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무중력1] 무중력 상태에서 촛불은 어떻게 될까???” 에서 무중력에서의 촛불의 모양에 대해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무중력상태에서의 촛불은 매우 작고 파랗고 심지 부분을 제외한 부분은 완전히 구를 이루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이 글에서는 범위를 좀 더 넓게 하여 우주에서의 화재에 대해서 말씀해 볼까 합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위의 링크된 글을 우선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공기가 열을 받아서 팽창을 하더라도 주변 공기로부터의 부력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부력은 기본적으로 중력 때문에 생기는 힘입니다. 따라서 무중력 상태에서는 지구상에서 나타나는 불꽃에 의한 대류가 나타나지는 않으며, 모든 화재도 대류가 없다는 점에서 지구와의 차이점을 보이게 됩니다.
공기의 대류가 존재하지 않는 점은 불꽃의 입장에서 새로운 산소의 공급과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불리합니다. 그래서 매우 느리게 공기분자들이 움직이는 확산에 의해서만 산소가 조금 공급되므로 불꽃이 매우 조그맣게 유지됩니다. 그러므로 대류가 없는 환경은 화재의 위험성을 낮출 것으로 생각되는데 실제로는 화재의 위험을 더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됩니다. 그 이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① 열의 집적
무중력에서는 대류가 없으므로 매우 조금씩 열이 공급되더라도 한 곳에 계속 머물게 됩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조금씩 공급되는 열이라고 하더라도 발화점까지 충분히 온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 무중력에서는 불에 타는 물체에 따라서 꼭 불꽃이 일지 않으면서 타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대류가 존재하는 지구위의 환경에서는 발화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열이 공급되어야 하는 것과 큰 차이일 수 있습니다.
또 일단 불꽃이 일기 시작한다면, 지구상에는 공기가 대류함으로서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불이 활발히 불꽃을 내면서 타지만, 무중력상태에서는 대류가 존재하지 않아 불꽃이 크게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발생한 열을 다른 곳으로 퍼트리는 대류가 없어서 한번 발생한 고온의 공기는 거의 안 흩어지고 한 곳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는 부가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② 전선의 열 발산문제 1
대류의 부재는 더욱더 큰 문제를 낳는데 바로 우주선에 수북히 쌓여있는 전자제품에서의 문제입니다. 대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선에서 발생하는 열들은 쉽게 다른 곳으로 퍼지지 못하게 됩니다. 지구상에서는 공기중으로 퍼지겠지만 우주에서는 공기가 대류하지 않아서 전기가 흐르는 전선 스스로가 스스로를 달굴 뿐입니다. 물론 복사와 전도에 의해서, 그리고 약간의 확산에 해당하는 만큼만 열이 퍼지게 됩니다.
만약 우주선을 만들 때 전기가 흐르는 전선을 혼자 너무 길게 놔두면 전선에서 발생하는 매우 작은 열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곡차곡 쌓여서 전선의 피복에 불이 붙을 수도 있게 됩니다.
③ 전선의 열 발산문제 2
그런데 그러한 상황보다 더 위함한 부분이 있으니 우주선의 공기가 존재하지 않는 부분의 전선입니다. 공기가 존재하지 않는 부분에서는 전도 이외에는 열이 퍼지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피복이 불에 타지 않는다 하더라도 고온에 의해 녹아서 문제가 생기기 아주 쉽습니다.
‘②’번과 ‘③’번에 의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전선들을 금속판에 붙여서 금속판이 열을 분산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기왕이면 전선 피복도 열전도율이 높은 소재로 만들겠죠. ^^
④ 유독가스의 집적
무중력에서는 대류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불이 붙은 뒤에는 그 불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유독가스가 한 곳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문제는 사람이 화재를 쉽게 알아챌 수도 없게 하고, 발생한 많은 가스가 한순간에 우주선 전체에 퍼져서 위험을 자아내게 합니다. 공기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지상에서 연소할 때보다 더 많은 유독가스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⑤ 가연성 물체의 비연소 노출
지구상에서는 강한 불꽃 때문에 초가 연소할 때 촛불 속의 흰 연기가 밖으로 노출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 실험에 의한 경험을 잠시 들춰보면 유리관 같은 것으로 촛불 내부의 기화된 물질을 열로부터 보호해 주면 밖으로 노출될 수는 있습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는데, 촛불의 심지에서 발생하는 기화된 물질은 대부분 연소하지만 불완전하게 불꽃 밖으로 방출되기도 합니다. 노출된 기화된 물질은 확산되지만 전체적으로는 촛불 부근에 남아있게 됩니다. 만약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 기화된 물질은 폭발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이외에도 무중력이라는 환경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위험을 우리에게 줄 수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태어나면서 본능적으로 중력에 대해 인지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무중력 상황이 되면 본능적인 대처가 불가능해지고, 오로지 인지적이고 경험적인 반응에 의해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주여행이 일반화되면 이런 내용 또한 일반상식이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