한다. (추가 : 결국 dvd를 샀다.)

6. [안녕, UFO](2004)

– 는 마을버스 기사와 장님 아가씨의 아기자기한 사랑 영화다. 비현실적인 줄거리를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8月의 크리스마스]와는 전혀 다르다. 절제미, 여백의 미를 적절히 추구한 영화가 [8月의 크리스마스]인 것에 비해서 이 영화는 진행하는 내내 아기자기한 이벤트로 가득 차 있다.

이은주와 이범수의 은근히 매력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볼만하다.

까메오로 출연해서 재미있는 연기 보여준 전인권

7. [고래사냥](1984)

– 은 일종의 코미디 영화다. 영화 내내 관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을 그런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진짜 하고 싶었던 ‘고래사냥’은 당시 시대상, 감독이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별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리라 생각해서 세부적인 이야기는 생략한다.

이 영화는 국민배우 안성기와 당시 유명한 가수였던 김수철이 주인공이고, 70년대 포크송 중에서 유명했던 동명곡 ‘고래사냥’이 삽입되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이 이외에도 [재밌는 영화](2002), [주유소 습격 사건](1999),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 같은 좋은 영화들이 있었다.

영화들의 상영 년도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2000~2004 년 사이의 영화이다. 최근 우리나라 영화들은 흥행면에서는 성공하는지 몰라도 진정한 재미나 감동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물론 가끔은 진짜 좋은 경우가 있지만….

ps.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5 – 해외편

추가 : 2021.05.12

글 쓴 날이 2010-09-10 10:58으로 남아있었지만, 실제로는 이때보다 몇 년 전에 쓰여진 글이다. 남아있는 날자는 글을 교정한 시간이다. (저때에 처음으로 글쓰기라는 게 뭔지 깨달았었다.)

그리고, 지금 이 목록을 살펴보면….. 이제는 넣지 않을 작품들이 있다. 최소한 2 개 정도는…..

댓글에 [나쁜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이 영화는 진짜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여자주인공….. 서원 씨(박성희)는 이 영화를 찍은 뒤 연예계를 떠났다. 배우들의 촬영이 연기가 아닌 실제였기 때문이다. 비극이다. 감독 김기덕과 남자주인공 조재현은 사회적으로 매장됐다. (댓글을 남기셨던 분들도 지금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실 것이라 생각한다.)

추가에 대한 ps.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으로 있던 장훈 씨가 김기덕 감독을 버리고 따로 나가서 감독으로 데뷔하고는, [고지전]을 찍었다. 이에 충격을 받은 ([비몽] 촬영 사고 때문에 그렇잖아도 잠수 상태였던) 김기덕 감독은 [아리랑]이라는 자전적 영화를 만들 때까지 3 년 동안 스스로 혼자 격리된다. 사수를 버린 장훈 감독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그 사람들 말 듣고서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장훈 조감독이 김기덕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 조재현 배우의 부조리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35 thoughts on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7 – 국내편

  1. 마지막 고래사냥,김철수=>김수철

    1.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철수는 저희 집안 어르신 성함이네요. ^^;;

  2. 송광호 대신 송강호로 수정 부탁합니다~

    1. 아고아고….
      자료를 찾아서 토대로 작성하면 제가 느낀 것들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작성했더니…ㅜㅜ
      이름에서 완전히 오류 투성이네요.

  3. 왜왜왜!!! 살인의 추억과 공공의 적1은 없는거죠? ㅜㅜ 개인적 취향이지만…살인의 추억. 정말 잘 만들었는데…

    1. <살인의 추억>은 잘 만들었더라구요. 등수를 만든다면 한 15위쯤에 …..^^;
      <공공의 적>은 별로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 안 들던걸요. 그냥 깡패영화…!! ^^;

  4. 김기덕감독의 악어를 재미있게 보셨다니..ㅎㅎ 사실 저도 재미있게 봤는데..같이 본 사람들의 반응은 영..ㅋ 암튼..저랑 취향이 약간 비슷하신듯 하네요..혹시 “수취인불명”이란 영화를 보셨는지..전 그거 보고 완전 김기덕감독팬이 되어 버렸는데..영화를 보는 내내 왜 그리 가슴이 아프던지..

  5. 저와비슷한 성향에 영화를 좋아하시네요.
    악어는 제가 참 재미있게본영화고 8월의크리스마스는 참 아음이아픈영화고번지도마찬가지
    영화지요..jsa는 참 마음이 무거워지는 수작이고요..

  6. 기억에 남는 영화중에 나쁜남자, 텔미썸씽, 주홍글씨, 클래식, 섬..요것들도 나름 재미있게 봤었는데..보고 가장 짜증 났던 영화는 투사부일체..완전 쓰레기 영화..울나라도 이제 그런 3류 양아치영화 그만 만들었으면 좋겠는데..ㅡㅡㅋ

  7. 내 생각인데…김기덕 감독의 `나쁜남자`라는 영화가 좋을것 같은데..왜지…

    역시 된장녀를 잡을려면 나쁜남자가 되야 한다는것 가르쳐 줘서..

  8. 제가 본건 8월의 크리스마스, 공동경비구역JSA, 집으로 이 세가지 네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에 친구들이 한석규랑 같이 술마시던 장면, 한석규가 자기 아버지가 VTR 녹화를 못한다며 화를 내는 장면 등이 떠오릅니다.

    참 마음이 아련해 지네요.

  9. 집으로 뒷이야기가 궁금하네요~댓글좀 달아주실수 있으신지요~^^

  10. 이거혹시 망한 영화 BEST7 아닌가요?ㅋㅋㅋ

    JSA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 공동경비구역 JSA 기억이 나네요.
    좋은 영화 소개해주는 것 같아 참 좋은데요~

  12. ㅎㅎ. 김수철로 고치면서 조사는 ‘가’로 그냥 두셨군요. 흐흐흐

    1. 에구에구…
      어디까지나 감성이 관여하는 글은 참고로만 하셔야 하는 거는 잘 아시죠? ^^

  13. 작은인장 회원님의 포스트가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링크되었습니다. 다음 헤드라인으로 교체될 경우 각 섹션(시사, 문화, 엔조이라이프, IT과학) 페이지로 옮겨져 링크됩니다.

    1. 헉… 미디어몹도 스팸 처리를…^^;
      EAS가 미디어몹도 스팸이라고 생각하나보네요. ㅎ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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