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렌즈를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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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진카페에 비싼 렌즈와 싼 렌즈의 차이에 대한 질문글이 올라와서 이 글을 써본다.


답변으로 달린 댓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해상력, 심도 표현의 자유도, 저조도 시 셔터스피드 확보 용이성 등
  • 선예도 차이
  • 해상력(렌즈수차, 분해능, 샤픈), 만듦새, 신뢰성(빠른 AF모터 탑재, 방진방적 및 불소 코팅)
  • 화질로 통칭되는 사진 결과물의 차이
  • 확 느껴지는 차이(?), 플레어 억제, 색수차
  • 해상력(해상도 x), 다이나믹 레인지, 노이즈, 색수차, 정확한 색표현력(색상, 명도, 채도)
  • 렌즈의 구성, 주변부 화질, 색수차, 밝은 조리개값의 이점 + 부차적인 방진방적, 손떨방
  • 낮은 조리개값+무게와 부피, 선예도, 보케(빛망울) 모양, 상황에 따른 색수차 발생, 고가의 소재 사용(투과율, 빛의 왜곡 등)

대략적인 이야기를 하나씩 최대한 간단하게 살펴보자.

1. 조리개값

조리개를 더 넓게, 또는 더 좁게 열 수 있도록 만들면 비싸진다. 당연히 더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까 중요하다. 조래값은 사진에 여러 가지 영향을 준다. 대표적으로 빛망울, 빛갈림을 더 이쁘게 만드는 등도 중요하다.

그중에 조리개를 더 넓게 열 수 있는 건 매우 중요하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리개를 더 넓게 열 수 있도록 만들려면 조리개 뿐만 아니라 렌즈 전체를 크게 만들어야 하고, 수차 등이 생기기 쉬워서 덜 생기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싸질 수밖에 없다.

2. 해상력과 선예도

해상력은 여러 가지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렌즈를 어떤 형태로 만들어 배열했는지1, 뭘로 만들었는지도 중요하다. 비구면렌즈를 쓰면 더 좋다.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는 렌즈 수차(색수차 포함), 분해능, 샤픈, 플레어 억제, 주변부 화질 등, 다양한 결과에 영향이 미쳐서 따질 게 많아서 그렇다.

해상력과 선예도가 좋은 렌즈는 사진이 작게 찍혀도 활용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중요한 건 렌즈 표면을 얼마나 정밀하게 가공했는지다. 카메라 센서를 이론상 대략 2억 화소까지 만들 수 있는데, 그런 센서로 사진을 찍으려면 렌즈가 매우 정밀하게 상을 맺어야 한다. 현재 판매되는 고가 렌즈도 보통 5000만 화소 정도의 센서까지만 의미 있는 상을 맺을 수 있다. 저가 렌즈는 몇 화소까지 지원할까?

3. 투과율

대물렌즈로 들어간 빛과 비교해서 센서에 맺힌 상의 밝기가 얼마나 밝으냐 하는 문제다. 렌즈 재료, 렌즈 형상 등이 차이가 나는 이유다. 비싼 렌즈도 보통은 종류에 따라 1/3 스탑 정도는 차이날 수 있다. 저가 렌즈는 1 스탑 이상 차이날 때도 있다.

4. 비선형

(위의 답변에서 이걸 지적한 분이 없다는 게 놀랍다.)

투과율에서 말했듯이, 대물렌즈로 들어간 빛이 센서에 상을 맺을 때 되도록 밝게 맺히는 게 유리하다. 이때 선형은 상의 밝기가 들어간 빛에 비례하게 맺힌다는 걸 뜻한다. 밝은 곳은 밝게, 어두운 곳은 어둡게 사진에 찍힌다. 그런데 그렇게 찍히는 게 늘 좋은 걸까?

예를 들어, 선형이 잘 구현된 렌즈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올까? 어떨 땐 그렇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사진 전체의 밝기에 맞춰서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해 보자. 만약에 밝은 부분이 좁다면, 그 부분은 100% 화이트홀이 된다. 사실상 대부분의 경우에 몇 PX 정도 크기로 수도 없이 많은 부분에서 화이트홀이 찍힌다고 보면 된다. 렌즈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제약되니까, 쓸모가 대폭 낮아진다. (이건 다이나믹레인지와는 또 다른 이야기다.)

그러면 렌즈를 어떻게 만들어야 좋을까? 비선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비선형은 대물렌즈로 들어간 빛의 양이 그대로 상의 밝기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이때 밝은 부분의 빛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이면 화이트홀이 생기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가장 심하게 드러나는 사진이 불꽃놀이나 야경이다.

초보 때 멋모르고 40 mm 팬케익 렌즈로 찍었다가 화이트홀 때문에 망했다.

근데 이 부분에서 가장 뛰어난 카메라 브랜드가 캐논이다. 왜 캐논이 가장 뛰어난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점이 있게 만들 수 있다.

5. 색표현력(색감)

카메라 브랜드에 따라 살색이 잘 찍히고, 바다가 잘 찍히고, 식물이 잘 찍히고…. 하는 특성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바로 비선형 때문일 것이다.

6. 방진방적 & 방수(?)

방진방적과 방수는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여행을 할 때 어떤 카메라를 갖고 가야 할까? 폭우가 내릴 때 촬영을 해야 한다면…. 캐논이 가장 좋다. 사막에서 촬영을 해야 한다면…. 캐논이 가장 좋다. 무더운 곳에서 촬영을 해야 한다면…. 역시 캐논이 가장 좋다.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에서 폭우 속 촬영

캐논이 방진방적이 가장 좋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물론 찍은 사진이 좋냐 하는 문제는 또 다른 이야기니까, 실제로는 모든 브랜드가 쓰이는 것이다.

7. 손떨방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좋은 기능이 손떨방이다. 있으면 좋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손떨방 성능이 좋으질수록 점점 더 중요해진다.

8. 무게와 부피

매우 중요하다. 무겁거나 부피가 너무 크면 갖고 나가지 않아 결국 안 쓰게 될 테니까. 가장 좋은 카메라는 내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라고 하는 것처럼, 렌즈도 카메라에 끼워져 있어야 좋은 렌즈다.

9. 만듦새

저는 뽀대는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튼튼한 건 무척 중요하다.

  1. 몇 군 몇 옆 어쩌구 하는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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