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힘든 공기거품

글 쓴 날 : 2006.02.03

일상생활에서 거품을 많이 본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려고 할 때면 우리 입은 거품 속에서 맥주를 찾아 헤맨다. 면도를 쉽게 하기 위해서는 거품이 잘 나는 비누를 골라야 한다. 이처럼 일상에서 거품을 많이 찾을 수 있지만, 눈에 잘 안 띠는 것도 있다.

어렸을 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교를 걸어다녔다. 물구덩이가 여기저기 패인 2 km의 시골길이었다. 그렇게 걸어다니다가 물구덩이에서 두 가지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그런데 20 년이 넘은 지금도 그 두 가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 두 가지 중 하나는 공기거품이다.


빗방울에서 찾은 공기거품

비오는 날 수면을 유심히 관찰하면 무언가 하얀 것이 생겨서 수면 위를 쭉~ 미끄러지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물거품과 비슷한데, 생긴 것이 보통 물거품이 뒤집힌 것처럼 생겼으니 공기거품이라 부르자. 공기거품은 빗방울이 수면에 떨어진 뒤 물과 합쳐지기 전까지 미끄러지듯 움직인 것이다. 밑에 간단한 그림을 준비했다. (못 그렸다고 뭐라 하기 없기~!!! )

▲ 공기거품이 생기는 원리

밑의 수면은 맑은 물이건 혼탁한 물이건 상관이 거의 없다.

  1. 빗방울 한 개가 종단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2. 빗방울과 수면이 만났다. 하얀 공기방울이 생기느냐 생기지 않느냐는 이 때 결정되는 것 같다.
  3. 떨어진 빗방울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이 때 빗방울이 준 충격으로 수면에 물결이 생기며, 떨어진 빗방울은 그 자리에 움푹하게 들어간다. 이때도 빗방울은 공기로 둘러쌓여서 물과 안 섞인 상태이다.
  4. 빗방울이 떨어진 자리가 반발력으로 올라간다. 이때의 사진은 이미 많이 보셨을 것이다. 액체 점성과 온도 등 환경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이 나타난다.
  5. 떨어진 빗방울의 수직방향 속도가 없어지면 물방울이 수면 위를 주욱 미끌어진다.

공기거품이 생기는 것은 2 번에서의 물방울 속도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측된다. (추가 2020.11.16 예를 들어, 내가 해외여행을 다니며 공기거품을 두 번 발견했는데, 첫 번째엔 우즈베키스탄의 고원지대, 두 번째엔 남미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이었다. 두 곳 모두 해발고도 3000 m 이상의 고지대였다.)

물거품 vs 공기거품

위의 설명에 대한 그림을 살펴보면 위 그림과 같다. 그림 왼쪽이 물거품이고, 오른쪽이 공기거품이다. 이 그림을 그릴 때 하나를 그려서 뒤집어 붙였다. 실제 모습은 물과 공기의 밀도 차이 때문에 살짝 다를 것이다.

물거품은 물 속에 공기가 포함된 형태이다. 공기거품은 반대로 공기 속에 물이 포함된 형태이다. 표면장력의 영향으로 위에서 보면 둥근 모양이 된다. 옆에서 본 모습은 공기와 물의 밀도차이 때문에 절반 정도가 둥근 모습이 될 것이다. (그림은 좀 막 그려서…^^)

물거품은 공기 밀도가 물 밀도에 비해서 대단히 작기 때문에 거의 움직임이지 않는다. 반면 공기거품은 얇은 공기막 안에 물이 들어있다. 물 밀도가 공기 밀도보다 매우 높기 때문에 수평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다. 순식간에 몇 cm를 움직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물거품 안의 공기는 매우 가벼워서 물막을 누르지 않는다. 주로 물거품이 꺼지는 이유는 물막의 물 무게와 증발이 중요한 원인이다. (더군다나 공기는 물보다 이동성이 더 좋다.) 반면 공기거품 안의 물은 매우 무거워서 공기막을 심하게 누른다. 공기는 가벼워서 위로 쉽게 올라가려고 하고, 점성도 매우 작기 때문에 물거품보다 공기거품 수명이 매우 짧을 수밖에 없다. 보통 길어도 몇 초 정도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공기거품이 쉽게 꺼지는 이유는 불완전평형 상태이기 때문이다.


광학적 특징도 인상깊다.

물거품 표면에는 매우 아름다운 무지갯빛 간섭무늬가 나타난다. 보통은 물 위에 얇은 기름이 떴을 때 보이는 모습과 비슷하다. 얇은 막 간섭이다. 얇은 막의 앞쪽과 뒤쪽에서 빛이 반사하면 이 빛들이 서로 간섭하는 것이다. 물거품에서는 막을 형성한 물이 중력에 의해서 흘러내리면서 막의 두께가 연속적으로 변하거나 증발하면서 두께가 불규칙하게 변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얇은 막 간섭 현상은 보통 안경, 브라운관 같은 광학기기에서 많이 사용한다. 모니터가 얼비치는 양이 최근 많이 줄어들었다. 이는 아주 얇은 막을 모니터 화면에 코팅해서 반사되는 빛끼리 서로 상쇄간섭 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공기거품은 형광처럼 빛나는 모습을 보인다. 공기로 속이 찬 물거품의 경우는 렌즈효과는 거의 없는데, 공기거품의 경우 광학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물이 둥글게 채워져 있어서 빛이 렌즈를 지나가는 형태처럼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색깔은 흰색이나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유추해보면 공기거품의 윗면은 구면이고, 밑면은 포물면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발광다이오드를 정면에서 보면 아주 환하고 밝게 (형광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생각된다.

물거품을 물 속에서 바라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어항 같은 것을 밑에서 올려보면 어떨까? ^^


참고 : 계면활성제와 거품

계면활성제는 액체 표면의 성질을 변화시켜 표면장력을 약하게 만드는 물질이다. 표면장력이 약하면 표면을 줄이려는 경향이 줄어들어서 표면이 넓어도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비누거품이 대표적인 예이다. 비눗물은 표면장력이 약하니 물거품이 스스로 조이는 힘이 약하다. 비눗물에 기름을 넣어도 마찬가지이다. 비눗물과 기름 경계면에도 표면장력이 있다. 표면장력은 물 분자와 기름분자 사이에 있는 힘에 의해 결정되는데, 비누는 물문자와 기름분자 모두를 잡아당겨 하나처럼 행동하게 만든다. 쉽게 이야기해서 두 적국이 싸울 때 양측과 동시에 수교를 맺은 제3의 나라가 중재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되면 표면장력이 음(-)으로 바뀌어 기름이 물에 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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