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고스피어의 위축과 컨텐츠의 유통

얼마전에 참가했던 2009 Blog & Twitter Forum에서 느낀 점을 간단히 적고자 합니다. 사실은 그 곳에서 느낀 점이라기보다는 평소에 답답하던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할까요?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는 작년 후반기 이후 1년여동안 정체 또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자료들이 공개되고 있으니 이 글에서 또 언급할 필요는 없겠죠?
그러나 블로그의 수가 줄었다거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의 빈도나 수준이 낮아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블로그에서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얼마전에 있었던 2009 Blog & Twitter Forum에서 김중태 님은 블로그는 저작툴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블로그는 심도있는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공간인데, 이 정보를 보러 방문하는 사람들이 준다면 블로그의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 블로고스피어의 위축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 문제는 저작권 문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웹의 팽창기에 인터넷이란 저작권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은 무법지대였습니다. 그러다가 점차로 저작권의 실질적 단속이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단계적으로 불법으로 남의 컨텐츠를 활용하려는 블로그들은 사라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불펌블로그에 대못을 박은 것이 지난 7월 23일부터 발효된 저작권법입니다. 저작권법의 강화는 어떻게 보면 컨텐츠를 활용해서 활동해야 하는 블로거 개개인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는데, 전체 블로고스피어는 왜 축소되고 있는 것일까요? (참고삼아 살펴보자면 현재 각각의 개인 블로그에는 방문자의 수가 그리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전 글을 잠시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0.1%의 창의적 인간이 만들고, 0.9%의 통찰적 인간이 따라하고, 99%의 잉여적 인간은 이들의 활동을 지켜보기만 한다. –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하지만 이 말은 좀 고쳐져야 합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웹은 0.1%의 창의적 네티즌이 만들고, 0.9%의 통찰적 네티즌이 펌하고, 99%의 잉여적 네티즌은 이들의 활동을 지켜보기만 한다. – goldenbug

웹 자체가 인간의 역사와 특성이 다르므로, 수치와 계층(?)도 바뀌어야 할 것이고, 대략 위와 같이 분석될 것입니다. 물론 이 수치들은 상징적인 수치들입니다. 이전 글에서 저는 이 말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웹에서 지식의 생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가? 안타깝지만 지금까지 웹에서 지식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0.1%의 저작권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0.9%의 통찰력 있는 사람들은 0.1%의 사람들이 생산한 지식을 99%의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존재하는 지식을 통찰하여 분류하고 가공/설명하여 전달하는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며, 인류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이러한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웹에서는 통찰력 있는 사람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좋은 지식을 뽑아 대중에게 소개하는 단순한 작업부터 외국에 존재하는 좋은 지식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대중에게
소개하는 조금 전문적인 작업까지가 0.9%들이 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0.9%가 한 활동은 ‘펌’이라는 불법으로 규정된 활동이고, 저작권자들은 이들의 활동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실제로 2009 Blog & Twitter Forum에서 강팀장 님께선 영어권에서 전업블로거가 전체 블로거의 약 2% 정도일 것이라는 발표를 하셨습니다. 이는 영미권에서 창의적 네티즌과 통찰적 네티즌의 규모는 전체의 약 2% 정도라는 의미죠. 영미권은 처음부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강했고, 그래서 통찰적 네티즌들은 우리의 펌문화와는 다르게 소개하는 문화를 발전시킨 것입니다.[footnote]예는 많으나 귀차니즘으로 인해 찾기 귀찮아서 생략합니다. -_-[/footnote]
여기서 창의적 네티즌, 즉 저작권자는 직접 무엇인가를 만드는 네티즌을 말합니다.  통찰적 네티즌은 창의적 네티즌들의 글을 소개하는 글을 작성하거나 이 글들을 인용하여 새로운 글을 작성합니다. 어쩌면 저도 통찰적 네티즌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에게 있어서 통찰적 네티즌은 괜찮은 저작물을 퍼나르던 펌블로거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네이버가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펌블로거들의 활동을 좋은 글의 지표로 삼았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 이들의 활동은 어떤 컨텐츠가 생산되고 유통되어야 하는지를 판별하는 일로서, 현실세계의 유통업자와 비슷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잉여적 네티즌이란 말을 사용하긴 좀 슬픈데, 아무튼 잉여적 네티즌이란 소비자(대중)를 뜻합니다. (앞으로 대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겠습니다.)

이러한 계층을 구분해 놓을 때 저작권에 의해 타격을 받는 것은 통찰적 인간, 즉 유통을 담당하던 0.9%의 펌블로거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유통을 담당하지 못하게 되자 99%의 대중은 어떤 것을 소비할지를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물론 이미 익숙해져버린 대중들의 행동패턴은 이전의 정보 흡수창구였던 TV나 신문 등의 언론매체로 되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긴 하지만, 현재로는 대중의 정보 흡수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생산됩니다.

결국 블로고스피어의 위축은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에서 일어나던 불펌의 위축에 따른 결과라는 것입니다. 사용자들이 불편하더라도 직접 원저작자들의 글을 보러 다니기 때문에 원저작자들의 영향력은 더 강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전체적으로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화해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생각해야 할 컨텐츠의 유통
블로거로서 미래를 생각할 때는 블로고스피어의 확대가 가장 좋은 결과일 것입니다. 블로고스피어가 줄어든다면 결국 아무리 잘난 블로거라 하더라도 활동폭이 줄어들게 될 것이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블로고스피어의 규모가 확대될 수 있을까요?

결국 블로고스피어에서 유통을 담당하던 0.9%의 통찰적 인간들의 활동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전처럼 불법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일을 하도록 만들면 안 됩니다. 원저작자들의 수익을 그들이 가로채도록 놔둘 수는 없죠. 그래서 그들에게 합법적인 활동의 장을 만들어주고, 그들의 통찰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이 문제는 저도 참 답답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제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블로그백과사전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내용의 일부분입니다.)

누군가가 이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을 보인 곳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의 웹서비스들은 모두 1%의 혁명가나 창의적 인간들을 위한 서비스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알바를 고용해 0.9%를 대체하려는 서비스였거나…)
이런 경향을 참고하여 웹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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