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꼭 전공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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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에서 좋은 영상을 올려주시는 이강신 작가 님의 영상에 남겼던 댓글을 옮겨본다. (교정됐다.)

사진학과 말씀을 들으니 불현듯 문예창작과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앞으로 사회가 발전하면 글 쓰는 사람이 많이 필요해질 것이라 생각해서, 2000 년대 초반에 여러 대학에서 문예창작과를 신설했죠. 50 곳도 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거의 다 없어졌습니다. 왜 그렇게 된 건지 궁금했는데, 몇 년 전에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략 이러했습니다.

1. 문예창작과가 그렇게 많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공모전과 시상식에서 뽑히는 문예창작과 출신이 거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눈에 띄는 작가 중에도 문예창작과 출신은…..
문예를 창작하는 데는 글쓰기 공부보다 폭넓은 경험과 지식이 더 중요했다고 합니다.

2. 문예창작과에서는 입학하자마자 쓴 글의 장단점을 재단하며 살벌한 평가가 내려진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조사, 토씨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깐대요. 그렇게 되다보니, 졸업할 때쯤 되면 다들 고만고만한 수준의 학생이 된다는 것입니다. 뛰어난 학생이 문예창작과에 입학했을 때, 그 학생만의 방식이 완성된 뒤에 어떤 결과를 만들거냐는 아무도 못/안 본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문예창작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글쓰기 좀 익히는 게 더 나았다는 겁니다.

3. 문예창작과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출판사에서 편집자를 한다네요. ㅎㅎㅎ
사진학과라는 학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같은 재능의 사람이 사진학과 나오면 행사사진 뛰고, 사진을 정규과정에서 배우지 않으면 예술사진 찍는….?

이게 꼭 문예창작과나 사진학과 이야기인 건 아닌 것 같다. 오르기는 힘들지만, 어떻게든 전문가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는 분야에서는 전공을 꼭 할 필요는 없는 게 아닐까?


이 글을 옮기다보니 정세랑 작가가 떠오른다.

정세랑 작가를 처음 안 것은 트위터에서였다. 편집자를 하던 정세랑 작가가 막 [덧니가 보고싶어]라는 첫 소설을 발표했을 때였다. 자기는 순수소설이라 생각하며 썼는데, 읽어본 사람들마다 장르소설이라고 평한다며 고민하고 계셨었다. 호기심에 사서 읽어보았는데, 내용은 나름 재미있었지만, 편집자였던 사람이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표현이나 글쓰기 여기저기에서 헛점이 많이 보였다. (당시에 한참 글쓰기를 공부하던 때여서 헛점이 눈에 더 잘 띄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예창작과 출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

그 뒤 잊고 있었는데, 정세랑 작가는 3 년 뒤인 2014 년도부터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받더니 지금은 대가가 되셨다. 내가 인정하는 소설가들 중에는 정세랑 작가만큼 작품을 발표하는 분이 지금은 없는 것 같다. 김영하 작가 정도만 작품을 발표하시는 듯….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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