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진짜 처음 시작하는 분을 위한 조언 #1

카메라를 방금 사서 조금 전에 천장이나 사용설명서를 찍어본 분을 위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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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막 산 분을 위해 이 글을 쓴다.
카메라를 쓰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 중고로 나오는 카메라 중 상당수는 구매한 뒤 1만 컷도 안 찍고서 팽개쳐졌다가 매물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찍새들은 카메라를 장농 속에 보관한다는 우스개소리를 하곤 한다. 이 말은 사진에 관심을 갖고 카메라를 산 사람 절대다수가 처음 사진을 찍은 뒤 바로 흥미를 잃어 포기하고 카메라를 장농 속에 넣어둔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카메라를 다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장농의 유혹을 떨쳐내고서 좋은 사진을 찍든, 나쁜 사진을 찍든 한 달이 넘을 때까지 카메라를 계속 갖고 다니기만 하면 결국 1 년까지는 사진을 계속 찍게 된다.

마지막으로 고친 날 : 2022.05.09

사실 이렇게 초보가 카메라를 쓰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촬영을 도와주려는 기능 때문이다. 이런 기능은 실제로는 촬영에 필요가 없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jpeg와 raw 선택에 대해서라는 글을 읽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많은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읽어보라고 권하지는 못하겠다. 그래서 초간단 요약을 해보자면 이렇다.

카메라에 있는 수많은 기능은 사진을 jpg로 찍기 위한 기능이다. 따라서 사진을 raw로 저장하게 설정하기만 하면, 카메라는 대략 몇 가지 기능만 조작하면 되는 매우 간단한 기기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이 글은 링크의 글에 맞춰서 사진을 raw로 저장하게 설정했다고 가정하고 이어갈 것이다. 물론 raw로 찍은 사진은 후보정을 꼭 해야 하기 때문에, 활용할 때 귀찮아지긴 한다.

참고로, 막 카메라를 구매한 분이라면 어떤 악세서리를 사야 할지 고민하실 것이다. 그런 분이라면 구매 팁에 대한 이 글을 슬쩍 읽어보자. 정답은 아니지만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글과 위에 링크된 두 개의 글을 읽었다면, 이제 카메라 청소에 대한 것만 공부하면 된다. 아쉽게도 아직 청소에 대한 글은 쓰지 못했다. 이건 따로 공부하길 바란다.

0. 촬영계획

사진을 찍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어떤 사진을 찍겠다는 계획이다.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보는 순간, 촬영자가 의식을 하든 안 하든 머리 속에서는 계획이 만들어진다. 이 계획이 얼마나 빨리 세워지느냐도 중요한 실력이다. 예를 들어 생각하는 속도가 느리면, 어떤 상황을 그냥 지나치고서 나중에

‘~~~하게 찍을걸….’

하는 생각이 들어서…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당장은 아쉽겠지만, 뭐 그게 다 경험이 되고 실력이 될 것이다. 후회한다는 건 이전의 나보다 더 나아졌다는 거니까!

보트 드라이버@태국 끄라비
이런 사진을 찍으려면 순간의 선택이 중요하다.

1. 모드

촬영계획을 세웠다면, 카메라를 어떤 모드로 설정할 것이냐를 제일 먼저 결정해야 한다. 모드는 크게 자동 모드인 자동(Auto), P와 반자동 모드인 S(Sv), T(Tv), 수동 모드인 M, B가 있다. 직접 찍어보면 알게 되겠지만, 어떤 모드로 찍건 찍힌 사진에는 차이는 없다. 촬영하려는 사진 종류와 주변환경에 따라 어떤 모드로 찍어야 더 편하고 신속하게 설정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가 달라질 뿐이다. (경험이 많아지면 한 가지 모드로 거의 모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모드란 것은 카메라를 설정하는 UI 종류이다.

나중에는 결국 반자동모드, 특히 Av모드(조리개 우선모드)를 많이 쓸 것이다. 조리개값을 촬영자가 지정하면, 노출시간과 감도를 카메라가 맞춰주는 것이다.

노출시간이 중요한 사진은 Tv모드(노출시간 우선모드)가 좋다. 촬영자가 노출시간을 정해주면 나머지는 카메라가 조절해주는 것이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긴 노출시간으로 찍어야 하거나, 카메라가 움직이며 긴 노출시간으로 찍는 패닝샷(Panning shot)을 찍을 때는 Tv모드가 좋다. 뭔가… 자동차, 배, 말 등을 타고 가면서 촬영한다 할 때는 무조건 Tv모드로 노출시간을 최대한 짧게 하고 찍는 게 좋다. 어두운 곳에서는 노출시간이 너무 과하게 길어지는 걸 막고자 Tv모드를 쓴다. 이 모든 경우에 Tv모드는 정말 정답이다.

특별한 경우엔 M모드(수동모드)를 쓰기도 하지만, M모드는 실패를 각오하고 찍어야 하는 모드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이건 M모드에 익숙해져도 마찬가지다.) 경험이 많이 쌓여도 적절한 노출을 찾는데 실패하기 쉽고, 성공하더라도 설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 M모드를 써야 좋은 상황이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밝기와 피사체가 일정해서 처음 한 번 설정한 뒤에는 계속 똑같이 찍기만 하면 된다면, 또는 접사를 하고 싶다면 M모드가 가장 편할 것이다. 뭐 처음에는 이 상황에 M모드가 가장 편할 것인가를 갖고 고민하겠지만….

불꽃놀이 같은 걸 찍을 때는 촬영을 원하는 순간에 시작했다가 원하는 순간에 끝내는 B모드(벌브모드)를 기본으로 쓴다. (불꽃놀이는 타임랩스로 찍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는 걸 보면 정답은 없는 듯하다.)

카메라 사용법을 도저히 모르겠는데, 급하게 사진을 찍어야 한다면 자동모드로 찍는 게 좋다. 자동모드에는 Auto 모드P모드가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모드가 나왔던데… 그건 안 써봐서 모르겠다.) 이 두 모드의 차이는 몇 가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장플래시가 있는 경우) Auto 모드는 플래시를 맘대로 터트리고, P모드는 사용자가 플래시를 팝업하지 않으면[올리지 않으면] 터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외에도 몇 가지 더 있지만, 당신이 그런 차이에 익숙해지기 전에 반자동모드에 익숙해지길 바란다.

※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초보일 때 몇 달은 M모드로 찍어보는 게 좋다. 당연히 초보가 M모드로 찍어봤자 건지는 사진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M모드를 써서 사진을 날려본 사람과 M모드를 안 써본 사람은 사진에 접근하는 자세[프레임]가 확연히 달라진다. 물론 대충 지금 원하는 정도의 사진만 찍을 수 있으면 된다 생각한다면 이런 수고를 할 필요는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하기를 원하는 분을 위해 말씀드리는 거니까. (그리고 M모드를 열심히 연습하던 도중에 중요한 사진을 찍어야 한다면, M모드를 쓰다가 망하지 말고 P모드를 활용하기를 바란다. ^^)

※ 사진을 찍다보면, 자기는 M모드만 쓴다는 사람을 간혹 만날 것이다. 그런 사람은 그냥 순발력이 필요한 사진을 안 찍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찍을 수 있는 사진의 절반은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다. 순발력이 필요한 사진은 자동모드로 찍어도 거의 모두 실패하는데, M모드로 언제 설정하고서 찍겠는가?

2. 측광

찍으려는 장면의 밝기를 측정하는 기능이 측광이다. M모드를 쓸 때 가장 많이 실패하는 이유가 사진의 밝기가 원하는 밝기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측광이 도움이 많이 되는 기능이라는 건 자명하다. (근데 M모드를 오래 쓰다보면 상황을 딱 보자마자 카메라를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는 게 떠오른다. 이걸 속칭으로 ‘뇌출계’라고 하는데, 대다한 능력이기는 하지만 크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뇌출계를 쓰지 않아도 반자동 모드에서 측광 기능을 이용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측광은 크게 장면 전체의 밝기를 측정하느냐, 한 점의 밝기를 측정하느냐의 두 가지 중 하나로 설정할 수 있다. (중간쯤 되는 넓이를 측정하는 설정도 있는데, 보통은 별로 유용하지 않다.) 전체의 밝기를 측정하면 편하긴 한데, 중요한 피사체가 적절한 밝기로 찍히지 않기 쉽다. 예를 들어 인물사진을 찍었는데 얼굴이 어두컴컴하게 나왔으면 촬영에 실패한 것이다. 반대로 원하는 부분만 측광하면 중요한 피사체는 잘 나올 수 있는데 사진은 전반적으로 너무 밝거나 어두울 수가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후보정을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나중에 경험이 많아져서 원하는 사진의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원하는 측광이 더 까다로워진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원하는 점만 측광하게 된다. 경험이 많아졌는데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데) 여전히 화면 전체의 밝기를 측광하는 게 좋다면, 그건 찍는 사람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나는 원하는 부분의 밝기만 측정하는 스팟측광만 쓰고 있다. 그와 함께 초점도 가운데 한 점에만 맞춰지도록 설정한다. 카메라에게 화면 전체를 대상으로 원하는 대로 맞추라고 허용하면, 카메라가 측광과 초점을 맞춘 곳이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닐 확률이 워낙 높다보니 어쩔 수 없다…^^; 어떤 카메라라도 화면 전체를 대상으로 작동하는 측광모드와 자동초점모드는 정말 시급하게 촬영해야 할 때 사진을 버리지 않을 만큼만 맞춰주는 거라 생각하면 된다. (요즘엔 A.I.가 좋아져서 만족스러운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도 될까?)

※ 사진을 오랫동안 찍던 분들 중에는 땅이나 손에 측광하면 된다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엔 얼추 맞긴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보통은 촬영할 장면에서 가장 밝거나 두 번째로 밝은 부분을 측광하면 된다. 이건 되도록 사진에 화이트홀(색깔 정보가 사라질 정도로 하얗게 나오는 부분)이 생기지 않게 만들기 위한 방법이다. 화이트홀, 그리고 블랙홀(색깔 정보가 담기지 않을 정도로 까맣게 나오는 부분)은 초보일 때는 관심 밖이기 쉬우며, 실제로도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 말은 다른 더 눈에 띄게 실패할 요소에 신경써야 하는 초보일 때의 이야기일 뿐이며, 실력이 쌓일 수록 점점 중요해져서, 나중에는 성공과 실패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 (다른 중요한 실패요인은 결국 어떻게든 극복이 되는데, 이 요소는 극복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아…. 측광해서 측정한 사진의 밝기를 ‘노출’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다음 꼭지에서 살펴볼 노출보정을 통해 사진의 밝기가 바뀌어도, 그 밝기를 노출이라고 부른다.

3. 노출보정

촬영자가 찍으려는 사진의 밝기와 실제 피사체가 보이는 밝기가 같은 경우는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야경사진은 어두컴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두 밝기를 맞춰야 한다. 측광한 값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노출보정이라고 부른다.

보통 카메라 조절판넬 보면 가운데에 0이 있고, 오른쪽으로 +1, +2… 왼쪽으로 -1, -2… 하는 식으로 써있는 것이 노출을 표시하는 기능이다. M모드(수동모드)에서는 당연히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고 태그에만 숫자로 적어놓으며, 자동모드나 반자동모드에서는 실제 사진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보자. 눈밭을 찍는다고 생각해보자. 눈은 완전히 하얗기 때문에 밝다. 근데 자동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카메라는 눈밭이 밝다는 걸 몰라서 표준밝기에 맞춰서 찍을 테니, 눈밭이 회색으로 나와서 사진이 어두칙칙해지진다. 덕분에(?) 눈밭에 있는 사람들은 까맣게 찍힌다. 그래서 촬영자는 카메라한테 이건 엄청 밝은 장면이라고 알려줘야 한다. 그래서 노출을 +1이나 +2 정도로 올려준다. 그러면 눈은 하얗고, 사람 얼굴은 살색으로 나온다. 이번에는 떨어진 눈송이 몇 개를 크게 찍고[접사하고] 싶다면 이번에는 반대 상황이 된다. 눈의 하얀 모습을 찍으려는 게 아니라, 눈송이의 세부적인 구조를 찍고싶은 건데, 밝게 찍으면 세부적인 모습은 담기지 않는다. 그래서 카메라한테 세부적인 모습 좀 찍어봐 하고 알려주기 위해서 -1, -2 정도로 내려주는 것이다.

피사체의 색깔에 따라, 어떤 사진을 원하는 지에 따라 노출을 높여야 할지 낮춰야 할 지가 달라진다.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초보일 때는 여러 가지 설정을 다 찍어보고서 하나씩 알아가야 한다. 보통은 M모드로 여러 가지 상황을 찍어본 뒤에, 다시 그 상황이 되면 ‘그때 이렇게 설정하면 이떻게 나왔었지’라고 생각하며 반자동 모드에서 노출을 조절하면 된다. 이게 초보일 때 M모드를 찍어보면 좋은 이유 중 한 가지이다.

4. 초점고정, 노출고정 : 반셔터 이동 방식

이 꼭지에서 설명하는 방법은 매우 많이 쓰이는 방법이므로 꼭 익혀두기 바란다. 제일 먼저 연습하는 게 좋다.

카메라는 셔터 버튼을 절반만 누르는 반셔터 기능이 있다. 반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찍히지는 않지만, 초점이 고정된다. 카메라 세팅에 들어가서 설정하기에 따라 노출도 동시에 고정되게 만들 수 있다. 초점을 잡는 동안 측광을 하여, 셔터버튼에서 손을 떼지 않는 동안에는 그 설정값을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반셔터를 눌러서 초점과 노출을 고정시킨 채로 카메라가 바라보는 방향을 바꾼 뒤에 촬영할 수 있다.

카메라엔 노출을 고정하는 버튼과 초점을 고정하는 버튼이 따로 있다. 특정 밝기로 노출을 고정한 상태에서 카메라를 움직여 촬영하고 싶다면, 원하는 밝기가 있는 곳을 향한 상태로 노출고정 버튼을 누르고, 방향을 바꿔서 반셔터를 눌러 초점을 맞춘 다음, 다른 방향을 바꿔서 촬영할 수 있다. 따라서 밝기를 측정한 부분과 초점을 맞춘 부분과 상관 없이 사진의 구도를 잡아 촬영할 수 있다. 그래서 위 문단에서 말한 촬영방법에서 반셔터에 노출고정 기능을 설정하지 않고 쓰는 게 일반적인 사용방법이다.

특정한 밝기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을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노라마 촬영을 할 때는 여러 장의 사진을 노출과 초점을 똑같이 해서 촬영해야 한다. 이럴때 노출고정 버튼을 누르고 반셔터를 유지한 채로 촬영하면 된다. 물론 촬영해야 할 장수가 많은 파노라마라면, 초점을 수동으로 바꾸고(초점을 잡은 뒤에 초점 버튼을 수동으로 바꾼다.), M모드로 설정(초보라면 설정을 반자동 모드(뒤에 설명함)로 알아낸 뒤에, M모드로 바꾸고서 똑같이 설정)하는 게 더 낫다.

여기까지는 사용자 편의를 위해 선택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설명이다.


이제는 사진을 찍을 때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에 대해 살펴보자. 뒷부분을 계속 읽기 전에 다른 글을 먼저 읽어보자. 읽는 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할까봐 염려스러워서 초간단 요약을 해놓는다.

사진은 노출시간, 조리개, 감도로 밝기를 조절한다.

5. 감도 조절

감도는 보통 찍고자 하는 사진의 밝기와 실제 피사체가 보이는 밝기의 차이를 맞추려고 설정한다. 응? 앞의 노출보정에서 한 이야기인데?

맞다. 노출보정은 하드웨어적으로 조리개값이나 노출시간을 바꿔 처리하는 것이고, 감도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사진을 밝게 처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출보정은 카메라가 조리개값과 노출시간을 바꿀 수 없는 수동에서는 쓸 수 없다. 촬영은 대부분 최적값이나 극한까지 몰아붙인 값으로 촬영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하는 감도가 쓰기 편하다. 대신 감도가 바뀌면 잡음(노이즈)의 양이 바뀐다. (잡음에 영향을 주는 4 가지 요소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살펴보자. 참고로 링크한 글은 어렵고, 몰라도 사진 찍는 데엔 전혀 지장이 없다.)

아무튼, 특별히 잡음이 많은 사진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감도를 최대한 작게 설정하는 게 좋다. 보통 한 장소에서 촬영할 땐 적합한 감도로 설정한 뒤에 계속 그 상태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통은 촬영할 때 가장 먼저 감도를 설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도 조절을 수동으로 해야 한다.

(카메라에 따라서 감도 변화 폭을 설정할 수 있는 기종이 있다. 이런 기종이라면 감도도 자동기능에 맞길만 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에 대해서는 카메라에 따라서, 개인의 촬영습관에 따라서 달라지는 점이 있어서 꼼꼼하게 따질 게 많다.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6. 조리개 조절

조리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다. 문제는 조리개를 조절하면 심도, 선명도, 빛망울, 빛갈림 같은 여러 가지 효과가 바뀐다. 이 부대적인 효과를 원하는 대로 조절하는 건 중요하고도 어렵다.

그래서 내가 처음 찍을 때 가장 힘들어 하던 게 조리개 조절이었다. 처음 2 년인가 사진을 찍어본 뒤에, 그냥 다 때려치우고 f/5.0~5.6(가장 선명한 조리개값)으로만 찍자 생각해서 거의 그렇게 고정하고 1 년 넘게 찍었다.

2015 년 매국 70주년 불꽃놀이@서울 여의도
이때는 불꽃놀이조차도 f/5.6로 찍었다.

지금도 주로 f/5.0~5.6으로 찍는다. 물론 이제는 한참 찍은 뒤에 컴퓨터로 사진을 열어보면 나도 모르게 조리개값을 다양하게 조절하면서 찍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게 경험일 것이다.

조리개가 만드는 여러 가지 부대효과가 사진에 원하는만큼 나타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장 한 장 찍을 때마다 찍히기를 원하는 사진에 맞춰서 가장 먼저 조리개를 조절해야 한다.

2018 년 불꽃놀이@부산 광안리
f/2.8로 찍었다. 이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 생각해보자.

7. 노출시간 조절

노출시간은 사진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값으로 찍어도 괜찮기 때문에 보통 노출시간을 가장 마지막에 설정한다. (DSLR의 경우 노출시간이 1/2000 초보다 짧아지면 사진이 뿌옇게 변하는 영향을 주긴 하다.)

하지만 실제로 노출시간은 사진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치는데, 바로 블러(blur; 흔들림) 때문이다. 피사체가 흔들리거나(모션블러) 카메라가 흔들려서(핸드블러) 문제가 생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블러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출시간이 짧아야 블러 없는 사진을 찍을 확률이 높다. 얼마나 짧아야 할까?

예를 들어 나는 탐론 150-600 mm G2나 백마엘(EF 100 mm f/2.8L) 같은 렌즈로도 보통 1/30 초 정도로 찍는다. 근데 이렇게 찍으면, 손떨방(손떨림 방지 기능)을 켜고 찍어도 거의 모든 사진이 흔들린다. (나도 많이 흔들려서 성공확률이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스미드개미@의정부 사패산 (1/80 초, f/8.0, ISO 640)
운이 좋게도 핸드블러와 모션블러가 우연히 정확히 일치해서 눈이 선명하게 찍혔다.
결과적으로 좋은 패닝샷이 되었다. 이런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그래도 노출시간을 길게 하고 찍은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찍는다. 길게 노출해야지만 찍을 수 있는 사진도 있다. 그런데 사진을 찍을 때마다 삼각대를 세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결국 사진가는 자기가 쓸 렌즈는 어느정도의 노출시간으로 찍으면 어떤 사진이 나오는지 꼼꼼하게 테스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시간을 좀 늘리기 위해 연습할 필요도 있다. (사진을 처음 찍는 초보일 때는 이런 연습을 해도 써먹기 힘들므로, 이삼 년쯤 지난 뒤에 하자. ^^;;;)


여기까지 읽었으면, 왜 Av모드를 많이 쓰는지 알게 됐을 것이다. 감도는 수동으로 설정하고, 원하는 부대효과를 넣기 위해서 조리개를 사용자가 조절한다. 남은 하나는 카메라가 노출을 맞출 때 써야 하니까 Av모드를 쓸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용자가 조리개값과 노출 보정을 조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8. 너무 어둡게 찍힐 때

그런데 사진을 찍다보면 노출시간이 자기가 찍을 수 있는 가장 긴 시간보다 길어졌는데도 사진이 너무 어둡게 찍힐 상황을 만나게 된다. 이럴때는 앞에서 감도와 조리개를 설정했던 이유를 포기해야 한다.

8-1. 조리개 조절

우선 빛갈림, 심도 이런 걸 포기하고 조리개를 개방해서 밝기를 맞춘다. 사진의 밝기와 흔들림 문제가 조리개가 만드는 부가적인 효과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8-2. 감도 조절

감도를 높인다. 잡음이 좀 있는 게 흔들림 문제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때를 위해서 자기 카메라가 감도에 따라서 잡음을 어느 정도 만드느냐와, 이 잡음을 제거하면 어떤 사진이 되느냐를 미리 알아둬야 한다.

조리개와 감도를 순서대로 조절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이 두 요소의 협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최근에 발매되는 카메라들은 감도 성능이 좋아지다보니, 위에서 설명한 순서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감도를 높여도 잡음이 생기지 않아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다른 걸 포기하면서 감도를 낮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난 앞으로도 한동안은 낡은 Dslr을 쓸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없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결론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1. 반셔터 이동방식을 쓸 줄 알아야 한다.
  2. 사용자 편의성을 위한 카메라 UI를 익숙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3. 자기 카메라와 렌즈의 특성을 미리 테스트해 둬야 한다.
  4. 각 상황에서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어떤 것이 있는지 다양하게 경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M모드를 써보는 경험을 해보면 좋다.
  5. 일정수준이 되면, 손각대로 노출시간을 늘리고 찍는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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