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강나방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지는 못하지만, 매년 중국에서 날아와 5 ~ 8 월에 두세 번 애벌레가 생긴다. 애벌레는 온갖 식물의 잎과 줄기를 갉아먹는 해충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발생한 애벌레가 어른벌레가 되는 시기인 9 월 초의 일 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서 어른벌레가 많이 생길 철에 태풍이 중국을 거쳐 북상하면 특히 많이 생긴다.
아래 사진을 보자.
2012 년 9 월 2 일에 비가 오는 와중에도 많은 박각시나 벌새처럼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날개를 파닥거리며 무궁화꽃 사이를 분주히 날며 꿀을 빨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미 시들어서 꽃잎을 다문 꽃봉우리에도 찾아가서는 입을 씨방 부근에 쿡 찔러넣었다. 왜 저러는 걸까? 그래서 좀 더 유심히 살펴보니… 활짝 핀 꽃에 가서도, 멀정히 있는 입구는 외면하고 뒷쪽 씨방 부근으로 가서는 입을 쿡 박아넣는다. 정식적인 꽃 입구를 외면하고 꿀을 빠는 것이다. 그러니 무궁화의 씨받이에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을 녀석이다.
근데 꿀풀처럼 작은 꽃에 갔을 때는 정식 입구를 이용한다….



2012 년 9 월 중순~하순에 멸강나방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 현상은 태풍 산바의 영향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ps. 2020.09.11 추가
이 종이 주로 출몰하는 기간을 보면, 그해의 기온은 어땠는지 알 수 있다. 환경지표종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예를 들어 역대 최악의 폭염이 있었던 2018 년에는 9 월 15 일 경에 나타났으며, 폭염이 거의 없었던 2020 년에는 일주일 빠른 8 월 25 일경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