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몇 일’과 ‘며칠’에 대해서

국립국어원이 ‘며칠’을 표준어로 정한 이유 : 어원을 알 수 없을 땐 발음나는대로 쓴다는 규정이 있다. ‘몇 일’의 어원은 알 수 없고, 발음이 [며칠]로 나므로 ‘며칠’로 쓴다.

뭔가 좀 이상하죠?

‘몇 + 일’ 조합으로 구성된 단어가 아니라면서…. 그냥 새로운 단어 하나로 규정한 것입니다. 근데 이게 정말 처음부터 하나의 독립된 단어였을까요? 이걸 따지려면 방대한 예시를 살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정도까지는 전 너무 어려워서 모르겠고, 이것저것 따지다보면 반대되는 예를 꽤 여럿 볼 수 있습니다. 또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 검색만 해봐도 때때로 ‘며칠’의 어원에 日을 끼워넣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어원을 모른다면서??)

발음을 대충 살펴보면 ‘몇 + 일’일 경우에는 ‘며딜’, ‘며닐’로 발음되야 한다는 겁니다. ‘며칠’처럼 ‘ㅊ’으로 발음되는 다른 예는 없으므로,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며칠’이 원래부터 한 단어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발음이 [며칠]로 되는 발음 자체를 특별한 음운현상으로 생각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딱 한 단어에서만 특별한 음운현상을 보이는 예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몇’이라는 단어는 다른 단어와 엮이면 복잡한 음운현상을 일으키는 특성이 있습니다. 지금 곰곰히 생각해 보세요. 여러 단어 앞에 ‘몇’이 위치할 때 발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거 정리해 보다가 A4용지 한 장 넘어가서 포기했습니다. ^^;;; 그러니까 ‘몇’이란 단어는 보통 ‘ㅊ’이 뒤에 오는 단어에 따라서 발음이 복잡하게 변하는데, ‘ㅊ’이 뒤로 그대로 연음되는 예가 ‘몇 일’밖에 없으니까 이런 음운현상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다른 예를 찾아보려고 하다가 실패했습니다. 혹시 다른 예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그래서 저는 이것저것 따져보다가 우리말에는 ‘며칠’이란 단어는 없으니까 ‘몇 일’로 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참고로….
1988 년에 국립국어원이 생겼는데, 그 전에는 어땠냐 하면 국어사전 편찬하는 출판사 10 곳에서 따로따로 규정을 정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 출판사들은 한 덩어리로 세어야 할 경우엔 ‘며칠’로, 세는 경우엔 ‘몇 일’로… 써야 한다고 규정한 곳도 있었고 ‘며칠’만 써야 한다거나’몇 일(몇일)’만 써야 한다거나 하도록 규정한 곳도 약간 있었지요. 이것처럼 출판사마다 규정이 달랐던 게 당연히 많았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 맞춤법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정치적인 해결책이 필요했습니다. 여기엔 이 출판사가 적용하는 규정을 쓸 테니까, 저기엔 저 출판사가 적용하는 규정을 쓰자. (응?)
이게 우리나라 맞춤법의 진실입니다. 이후에 연구를 통해서 좀 더 제대로 바꿨다면 말을 안 하겠는데, 여러분도 아시듯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바꾸자…. 정도가 현행 국립국어원이 하는 일의 수준입니다. 여러분 중에 사이 ‘ㅅ’ 규정 정확히 아는 분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인지 아세요? 국립국어원 원장의 주장에 따라 매번 사이 ‘ㅅ’ 규정이 바뀌어왔기 때문입니다. ㅎ

그래서 예전에 국립국어원에 ‘몇 일’과 ‘며칠’에 대한 규정을 정한 근거를 알려달라고도 했습니다. 답변이 참 어이없었습니다.
‘이전 기관에서 이관받지 못했다.’
(응?)……………………… 앞에서 말했듯이 국립국어원 이전의 기관은 없었습니다. 답변을 저리 하는 건 골빈 놈들이기 때문인 거죠. 더 웃긴 건, 통합할 당시에 ‘며칠’만 써야 한다고 맞춤법을 갖고 있던 출판사는 한 곳 뿐이었다는 겁니다. (헌책방에서 사전이 주르륵 꽂혀있길래 한번 찾아봤었지요.)
그 이후에 국립국어원의 맞춤법은 그냥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ps.
1988 년에 국립국어원이 만들어진 것은 1986 년에 전두환이 맞춤법을 통일시키라는 지시를 내려서였다고 합니다.
딱 전두환 다운 명령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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