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 월 21 일에 언론시사회에 다녀왔다. 오래간만에 시사회에 다녀온 건데, 워낙 오랫만에 외출이라서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더군다나 용산역 리모델링한 뒤에 처음 가는 거라서 길도 몰라 헤멨다. 용산역도 이제는 용산 선인상가나 부평역 지하상가처럼 덩젼은 변했다. 이런 덩젼은 어떤 X이 설계하는 건지….-_-
결국 늦어서 헐레벌떡……
아무튼 영화는…

서른 살의 [라붐]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라붐]의 소피마르소의 풋풋함 같은 건 없다. 서른 살이니까. 반대로 화끈한 장면이 좀 있어야 어울릴 거 같은 느낌인데, 그런 장면 또한 없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밍숭맹숭한 느낌의 영화였다. 아마도 감독판이 공개된다면 추가될 장면이 많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의 로멘스 영화인데, 헐리웃 영화 같았다. 단 두 명이 중심이 되어 일어나는 단순한 아야기구조에 깊이 생각할 거리는 없었다. 하지만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었다. 아래에서 내용을 대략 살펴보겠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남녀 주인공은 바로 옆집에 산다. 여자가 창가에서 담배를 피면 남자가 그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는 그런 관계다.
이 둘은 뭔가 문제가 있다. 남자는 우유부단한 성격에 말을 정말 못해서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다. 그래서 인지 직장에서 위기에 처해있고, 불면증에 시달린다. 여자는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남자가 매달리면 성관계도 해줄 정도다. 그리고 왜인지 영양불균형에 빠져있다. 그래서 두 주인공이 같은 날 병원에 찾아가면서 인연이 시작된다. 남자는 수면제를 처방받고, 여자는 영양제(였나?)를 처방받는다. 그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들린다. 그런데 약사가 사고를 친다. 수면제를 여자에게 주고, 영양제를 남자에게 준 것이다. 그날 밤부터 여자는 엄청난 꿀잠을….. 남자는 밤새 잠못 이루다가 낮에 직장에 가서 쓰러지기까지 한다. 결국 이 둘은 다시 의사에게 가서 각각 정신과 의사 소개를 받고는 상담을 시작한다. 그러나 <굿 윌 헌팅>의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 분) 수준의 의사가 아니라면 어차피 치료될 수 없는 상담……
여자는 데이트앱에 매달려 인스턴트 섹스 속에 살아가고, 남자는… 뭐 아무튼 찌질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해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만족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인가?
줄거리는 이정도까지만 살펴보자. 아무튼, 일반적인 영화라면 남녀 주인공이 만나서 뭔가를 할 텐데, 이 영화는 주인공들이 만나질 못해 약간 답답한 느낌이 있다. (그렇다고 영화가 답답한 건 아니다.)
내용은 (현대시대의 IT 발전으로 인한) 인스턴트 만남 속에서 어떻게 진짜 만남을 하게 될까 하는 문제를 다루는 거 같다. 뭐랄까, 지금 시대에 시의적절하게 어울리는 느낌이랄까? 이 영화에서 남녀가 각각 보여주는 주제는 다음과 같다.
- 정리란 지워버리는 게 아니라 간직하되 짐이 되지 않게 만드는 것
- 시골의 참견당하는 생활이 싫어 도시의 익명의 생활을 택한 삶
영화 치고는 약간 과한 주제가 아닐까 싶지만, 프랑스 영화 치고는 그리 과하다는 생각도 안 든다.
외국 영화 치고는…. 장면장면이 정적이고 길게 촬영됐다는 게 특색이다. 이런 특징은 봉준호 감독의 특징과 비슷한데, 봉준호 감독과는 다르게 초점이 늘 고정돼 있다. 그리고 야경과 설경이 수채화처럼 참 아름답다. 촬영 특징 만큼이나 이야기도 전체적으로 수채화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