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시티 [아버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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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시티가 종방했다.
한때 단막극 매니아로서 거의 모든 단막극을 챙겨보고, 그러고도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CD나 DVD로 구워놓던 그런 때가 있었다. 단막극의 질이 워낙에 불규칙하여 실망할 때도 많았는데 1 년에 네다섯 개의 멋진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1 년간 100여 개의 단막극을 챙겨보는 노력에 대해서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막극 애호증이 사라지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블로그 운영과 방송국의 저작권 지침 때문이었다. 사실상 방송국에서 어떠한 단속도, 발표도 한 것이 없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바라볼 때 더 이상 간과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단막극 표절시비는 왜 꼭 좋은 작품에서만 발견되는지 단막극과의 거리를 급격히 멀어지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MBC 베스트극장은 완전히 종방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공식적으로 KBS 드라마시티가 종방함으로서 현재 방영되는 단막극은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드라마시티가 종방됐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1 년여만에 2008 년 방송된 드라마시티들을 보기 시작했다. 생각외로 2008 년 방송된 것들 중에서 좋은 작품들이 이전년도 방송분보다 더 많았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2008.01.12 방영된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름없이 사라져간 소설을 두 권 출판한 뒤에 대필작가로 살아가는 주인공은 어렸을 때 편부 슬하에서 어렵게 자랐다. 권투를 매우 잘 했던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러나 주인공을 낳은 다음 가출을 했기 때문에 주인공은 아버지가 권투를 포기하고 키울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은 공부를 잘 하고, 올바른 생활을 하는 어린이지만 아버지는 항상 윽박과 매로 주인공을 키웠다. 아버지는 배만 타고 돈만 벌어오면서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자식의 자기정체성 형성을 방해만 하여, 어린 주인공에게 반발심만 키웠던 것이다. 물론 아버지는 그것을 자식을 위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일이었을 게다.
아버지가 술집 여자와 재혼하면서 주인공을 서울로 유학(遊學)보내자 주인공은 열받아 상경한 뒤에 아버지와의 인연을 끊는다.

결국 주인공은 성인이 된 다음에도 결혼생활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별거(이혼?) 상태로 살아가는 불완전한 감성을 갖는 남성이다. 심지어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면서 재워뒀던 아들을 잊고 나오는 일반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비정상적인 정서를 보인다. 아버지가 사랑을 한 번도 표현하지 않고 억압으로 키웠기 때문에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어느날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말을 듣고 아들을 데리고 20 년만에 집으로 내려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뒤 이야기는 뻔한 이야기다. 집에 도착하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과정, 그리고 집에 도착하여 이미 죽은 아버지를 초상을 치루면서 자신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해 나간다. 그리고 옛 아버지의 사랑하던 방식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살펴보자면 결말은 다소 쌩뚱맞다. 드라마시티가 가족극을 표방하는 편이어서 결말을 다소 엉뚱하게 맺는 경우가 많은데, [아버지의 이름으로]도 마찬가지였다.(그런 면에서 드라마시티는 작가 등용문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이 작품을 보는 내내 우리들의 아버지가 생각났고, 카프카의 소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가 많이 생각났다. 카프카의 이 소설 내용을 잘 살렸다는 이야기 이외에 할 이야기가 전혀 없다. 카프카가 소설에서 아버지의 품을 막 떠나는 아들로서 아버지에게 이야기하길….. “바깥 사람들이 보면 한없이 좋은 사람이지만 막상 가족의 입장에서는 한없이 무관심하고 폭력적인 사람이 바로 아버지다. 나는 아버지같이 자식을 대하지 않겠다.” 라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어렸을 때 아버지를 정말 싫어했었고, 지금도 결코 좋아하지는 않는다. 카프카는 이 소설에서 어떻게 결말을 맺고 있더라?? 카프카의 글은 우리들의 ‘아버지상’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

빌어먹을……

카프카가 정곡을 찌른 뒤에도 지금까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똑같은 삶을 살아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말 좋은 작품이 나오더라도 그것을 꼭 봐야 할 사람들은 절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4 comments on “드라마시티 [아버지의 이름으로]”

  1. 글 잘 봤습니다…..좋은 아버지가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지금 같아선 산다는 것도 버거운데, 누군가를 책임지고 본을 보인다는 게….인간적으로 생각해보면, 참 뭐랄까 다들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1. 아기가 태어나야 어른이 된다는 말도 있는 것 보면… 그 중압감(?)이 어른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여러가지로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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