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쓰고 있는 책은 모두 남미여행을 다녀온 결과를 정리하는 것이다. 전에 다른 글에 적은 적이 있듯이, 첫 번째 남미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이미 [남미여행의 과학]이라는 책을 쓸 작정이었다. 그런데 첫 번째 여행으로는 충분한 소재와 주제를 확보하지 못했고, 그래서 다시 남미로 여행을 떠났다. 그 뒤에 각 꼭지의 주제를 정리한 뒤에 곰곰히 살펴보니 쓰려던 소재와 주제 중에 너무 어려워서 설명할 게 많은 부분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따로 분리해서 3 권으로 먼저 써서 출판하고, 그 뒤에 네 번째로 여행을 다니며 느꼈던 걸 책으로 엮기로 했다. 그 뒤에 계획을 세부적으로 나누고, 첫 번째 책 [노을의 물리학] 원고를 쓰던 작년 1 월에 한 권이 더 필요하게 됐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결국 사전에 4 권을 쓰기로 했다. 지금은 3 번째 책의 원고를 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다른 여행자들이 남미를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해졌다. 좀 알면 책 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네이버의 남미여행 카페에 이상훈 님께서 올리신 책을 냈다는 포스트를 보았고, 결국 사서 읽어보게 됐다.
책은 석 달 동안 여행을 다녀온 느낌을 적은 형식이었다. 이상훈 님께서 정년퇴임을 하신 뒤에 다녀왔기 때문에, 다른 시각으로 남미를 바라본 부분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내가 남미에서 느꼈던 점과 거의 비슷한 수필이 이어져 있었다.
이상훈 님께서 다닌 여행지는 내가 다닌 여행지와 상당부분 일치했다. 이상훈 님도, 나도 각기 여행지를 정해서 다니는 베낭여행을 했다고는 하지만, 소위 말하는 국민루트…를 따라갔으므로 일치율이 높은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다녀온 곳을 간단히 비교하면 이렇다.
국가 | 이상훈 님께서 여행하신 곳 | 내가 여행한 곳 | 비고 |
페루 | 리마 | 리마 | |
우아라스 | – | 69호수 | |
차빈 유적지 | – | ||
쿠스코 | 쿠스코 | 마추픽추 등 | |
비니쿤카 | 비니쿤카 | 무지개산 | |
– | 나스카 | 나스카 라인 | |
– | 타라포토 | 아마존 비숲 (고지대) | |
– | 푸노 | 티티카카 호수 | |
볼리비아 | 태양의 섬 – 코파카바나 | – | 티티카카 호수 |
라파스 | 라파스 | 달의 계곡 (볼리비아) | |
티와나쿠 | – | 유적지 | |
차칼타야 | 차칼타야 | 라파스 인근의 산 | |
우유니 | 우유니 | 소금사막 + 잉카와시 섬 알티플라노 고원 | |
– | 토로토로 국립공원 | 코차밤바 경유 | |
– | 루레나바께 | 아마존 비숲 (저지대) | |
칠레 | 아타카마 | 아타카마 | 달의 계곡 (칠레) |
산티아고 | – | 발파이라소 | |
푸에르트 몬트 | – | ||
푸에르토 나탈레스 | 푸에르토 나탈레스 | 토레스 델 파이네 | |
– | 푸콘 | ||
– | 푼타 아레나스 | ||
아르헨티나 | 바릴로체 | 바릴로체 | |
엘 칼라파테 | 엘 칼라파테 | 모레노 빙하 | |
엘 찰텐 | 엘 찰텐 | 피츠로이, 세로또레 | |
우수아이아 | 우수아이아 | ||
부에노스 아이레스 | 부에노스 아이레스 | ||
이구아수 폭포 | 이구아수 폭포 | ||
우루과이 | 몬테비데오 | – |
이렇게 정리해 놓고서 세어보니 정확히 3/4가 겹치고, 1/4는 다르다. 다녀온 여행지 숫자가 완전히 같다. 아마도 여행기간도 비슷하고, 주된 이동경로도 비슷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 심지어 내가 가지 않은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같은 경우 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머물 때 가볼까 했던 곳이었다. (같은 숙소에 머물던 사람이 가지 말라고 해서 안 갔었다. 책을 쓰려는 입장에서 갔었어야 했던 것 같다.)
[어설픈 남미 비망록]

이상훈 글·사진, 책과나무 펴냄
2018.12.13 초판 1쇄 발행
376 쪽, 140*195mm
ISBN : 979-11-5776-649-9
1`6000 원
책은 두께에 비해 상당히 가벼웠다. 그렇다고 재생지를 쓰거나 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종이책이 품절로 처리돼 있고, 내가 주문했을 때 주문은 됐었지만 배송이 예상시간보다 상당히 늦었던 걸 보면, 내가 받은 종이책이 판매된 마지막 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아무튼 책을 잘 받아서 잘 읽었다.
물론 과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어서, 이 책을 보고 집필하는데 약간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던 기대는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지만….^^; 아무튼 추억을 되새기며 끝까지 잘 읽을 수 있었다.
책에 대해 평가하자면…. 뭐랄까…. 깊이있는 지식을 설파한다거나 뛰어난 사진을 보여준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혹시 남미를 여행하려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분위기를 조금은 익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이분도 준비를 철저히 하고 가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도둑에게 거의 당하지 않으셨다. 나 또한 남미에 도둑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여행하는 내내 긴장에 또 긴장을 하여 겨우 도둑에게 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남미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심각하게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 가끔 다 거기가 거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남미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는 더 위험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지명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우리는 왜 외국의 지명을 꼭 영미권식으로 부를까? 물론 영어라는 한 언어로 접근하는 게 편하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건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ps. 독후감을 쓰려고 책을 펴보니 [아바타 : 물의 길] 티켓이 나왔다. 지난 12 월 중순쯤에 들고 다니며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은 뒤에 너무 늦게 독후감을 쓰고 있나보다. 이제 별다른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ㅜㅜ
읽으며 메모한 것
32 쪽 밑8 줄 : 공부를 해둔 턱에 → 공부를 해둔 덕에 (단순 오타)
57 쪽 ‘나는 주변의 외국인까지 저지하며 (아이를 동반한 엄마의) 탑승을 도왔다.’ → 해서는 안 될 행동
57 쪽 공항에서 택시비 흥정 → 그냥 걸어서 공항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택시비를 흥정할 필요도 없다.
144 쪽 밑1 줄 ‘만년설이 녹으면서 풍경이 살아난 차칼타야를 방문한다. → 풍경이 살아난다는 말은 좀 이상하다. 어떤 경우라도 풍경은 멋진 곳이다.
265 쪽 음식의 간 이야기 → 토델파 식당의 음식은 접시에 따라 간이 다르다. 따라서 싱거울 경우 소금을 달라고 해야 한다. 특히 걷는 거리가 멀어서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조금은 짜게 먹는 게 좋다.
270 쪽 2 줄 ‘여기가 토레스 델 파이네로 오르는 갈림길이다.’ → 토레스다. 파이네 산장의 북쪽에 있는 봉우리가 파이네 산이고, 칠레노 산장에서 올라가면 있는 3 개의 바위 봉우리가 토레스 산이다. 이 뒤에도 마찬가지로 이름을 잘못 부르고 있다.
277 쪽의 모레노 빙하투어 비용이 비싸다는 이야기 → 비싼 것 사실인데, 아르헨티나 정부가 (일본처럼) 고환율정책을 추진해서 비용을 계속 올렸다. 그런데 문제는 환율이 계속 떨어져서 비용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내가 갔을 때도 그랬고, 이상훈 님께서 가셨을 때도 그랬고, 심지어 이후로도 그렇다. 그런데 그동안 아르헨티나가 IMF를 맞는 바람에, 결국 작년부터 은행에서 공식적으로 암환율(암시장에서 판매되는 환율에 맞춰서 환전해준다.)을 처리해주므로서 가격이 폭락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일본이 그렇게 점점 되어가듯이) 아르헨티나 국민들만 불쌍하게 됐다.
289 쪽 위 사진 : #Calafate라고 이름이 붙어있는 열매가 달려있는 사진인데, 현지에서 유명한 열매라고 하는데… 이거 따먹으면 맛있다. 모레노 빙하투어 갔을 때 많이 따먹었는데….^0^ (근데 그냥 비슷해 보이는 열매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