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입문서 –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이 책은 물리학 입문서다.
서울대 최무영 교수가 이공계 학생이 아닌 서울대 학생에게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2002년에서 2005년까지 3년간 강의한 내용이어서 총 25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9년 초 프레시안에 연재되기도 했다.

우선 이 책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책이 구어체로 되어 있다.
  2. 물리학 용어를 최대한 우리말로 써 놓았다. 뿐만 아니라 책 전체의 글이 아름답다는 느낌이 든다.
  3. 철학적 내용, 사회비판적 내용, 정부비판적 내용도 서슴없이 적어 놓았다.
  4. 수식이 극도로 적다.
  5. 복잡한 개념을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는 총 560쪽으로 되어 있어서 두껍다. 내용도 방대하다보니 설명이 힘들었을텐데, 최무영 교수는 UCLA의 리차드 파인만 교수가 그러했듯이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 놓았다. 내가 물리학을 공부한 시간이 비록 짧더라도 많은 것을 공부했는데, 그동안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일부 개념을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수식이 너무 적은 것은 물리학 또는 여타 과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겐 좀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으나 인문계를 위한 교양과학 수준에서는 적절한 접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글이 일반 소설보다 더 아름답고 정확한 말들로 채워져 있고, 오타도 거의 없었다. 보통 과학책이라고 해도 밥먹듯이 발견되는 오류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오직 세 곳의 오류만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안 드는 점은 표지로서, 너무 복잡하고 조잡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디자이너 님 죄송..)
어찌보면 언론의 뉴스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을테니까 실용서라고 분류해야 하려나?

참고로 밝히자면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차례 이 책의 내용을 사용하여 글을 작성한 적이 있다. 대략 생각나는 것만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천연원소는 몇 가지일까?
  2. 설득하려는 자와 설득당하려는 자
  3. 생명이란 무엇인가?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를 읽으면서 최무영 교수가 어떤 분일까 심히 궁금해졌다. 평소에도 우리말로 된 물리학 용어를 주로 사용할까 같은 궁금증이다. 최무영 교수가 쓴 책 중에 내가 갖고 있는 책으로는 『복잡한 낮은 차원계의 물리』가 있는데, 보려고 시도했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2000년 한울아카데미에서 발간된 이 책은 양자역학과 관련된 수식이 가득한 전공서적이다. 아마도 물리학과 석사 또는 박사과정을 위한 교재로 쓰여진 것 같다. 280쪽, 양장본, ISBN 89-460-2710-X 93420)
책 내용은 꼭 과학에 관련된 내용만 실려있는 것이 아니다. 최무영 교수의 철학, 신념같은 것도 섞여있고, 정치에 대한 일종의 혐오같은 내용들도 들어있다. 심지어 반MB 성향이 폴폴 묻어나는 부분도 많다. 나도 그런 편이지만, 물리학자가 생각하는 방식을 일부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범위는 이 블로그에서 다뤄지는 대부분의 분야, 심지어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모든 과학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내용은 잘 알려져 있는 것도 나오고, 거의 안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나온다. 예전에 빛 위상이 빛보다 빨리 전파되는 현상이 발견됐다는 포스팅을 했더니 그런게 어디 있냐는 댓글을 받았던 적도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것까지 다뤘다.(218쪽)

자 이 책을 꼼꼼히 살펴보자.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최무영 지음/책갈피
페이퍼백 / 신국판
560쪽 / 22000원
ISBN 978-89-7966-056-2 03420
전체 컬러인쇄(5도?)

1부 과학이란 무엇인가

1부에서는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니 그보다는 과학을 알고 있는 사람이 갖어야 할 자세같은 것을 설명한다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다. 패러다임, 시대정신, 보편적 이론체계(보편지식), 객관성 같은 것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물리학이 발전해가는 방향같은 것까지를 어우르는 이야기다. 과학과 과학자들의 관계, 우리가 바라보고 새로 접해야 하는 과학의 본질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과학자가 흔히 하는 사고실험(어떤 상황에 맞게 계를 설정한 뒤 다른 물리법칙이나 상식에 맞는지 검증하는 방법. 대표적 사고실험으로는 갈릴레이의 피사의 사탑 낙하실험과 아인슈타인의 광속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면도, 엘리베이터 낙하실험 등이 있다. 내 블로그에서는 시뮬레이션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사람들의 불확실한 인식체계에 이르기까지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들로부터 출발하여 과학법칙이 등장하고, 발전하다가 결국 오류를 발견하고, 나중에 새로운 과학법칙에게 자리를 내주기까지의 이야기를 한다하면 적당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인상깊은 구절

  •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 – 아인슈타인 (56쪽)
  • 이것이 바로 떠오름 현상이며, 이를 표현한 말로 “더 많으면 다르다”가 유명하지요. 노벨상을 받은 앤더슨이란 물리학자가 한 말인데,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요. 갑이 “부자는 우리와 다르다”고 말하자, 을이 “그들은 단지 돈이 더 많을 뿐이야”라고 말했지요. 그러자 갑이 다시 말하기를 “더 많으니까 다르지”라고 말했는데, 이는 (구성원 또는 돈이) 많으면 단순히 양만 다른 것이 아니라 질도 달라진다는 말입니다. 곧 정량적 차이가 정성적 차이를 가져온다는 뜻으로 존재의 양상을 나타내는 “전체는 부분의 합”이라는 단순한 환원이, 속성이나 인식의 측면에서는 성립하지 않음을 지적한 겁니다. (82쪽)

2부 물질의 구성 요소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용어중 하나인 단위에서 시작해서 물질의 구성 입자, 파동성, 더 나가서 단체와 홑분자의 차이 등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일반인이 소립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항상 나타나는 문제가 소립자의 이름을 뜻하는 그리스문자만 나오면 골치가 아파온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물리학을 전공한 내가 왜 이런 맘을 잘 아냐하면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3분간』(스티븐 와인버그, 현대과학신서)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기 때문이다. 암튼 과학에 관심이 없는 분이 읽을 때는 2부의 6강이 가장 읽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3부 자연현상의 역학적 기술

역학적 기술은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한 가지다. 검증하고 실제로 응용하기 위해서 역학적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역학적 기술은 복잡한 수식이 난무하는 정글같은 분야인데 이 책에서는 수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생각과 패러다임의 출발점에 대해서 최대한 논의하고 있다. 시공간과 상대성 – 결국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다른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정말 주옥같은 내용이 아닐까. 그리고 계속 나가서 쌍둥이역설같은 내용도 다룬다. 뒷부분에서는 양자역학을 설명한다. 양자역학을 행렬역학, 파동역학, QED(경로역학), 확률적 형식으로 나누는 것을 보면 참 인상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설명한다. (설명도 속 고양이가 너무 이쁘게 그려졌다는…^^)

인상깊은 구절

  • 모든 자연현상은 그 현상의 실체인 물질의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보기로 했습니다. (151쪽)
  •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알다시피 측정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이 대상의 상태 자체를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측정이 필연적으로 대상에 영향을 주며, 따라서 대상과 상관없이 우리의 인식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사고의 변화입니다.(268쪽)
  • 그러나 양자역학에서 상태는 이른바 상태함수라는 것으로 규정하는데, 이는 우리가 측정하는 물리량과 직접 관련이 없어요. (270쪽,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분들은 다들 아시는 내용일 듯…)
  • 아이비엠(IBM) 360이라는 컴퓨터였는데 기억장치가 256메가바이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농담으로 들리나요? 먼 옛날이 아니라 30여년 전만 해도 그랬습니다. 그것이 불과 30여 년 사이에 엄청나게 달라진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시 뒷걸음쳐서 요새는 2MB의 시대라고 하더군요.) (285쪽)

그런데 3부에 아쉬운 점이 두 개 있다면…….
첫 번째는 157쪽에 에너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여러분은 대부분 에너지란 개념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으리라 추정합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그리 잘 만들어져 있지 않아서 그런지 여러분은 아마도 에너지를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배웠을 겁니다. 이는 좀 부정확한 표현이지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의미 자체도 다소 모호해서 과학적 개념으로 쓰기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또한 일을 정의해야 에너지를 정의할 수 있는데 이보다는 에너지를 먼저 정의하고 일을 정의하는 쪽이 자연스럽고 편리합니다.” 라고 언급한다. 그리곤 에너지를 설명할 때 어떤 개념인지 설명하지 않고 바로 운동에너지 공식으로 넘어간다. 나도 교수님이 잘못된 예로 말씀하신대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조금 다르긴 하죠.) 옳은 에너지 개념이 어떤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두 번째는 237쪽에 수성의 세차운동을 설명하는 부분인데 “이러한 근일점의 움직임은 이미 관측되어 있었는데 뉴턴역학의 요소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100년에 43초인데 바로 일반상대론의 효과를 예측한 값과 잘 일치합니다.”라고 나와있지만 이 부분은 상대론 영향도 있지만, 행성(수성)이 부피를 갖고 있어서 태양으로부터 마찰이 발생하는 영향에 의해서도 절반정도 나타난다고 알고 있다. 이 부분에 부정확한 표현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4부 혼돈과 질서

혼돈(카오스)이론 등을 설명하는 이론이 바로 이 장이다. 다소 서양 관점 기술이 눈에 띄긴 한다. (고대에는 세계가 본질적으로 혼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에서도 혼돈이라는 표현이 쓰였고 그리스에서도 카오스란 우주를 뜻하는 말이었지요. 그런데 근대로 넘어오면서 우주에서 규칙성을 발견했습니다. 대표적인 현상이 행성계의 운동으로 그 규칙성을 표현한 것이 바로 케플러의 법칙입니다. 행성계의 운동이 규칙적이라고 이해하면서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라서 규칙성이 없으면 예측할 수 없지요. 이에 따라 근대에는 세계의 본성은 혼돈이 아니라 질서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카오스의 반대말인 코스모스, 곧 질서가 우주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293쪽))
전체적인 내용은 대학교 3학년 때 들었던 전산물리의 내용과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전공과목이었으니까 실제로 프로그래밍해서 돌려봤고, 또 한 강의로 모든 내용을 이해해야 했지만…. ^^;)

5부 거시현상과 엔트로피

짧은 두 강으로 구성된 이 강에는 엔트로피를 설명한다.
엔트로피란 개념은 양자역학과 함께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다. 엔트로피는 정보로부터 출발해서 온도를 정의하는데 사용되는 개념이고, 물질 양이 적을 경우엔 온도는 무의미해진다. 이런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부에서는 수식이 조금 많이 나오는데 설명을 쉽게 하고 있는 편이니 이해를 도전해볼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인만이 생각했다는 미늘톱니바퀴 기계(분자의 운동으로부터 에너지를 뽑아내는 기계로 일종의 영구기관 비슷하다)에 대한 해석이 나왔는데, 내가 생각하기로는 머잖은 미래에 이 기계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ㄷㄷㄷㄷ (그렇게 되면 기존 물리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하는 건가? ㅜㅜ)
평소 과학이론과 개념을 정립하기 힘드셨던 분이 읽으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6부 우주의 구조와 진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주에 대해서 나오고 있다. 『코스모스』같은 책을 읽어보신 분은 우주의 신비에 대해 많은 호감을 느끼실텐데,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과학사 같은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다른 과학서적과도 비슷하다.
그런데 우주론은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분야다. 각종 관측기기가 인공위성을 통해 우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책의 내용에 옛날 정보가 실려있는 부분이 자주 눈에 띈다. 그 중에 우리은하에 대한 것은 소개하고 싶다.
375쪽의 이미지를 보면 “우리 은하 미리내를 위에서 본 모습(왼쪽)과 옆에서 본 모습(오른쪽)”이라고 나오면서 보통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리은하 상상도를 그려놓았다. 그런데 이게 최근 관측결과 잘못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우리은하는 안드로메다 은하보다 별의 숫자가 절반밖에 안 되지만 질량은 10배 정도라고 알려져 왔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지 안 알려져 있었는데, 우리은하가 팔이 4개인 막대나선은하로서 암흑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물론 아직도 은하의 물리적 해석은 거의 못 이뤄지고 있으므로 앞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 나중에 또 뒤집힐 가능성은 많다.
여기서 새로운 별의 개념에 대해서 봤는데 ‘쿼크별’이란 것이다.(395쪽) 이런 것에 대해서는 논의를 생략하는 것이 좋겠다. 나도 아직 잘 모르니 공부해본 뒤 다시 글을 작성하든지 말든지 해야 할 것 같다. ㅎㅎㅎㅎ
암튼 현대 우주론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글을 접하실 수 있다.

ps.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든 한 가지 생각은 다음과 같다.
중력은 전자나 원자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질량에 의해서만 작용되므로 우주가 투명해지기 전부터 천체가 생겨 핵융합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다.

7부 복잡계와 생명현상

복잡계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emergence라는 것이다. 쪽거리에 대한 공간에서의 고비성도 설명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차원에 대해 설명한다. 정수 차원은 이해하기 쉽지만 소수 차원은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 망망의 신경세포의 차원은 1.7차원 정도 된다는데 이런 차원은 무슨 의미일까? 이런 것에 대해서 쉬운 설명을 해준다. emergence는 중요하므로 이 책 말고 따로 단행본으로 살펴보시기 바란다. 『이머전스』라는 명저가 있다.
그 외외에 NP문제와 생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전에 생명에 대한 글을 적었었다.(위에서도 링크 한 번 했지만, 다시 한번…링크를….) 그 아이디어는 훨씬 이전부터 갖고 있었지만 이 책을 보면서 정리해 포스팅할 수 있었다. ^^

8부 과학과 현대사회

맺음을 위한 장에 해당하는 8부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 중에서 과학과 그 이외의 것들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특히 KTX에 대한 실날같은 비판은 새겨들을만하다. 20조 원 들여 만든 KTX가 사실은 그리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특히 경주를 경유하도록 설계한 것은 큰 낭비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며칠 전에 계룡에서 군복무하는 조카를 면회하려고 갔다왔는데 최무영 교수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로 작성해 보도록 하겠다.
이런 내용이 잔뜩 나오는데…. 이 글에서 일일히 소개하기엔 너무 많고, 또 합당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8부, 특히 마지막 강은 서점에서라도 직접 읽어보시면 재미있을 듯…

다음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어서 ☆을 세 개나 친 부분이다. 천천히 읽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

우리나라가 왜 일본보다 훨신 뒤떨어지게 되었는지 생각해 봅시다. 물리학만 보더라도 일본은 식민지 시대에 이미 유카와뿐 아니라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인 토모나가 등에서 보듯이 세계 수준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이미 일본에 물리학자들의 수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해방이 될 때까지 조선인으로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분은 내가 알기로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글쎄요, 내가 모를 수 있겠지만 물리학을 제대로 공부한 분이 많아야 서넛을 넘지 않았을 겁니다. 일본은 이미 수백, 수천 명의 물리학자가 있었는데 우리는 단 한사람이었다는 거지요. 왜냐하면 조선인들에게는 높은 수준의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매우 중요한 시대에 이러한 차별에서 시작해 현재의 엄청난 차이가 생긴 겁니다.
서울대학교의 전신이 일본의 조선총독부가 세운 경성제국대학입니다. 이름에 드러나듯이 제국주의의 소임을 수행하기위해 만든 것이지요. 일본은 일본 본토에는 도쿄 쿡제대학을 비롯해서 교토, 토호쿠 등 여러 개의 제국대학을 만들었고, 조선에는 경성제국대학 하나만 만들었습니다. 경성제국대학은 조선인도 다녔고 일본인도 다녔는데, 그 임무는 기본적으로 식민지의 하급관료 양성기관이었다고 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학문을 탐구하고 수준높은 교육을 시키는 게 아니었고, 말하자면 물리학을 공부하더라도 박사급 수준의 연구와 교육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식민지 교육은 지극히 파행적이었고 바람직한 발전을 할 수 없게 했습니다. 해방되어서는 경성제국대학을 이어받아서 이른바 ‘국립’서울대학교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미군정이 설립자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격렬한 소용돌이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학교를 떠나야 했습니다. 친미로 겉모습을 바꾼 친일 세력이 주로 남았다고 하지요. 이렇게 해서 세워진 서울대학교의 초대 총장이 누군지 아는 사람 있어요? 당시 미국의 해군 대위였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위상이 미군 대위 수준으로 만들어진 거지요. 중구난방으로 이것저것 마구 모아서 급조한 연립대학으로서 짜임 면에서는 경성제국대학보다 후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철학의 빈곤 속에서 백화점식으로 잡다하게 나열된 편재로 이어지고 있지요. 중·고등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몰아가는 데 일조하고 있는 현재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첫 단추를 잘못 끼우게 되면 바로잡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두고두고 지금까지도 해를 끼치게 되지요. 아무튼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대로 된 의미에서 근대화가 늦어지고 어쩌면 거의 불가능해진 것이 식민지에서 기인했는데 그걸 거꾸로 식민지가 근대화를 촉진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글쎄요, 어떻게 판단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친일이 친미로 이어지면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대를 이어가며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근대화란 무엇인지, 개발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주는지 정확히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자연과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자연과학의 의미부터 완전히 오도하고 왜곡하고 있어요.


별점은 ★★★★★


이 책의 오류

1. 69쪽

1905 년에 아인슈타인이 기념비적인 논문 세 편을 발표했습니다. 유명한 상대성이론뿐 아니라 쇠붙이에 빛을 쬐어서 전자를 내는 빛전자 효과, 물 같은 흐름체 속에서 꽃가루 같은 알갱이가 보이는 브라운 운동에 대한 연구 결과인데 이는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을 포함해서 현대물리학의 지평을 연 매우 중요한 논문들입니다.

이 문장에서 어떤 부분이 틀렸을까? 우선 작은 오류 하나를 살펴보자면 190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논문은 3개가 아니라 5개다. 5개의 논문 모두 현대물리학에 큰 영향을 끼친 논문인데 3월과 8월에 발표한 논문은 별로 이야기되지 못하고 있고, 5월에 발표된 3개의 논문만 주로 부각된다. 아마도 다른 학자가 평생에 걸쳐 이 세 논문만 발표했다 하더라도 물리학의 대가로 꼽힐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지적하고 싶은 오류는 논문 수가 아니라 그 뒤에 나오는 내용이다. ‘꽃가루 같은 알갱이’가 그 부분인데, 보통 꽃가루는 브라운 효과(흐름체 속에서 작은 물체가 흔들리는 현상)에 의해서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는 것은 꽃가루 속에 들어있는 두 개의 정핵이다. 정핵은 꽃가루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다. 보통 우리에게 알려진 브라운 운동은 꽃가루 정핵과 연기 분자로 잘 알려져 있다.
최무영 교수가 중학교에 다닐 때는 모든 교과서가 꽃가루가 흔들린다고 나와있었을 것이다. 이 오류의 출처는 100년 전에 나온 미국의 어떤 과학서적에서 잘못 적은 것이 출발이라는데, 이를 일본에서 그대로 번역했고, 이를 다시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번역해 사용하고, 급기야 교과서에까지 실리면서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된 것이다.

2. 77쪽

그러니 <쥬라기 공원>같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려면 이러한 혼돈 현상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겠네요.

그런데 소설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이론은 혼돈 현상이 아니라 프렉탈이다. 이게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으니 오류라고 해야겠다. (뭐 과학적 오류는 아니니까 오류에 안 넣어야겠다.)

3. 127쪽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자의 종류는 모두 92가지입니다. 마지막 92번째가 우라늄이지요.

이 문제는 앞서 다른 글로 작성했었다는 것에서 이야기했었고, 위에 링크한 글을 91가지라고 이야기했었다. 우라늄이 가장 무거운 원소가 아니라 플루토늄(Pu)이다. (원래 하나 틀리면 계속 틀리기 마련. ㅋㅋㅋ)

4. 386쪽

핵 융합이란 양성자 하나로 이뤄진 수소 원자핵 두 개가 합쳐져서 양성자 두 개로 이뤄진 헬륨 원자핵 하나를 만드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헬륨의 질량은 원래 수소 두 개의 질량보다 줄어듭니다. 이 없어진 질량은 어떻게 된 걸까요?

이건 무슨 말일까? 내가 핵융합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

5. 532쪽

캔버스에 그려진 담뱃대와 마찬가지로 물감 덩어리, 아니 더 정확하게는 우리가 물감이 아니라 갈색 파길이에 해당하는 빛알을 감지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가면 실제 담뱃대에서 나오는 빛알이나 그림에 그려진 담뱃대에서 나오는 빛알이나 같은 빛알을 보는 것이므로 결국 모두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마그리트는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네요.

이 부분에서는 혼합색에 대한 오류를 보여준다. 갈색 파길이의 빛알갱이도 물론 존재한다. 이는 보통 흑체복사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무지개 빛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감에서는 다르다. 갈색 파길이를 직접 방출하는 물감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여러 종류의 빛알갱이가 섞여서 갈색 파길이의 빛알갱이만 쪼여졌을 때와 똑같이 우리 시신경을 흥분시키도록 물감을 섞는 것이다.

오타

  • 228쪽 밑에서 8째줄 : 곧 가속도가 얼마나 생긴다는자를 말합니다.
  • 331쪽 15째줄 : 그러나 윷가락 하나하나를 보면 네 가락 중에서 둘이 엎어지고 둘이 자빠진 것인데 어떤 두 가락이 엎어졌는지를 보면 여섯 가지의 서로 다른 미시상태가 있는 셈입니다. (부적절한 단어 사용?)
  • 453쪽 14째줄 : 고비성질을 스스로 짜 나간다는 뜻인데, 주어진 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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