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존 문제가 확실히 해결된 뒤에는, 여러 가지 교양을 갖추려는 욕구가 생긴다. 교양은 크게 문학, 예술, 지식 3 가지다. 이 책은 이중에 두 분야인 미술과 물리학을 어울러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이 책 이외에도 수학자, 화학자, 의학자, 인문학자의 입장에서 그림을 어떻게 볼지를 설명하는 시리즈 책이 더 있다. 모두 5 권….. 그림 하면 언제 어디에서나 끼어들 수 있는 생물학자의 시각을 반영한 책이 없다는 게 좀 놀랍다.
이 책에는 2020 세종도서, 2020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증우수도서 마크가 표지에 박혀있다. 얼마나 좋길래 두 개나 뽑혔냐며 책을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출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4 쇄였다. 그렇게 주문하기는 했지만, 한두 쪽 들척여보고는 그냥 책더미 속에 던져놓고서 손이 잘 가지는 않았다. 이후 깜빡 잊었다.
그러다가 2 년 반이 지나서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지금 쓰고 있는 날씨에 대한 책과 비행에 대한 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는데, 결과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시신경에 대한 설명은 [노을의 물리학]을 쓸 때였다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있었지만, 지금 쓰고 있는 원고에는 도움이 하나도 안 됐다. ^^;1
책 내용은 제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흔히 알려진 유명한 그림에 대해 일반적인 설명한 뒤에, 물리적 측면에서 설명을 이어나기를 반복한다. 사실 그림에 대한 설명이 더 많으니까 과학책보다는 미술책으로 봐야 하려나? ㅋㅋㅋ 아이러니한 건, 그동안 미술책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했던 그림의 내용(가치? 의미?)을 이 책을 읽고서 이해하게 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 전체, 그리고 5 장의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꼭지에서 하려는 이야기는 ‘과학’은 Science, Tech, Art를 포함한다는 것일 듯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학과 Science를 동등하게 생각한다. 이때문에 대중의 사고방식과 인식에 약간의 문제가 생기고 있다.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

서민아 지음, 어바웃어북 펴냄
2020.02.07 1 쇄, 2020.12.23 4 쇄
150*210mm (가로가 1 cm쯤 길어진 신국판)
694 g, 413 쪽
ISBN 979-11-87150-64-0 03420
1`8000 원
목차
머리말 _ 물리학은 예술가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선사한 뮤즈였다!
Chapter 1. 빛으로 그리고 물리로 색칠한 그림
∙ 그때 태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피테르 브뢰헬, <새덫이 있는 겨울 풍경> | 소빙하기
∙ 흔들리는 건 물결이었을까, 그들의 마음이었을까?
: 오귀스트 르누아르, <라 그르누예르> · 클로드 모네, <라 그르누예르> | 파동과 간섭
∙ 오키프를 다시 태어나게 한 산타페의 푸른 하늘
: 조지아 오키프, <흰 구름과 페더널 산의 붉은 언덕> | 레일리 산란과 미 산란
∙ 신을 그리던 빛, 인류의 미래를 그리다
: 마르크 샤갈, 성 슈테판 교회 스테인드글라스 | 퀀텀닷과 나노입자의 과학
∙ 원자와 함께 왈츠를! “셸 위 댄스?”
: 오귀스트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 포논과 포톤의 물리학
∙ 하늘 표정을 그리고 싶었던 화가
: 존 컨스터블, <건초 마차> | 구름 생성 원리와 구름상자
∙ 아무것도 아닌 나를 그리기까지
: 렘브란트 반 레인, <웃고 있는 렘브란트> | 빛의 방향에 따른 광선
∙ 서양화에는 있고 동양화에는 없는 것
: 신윤복, <단오풍정> | 빛과 그림자
∙ 평면의 캔버스에서 느껴지는 공간감의 비밀
: 요하네스 베르메르, <우유 따르는 여인> | 원근법과 카메라 옵스큐라
Chapter 2. ‘과학’이라는 뮤즈를 그린 그림
∙ 얼마나 멀리서 보아야 가장 아름답게 보일까?
: 조르주 쇠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 빛의 본질과 본다는 행위의 과학
∙ 화폭에 담긴 불멸의 찰나
: 클로드 모네, <건초더미, 지베르니의 여름 끝자락> | 프레넬 법칙
∙ 사랑의 빛깔
: 마르크 샤갈, <나와 마을> | 영-헬름홀츠의 삼색설
∙ 볼 수 없는 것을 그리다
: 바실리 칸딘스키, <노랑 빨강 파랑> | 음파와 중력파
∙ 작은 우주를 유영하는 생명들
: 구스타브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Ⅰ> | 빛의 파장 한계와 브라운 운동
∙ 반발하는 만큼 더 견고하게 응집하는 색
: 빈센트 반 고흐, <노란 집> | 보색대비
∙ 불안을 키우는 미술
: 빅토르 바자렐리, <얼룩말> | 프랙털 기하학과 카오스
∙ ‘일요일 화가’의 꿈
: 앙리 루소, <잠자는 집시> | 전자기유도현상
Chapter 3.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그린 그림
∙ 무질서로 가득한 우주 속 고요
: 잭슨 폴록, <가을 리듬(No. 30)> | 엔트로피와 열역학 제3 법칙
∙ 흐르는 시간을 멈출 수 있다면
: 살바도르 달리, <폭발하는 라파엘의 머리> | 핵물리학
∙ 상상이 과학을 만났을 때
: 르네 마그리트, <데칼코마니> | 메타물질
∙ 불가사의한 우주의 한 단면
: 파블로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 양자역학과 양자 체셔 고양이
∙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 블라디미르 쿠쉬, <해돋이 해변> | 불확정성의 원리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 춤추는 원자들
: 앙리 마티스, <춤 Ⅱ> | 원자모형, 음의 높낮이와 파동
∙ 낮은 차원의 세계
: 피에트 몬드리안,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 낮은 차원의 물질과 탄소 동소체
Chapter 4. 물리학으로 되돌린 그림의 시간
∙ <모나리자>를 다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 빛의 파장과 침투깊이
∙ 나치까지 속인 희대의 위작 스캔들
: 요하네스 베르메르, <편지를 읽는 여인> | 테라헤르츠파 분석
∙ 빛을 비추자 나타난 그림 속에 숨겨진 여인
: 빈센트 반 고흐, <카페에서, 르 탱부랭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 | 다양한 빛을 이용한 비파괴 검사
∙ 명작이 탄생하는 순간, 그곳에 과학이 있었다
: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 유화의 탄생과 발전
∙ 그림 속 미스터리를 풀다
: 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한 그림 분석
∙ 그림의 시간을 되돌리는 자
: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 미술품 복원
이 책은 400 쪽이 약간 넘는 분량으로, 상당히 두껍다. 두께보다 더 특이해 보이는 건 무게다. 두께가 이 책의 1.5 배 정도 되는 책보다도 더 무거울 정도로 묵직하다. 아마도 책 중간에 실린 명화를 선명하게 보여주려고, 활석이 많이 칠해진 두꺼운 종이를 써서 그런 것 같다. 본문이 끝난 뒤에 추가돼 있는 찾아보기 같은 부분은 얇은 종이가 쓰인 게 만지기만 해도 느껴진다. 책을 이렇게 만들어도 되나 싶다. 그래도 종이가 바뀌는 부분은 제본이 단단하게 돼 있어서, 이 책을 읽은 3 주 넘는 동안 들고 다녔는데도 (판권지와 속지 사이 한 곳 빼고는) 흐트러짐이 없다.
위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그림들은 유명한 것이라서,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내용을 알아가는 재미로 읽으면 딱인 책이다.
122 쪽에 나온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 그림을 보니, 배경에 늙은 남자가 젊은 여자가 탄 그네를 흔들어주며 바라보고 있고, 그네 의의 여자는 다른 젊은 남자와 서로 희롱하고 있다. 이 그림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그림은 늙은이들은 젊은이들이 만나고, 육체적 관계를 즐기는데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기회를 준다는 뜻이다. 아마도 젊은 남녀가 서로 희롱하는 걸 늙은 남자가 알면서도 모르는 체 하고 있다는 걸 화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반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오늘날의 우리나라 늙은이들은 재산을 움켜쥐고서 젊은이들을 지원해주지 않으면서 애만 낳으라고 하기 때문에2 결국 출산율 저하나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이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이미 같은 길을 걸어간 옆나라 일본, 그리고 이제 그 길을 걷기 시작한 중국도 같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출산율이 떨어지는 건 전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인데, 그 뒤의 사회의 반응과 변화는 서양과 동양이 다르다. 왜 그럴까? 동양철학의 문제이려나? 모르겠다.
아무튼, 이에 대한 대응방법은 간단해 보인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생존을 위한 거주지와 식비 등의 지원을 사회가 전부 해주고, 그리고서 남는 자원은 전부 젊은이에게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훨씬 더 많지만, 이 글에는 어울리지 않으므로 생략한다.
169~171 쪽에서 설명하는 마흐 밴드 착시에 대한 설명은 정말 적절한 것 같다. 심지어 내 [노을의 물리학]보다도 더 잘 설명하고 있다. (다음 판올림 할 때 업어가야겠다. ^^)
304 쪽의 슈뢰딩거의 고양이 문제는, 문제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분명히 상자에 들어가자마자 독병을 건드릴 테고, 그러면 방사능 물질이 핵분열을 해서 병을 깨는 장치가 작동하더라도 병이 깨지지 않을 확률이 1에 수렴하게 된다. 그러나 고양이는 호기심에 계속 병을 건드릴 것이므로, 시간이 더 흐르면 병이 깨질 확률이 결국 1에 수렴한다. 결국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죽을 확률은 처음에는 반반이 아니라 0에 수렴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높아져서 1에 수렴할 것이다. ^^;;;;;
이 책은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은 축에 속한다. 별점은 4.3 정도?
★★★★☆
아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메모해 놓은 것들이다.
- 025 쪽 : 흑점이 감소하면 자기장이 약해지면서 태양의 복사에너지가 약해진다…..(중략)….. 당시 햇볕 강도는 오늘날보다 0.25~0.4% 약했다.
예전에 하이퍼노바(NGC1260의 SN2006gy)가 처음 관측됐을 때, 만약 지구로부터 불과 7500 광년 떨어진 에타카리나가 당시 관측된 하이퍼노바와 같은 규모로 폭발한다면 어떻게 될까를 계산해본 적이 있었다. 지구에 도달한 폭발광은 (가시광선 영역에서만 살펴봤을 때) 태양의 0.2~0.5% 정도일 것으로 계산됐다. 햇볕이 0.25~0.4% 약해졌을 때 소빙하기가 왔다면, 0.2~0.5% 강해지면 빙하기가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에타카리나의 자전축이 지구를 향하고 있지 않아서, 하이퍼노바가 되더라도 감마선폭발이 우리에게 오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굉장히 많은 X선과 감마선이 방출될 텐데3, 이게 괜찮은 걸까라는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있다. 아무튼 에타카리나가 폭발하면 지구는 온난기에 접어들고, 심지어 오존층이 전부 파괴될 것 같다. - 268 쪽 마지막 문단 : 시간에 대한 기억, 아니 기억 자체가 왜곡이 심하다는 뜻이 아닐까?
- 340 쪽 ‘밑그림까지 보여주는 빛’ 꼭지 : 파장이 길수록 침투력이 좋아서 물감을 더 깊이 파고든다면, 파장이 짧은 X선이 왜 가장 깊이 투과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 350 쪽 ‘파란 물감 때문에 들통 난 거짓말’ 꼭지 : (코발트 블루가 청화백자의 푸른 염료와 같은 것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작가인 천경자 화백이 위작이라고 한 걸 여러 미술 관련 협회와 법원이 진품이라고 박박 우기던 사건이 떠오른다. 심지어 범인이 잡혀서 자기들이 위작을 만들었다고 자백했는데도, 범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매도했다. 그 머저리들은 지금도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지?
아래는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틀린 것에 대한 메모를 정리해 본다.
- 053 쪽 : 앞에서 골고루 산란시킨다고 하고는, 뒤에서는 빛깔별로 산란한다고 써놓았다. (둘 중 하나는 틀린 내용)
- 073 쪽 3 줄 : ‘눴다.’ → 나눴다. (단순 오타)
- 090 쪽 : ‘방사성 입자’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다른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 (적절치 못한 용어 사용)
- 106 쪽 밑 2 줄 : 마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할 때 찍은 사진 같다고 해서 ‘터널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이 꼭지에서의 비네팅 설명이 좀 부정확하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터널 현상이 아니다.
- 137 쪽 그림 : 여러 보조선을 그었지만, 별로 유효하지는 않아보인다. 이건 내가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다보니…..
- 203 쪽 : ‘그 가운데 200여 점은 죽기 두세 달 정도의 짧은 기간에 그려졌다.’ (무슨 소리지??)
- 204 쪽 : ‘그의 작품은 동생 테오와 아내 요한나, 그리고 테오의 아들 빈센트에게 상속됐다.’
‘아내’를 ‘동생의 아내’나 ‘제부’ 등으로 표현을 바꾸는 게 좋겠다. 그리고 ‘그리고’를 쓴 것은 번역체다. - 263 쪽 10 줄 : ‘수렴은 수학 개념으로, 수열에서 지표가 점점 커짐에 따라 일정한 값에 한없이 가까워질 때를 가리킨다.’ → ‘수열에서 지표가 점점 커짐에 따라’는 ‘어떤 함수의 값이 지표가 어떤 경향을 갖고 변해도’ 정도로, ‘가까워질 때’는 ‘가까워지는 상태’ 정도로 고치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일 것 같다.
- 303 쪽 밑 7 줄 : 이 문단의 둘째 문장과 셋째 문장 사이에서 뭔가 서술이 건너뛰었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문장 한두 개쯤이 삭제된 것 같다.
- 315 쪽 밑 6 줄 : 공기가 시간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파도타기처럼 반복하면 압력이 생기고, 그 압력이 귀에 전달된다. → ‘압력’은 ‘압력의 변화’가 돼야 한다.
- 371 쪽 밑 문단 : ‘건조한 기름’이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쓰이고 있는데, 건조한 기름이 뭔지 아는 독자는 별로 없지 않을까? 솔직히 나도 모른다.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