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배우가 한국이 부러운 이유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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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TV의 예능에서 출연자가 그냥 말한 걸 캡처한, 게시판에 떠도는 이야기다. 헛소리라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분은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위의 대만 배우의 말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읽어봐도 확실히 맞는 부분도 있다.

이전에도 말했던 적이 있지만, 우리말은 다른 언어와 비교하면 뜻이 엄청나게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 어느정도냐 하면,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양자잡음이 생겨버릴 정도다. 이러한 우리말의 특질은 대부분 조사, 어미, 보조용언에 의해 나타난다. 조사만 수십 가지, 보조용언만 수십 가지 활용이 가능하다. 한 서술어에 대해서 어미만 200여 가지로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우리말은 기본문장 하나를 가져다가 몇만 가지로 변형시켜서 쓸 수 있다. 물론 늘 쓰는 표현을 반복해서 쓰니까, 실제로는 그리 크게 변형시키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말은 말을 하는 상황에 맞춰서 세밀하게 조사, 어미, 보조용언을 바꿔서 위 이미지의 배우가 말하는 것처럼 다른 언어로는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를 맞출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중국어가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 이미지에서 배우가 부러워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중국어의 약점을 크게 세 부분으로 생각해보자.

  1. 중국어는 발음이 단순하다. 자음 수도 적을 뿐더러, 모음 수도 매우 적다. 거기다가 받침도 없다. (말을 들어보면 ‘ㄴ’, ‘ㅇ’ 받침이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특정 모음의 일부다.) 따라서 같은 발음의 말이 정말 많다.
  2. 교착어인 우리말에 비해 중국어는 고립어이다. 우리말이 교착어라는 것은 우리말이 수많은 뜻으로 변형될 수 있는 이유이고, 중국어가 고립어라는 것은 뜻이 변할 수 없는 이유이다.
  3. 중국어는 성조가 있는 언어다. 성조란 노래를 부를 때 음을 조절하듯이 말을 할 때 음을 조절하는 음운이다. 표준 중국어로 알려진 대만이나 북경의 말은 4성조를 쓰고 있다. 그런데 지역에 따라서 3성조부터 6성조까지 쓴다고….. 그래서 같은 중국어 사용자 사이에서도 통역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말은 훈민정음이 만들어질 당시에 3성조를 쓰고 있었는데,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이후에 100 년도 지나기 전에 사라졌다. (그래서 우리말에는 원래 성조가 없었는데, 중국어를 따라하다보니 없는 성조를 표시하는 기호를 만들었던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렇게 성조가 사라진 것은 성조가 없어도 발음이 워낙 다양해서 별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어의 경우, 발음이 정말 단순하다보니 성조를 없앨 수가 없다. 성조가 없으면 의미 전달이 아예 안 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한자로 쓰다보니 어휘 변화도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중국노래는 노래를 부른 뒤에 그 의미를 꼭 다시 설명해 줘야 한다.

그렇다 보니, 중국어는 대화할 때 성조를 넣기 위해서 감정을 넣기가 힘들어진다. 예를 들어서, 아래 노래처럼 애교를 넣는다고 해도, 그 애교가 거의 정형화되어 있다.

이런 노래는 중국어로 부를 때 맛이 더 난다.

덕분에(?) 이런 노래는 중국어로 부를 때 감정이 더 극단적으로 표현되면서 잘 전달된다. 감정 조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음…. 우리나라에서도 동요제 같은 데 가서 보면 엄청나게 과장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동요가 아니라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노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넘어서서 감정을 어떻게 적절히 전달할 것인가까지 가창력에 포함되다보니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 생각한다. (거기다가 중국어 화자는 음의 높낮이를 평소에도 늘 쓰다보니 음치가 더 적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우리말에 문제점이 하나 드러난다. 한국어가 이렇게 엄청나게 복잡하다보니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조차도 한국어를 제대로 말하기 힘들고, 그만큼 알아듣기도 힘들다. 같은 표현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우리말 장점의 반대급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가 문맹율은 낮지만, 문해율은 (전세계와 비교하면 높지만, 교육수준이 높은 OECD 국가 중에선) 높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물론, 지긋지긋할 정도로 책을 안 읽는 것이 더 큰 이유겠지만…)

세계의 문해율 현황
(출처 : 나무위키)

ps.
이 글을 쓰면서 필요한 자료를 찾으려고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우리나라가 문해율이 높은 게 한자를 쓰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을 찾았다.

만약 한자 때문이라면, 한자를 안 쓰기 때문이 아니고… 한자가 발음이 몇 개 안 되기 때문에 혼돈이 쉽게 야기되기 때문일 것이다. 한자는 수만 자나 되는데, 그 모든 한자를 우리나라에서는 513 가지로 발음한다. 평균적으로 대략 100 개쯤 되는 한자가 같은 발음으로 읽힌다고 보면 된다. 조선시대에 역대 왕의 이름에 쓰인 한자는 쓸 수 없도록 금지되었는데도 지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뭐 대충 같은 발음의 다른 한자로 대체해서 쓰면 됐으니까!

그 결과, 같은 발음을 갖지만 뜻은 다른 동음이의어가 엄청나게 많아졌다. 예를 들어 ‘최고’라는 말은 몇 개의 뜻이 있을까? 윈도우즈10에 등록된 한자만 ‘최’는 39 개이고, ‘고’는 212 개이다. 이렇게 같은 음을 갖는 한자가 많기 때문에 이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단어만 사전에 등록된 것만 수십 가지가 된다. 사전에 안 나와있지만 조합해 쓸 수 있는 경우까지 합하면 수천 가지는 될 것이다. 最高, 最古, 最固, 最孤, 最枯, 最槁….

만약, 진짜 문해율이 높은 게 한자 때문이라면, 한자를 교육받은 옛날 세대와 한자를 교육받지 않은 요즘 세대에서 문맹을 제외하고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사람만 추리면, 이 사람들은 옛날 세대가 요즘 세대보다 문해율이 낮아야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조사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도 글쓰기에 워낙 잼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옛날 세대보다는 훨씬 글을 잘 쓰고 읽는다. (그래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이 분명히 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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