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욱 작가 저자와의 만남 – 2009서울국제도서전

어제(2009.05.17) 서울 코엑스에서 하는 2009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았고 무척 더웠습니다. 코엑스는 관람객들의 더위를 해결해줄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하면서 식식대면서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우선 도착하자마자 박현욱 작가의 저자와의 만남 행사를 찾아야 했습니다. 제가 도착한 시간이 2시였는데, 저자와의 만남 행사시간이 2시 30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찾아가는 길을 안내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급해서 제대로 제가 찾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찾는데 한참 애먹었고, 결국 안내원에게 물어서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에는 선착순으로 책을 나눠주는데, 당연히 전 거기에 끼지 못했습니다. 보통 30분쯤 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더군요.

기다리는 시간동안 독서를 하는 어떤 분 (사진 게제 허락 감사합니다.)
제가 자리를 잡은 뒤에도 한동안 기다려야 했습니다. 덥기도 하고, 책을 읽을만큼 집중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무척 곤란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빛의 간섭현상을 발견하고 몇 장 사진으로 남겨두기도 했습니다. ^^
박현욱 작가는 살짝 늦게 도착해서 도착하자마자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아마 근처 직원공간에서 대기하면서 준비를 했겠죠.)

막 도착하신 박현욱 작가 - 졸린듯한 이미지가 사진에도 묻어나고 있네요. ^^
박현욱 작가를 직접은 처음 봅니다만 전에 여러 곳의 사진과 TV 동영상을 통해 얼핏얼핏 몇 번 봐왔었기 때문에 환상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전 박현욱 작가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평소에도 이름이 나오면 열심히 살펴보곤 하죠. ^^) 옆집에 사는 아저씨 정도의 이미지…..(뭐 사실 저도 그런 이미지일텐데요. ^o^)

일단 처음의 담소가 끝나고,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자 졸린듯한 느낌은 사라지고, (작가와는 좀 떨어져 있는 현장에서는 안 느껴졌지만)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셨습니다. ^_^

이하 내용은 인터뷰에 관련되어 제가 요약한 내용입니다.
(워낙에 급하게 요약하다보니 내용이 왜곡됐을 수도 있음을 참작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진행자) 습작을 얼마나 했는가?
박현욱) 습작기가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던 1999년에 직장을 관두고서 먹고살 것을 찾다보니 어쩌다가 글을 쓰게 됐다. 처음에는 신춘문예같은 공모전에 내기 위해 하나하나 실전처럼 썼다. 물론 다 쓴 뒤에 공모전에 낼만큼의 작품이 아니어서 묻어둔 것들이 있는데, 이것을 습작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쓸 때만큼은 습작이라 생각하지 않고 쓴 작품이었다.

진행자) 세계문학상의 상금이 꽤 컸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썼는지?
박현욱) 상금은 1억이었고, 3.3%인가 세금을 낸 뒤에 나머지는 모두 개인적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했다. ^*^

진행자) 영향받은 작가가 있는지?
박현욱) 소설가들은 보통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필사[footnote]발표된 작품을 원고지에 직접 써보는 집필 공부의 한 방법[/footnote]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해본적이 없다. 몇 번 시도해봤지만 한두 장 쓰고나니 손이 아파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몇 장 써보니 눈으로 볼 때는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영향받은 작가는 없다. 친다면 이전의 모든 글쟁이들이겠다.

진행자) 지금까지 이 질문을 했을 때 모든 작가들이 다 자기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은 없다고 이야기하더라. ^^
새로 출간된 단편집 『그 여자의 침대』는 처음으로 발표하는 단편집인데 어떻게 쓰게 됐나?
박현욱) 이 책은 열정이 없었기 때문에 나온 책이다. 매년 한두 편씩 겨우겨우 썼던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진행자) 단편과 장편의 차이는 무엇인가?
박현욱) 모두 어렵다. 쓸때마다 도망가고싶은 점에서 차이는 별로 없다.

진행자) 『그 여자의 침대』의 내용은 어떤 것인가?
박현욱) @#$%^&

진행자) 내용은 뒤에 한 작품씩 짚어보면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아내가 결혼했다』에 축구이야기를 왜 넣었나?
박현욱) 축구 이야기를 넣은 것은 공식적인 멘트와 비공식적인 멘트가 있다.
공식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축구와 인생이 비슷하고 ………”
비공식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내 평범한 삶에서 접했던 것은 모두 쓴다”는 생각으로 썼다.
새벽마다 TV를 켜놓고 축구를 본 시간만 따져도 얼마인데 이걸 안 쓴다면……. 바둑 단편 <이무기>도 있다.

진행자) 단편 <그 여자의 침대>에서는 남자보다 침대가 더 소중하다는 것인지?
박현욱)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침대는 그냥 사물이지만 관계 속에서 어떻게 느껴질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진행자) 단편 <생명의 전화>는 결혼한 사람들은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작품 속에 보면 “바라는 바가 많지 않다면, 그러니까 행복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다면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낫다.” 라는 글이 나오는데, 결혼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현욱) 역설적인 것이 많다. 이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진행자) 남녀 애정관계의 기본적인 도구는 뭐라 생각하나?
박현욱) 보통 사람처럼 생각한다. 작품 속에 빈번히 나타나는 이유는 자신의 모습을 가장 넓고 깊게 보여주는 것이 남녀관계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바라보는 굉장히 유용한 지점중 하나가 아닌가 (무의식적으로라도) 생각한다.)

진행자) 행복은 무엇인가?
박현욱) 소설은 소설이다.
진짜 사람은 행복해져야 그것을 안다. 역설적으로 ‘행복해야지’라는 생각은 행복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기질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즐거움과 괴로움을 느끼는 방법이 차이나는 것같다. 나도 행복을 잘 모르겠다. 답이 안나오는 일이다.

진행자) <벽>, <연체>, <해피버스데이>는 책이 많이 등장하는데, 왜 책을 많이 넣나?
박현욱) 소재로서 필요하다.
<벽>은 자전적 소설로서 책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연체>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해피버스데이>는 79년 가을의 시대분위기 때문에 책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진행자) 책 읽기를 통해서 등장인물 성격 묘사가 굉장히 잘 된 것 같다.
<이무기>에서 이무기의 뜻은 무엇인가? 기왕이면 주인공을 용같은 것으로 보여줬으면 좋지 않나? 왜 이무기라고 했나?
박현욱) 한국기원 바둑연구생들을 보통 이무기라고 부른다[footnote]연구생들은 120명인데 이들 중 프로로 입단할 수 있는 사람은 손안에 꼽힐 정도의 인원이다. 그래서 용(프로)이 되길 기다린다는 뜻에서 이무기라는 별명이 생긴 것 같다.[/footnote]. 연구생들은 모두 천재소리를 듣지 않은 사람이 없다. 이들 중에 1년에 몇 명만 프로로 입단할 수 있다.
<이무기>는 마지막 입단대회[footnote]연구생들은 20살이라는 연령제한이 있다.[/footnote]에서 실패한 주인공 이야기를 하려 한 것이지, 영웅담을 쓰려고 한 것이 아니다.

진행자) <그 사이>에서는 아내가 집을 나갔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선 아내가 결혼하는데, 아내가 왜 집을 나갔거나 결혼하나?
박현욱) 모두 자아실현을 위해서다. 아내가 결혼한 것이나 집을 나간 것이나 똑같은 이유다.

진행자) 자아실현을 위해서라면 남편을 몰아내는 것이 낫지 않나?
박현욱) 그건 개인의 성향이다.

진행자) 어떤 인간관이 중요한가?
박현욱) ‘이거다’ 말할 수 있는 전형적 인간관은 없다. 질문해보고, 생각해보고, 반성해보는 관계가 바람직한 관계가 아닐까? 같은 질문과 해답찾기가 바람직한 관계일듯하다[footnote]건강한 사람의 육체에서도 심장은 규칙적으로 뛰지 않고, 상황에 맞춰 심장 박동을 조절하기(되먹임) 때문에 소폭의 변화가 있다고 한다. 오히려 변화가 없으면 심장이나 혈관에 병이 있는 경우라고 한다. 아마 이런 쪽으로 생각하시는듯하다.[/footnote].

진행자)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 대한 원작가로서의 소감은?
박현욱) 소설 『대부』는 작가가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처음부터 영화를 찍으려고 쓴 상업적인 소설이었다. 이 한 편을 쓴 다음부터는 다시 자기가 원하는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했단다. 영화 <대부>를 만든 감독 또한 이 영화만 상업적으로 만들고, 다음부터는 다시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단다. 그러나 작가와 감독 모두 영화 <대부>로 기억되는 존재가 되었다. 결국 책 『대부』는 좋은 소설이었다. 좋은 소설은 좋은 소설로 남는 것 같다.
원작자로서는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또 원작자보다 더 잘 만들면 원작자는 배아프지 않겠나?
원작보다 영화를 더 잘 만든다는 평을 받는 히치콕 감독에게 “당신은 왜 B급 소설만 영화로 만드시나요?”라고 하자 히치콕은 “A급 소설은 너무나 완벽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더 잘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두 번 봤는데, 처음 볼때는 거리유지[footnote]자신과 관계된 것은 옳게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과 관계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관계없다고 생각하고 볼 필요가 있다. 이를 거리유지라고 보통 말한다.[/footnote]가 잘 안 되서 맘이 많이 불편했다. 두 번째 볼 때는 맘 편히 볼 수 있었다.

진행자)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나 영화를 소설로 만든 것이나 읽어보면 항상 소설이 주는 감동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집필 구상중이거나 진행중인 것은 있는지?
박현욱) 글쓰기는 결과로서밖에 말할 수 없다. (쓰고자 하는 것만 쓰다보니 결과는 항상 바뀌더라.) 그래서 출판계약은 하고 있지 않다. (2000년 초에 한 번 했는데, 아직 채근을 한 번도 안 받았고, 아직 쓰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계약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진행자) 박현욱 작가처럼 그런 작가들이 많아지면 우리나라 출판업계가 더 나아질 것같다.

저자와의 만남을 끝내고 약 20분간 싸인회가 있었습니다.
전 미리 챙겨간 옛날 소설책 『새는』도 함께 싸인해달라고 했습니다. 『그 여자의 침대』는 아직 안 읽어봐서 모르겠고, 그 이외의
세 작품들 중에서 『새는』이 가장 좋았고, 최근 발표된 제가 읽은 모든 소설 중에선 이 소설보다 더 나은 소설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 책에 싸인하고 계신 박현욱 작가
제 책 『새는』을 보시더니 피식 웃으시더군요. 아마 포스트잍과 스티커 등을 책장 사이사이에 덕지덕지 붙여놓았기 때문이었겠죠. ^_^ (사실 제가 『새는』을 읽은 건 세 번이었는데, 처음엔 MBC 베스트극장 <새는>의 원작으로서, 두번째는 소설로서, 세번째는 교육학적 입장에서 주인공의 성장에 촛점을 맞춰 읽었습니다. 당연히 세 번째 읽을 때 포스트잍을 많이 붙였었죠. ^^

ps.
박현욱 작가의 데뷔작『동정 없는 세상』은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필독서로 추천되었고, 『아내가 결혼했다』는 제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하지만 『새는』의 경우에는 EBS 문학산책 선정도서란 타이틀 하나밖에 달고있지 못하다. 그러나 『새는』은 EBS 문학산책HD에서 영상화한데 이어 MBC 베스트극장에서도 영상화했고, 이 두 영상물이 매우 인상깊은 수준이었다.
3편의 장편소설로 이토록 화려한 결과를 만들었으니 박현욱 작가의 작품은 기대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새로 발표한 단편집 『그 여자의 침대』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읽고 있는 책 『블랙홀과 시간굴절』을 다 읽으면 이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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