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

사진을 찍는 사람들 중에는 사진은 이러이러해야 한다, 사진은 이러이러하게 찍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사진을 오래 찍어온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이 많다. 그들이 하는 말이 옳은 것일까?
이 글에서는 이런 속설 중에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3 comments

주위를 보면 ‘사진은 이래야 한다.’, ‘사진은 이렇게 찍어야 한다.’라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분들이 많다. 2 년 전 미얀마 양곤에서 만났던 사진학과 교수라는 작자나 2020 년 가을에 울릉도에서 만났던 작자가 생각난다. 지 잘난 맛에 떠들면서 잘난 척은 얼마나 많이 하는지….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 고정관념을 남에게 강요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자기가 틀렸다는 걸 절대 인정하지 못한다.

​이 글은 그런 사람들이 보통 강요하는 것들에 대한 것이다.
이런 강요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겉으로 네네 하면서 속으로는 그냥 무시하자.


디카를 산 지 이제 18 년쯤 지났다. DSLR을 산 지 13 년,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지 9 년이 됐다. 그러면서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보고 들었다. 처음에는 그렇구나 했었는데, 직접 해보니 틀린 것이 많았다. 그 뒤부터 하나하나가 실제로 타당한 것인지, 얼토당토 않은 것인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그중에 가장 심각한 건 이런 것이었다.

  1. 연사를 하면 안 된다.
  2. 불꽃놀이 할 때는 가림막!
  3. 노출시간은 ‘1/초점거리’보다 짧아야 한다. 1/30 초로 찍으면 피사체가 흐른다.
  4. 수평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2022.04.29 추가)
  5. 접사는 크롭 바디
  6. 크롭 바디보다 풀프레임이 좋다. vs 크롭 바디나 풀프레임이나 똑같다.
  7. LCD를 보며 찍으면 안 되고, 뷰파인더를 보고 찍어야 한다.
  8. 얻어걸린 사진
  9. 후보정을 해야 한다. vs 하지 않아야 한다.
  10. 다단계 리사이즈 (2021.02.03 추가)
  11. 사진은 렌즈의 최대개방으로 찍어야 가치가 있다. (2021.02.04 추가)
  12. 렌즈는 조리개값 F/8.0~F/16.0 구간에서 화질이 가장 좋다. (2022.04.27 추가)
  13. M 모드로만 찍어야 한다 vs M 모드는 허세다.
  14. 사진과 자연 (2022.07.22 추가)

​광학적인 고정관념(특히 조리개에 대한 틀린 지식이 많이 돌아다닌다.)처럼 맞고 틀리고를 따질 때 과학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 말고, 보통 이야기들 중에 이런 틀린 말이 많다. 이런 말을 다들 많이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한다. 하나씩 생각해보자.

​1. 연사를 하면 안 된다.

필카 시절 이야기이다.

필카는 한번에 찍을 수 있는 장수가 가장 심각한 한계였으므로 연사를 하기는 힘들었다. 연사해도 필름이 감기는 시간이 필요했으므로 속도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애초에 사진을 찍으러 갈 때 가장 큰 걸림돌이 필름의 양이었다. 예를 들어 한 달짜리 여행을 하려면 필름 수백 통을 갖고 다녀야 했으니까.(그렇게 해서 찍어봤자 사진 몇천 장!) 그런데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오면서 그냥 앉은 자리에서 수천, 수만 장을 찍을 수 있게 됐다. 메모리카드 하나에 사진을 1만 장 이상 저장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배터리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연사 속도도 셔터막이 움직이는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빠르게 할 수 있어서, 요즘엔 좀 빠르다 하면 초당 10 장 이상을 찍을 수 있다. 물리적 셔터막이 없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등장한 이후에는 초당 20 장 이상으로도 찍을 수 있게 됐다. 예전에 연사를 못하게 만들던 물리적인 제약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럼 연사를 하면 왜 안 된다는 것일까?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샷을 남발하면 충분한 성찰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주의해야 할 상황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반대로 충분한 성찰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 연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연사로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있기 때문이다.

꼭 그런 경우가 아니래도, 디카로 넘어온 뒤부터는 컷수 제한 없이 촬영하게 되면서 활성화된 사진 분야가 많다. 접사, 새 사진 같은 생태사진이 대표적이다. 한 장 한 장 찍기가 너무 어려워서 필카 시절에는 접사하는 사람이 정말 드물었다. 지금은 수십, 수백 장을 찍고서 한두 장 고르면 되기 때문에 훨씬 쉬워졌고, 그래서 찍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 꼭 이런 특별한 분야가 아니더라도, 단체사진 찍을 때 서너 장 찍은 뒤에 눈 감은 사람 얼굴을 교체한다던지 하는 방법은 이제 범용적으로 사용된다.

쇠백로@음성
새를 촬영할 때는 연사를 쓸 수밖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 있으면 아직도 필카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생각하면 된다.

2. 불꽃놀이 할 때는 가림막!

가림막은 윤이 없는 검은 종이 같은 것을 말한다. 불꽃놀이를 촬영할 때 불꽃이 이쁘지 않을 때는 가림막을 렌즈 앞에 대어 막았다가 불꽃이 좋아지면 떼어서 촬영하는 촬영기법을 말한다. 이 촬영기법은 필카 시절에는 분명히 요긴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사진 합성이 어렵고, 필름 컷 수가 제한되었기 때문에 좋은 불꽃이 있을 때의 빛만 모으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가 된다.

그런데 디카 환경으로 넘어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1 시간짜리 불꽃놀이 한 번 가면 수백 장에서 천몇백 장을 찍어온다. 그 사진들을 합치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래서 가림막으로 일일이 현장에서 막았다 떼었다 할 필요가 없어졌다. 가림막을 쓰면 센서가 작동하는 시간이 늘어나서 오히려 잡음만 늘어날 뿐이다. (필름 카메라에는 없던 문제점이다.) 혹시 가림막이 필요하다면, 촬영되는 사진 간격을 더 촘촘히 하고 싶을 때 뿐이다. 디카를 릴리즈를 사용해서 연사할 때 사진과 사진의 틈이 그리 짧지 않은 0.5 초 정도 생기기 때문이다.

Canon EOS-7D + EF 16-35 mm f/2.8L II로 찍은 여의도 불꽃놀이 사진
내가 유일하게 가림막을 쓴 촬영이었는데, 잡음을 제외한다면 그냥 찍은 것과 차이점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 있으면 아직도 필카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생각하면 된다.

3. 노출시간은 ‘1/초점거리’보다 짧아야 한다.

예를 들어 초점거리가 100 mm인 렌즈로 촬영을 할 때는 노출시간을 1/100 초 이하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보다 길면 흔들려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찍힌 사진은 피사체가 흐른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흠… 그런데 손떨방만 충분히 받혀준다면 흐른다 뭐 그런 개념을 도입할 필요조차 없는 게 아닐까? 오히려 때때로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서 1/30 초… 심지어 1~2 초 정도를 손으로 들고 찍고는 하니까. 아니 .. 경우에 따라서 오히려 고의로 흔들며 찍기도 한다.

Canon EOS 7D + EF 40mm 팬케익
0.25 초, f/2.8, ISO 640, 0 EV
1/30 초에서 흐를 정도면, 이 사진은 이미 심령사진이 되어야 했을 텐데?

내가 만나봤던 프로작가들은 대부분 1/30 초 정도는 그냥 손으로 들고 찍었다. 흐른다느니 그런 소리 하는 분이 계신다면, 그냥 손떨방이 약한 분이구나 생각하면 된다. (사실 나는 이걸 위해서 수십 장을 찍은 뒤에 한두 장을 골라서 쓰는 스타일이 되었다. 위 사진을 그렇게 찍었다는 건 아니다.)

4. 수평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추가)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는 컨텐트를 보면 수평을 맞추는 걸 가장 중요하다고 기본적으로 언급한다. 이게 진짜일까 고민해보는 사람이 없었나?

일반적으로 수평을 맞추는 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해수욕장에 갔는데, 수평선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보는 사람은 성의 없이 찍은 것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닐까?

수평은 실제로는 구도의 일부분이다. 구도는 보통 우리가 구도에 대해 보통 언급하는 (수평을 포함한) 여러 요소들에 또 다른 하나의 요소인 구성을 포함한다. 구성은 보통 구도와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같거나 서로간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구성은 구도의 일부이다. 그래서 구성, 즉 사진에 담기는 요소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구도가 바뀌는 게 더 낫다. 예를 들어 사람이 걷는 모습을 찍는다고 생각해보자. 걷는 일은 움직임이고, 이걸 분석하기 위해서는 동역학의 감각이 필요해진다. 정역학으로 걷는 사람을 분석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사람은 걷는 사람을 찍은 사진을 보면 본능적으로 동역학으로 분석한다. 이걸 하기 위해서…. 수평이 파괴된 사진을 요구한다. 다른 예로 인물사진을 생각해보자. 사람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더 넓은 공간을 두는 것을 더 안정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 또한 구성이 구도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런데 이럴 때 더 넓은 공간을 주지 않고도 안정감을 주는 방법이 있다. 목의 걲인 각도와 관련하여 사진을 기울이거나 배경에 다른 무언가를 배치하는 것이다.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훨씬 강력하다. (네이버의 어떤 사진 카페에 이걸 분석해서 올렸었는데, 이런 거 없다고 해서 그냥 지워버린 적이 있지만… 그런 놈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

모델 누리 @홍대입구역 동교어린이공원

구도에 대한 글을 읽을 때면, 가장 마지막에 따라붙는 내용이 있다. 우선 기본적인 구도를 익힌 뒤, 그걸 깨고 당신만의 새로운 구도를 시도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게, 기본적인 구도를 익힌 뒤에 나만의 구도를 시도한 게 아니라, 나만의 구도를 찾은 뒤에 기본적인 구도를 공부한 경우다. 그 과정에서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잘 몰랐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이것에 대해 잘 몰랐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수평을 꼭 맞출 필요는 없다.

이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정리해서 구도와 구성에 대한 글을 쓸까 생각 중이다. 근데 난이도가 있다보니, 접근하기가 엄청나게 힘들어서 계속 고민만 하고 있다. (결국 그 글을 썼다.)

​5. 접사는 크롭 바디

크롭 바디로만 접사를 찍어보면 잘 모를 것이다. 그러다가 풀프레임으로 접사를 찍어보면 크롭 바디로 찍으라는 소리가 허황된 소리였구나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풀프레임으로 접사를 멀리서 찍어서 자르면 크롭 바디로 접사한 거랑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크롭 바디로 찍을 때 보이는 것처럼 보이게끔 풀프레임 바디로 들이대어 접사를 찍으면…. 피사체가 훨씬 풍부하게 담긴다.​

네발나비@화랑대철도공원
Canon EOS 5DSR + EF 100mm f/2.8L Macro IS USM
크롭 바디로는 이렇게 찍을 수 없다.

물론 들이대고 찍으려면 촬영난이도가 많이 올라간다. 예를 들어 풀프로 바꾸고 난 뒤 깡충거미 촬영에 애를 먹고 있다. (가까워지다보니 깡충거미가 자꾸 렌즈 위로 뛰어오른다. ㅜㅜ) 그렇더라도 훨씬 나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데 안 쓰겠는가?

6. 크롭 바디보다 풀프레임이 좋다. vs 똑같다.

이야기할 꺼리도 못 된다.

크롭 바디와 풀프레임으로 찍은 사진은 (단순히 화각이 다르다거나 하는 걸 제외한다면) 단편적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웹에 올리거나, 인화해서 들고 다니려는 목적의 사진 정도는 겉으로 봤을 때 크게 차이가 안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크롭 바디 사진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들이 있고, 풀프레임 바디 사진에서만 나타낼 수 있는 심도 같은 것도 있어서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픽셀 수준으로 크게 보면 여실히 차이나서 광고처럼 대형으로 인화하거나 할 때 보면 확연히 구분이 가능하다.

Canon EOS-5DSR + EF 24-70mm f/2.8L II USM으로 찍은 여의도 불꽃놀이 사진
풀프레임 바디로 찍어서 화이트홀이 별로 없다.

이외에도 풀프레임과 크롭 바디에 대해서는 생각거리가 넘처난다. 근데 그 이야기는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결국엔 다 쓸모 없는 소리 뿐이다. 그냥 찍는 사람이나 사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걸 아느냐의 문제다. (실력이 늘수록 점점 더 차이가 크게 다가온다.) 그러니 이런 글에서는 다 생략하는 게 옳다고 보인다.

그러니까 결론은 차이가 느껴지거나 여유가 있으면 풀프레임 바디를 쓰면 되고, 차이가 느껴지지 않거나 돈이 부족하면 크롭 바디를 쓰면 된다. 확실한 건, 같은 실력으로 찍었다면 크롭 바디로 찍은 사진은 풀프레임 바디로 찍은 사진과 비교하면 많이 후졌다.

7. LCD를 보며 찍으면 안 되고, 뷰파인더를 보고 찍어야 한다.

이 말은 맞기도, 틀리기도 하다.

뷰파인더를 보며 찍으면 사진이 훨씬 덜 흔들린다. 아마도 뷰파인더를 볼 때 카메라에 얼굴이 닿아서, 양손과 얼굴이 세 점에서 카메라에 안정된 고정점이 되어주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한 손으로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뷰파인더를 보는 게 확실히 좋다.

하지만, 뷰파인더를 보지 않고도 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면 꼭 뷰파인더를 보고 찍을 이유는 없다. 기억하자. 뷰파인더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카메라를 위에서 내려보며 찍는 방식이었고, 지금은 뷰파인더가 LCD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일 뿐이다.

결국………….. 같은 결과만 얻을 수 있으면 LCD를 보고 찍건, 뷰파인더를 보고 찍건 알게 뭐냐?

뷰파인더만 보고 찍어야 한다면 폰카는 절대 못 쓰겠다!?

8. ​얻어걸린 사진

가끔 얻어걸린 사진이라는 말을 듣는다. 특히 노출시간을 1/30 초처럼 길게 설정하고 사진을 찍으면 얻어걸린 사진이라며 얕잡아보는 사람도 있다.

얻어걸린 사진이라는 게 무슨 뜻일까? 자기가 예상치 못했는데, 찍고나서 보니 그런 사진이 찍혔더라….라고 한다면 이건 얻어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반복해서 찍어 성공한다면 이건 얻어걸린 사진이라 볼 수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보통은 노출시간을 1/30 초로 설정하고 찍지 않는 것은 사진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 그러면 노출시간을 길게 하지 않고는 찍지 못할 환경(예를 들어 아래 사진처럼 어두운 술집)에서는 아예 사진을 찍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어두컴컴한 술집에서 촬영한 사진
Canon EOS 7D + EF 40mm 팬케익
1/15 초, f/2.8, ISO 320, 0 EV

아니, 오히려 밝은 날 노출시간을 짧게 설정해 찍어도 늘 약간씩 흔들린다. 심지어 삼각대를 세우고 찍어도 그렇다. 그럼 삼각대를 세우고 찍은 것도 얻어걸린 것일까?

이 모든 문제는 촬영방법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꼰대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광안리에서 본 북청사자놀이
이정도는 돼야 얻어걸린 사진이라 할 수 있겠지!
(근데 그러면 거의 모든 불꽃놀이 사진은 얻어거린 사진이 된다!)

9. 후보정을 꼭 해야 한다. vs 하면 안 된다.

후보정은 사진이 발명된 이후에 자연스레 생겨났고, 기술도 점점 좋아졌다. 필름카메라를 쓰던 시절에는 후보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몇몇 전문가나 하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후보정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후보정에 대한 논란이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점점 더 심해진다.

아래 사진은 12회 제주국제사진공모전 대상작인 ‘설원에 노루 나들이’라는 작품이다. 사진을 조금밖에 못 다뤄본 내가 봐도 한눈에 합성이 티가 나는 이 작품을, 전문가 집단이 심사했는데도 알아채지 못하고 대상을 주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출품한 현홍영 씨는 4회 때에도 대상을 받은 적이 있어서 더욱 논란이 심해지고 있다.)

이처럼 후보정이 공모전에서 논란이 된 건 이게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계속 많아지는 추세였고, 앞으로 점점 많아질 것이다.

후보정을 꼭 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은,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과정 중에 하나가 후보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부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후보정을 꼭 해야 한다고 남에게까지 강요하는 것이 문제다. 또 과한 후보정도 문제다. 이런 문제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솔직히 인물사진의 경우, 사진 속 인물과 실제 인물이 같은 사람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속담에 과유불급이라 했는데…..^^;;;;

그럼 후보정을 하지 말아야 할까? 후보정을 하지 않으려면, 우선 노출을 맞추는 작업만 하려 해도 수많은 장비를 챙겨다녀야 할 것이다. 플래시, 조명, 반사판 등등…. 그나마 그렇게 해서 찍은 사진도 분야가 한정된다. 별궤적, 파노라마, 포커스 스택(focus stack, cofocus), 다중노출, HDR 등은 후보정을 아예 전제하고 촬영되는 기법이다. 후보정을 하지 말라는 말은 이런 기법을 쓰지 말라는 소리와 같다. 후보정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보라. 우리가 보는 책, 영화, 방송은 모두 밋밋하게 변할 것이다. 매체별 특성에 맞춰 편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진을 찍는 사람 입장에서 후보정을 해야 한다는 쪽과 하면 안 된다는 쪽 모두에게 손을 들어줄 수 없다. 필요한 만큼 후보정을 한다는 게 맞을 것이다. 한쪽을 고집하는 정도가 지나치면… 그냥 다 꼰대지 뭐…ㅎㅎ

10. 다단계 리사이즈 (추가)

다단계 리사이즈란 사진을 작은 크기로 저장할 때 여러 번에 걸쳐서 조금씩 줄여서 저장하는 방법이다. 한 번에 크기를 확 줄여서 저장하는 것보다 조금씩 줄여서 저장하는 것이 사진이 더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뭘까?
10 년도 더 전에 쓰이던 방법이라는 게 문제다.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 제작사들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선호하자 프로그램의 이미지 처리 알고리즘에 이 방법이 적용되게 고쳐버렸다. 예를 들어 어도베의 경우 포토샵 CS6 버전까지는 다단계 리사이즈를 하는 게 더 품질이 좋았다. 그러나 다음 버전인 포토샵 CC부터는 다단계 리사이즈하는 것보다 한번에 변환하는 게 품질이 더 좋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다단계 리사이즈를 하는 이유는 그냥 자기가 하던 관성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환경변화에 반응하지 못한다는 증거다.

ps. 물론 그 느낌이 좋아서 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어떤 분은 다단계 리사이즈를 하면서 도중에 크기를 살짝 늘렸다가 줄이는 분도 계셨다. 분명히 저장된 이미지가 부분부분 깨질 테니, 나로서는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11. 사진은 렌즈의 최대개방으로 찍어야 가치가 있다. (추가)

이 이야기는 카메라로 남자를 찍으면 고장난다는 말처럼, 처음에는 분명 누군가가 우스개소리로 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 믿음은 계속 입문자에게 전수되었다. 그러면서 아주 우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만약 저 말이 맞다면 렌즈에 조리개는 왜 만들어 놓는 것일까? ㅎ

아이유@J·ESTINA
문제 : 이 영상을 찍은 렌즈의 조리개값은?

12. 조리개값이 F/8.0~F/16.0일 때 화질이 가장 좋다. (추가)

이 이야기가 유투브 캐논 채널인 ‘캐논TV – Canon Korea’에 올라왔길래 이렇게 가져와봤다.

3 번째와 4 번째 항목이 문제!

조리개에 대한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조리개는 일반적으로 F/5.6에서 가장 선명하다. 따라서 화질도 이때가 가장 좋다. 만약에 심도까지 고려해서 생각한 것이라 해도 F/11.0을 넘어가면 완전히 뿌옇게 보이기 때문에, 화질이 좋은 구간에 넣으면 안 된다. 인물사진에서 피부보정까지 고려한 언급이 아닐까 생각하려고 해도, 분명히 피부톤과 해상도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있었으므로, 피부톤을 고려한 것도 아니다. (이게 문제인 것은, 가끔가다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4 번째의 순광으로 촬영해야 화질이 좋아진다는 말도 문제가 있다. 순광으로 촬영한 사진은…. 밝기는 균일하게 촬영할 수 있을지 몰라도, 좋은 사진은 아니다. 그러니까 셀프촬영 스튜디오에 갔을 때 스튜디오 실장이 순광만 설치해주고 갈 경우,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광고에 쓰인 사진을 볼 때도 완전히 순광으로만 촬영한 것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사진 찍을 때 카메라의 핫슈에 플래시 끼우고 사진을 찍는 건 제한적이지 않나? 그게 가장 좋은 것이라면 스튜디오 촬영할 때 조명을 셋팅하는 이유가 없게….?)

이렇게 말한 건 정말 필름카메라 시절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린 게 아닐까? 이게 카메라와 렌즈를 제조해서 판매하는 캐논 채널에 올라왔다는 게 믿어지지는 않지만….

ps. 이와 비슷한 것으로, 조리개를 조이면 선이 얇아진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선예도는 F/5.6일 때 가장 좋으므로, 이때 선이 가장 얇게 나온다. 조리개를 더 조이면 회절에 의해 빛이 분산되므로, 선이 더 넓어진다. 물론 예외가 있다. 예전에 불꽃놀이 촬영법(7 번째 꼭지)에 적었듯이, 불꽃놀이의 불꽃은 조리개를 아주 심하게 조이면 다시 얇아진다.

13. M 모드로만 찍어야 한다 vs M 모드는 허세다.

M모드는 완전수동 모드다. 촬영 모드 중 제일 처음 생겼다. 그만큼 번거롭다. 그런데도 M 모드는 사라지지 않는다. 계속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M 모드로만 찍어야 한다거나 M 모드는 쓸 필요가 없다는 사람이 있어서 입문자는 혼란스러워진다. M 모드를 배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난 처음 사진을 배울 때, 4 달 동안 M 모드만 썼다. 그도 그럴 것이…. 4 달 동안 찍은 사진의 99%가 벌레 접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때는 당연히 자동모드와 M 모드만 알고, P, B, Tv, Av 모드를 몰랐다. 한참 뒤에 하나씩 알아갔다. 그런데 나처럼 사진을 배우는 건 어렵다. 4 달 동안 매주 2~3 번씩 촬영했는데, 지금 볼 때 쓸만한 사진은 300 장 정도밖에 안 된다. (참고로…. 지금은 하루만 찍어도 저정도 사진이 100 장 넘게 나온다. ^^;)

이렇게 힘들여 촬영했는데도 얻은 사진은 별로 없으니까 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 배울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나중에 알게 된 건, 접사라고 꼭 M 모드로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서 여러 모드를 쓰면 촬영효율이 좋아지고, 결국 마음에 드는 사진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지금은 99.9%는 Av 모드로 찍는다. 최근 접사를 별로 안 찍기 때문에, 평범한 사진을 찍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졌다. 찍기 쉽고 좋다! (물론…. 지금도 접사를 찍을 때는 M 모드를 많이 쓴다.)

나는 애초에 M 모드밖에 못 쓸 때도 M 모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M 모드로도 자동 모드를 쓸 때의 속도로 촬영할 수 있다면 M 모드를 고집해도 괜찮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반대로 M 모드는 허세라고 하는 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M 모드를 경험하면 같은 상황에서 여러 가지 유형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조리개를 조이거나 풀면서 사진이 달라지고, 밝거나 어둡게 찍으면서 사진이 달라진다. 이걸 처음에는 무대뽀나 실수나 귀차니즘으로 경험하게 되는데,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보면 결국엔 좀 더 유연하고 다양한 프레임(생각의 방식)을 갖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된 뒤에 자동 모드를 쓰면, M 모드를 쓸 때처럼 판단하면서도 손쉽게 설정을 바꾸면서 촬영하게 된다. 반대로 M 모드를 쓸 줄 모르면서 자동 모드나 반자동 모드로만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온 실력이 좋은 분들을 보면, 좀 갑갑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분들은 사진 동호회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왜 틀에 박힌 사진만 찍는 것인지 몰랐는데, 사진 동호회에서 진행하는 출사에 몇 번 참가해보니 이유를 알겠더라….)

이걸 깨닫고 나니,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M모드로 삽질했던 게 마냥 낭비였던 건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결국 M 모드는 고집할 필요도, 배척할 필요도 없다!

14. 사진과 자연 (추가)

인터넷이나 전시회에 공개되는 자연사진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을 찍기 위해 천연기념물인 금강송을 제일 큰 거 한 그루 남겨놓고, 작은 건 모조리 베어버린 사건이나 어미새의 육추본능을 이용해서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은 사건이나, 수리부엉이 육추장면을 찍는다며 둥지 주위의 나뭇가지를 자르고, 야밤에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은 사건은 보도되어 유명해 졌지만, 비단 이것만 문제인 건 아니다.

예를 들어 꽃 사진을 찍을 때 마른 풀잎을 치워서 깨끗이 해놓고 찍는다거나, 모든 꽃이 심도에 들도록 흙을 꾹꾹 눌러서 꽃을 일렬로 위치시킨다던지, 나비나 잠자리 같은 동물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몸을 꾹 눌러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던지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심지어 이렇게 하는 걸 자기만의 노하우라며 웹사이트나 유투브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이렇게 사진을 찍어서 언론에 싣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예1, 예2, 예3, 예4) 이 예들은 구글에서 몇 가지 키워드로 검색하여 맨 앞에 나열된 5 개 검색결과 중 4 개를 나열한 것이다. (1 개는 둥지 육추 장면이 아니어서 관련이 없었다.) 가만히 보면 둥지 주변에 잘려나간 잔가지 흔적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건 우리나라 법을 바꿔야 한다. 위 예들처럼 불법을 저질러서 얻은 게 분명한 저작물은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 압수하며, 촬영자는 실형 처벌을 받는 동시에 그 분야의 컨텐트를 영원히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거 말고도… 수십 가지는 더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정도에서 끝내자. (나중에 추가할 필요가 있는 것이 떠오르면 계속 추가하겠다.)

사실 뭔가를 잘못 알고 있어도, 원하는 사진만 찍을 수 있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 사람은 그냥 더 다양한 사진이 있다는 것을 모를 뿐이다.) 그런데도 이런 글을 쓰는 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남에게도 그렇게 알라며 강요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사람은 틀렸다고 지적하면 꼭 뒤에 해꼬지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미얀마에서 만났던 사진학과 교수라는 작자나 2020 년 가을에 울릉도 갔을 때 만났던 작자도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작자들과는 연을 맺지 않는 게 좋다. 그러려면 그런 작자들이 무슨 소리를 떠드는지 알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남이 뭘 하든 말든 자기 지식을 강제로 주입하려고 하지 말자. 이게 이 글을 열심히 이 글을 쓴 주요 이유이다.

ps.
이 글은 네이버의 어떤 사진카페에 썼던 것이다. 언젠가 이 블로그에 옮기려고 하기는 했지만, 지금 옮기는 이유는 유투브에서 사진 관련 책을 추천해주는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책을 사보지 않는 이유는 사진 환경은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그런 책은 쓰여질 당시에는 분명 훌륭했겠지만, 지금 보면 구시대에 최적화된 정보가 섞여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들을 소화해서 내게 맞게 활용하려면… 쓸 데 없이 지난한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꺼려진다.

마찬가지로 이 글도…. 몇 년 지나면 고리타분한 내용으로 변해있을 수도 있다.

고친 날 : 2022.05.11

3 comments on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