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범우사 / 2005.10.25 4판 1쇄 발행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 이상두
9000원 / 226쪽 / 양장
ISBN 89-08-01005-9 04340

책장에서 이 책을 발견한 뒤 이 책을 언제 샀나 하고 고민해야 했다. 오래전에 산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얼마 전에 샀다고 할 수도 없는 이 책…..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책은 2008년도 서울도서전에서 구매했던 것 같다. 당시에 도서전에 가서 산 다른 책으로는 『돈끼호테』가 있는데, 이 책을 사면서도 제목이 왜 이리 웃기게 보이던지…ㅋㅋㅋ 『돈끼호테』는 동화책으로서 한 번 읽어보고자 구입했는데 아직도 안 읽고 있다. 아마 지금 집어든 두 권의 책을 다 읽으면 다음번에 이 책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근데 읽을 책을 바꿀 때 눈에 잘 띄는 책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음..ㅋㅋ)
『군주론』은 현대 교양인의 필독서라는 말에 덜컥 구입했다. 동양이고 서양이고 유명 CEO들이 이 책을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라거나 항상 옆에 두는 책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이었나 추천하는 책이었나 하는 목록에서 이명박의 이름과 함께 나란히 발견하기도 한 책이었던 것 같다.

『군주론』은 총 26개 장으로 구성된 책이고, 각 장은 평균 9쪽으로 구성되어있다. 보기엔 시간 날 때마다 한 장씩 읽어나가면 금방 읽을 것 같지만, 이 책을 읽는 건 한 달보다 더 오래 걸렸다. 왜냐하면 이 책만 잡으면 잤으니까…ㅜㅜ
이 책은 내용을 떠나서 한마디로 정말 지루한 책이었다. 혹자는 마키아벨리의 문장력이 탁월해서 부드럽게 읽혀진다는데 나에겐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내용이 난해한 것을 고려한다면 탁월한 문장력이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암튼 무척 지루하게 읽어야 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이 쓰여진 시대가 중세시대였다는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탈리아는 프랑스, 에스파니아 등의 영향과 강력한 교황청의 영향으로 통일될 수 없었던 때였다. (이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은 교황청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추천사 중 한 구절에 이탈리아를 통일하는데 이바지한 책이라는 구절이 나왔다. 그러나 후대에 이탈리아가 통일될 수 있었던 것은 교황의 권위가 위축되었기 때문이란 것, 즉 르네상스의 힘이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도 충분히 이탈리아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당시 이탈리아의 군주들은 대의명분을 중요시하고,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지는 않던 시대였던 것 같다. 그리고 도시국가 시대에 맞춰서 세력이 사분오열하던 시대였던 것 같다. 마치 (내가 생각하기엔 비슷한 책인) 『손자병법』처럼이 쓰여지던 시대가 중국이 사분오열되었던 시대였던 것처럼….
그리고 처세술 책 답게….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구절들도 있었고, 또 같은 상황을 각각 다르게 실행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는 구절들도 꽤 있었다. 이런 모습도 『손자병법』과 완전히 빼어박았다.

이 책은 통치관 뿐만 아니라 인간관이나 세계관과 같은 내용들도 조금씩 나온다. 이런 것들을 읽고서 뭔가 도움을 얻기엔 너무 늦어버린 것 같지만, 얻을 것이 없는 책은 아닌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만 책 내용이 중세시대를 바탕으로 통치관을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오늘날 그리 실용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라 통수권자 뿐만 아니라 기업 운영자들 또한 비슷하지 않나 싶다. 오늘날의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기업은 중세시대의 국가에 비교될 수 없는 상황이다.

『군주론』의 초반부에는 이 책이 지탄받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서 민중은 억압해야 한다는 내용이라던지…. 만약 이 책의 전반  1/5 정도만 읽었다면 이명박의 국민을 억압하는 통치방법을 찬양하는 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책의 내용이 서서히 바뀐다. (아마 마키아벨리가 이 책을 매우 오랫동안 저술하면서 생각이 살짝살짝 바뀐 것 같다.)

귀족의 지지를 받고 군주가 된 자는 민중의 지지로 군주가 된 자보다 자신을 보전하는 데 훨씬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중간생략)………… 민중의 요구는 귀족의 그것보다 훨씬 소박한 것이며, 귀족은 억압을 하려는 반면 민중은 억압당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기에 덧붙여 말한다면, 민중은 다수이기 때문에 이들을 적대시하는 군주는 안전을 유지할 수 없으나, 귀족은 소수이므로 귀족을 적대시하더라도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 군주가 민중을 적대시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는 민중이 그를 외면하는 일이다. 군주가 귀족을 적대시할 때는 그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할 뿐 아니라 그들의 반항도 두려워해야 한다. 왜냐하면 귀족은 교활하고 선견지명이 있기에, 그들은 항상 사전에 자신의 안전을 꾀하고 또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편에 붙으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주는 항상 민중과 생활을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귀족이 없어도 정권을 유지할 수는 있다. 그리고 군주는 자신의 뜻대로 귀족을 언제든지 만들거나 없앨 수 있고 또 그들에게 권력을 주거나 빼앗을 수 있다.

– 제9장. 시민형 군주국 (p.72~73)

이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와는 맞지 않는 내용이다. 얼핏 보면 민주주의에 걸맞는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위 내용은 공산주의나 초기 산업사회에나 어울릴듯한 내용이다.(저술된 때를 생각한다면 이는 마키아벨리가 엄청난 사상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기업을 운영할 때에도 적용시키기 힘든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한 번 더 생각하자면, 이명박의 귀족을 위한 통치방식과도 비교해봐야 할 것 같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문제를 제기하자면, 두려움을 받는 것보다 사랑받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을 받는 것이 좋은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두 가지 다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과 두려움을 동시에 받는다는 것은 어렵다. 만약 우리가 둘 중 어느 하나를 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면 사랑받는 것보다는 두려움을 받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대체로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허위적이고 위험을 피하려고 고심하며, 이익 앞에 탐욕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 제17장 잔인함과 인자함, 사랑받음과 두려움 p.116

이 구절을 읽으면서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났다. 언제 해고할지 모를 잔인함….그렇기 때문에 직원은 그와 마주치는 것을 싫어했다는데, 그 반면에 그런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자신만이 다니는 통로를 따로 만들 정도의 배려 또한 그는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래서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 선견지명이 대단한 그의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과 리더십을 생각한다면 중세시대로 가면 그는 꼭 군주가 될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암튼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 가장 많이 졸았고, 또 참 여러 가지 생각도 하게 된 것 같다.

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점은 이 책은 이탈리아어를 번역한 책이 아니라 영어판을 중역한 책이라는 것이다. 대략 10년마다 한 번씩 해서 총 4판이 나오는 동안 세 번이나 번역을 손봤겠지만, 1975년식 번역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1판은 세로쓰기로 되어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이 가는 건 나뿐일까?) 아무튼 내가 재미없어 한 이유들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융합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이런 분들에게 추천한다.
옛날 어투의 책도 잘 읽으시는 분.
불면증에 시달리시는 분……!!!
(굳이 꼭 읽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2 thoughts on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1. 불면증 없는 사람이 사면 수면발란스가 깨져요…. 읽으려고 하면 시도때도 업이 자니까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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