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마케팅의 현장

노이즈 마케팅이란 것은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생산하여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여기서 불필요한
정보라는 것은 제품과 직접적 관련이 전혀 없는 정보이거나 관련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제품의 선택 기준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정보를 말한다. 그렇다고 사기를 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면 이해가 좀 더 빠를 것이다. 밑에는 노이즈 마케팅, 사기, 그리고 그 중간쯤의 마케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대표적인
노이즈 마케팅의 예로 영화 《디 워》(D-War)를 들 수 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좋은 영화/나쁜 영화에 대한 찬반 논쟁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결국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수백만을 낚은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 대부분은 이 영화가 동원 관객수에
어울릴만큼 좋은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영화사에서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영화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가 제공된 것이 아니고,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차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화 평가 요소를 의도적으로 논리적인 것인 양 이야기하여 많은 사람들을 논쟁 속으로 뛰어들게 만들었다. 결국 사람들은 ‘어떤
영화기에 저렇게 논쟁이 심할까?’ 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원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영화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노이즈
마케팅이다.[footnote]결과적으로 《디 워》논쟁은 그동안 쌓이던 대중의 영화평론가들의 평론에 대한 불만들의 표출로 대중이 더이상 믿지 않는 분수령이 되었다. 이 부분은 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대중이 독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디 워》는 영화 자체의 질이 아닌 문화적 현상으로서 우리에게 기억될 수 있게 됐다.[/footnote]

반면 옛날에 정수기 회사에서 물을 전기분해 하면서 생기는 붉은 녹을 보여주고, 물이 더러우니 물을
걸러먹는 정수기를 구매/판매하라고 선동하는 일이 있었다. 금속이온이 들어있는 물(특히 수돗물)을 전기분해하면 그 안에 들어있는
금속이온(보통 미네랄이라고 부른다.)들이 이온화 값이 변하면서 색이 바뀌게 된다. 이 때 물속에 들어있는 금속이온의 종류에
따라서 물의 색이 바뀌게 되는데 대부분의 수돗물은 수도관 속에서 녹아 들어온 철 이온이 많기 때문에 철 이온의 2가 양이온인 Fe+2가 다량으로 형성되어 붉은 빛(철의 녹 빛)을 띄는 것이다. 이는 정수기의 성능이나 수질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를 이용해서 정수기를 팔려고 한다면 이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라 사기다!!
사실 세계적인 다단계 회사에서도 강의에서 이러한 정수기 실험을 보여주곤 한다. 그 실험을 보여주며 강사는 “법이 바뀌어서”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 법은 바뀌지 않았고, 수질비교를 위한 전기분해 실험은 여전히 금지되어 있다.

 ▲수돗물을 전기분해하면 적색앙금이 생겨 못 마신다 ⇒  일부 정수기 판매원들이 판촉과정에서 전기분해 실험으로 수돗물에는 인체에 매우 유해한 중금속 등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
러나 수돗물에서 전기 분해 후 발생되는 적색앙금은 물속의 미네랄이 전기를 통하게 해서 생기는 것이며 미네랄이 풍부한 생수,
지하수, 약수 등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며 일부 정수기물은 적색앙금은 발생하지 않지만 몸에 필수적인 미네랄 성분이 제거되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또 한 가지 예는 오래전인 1998년도 이야기로 삼성전자의 CRT 모니터 마케팅에 대한 것이다.
CRT
의 화소의 배치는 기본적으로 끊임없는 삼각형 형태로 배열된다. 화소의 배열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한 변이 수직으로
되어 있는 이등변 삼각형 모양이다. 여기서 픽셀피치(화소간 거리)를 이야기할 때는 삼각형의 한 변의 길이를 이야기한다. 같은
화면 크기의 모니터일 경우에 픽셀피치가 작을수록 더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삼성 모니터의 픽셀피치는 유난히도
수치가 작게 광고되고 있었다. 정말 성능이 좋은 것이었을까? 하지만 삼성의 광고에 사용한 픽셀피치의 거리 수치는 일반적인
픽셀피치와는 다르게 수직 화소의 배열 사이의 거리로 정의하고 사용했다. 그래서 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정의로 바꾸면 타
경쟁기업들의 수치와 완전히 일치했다.
이런 경우는 노이즈 마케팅일까 사기일까? 법적으로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마케팅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사기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은 피해야 할 타도의 한 대상임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에서는 노이즈 마케팅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부평의 지하상가에 들렸다가 엄청난 노이즈 마케팅을 실제로 사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상호도 알 수 없는 부평의 지하상가의 몫이 좋은 곳에서 하는 노이즈 마케팅은 다음과 같은 방법이다.

부평 지하상가의 노이즈 마케팅 점포
이 사진만으로는 잘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서 노이즈 마케팅 장면만 확대해서 다시 찍어봤다.

노이즈 마케팅 : SALE....!!!
멋지지 않은가?

노이즈가 잔뜩 나오는 화면에 쓴 SALE이라는 문구는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인다. 하지만 실제 지하상가에서는 눈에 무척 잘 띤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노이즈의 모양
브라운관에 나오는 노이즈(잡음)는 TV를 구성하는 반도체 등의 부품이나 도선에서 스스로 만들어 내면서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신호의 모습이며, 일부의 TV의 노이즈는 우주로부터 오는 우주배경복사에서 기인한다(AM 라디오의 잡음도 같은 원리에 의해서 일어난다.)[footnote]우주배경복사의 영향은 옛 CRT TV나 라디오에서 더 영향이 컸다. 최근 생산되는 제품에는 이 노이즈가 자동으로 차단된다.[/footnote] 보통
TV가 방송되고 있을 때는 영상 신호의 크기가 충분히 크므로 양자적으로 (확률적으로)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이 작은 신호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상 신호가 존재하지 않으면 작은 크기로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노이즈를 중심으로 신호 증폭이 일어나 화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안테나 때문에 추가되는 신호도 거의 동일하게 보인다. 불규칙하게 발생한 신호인지 우주배경복사에
의해서 발생한 노이즈인지를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두 모양은 거의 같은 원리에 의해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우리의 신경
지금 눈을 감아보라. 눈에 아무 것도 안 보일 것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는가? 뭔가 밝은 점들이 순간순간 생겼다가 사라지지
않는가? 마치 CRT TV 화면에 나타나는 흰 점들처럼 그렇게 보일 것이다. (안 보이는가? 당신은 터미네이터이니 당신의 정체를
연구해 보기 바란다.)
우리가 아무것도 보지 않을 때 흰 점들이 보이는 것은 브라운관에서 흰 점들이 불규칙하게 생기는
현상과 거의 유사하다. 우리의 시신경에서 발생하는 양자적으로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이 작은 신호들이 사라지지 않고 우리 뇌로
전달되어 밝은 점들이 보이게 된다.
그리고 이와 완전히 동일한 현상이 조용할 때 들리는 폭발음 같은 소리다.

3. 노이즈가 우리의 인식에 주는 영향
방송중인 TV화면에 노이즈가 발생하면 화면을 보기가 힘들어진다. 노이즈가 많이 발생해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짜증내던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은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노이즈가 많으면 정말 화면을 보기가 힘들어질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지금까지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적당한 노이즈는 오히려 우리가 화면을 인식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글자를 읽는데 적당한 노이즈가
있을 때 인식속도가 더 빨라진다.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분명히 우리 뇌는 시신경으로부터
전달되는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한 기능을 발달시켜왔고, 그 와중에 노이즈가 완전히 없는 것보다 적당히 있는 것을 더 빨리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갖게 되는 것이 틀림없다.
다시 위에서 살펴봤던 사진을 살펴보자.
분명 이 사진에서 TV에 써진 글자들은 잘 안 보인다. 하지만 위의 TV를 실제로 봤을 때는 화면의 흰 점들이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글씨를 읽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그런데 옷들이 13,000원으로 균일가로군요. ㅎ)

또 한 가지………..
노이즈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노이즈가 없는 세상을 사람들이 추구해서 없애야 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노이즈의 화면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조금 전에 내가 쓰면서 ” (그런데 옷들이 13,000원으로 균일가로군요. ㅎ)”라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위의 사진을 처음 보여줬을 때는 인식하지 못한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바로 여기서 노이즈 마케팅이 등장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아무 의미 없는 TV의 잡음으로 끌어들인 뒤에 그 옆에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인 “SALE”과 “균일가 13,000″을 등장시킨 것이다. 아주 멋진 노이즈 마케팅이지 않은가?

위의 이중의 노이즈 마케팅을 펼치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참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4 thoughts on “노이즈 마케팅의 현장

    1. 하지만 부평지하상가의 물건값은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의류와 전자기기 판매가 중심인데 거의 바가지라고 하더군요. (전 사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1. 멋진 노이즈 마케팅이네요. 부평지하상가… 구두가게 많기로 유명한 곳이죠.. 경쟁이 심해서 바가지 많이는 못씌울 텐데 ㅋㅋ, 지하상가 중에 잘 되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권리금이 쎈 곳이죠.. 따라서 가격도 올라가는게 아닐까요. 윤진서. 이택근 노이즈마케팅 하는 걸 보고 검색하다 보니 좋은 글이 있어서 댓글남깁니다. 멋진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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