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과 까마귀의 생존전략

2009.05.10 일요일
심심해서 뒷산에 올라갔다. 뒷산의 꼭대기는 개활지가 꽤 넓게 펼쳐저 있다. 그 곳에 도착해보니 11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1. 이상한 벌의 번식전략
이상한 벌이 눈에 띄었다.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보니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나 있었고, 가만히 서서 사진을 찍으면서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워낙에 빨리 달아다니는 녀석이다보니 제대로 나온 사진은 이 것 정도뿐!!!!
개활지에서 날고 있던 벌은 아마도 수펄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종류의 벌은 암수 모두 따뜻한 봄에 성충이 되면 눈에 잘 띌만한 곳을 찾아 모여드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수펄은 암벌을 기다리면서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다가 암벌이 오면 짝찟기를 위해서 쫒아간다. (실제로는 날아오는 작은 것은 무엇이든 쫒아가는 것 같더라. 심지어는 좀 큰 파리나 장수말벌이 날아가도 쫒아가던데…ㄷㄷㄷ)
물론 수펄끼리 좋은 자리를 놓고 싸움도 한다. 약 한 시간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정체를 탐구했다. ^^

2. 까마귀의 공생전략
까마귀는 철새이기도 하면서 텃새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까마귀는 여름에는 외몽고 지역까지 날아가지만 겨울에는 떼를지어 우리나라나 일본까지 날아간다. 그러나 이렇게 철새처럼 여행하지 않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위의 이상한 벌을 구경하다가 산을 내려오는데 길 옆에서 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살펴보기 시작…..
사실은 올라갈 때는 다른 길을 이용했음에도 비슷한 곳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너무 궁금해서 보고 또 봤다. 작년에 가까운 다른 산에 갔을 때도 비슷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는 뭔가가 땅을 파헤치고, 썩은 나무둥치를 갉은 흔적을 찾은 적이 있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가만히 숨죽이고 30분쯤 앉아있으면 바스락거리다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면 조용해지는 것을 봐서는 동물이 있는 것 같았지만 좀처럼 알아볼 길이 없었다. 결국 나는 갖고 갔던 책을 들고 작은 계곡의 한가운데로 자리를 잡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콩새 두 마리가 날아오고 한참을 날아다니더니 울어대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 때 나타난 것은 놀랍게도 까마귀였다. 까마귀는 콩새의 신호에 맞춰 근처 나무가지에 앉더니 잠시 뒤에 앞쪽 나무 근처에 앉아서 낙엽을 헤치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까마귀는 잡식성인데, 봄철에는 낙옆 속의 벌레를 찾고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콩새는 주로 식물의 열매를 먹고 사는데, 까마귀가 낙엽을 헤쳐놓으면 작년에 떨어졌던 아직 발아하지 않은 열매를 주워먹는 것이 아닐까?

콩새

까마귀를 발견하기까지 약 두 시간동안 벌레들이 날아다니는 약간 어두운 숲에 숨죽이고 있어야 했지만, 그들의 생태를 발견한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밑은 나머지 사진 중에 몇 장을 골라봤다.

작년에 맺힌 솔방울
소담하게 피어난 씀바귀꽃

물푸레나무에서 수액을 찾는 장수말벌 - 일벌

등나무꽃과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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