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마법의 비행] – 오래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책!

날아다니는 생물에 대한 책이다. 전체적으로 잘 정리돼 있다. 다만, 자잘한 실수가 여럿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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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겠다고 달려든 뒤부터, 책을 재미있게 읽지를 못한다. 책에서 지식만 얻으려 하는 게 아니라, 다방면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오타나 뜻을 다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장 같은 것에 특히 민감하다. 그럴 바엔 차라리 번역체가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지나치지만 않으면 번역체에는 둔감해지는 듯….

읽으면서 포스트잍에 메모해 붙였는데, 다 읽고서 세어보니 48 장이나 붙었다. 책의 두께에 비하면 상당히 많이 붙여놓은 셈인데, 아마도 내 책을 쓸 때 참고하려고 붙여놓은 것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로, 이전에 읽은 책은 아라키 칸테로가 쓴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인데, 거의 같은 빈도로 포스트잍을 붙였다. 절반은 지금 쓰고 있는 책에 활용하려고 붙인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책에서 고쳐야 할 것을 적어놓았다. ^^;;;; (이 책은 제목이 좋고, 내용도 꽤 알찬 편인데, 잘못 알려진 고정관념을 넣었다거나 번역을 잘못 했다거나 그런 게 많았다. 이 책도 나중에 독후감을 써보겠다.)

아무튼 이 책 [마법의 비행]은 재미있었다. 글쓰기도 좋았고, 삽화는 정말 훌륭했다! (참고로, 리처드 도킨스가 이전에 쓴 [이기적인 유전자] 같은 책은… 읽다가 때려치웠다. ^^; 워낙 고전이라서 내용은 읽기 전에 다 알고 있었기에 너무 지루했고, 저때는 리차드 도킨스의 글쓰기 솜씨가 지금 같지는 않았다. ^^) 아쉬웠던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비행이라는 건 물리적 행위인데, 물리적인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또 표지 디자인이 가볍고, 번잡스러워서 유아용 같아보인다.

[마법의 비행]

Flights of Fancy: Defying Gravity by Design and Evolution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지음 / 야나 렌초바 그림 /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1`8000 원

335 쪽 / 신국판

ISBN : 9788932474724

이 책의 차례는 간단하다.

CHAPTER 1 비행의 꿈
CHAPTER 2 비행은 어디에 좋을까?
CHAPTER 3 비행이 그토록 좋은 것이라면, 왜 일부 동물은 날개를 버렸을까?
CHAPTER 4 작다면 비행은 쉽다
CHAPTER 5 몸집이 크면서도 날아야 한다면, 표면적을 더 높은 비율로 늘려야 한다
CHAPTER 6 무동력 비행: 낙하와 활공
CHAPTER 7 동력 비행과 작동 방식
CHAPTER 8 동물의 동력 비행
CHAPTER 9 공기보다 가벼워지기
CHAPTER 10 무중력
CHAPTER 11 공중 부유 생물
CHAPTER 12 식물의 ‘날개’
CHAPTER 13 진화한 비행 기계와 설계한 비행 기계의 차이
CHAPTER 14 반쪽짜리 날개는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CHAPTER 15 외향 충동: 비행을 넘어서

번역 문제겠지만, 13 장과 14 장은 제목이 내용과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

이카루스는 열권까지 올라갔던 게 아니었을까? ^^

아무튼 책은 전체적으로 날아다니는 생물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멸종해서 자세히 알 수 없는 익룡은 제외하고, 새, 곤충, 일부 식물, 박쥐가 날아다니는 이야기를 한다. 더불어 거미의 유사비행 같은 것도 아주 잠깐잠깐 이야기한다. 사람이 만든 기계(날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사람이 만든 기계에 대한 물리적인 이야기는 약간 부족한 듯하지만 그래도 충실히 하는데, 생물에 대한 물리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좀 아쉬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걸 몇 가지 알게 됐는데, 그중에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것이었다. 키위, 타조, 에뮤, 공포새 등 날지 못하는 새들이 크게 둘로 나뉜다는 것이다. 한 종류는 애초에 날지 못하는 쪽이었고, 다른 종류는 K-Pg 대사멸 이후 나는 능력을 상실한 쪽이다. 거기다가 예전에 봤던 다큐에서 공포새는 남미를 제외한 전지구를 지배했다고 나왔었는데, 사실은 남미만 지배했던 것이다. (크로스체크를 했다. 역시 다큐 제작진은 우리나라 사람이나 외국 사람이나 확인을 대충 하는 건 똑같나보다. -_-)

날치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었다. 앞으로 쓰려고 계획 중인 책에서 날치 이야기도 할 건데, 그때 내가 쓰려고 하는 소재와 직접 관련된 건 아니지만, 부가적으로 유용하게 쓸만한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됐다. 책 141 쪽에서 날치가 새처럼 날갯짓 하게 진화하지 않은 게 놀랍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호흡기인 아가미 때문에 공기중에서는 오랫동안 날 수 없어서 안/못 진화했던 게 아닌가 싶다.

원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았는데, 밤을 샜더니 피곤해서 생략해야겠다.

이 책의 별점은 4.4 점 주겠다. 감점의 거의 대부분은 아래에서 말하는 잔실수가 많아서….

★★★★☆

ps. ‘날개 비틀기’가 무엇인가 하면…
이 책을 읽는 내내 날개 비틀기 이야기가 나온다. 라이트 형제가 처음 만든 비행기에서부터 각종 새 이야기까지….. 혹시 그게 무엇일까 궁금해 하는 분이 계실 것 같아서 내가 찍었던 날개 비틀기 사진을 올려본다.

날개비틀기
빌로오드제니등애가 정지비행하며 나도냉이꽃의 꿀을 빤다.
바람이 불자 날개를 비틀어 자세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 책에서 검토가 필요한 것들

이 책을 읽으면서 검토가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모아봤다.

우선, 이 책의 문제점 중 하나는 음….. 제본 문제다. 그림이 두 쪽의 가운데에 있는 게 많은데, 제본 때문에 접혀보여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활짝 펴지는 종류의 제본이 필요하다.

뉴턴 방식과 베르누이 방식
비행기 날개의 원리를 뉴턴 방식과 베르누이 방식으로 나눠서 설명하는데, 물리적으로는 이 둘이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정말 애매모호하다.

41 쪽 11 줄 : 태양을 기준으로 을 수 없다. → 태양을 기준으로 을 수 없다. (오타)

67 쪽 7 줄 : 개미, 벌, 말벌의 일꾼들은 언제나 불임 암컷인 반면, → 모든 개체나 다수의 개체가 번식에 참여하는 종도 많다. 곰개미Formica japonica는 한 집단 안에 여왕개미가 한 마리인 경우도 있지만, 수십~수백 마리가 같이 살기도 하며, 그물등개미Pristomyrmex punctatus는 모든 개체가 일개미이면서 번식에 참여한다. 따라서 ‘언제나’는 아니다.

118 쪽 6 줄 : 속이 빈 관은 꽉 찬 막대보다 훨씬 가벼우면서 조금 덜 튼튼할 뿐이다. → 속이 비었다고 결코 덜 튼튼한 건 아니다. 깃털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금속에 방사광을 쪼여서 수많은 작은 구멍을 뚫어주면 강도가 증가한다. 다른 예로, 철근과 철관을 직접 비교하면….

120 쪽 : 깃털은 다방면으로 장점을 갖지만, 만들 때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오직 하나의 단점이 있다.(소어 핸슨의 [깃털]에 따르면, 새는 섭취하는 에너지의 40% 정도를 깃털 만드는데 쓴다고 한다.) 따라서 천적이 없을 때 비행을 포기하는 이유는 날 때 힘든 점 뿐만 아니라, 깃털을 조금 만들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이 점을 빼먹은 것 같다.

175 쪽 3 줄 : 덕분에 벌새는 헬기처럼 정지 비행을 하고, 앞뒤 혹은 좌우로도 날며, 심지어 뒤집힌 채로도 날 수 있다. 정지비행은 조류에게 중요한 진화적 발견이었다. → 사실 거의 모든 새는 정지비행을 할 수 있다. 벌새만 정지비행 능력을 진화시킨 건 아니다.

176 쪽 7 줄 : 황조롱이는 먹이를 찾을 때 다른 방식으로 정지 비행을 한다. …. 황조롱이는 바람을 타고 나는데, 풍속과 동일한 속도로 반대 방향으로 난다. → 황조롱이도 완전한 정지비행을 할 줄 안다. 사실 거의 모든 새가 정지비행을 할 줄 안다.

고장난 참새

183 쪽 4 줄 : 산소 농도가 더 높았기에, 숲에는 불이 더 자주 났을 것이다(번갯불에 발화하여). → 사실은 지금이랑 비슷했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 산소 농도가 높았으므로 불이 날 가능성이 높았을 것 같지만, 그 시절의 식물도 그에 대응해서 불이 안 나게 진화했었을 것이다. 반대로 산소 농도가 낮아져도 산불이 나는 빈도는 비슷할 것이다.

197 쪽 5 줄 : 그래서 기러기, 황새 등 많은 새들은 V 자 대형을 이루어 난다. ……… 자전거 경주를 하는 선수들도 같은 방법을 쓴다. → 자전거 경주 선수들은 이 예에 속하지 않는다.

213 쪽 밑7 줄 : 물론 실크는 거미가 발명했으며 곤충, 특히 누에라는 애벌레도 독자적으로 발명했다. → 곤충 대부분은 애벌레 시절에 실크 같은 섬유를 뽑아낼 줄 안다. 누에는 뽑은 섬유를 사람이 활용하는 종이라는 게 특이할 뿐이다.

224 쪽 위쪽 문단 : 전체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227 쪽 밑7 줄 : 그러나 몸집의 비율을 따지면, 사람이 에펠탑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 문장이 좀 이상하다.

3 comments on “리처드 도킨스 [마법의 비행] – 오래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책!”

  1. 빌로우드제니등애 꿀먹는 모습을 첨부로 올려주셔서 ᆢ글로만 읽고 갸우뚱 넘어갈 부분의 이해가 쏙쏙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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