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독후감 중에 8 장에 대한 이야기만 나눠서 이 글을 쓴다. 8 장은 책 자체에서 하는 이야기와 좀 독립적일 뿐더러 이 내용을 접해야 할 대상도 살짝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체 독후감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장은 설득하려는 사람 입장이 아닌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구매자, 설득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구매하려는 물건을 선택할 때 나타나는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글은 매우매우 긴 글이 될 것 같다.
2009 년 11 월 13 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회의실에서 있었던 “제1회 벤처기업/아이디어와 투자자의 만남”에서 어떤 발표자가 했던 말을 소개한다. 내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한 말이어서 정확한 전달이 아닐 수 있다는 점 양해를 부탁한다.
창업자가 투자자를 만나 투자유치를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할 경우에 어떤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할까? 대부분 창업자는 투자자에게 기술적인 면을 설득한다. 하지만 투자자는 창업자의 기술적 우수성을 그대로 믿는다. 관련 분야 경험이 많은 창업자의 기술적 시각은 폭이 넓고 정확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창업자는 기술을 소개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투자자에게 무엇을 설명해야 할까? 대부분 창업자는 기술 설명을 길게 이어가다가 정작 투자자가 원하는 이야기는 하지도 못하고 미팅(Meeting)을 끝낸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 “손으로 그린 두 쪽자리 기획서로 100만 $ 투자를 받아냈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가능한 이야기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왜 하는지에 대해서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의 8 장을 살펴보자.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김태원(Inuit) 지음/지식노마드 양장 / 신국판 2009 년 10 월 06 일 1 판 1 쇄 발행 ISBN 978-89-93322-17-0 13320 271 쪽 / 1’2000 원 |
08 장, Persona 가면 쓴 도마뱀
감정과 이성의 선후관계
도마뱀, 즉 직관이나 본능은 이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과거 아리스토텔레스는 감정은 이성의 시녀라고 이야기했다지만, 현대과학은 이성이 감정에 의해 심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즉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이성적 판단에 따라 슬퍼하거나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슬프거나 기쁘면 그에 맞춰서 이성적 판단을 조작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콩깍지”라는 것이 있다. 콩깍지란 보통 남녀가 사랑에 빠졌을 때 논리적 판단 없이 상대방만 바라보는 현상이다. 콩깍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도마뱀이 논리적 결과를 미리 점유[결정]하고서 더 이상 선택과 판단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판단을 조작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뇌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있고, 이 감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이성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에서 아무리 사랑에 빠진 사람을 설득하려 해도 설득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이러한 비슷한 예는 많이 있다. 비슷한 예를 좀 더 살펴보자.
소위 명품이란 것이 있다. 명품에 대해서 이전부터 정리하고자 노력했으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다가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라는 책에서 명품의 명확한 정의를 내려놓은 것을 발견했다. 한번 인용해 보겠다.
이는 대학에서도 교양교육의 부재 내지는 부족으로 이어집니다. 교양과목은 적당히 때우는 거란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교양이라는 것이 뭘까요? 여러분은 교양이 왜 필요하고, 교양과목을 왜 배운다고 생각하나요? 누군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교양은 없어도 아무 상관없는 것이다. 있으면 조금 더 좋은 것이다.” 교양은 살아가는 데 전혀 필요하지 않고, 말하자면 가방에 붙어 있는 구찌 상표 같은 것이라는 겁니다. 구찌 상표는 실제로 가방의 기능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붙어 있으면 보라는 듯이 자랑을 합니다. 이런 상표처럼 교양도 필요는 없지만 있으면 자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글쎄요, 구찌 상표 가방은 이른바 짝퉁이 많지요. 교양도 짝퉁이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교양이 이런 사치품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명품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사치품이 정확한 용어입니다. 명품이란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만든 걸작을 뜻하는 것으로 자동화 시설에서 대량생산하는 상품에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요.) 물론 교양이 없어도 ‘생물학적’ 삶을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이해가 없이는 현대인과 현대사회를 이해할 수 없고 주체적 삶을 만들어 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교양이란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소양이고 능력입니다. 특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미래를 건설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 29~30 쪽
이 책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는 Libralist monolog을 운영하시는 혜란 님이 추천해 주셔서 읽기 시작했는데 참 좋은 책이다. (→ 네,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똑같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은 별로 좋지 않은 책인데, 도서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혜란 님께서 추천해 주셨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아직 다 읽지 못해서 정확한 평가는 보류하겠습니다. 정확한 평가는 다 읽은 뒤 독후감으로 밝힐게요.)
여기서 명품을 선호하는 것은 바로 우리 뇌 속 도마뱀 장난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명품도 시장 싸구려 제품과 다를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좋은 짝퉁은 명품 감정 전문가마저 진품으로 판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정도가 되면 명품이 물건이 좋아서가 아니라 도마뱀 장난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된다.

남녀 의상도 비슷하다. 얼마전에 나온 탈렌트 이연희에 대한 사진기사 하나를 인용해 본다. 문제는 과감한 노출과 하이힐인데, 사람들이 이를 섹시함의 대명사라고 여기고 있다. 특히 하이힐을 신는 것은 일종의 예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여성이 다리가 아파도 하이힐을 고집한다. 그런데 하이힐을 신는 것을 많은 남자가 좋아할까? 솔직히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여자가 하이힐을 신은 쭉빵걸이라면 눈요기거리로 잠시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크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픈데도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하이힐을 고집하는 이유는 감정적으로 이미 신기로 결정해 놓고, 이유를 ‘남자들이 좋아하니까’나 ‘예절이니까’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에 하이힐만 신고 외출했었다면 평범한 신을 신고 외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는 반대도 성립한다. 후질근하게 입고 외출한 사람을 만나면 괜히 안되보이고 싼티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사실 옷과 사람 가치는 전혀 상관 없는데도 단지 가치와 외향을 연관시키려는 도마뱀 장난일 뿐이다.
이러한 감정 영향은 정치적 성향에서도 나타난다. 얼마 전에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은 뉴스나 정보는 아예 접하지 않으려 한다는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발표되었다. 이런 행동 원인은 감정적으로 정치적 성향에 따른 정보에 대한 옳고 그름을 미리 선고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든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나와 상대방 상황이 바뀌었을 때 내 말을 간단하게 뒤집는다. 이미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정치인이 자신 의견을 간단하게 뒤집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정운찬 총리, 김종필 씨 등 경우일 듯싶다. 도올 김용옥 교수도 정치인은 아니지만 몇 번 정치적 입장을 번복하고 독재를 찬양했던 경력이 있다.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댈 수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이 정도로 끝내자. 이 꼭지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당하기 이전에 우리는 이미 그 결과를 갖고[결정해 놓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수학문제 풀이에서 직관적으로 답을 알아내거나 풀이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비슷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인지부조화
인지부조화는 어떤 대상에 대한 가치를 평가할 때 객관적 가치판단이 아니라 주관적 경험에 바탕하여 가치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점집에 가서 점을 볼 때는 점을 보기 전에 복채를 낸다. 이때 복채를 얼마나 내야 할까? 보통 점집에서는 복채가 하한선만 있을 뿐, 상한선은 정해져 있지 않은데, 그 이유는 복체를 많이 지불할수록 점이 효염 있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명세를 탈수록 복채가 비싸지게 마련이다.
바가지 쓴 물건도 마찬가지다. 내가 얼마전에 산 아이스크림2폰의 경우 내가 시간이 없어서 판매점에서 바가지를 써버렸다. 그런데 만약 이 제품 판매가격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라면 그 돈을 준 만큼 값어치가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바가지 쓴 것과 상관없이 난 이 제품을 잘 쓰고 있기는 하다.
자신이 사용하는 웹사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웹사이트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가 낮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이 활동한 시간에 비례해서 사이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은 당연히 강해질 것이다. 처음엔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운 곳으로 느끼고, 그만큼 사이트를 높게 평가하게 된다. 그래서 오래 활동했을수록 떠나기가 어려워진다. 많은 사이트가 회원 활동시간을 길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웃대, DCinside, 다음 아고라 등등….. 아주 웃기지 않은가?
이 현상은 그러나 반대로 적용될 수도 있다. 뽐뿌닷컴이라는 사이트를 예로 들어보자. 전자제품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서 활동하려고 하룻동안 살펴본 결과 예전에 한참 활동했었던 다른 P2P 사이트와 같은 시스템에 기반한 사이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이트 개설자가 동일인물이고, 같은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세부적인 부분까지 똑같이 제작돼 있었다. 그러나 정확하지는 않다. 문제는 사이트 정보가 없다. 불법이다.) 그런데 그 P2P 사이트는 내가 아주 안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덩달아 뽐뿌닷컴도 피할 사이트로 판단됐다. 그래서 더이상 뽐뿌닷컴을 들여다 보는 것을 그만뒀다. 내가 다른 P2P사이트에 투입한 가치가 반대로 나타나 그대로 연결되는 인지부조화를 내가 겪었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 한 번 살펴본 명품에서도 인지부조화를 찾을 수 있다. 아무나 지불할 수 없는 명품 가격은 그 물건을 그만큼 좋게 생각하게 만들어서 명품을 갈구하는 인지부조화를 일으킨다. 그래서 때때로 명품과 사용하는 사람 가치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오류를 저질러 버리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음식에서도 나타난다. 명태는 원래 매우 많이 잡히는 물고기여서 값이 쌌다. 그래서 가난뱅이가 먹는 싸구려로 취급 받았다. 그런데 요즘은 수산자원 고갈과 바다 수온상승으로 명태 어획량이 크게 줄어 값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명태가 고급요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값싼 명태로 인식하고 드시는 어르신에게는 과거와 현재의 평가가 충돌하는 재미있는 인지부조화가 나타난다. 사실 명태 요리가 변할 리는 없건만………
독서를 생각해 보자. 『어린왕자』나 『갈매기의 꿈』을 모르시는 분은 거의 안 계실 듯 싶다. 그런데 『어린왕자』나 『갈매기의 꿈』은 “각 나이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책”이라는 평을 많이 받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 이유는 자기 사고 수준에 맞춰 책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수준에 넘쳐 해석하지 못한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는이는 모든 것을 다 이해했다고 믿는다. OTL_
이해 수준은 반복해서 읽으면 읽을수록 깊어져서 하나둘 알아가게 되지만, 이런 인지부조화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 인지부조화는 대부분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이는 공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한前漢시대 때 쓰인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의 「공자전」孔子傳을 보면 공자는 죽기 전까지 『역경』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아주 많이 읽어서 책을 묶는 가죽끈을 세 번이나 갈아끼워야 했는데,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뜻의 위편삼절韋編三絶이란 고사성어가 생겼다. 그런데 공자가 죽기 직전에 “내가 『역경』을 한 번만 더 읽어 천 번을 채웠으면 죽은 다음 일까지 알 수 있었을 텐데 한 번을 못 채웠구나. 아깝다!” 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여기서 999 번과 천 번의 차이는 어찌보면 사소한 것인데, 공자는 자기가 들인 노력을 감안하여 『역경』의 가치를 사후 세계까지 알 수 있는 책으로 여기는 인지부조화를 일으킨 것이다.
이러한 인지부조화는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인지부조화를 이용해 상대를 설득시킬 때 사소한 Yes 쌓기Accumulating Small Yes 기법이나 발 들여 놓기Foot in the door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일종의 편법이다.
출발할 때부터 형성되는 신뢰성
어떤 신입사원이 회사에 첫 출근했을 때 어떤 복장을 하고 있을까? 여러분은 당연히 말끔한 양복차림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 옆자리로 새로 출근한 신입사원이 운동복 차림으로 나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은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신입사원의 첫인상과 능력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여 ‘일을 시켜본다’는 등의 다른 방식으로 판단하겠다고 답변할 것이다. 그러나 옆자리 신입사원이 진짜 그랬을 때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는 처세술, 예를 들어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같은 책이 필요해진다.
전문가에 대한 맹목적 믿음
신뢰성에 대한 문제는 더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06 년에 어떤 의사가 TV프로에 출연해 “비타민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발언을 했다. 그 뒤 몇 달 동안 약국에 비타민제가 품절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어르신들이 비타민제를 과용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아버지도 이 TV 프로를 보고 비타민을 두 통이나 사 드시고 계셨었다. 내가 잘못됐다고 말씀드렸지만 아버지는 듣지 않으셨다.) 이 문제는 다른 의사가 뉴스에서 비타민 과용의 위험성을 말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나는 이런 문제 때문에 ‘프레시안 키워드가이드 인터뷰’에서 “전문가에 대한 믿음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류가 많이 발생한다고 본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반대로 이런 점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나와 상대가 서로 잘 아는 분야가 다르다면 이야기[설득]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상대보다 잘 안다고 공인된 내 전문분야에서는 상대는 나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존재한다. 그래서 스스로 나에게 설득당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대이기에 개요 이상의 설득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면 된다.
반대로 나보다 상대가 더 나은 분야에 대해 설득해야 한다면, 무의식적으로 내가 상대를 전문가로 인정하고 설득을 시작하기 때문에 설득이 매우 어려워진다. 이럴 때는 설득할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무의식적 동질감과 믿음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부분 설득하는 표면적 내용과 설득해 주길 바라는 심리적 내용은 다르다.
글을 시작할 때 했던 투자자 이야기를 다시 해 보자.
창업자가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투자자는 창업자를 전문가로 인식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내용은 개요 정도를 소개하면 된다. 창업자가 투자자에게 해야 하는 설득은 투자금을 언제,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투자자는 금융 전문가니까?!)
구조 왜곡
수사학은 논리학 중에 중요한 부분이면서, 일부는 상대를 속이는 일종의 기법이다.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의 저자 Inuit 님은 책에서 수사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나도 마찬가지다. Inuit 님께서 열거한 수사학을 간략하게 살펴 보다.
- 나쁜 수사학 사용례
- 훈제 청어법
도둑이 냄새가 강한 음식으로 개를 속이는 방법
→ 정수기를 소개할 때 전기분해를 보여주는 방법(불법이다.) - 무지논증법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속이는 방법 - 복합질문
“대통령은 그 일을 언제부터 알았죠?” (149 쪽 7 줄)
→ 무의식중에 언제라고 이야기하면 질문과 다른 “알고 있었다”는 답을 얻는 방법 - 미끄러운 비탈길
은근슬적 논리를 비약시켜 상대방이 깨닫지 못하게 만들어 속이는 방법 - 수탉의 오류
전혀 상관없는 두 사실을 연결하여 연관이 있는 것처럼 속이는 방법
→ “수탉이 울면 새벽이 온다.” (두 가지 사실이 연관되지 않는다.) - 매몰비용의 오류
“지금 우리가 철수하면 지금껏 수많은 젊은이들이 치른 희생이 헛될 뿐입니다.” (150 쪽 9 줄)
→ 안 철수하면 더 많은 젊은이가 희생될 가능성이 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 좋은 수사학 사용례
- 교차대구법chiasmus
앞뒤 구절을 뒤집어 사용하는 방법
→ “생각하는 대로 못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151 쪽 6 줄) - 고조법climax
앞 절과 비슷한 표현을 반복해 사용하는 방법 - 자문자답법self-answering question
자기가 질문하고 답하면서 대중을 선동하는 방법
→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의!”
- 글을 전개하는 수사학의 세 가지 방법
- 연역법
보편적인 조건(법칙)으로부터 구체적인 결과를 유도하는 방법 - 귀납법
구체적인 결과를 분석하여 보편적인 조건을 유도하는 방법 (모든 과학법칙은 귀납법에 의해서 정립될 수밖에 없어서 항상 틀릴 가능성이 있다.) - 가추법
가설을 세운 뒤 오류를 하나씩 제거하여 진짜 옳은 것을 찾는 방법
- 연역법
근데 난 이 분류를 보면서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대나 대중을 속이는 방법이다.
- 나쁜 수사학 사용례
7. 가정 주입법
그럴 듯한 가정에 맞춰 논리를 전개하여 일반적 상식을 유도한다. 그 상식이 그럴 듯할수록 듣는 사람은 그 가정까지도 옳은 사실로 받아들인다. 그 뒤 같은 가정에서 설득하고 싶은 내용을 전개한다. 이때 듣는이는 처음 출발했던 가정이 단순히 불완전한 가정이었다는 것을 잊는다.
이 방법이 잘 안 통할 것 같다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 것 같은데, 예상외로 아주 잘 통하는 방법이다.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매번 꼭 한 번은 등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지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러분도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이런 설득[속임수]을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인지한 경험이 있었던 분이 얼마나 계실런지???
여기서 Inuit 님이 책에 쓴 논리학과 수사학에 대해서 살펴보자.
논리학은 수사학과 다르다. 수사학은 승부에 관심이 있지만, 논리학은 진리에 주안점을 둔다. 그래서 수사학은 논리적 오류에 관대하고 오류의 논리를 악용하기까지 한다. 논리학에서는 흠결 있는 논리 전개에 혐오감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수사학자도 아니고 논리학자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소통하는 사람, 호모 커뮤니카투스Homo Communicatus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에서도 나는 오류를 이용한 강탈적 수사학의 효용성을 의심한다. 한 번은 이길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이기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진정성은 탄탄한 논리에서 나온다. 논리는 구조다. 전제가 맞다면 결론도 맞다. 그리고 논리는 진솔하다. 전제를 밝히고 결론을 주장하기 때문에 전제가 변화가 생기면 결론을 수용하겠다는 개방성을 내포한다.
여러분은 이 말에 동의하는가? 수사학으로 나를 골탕먹인 사람이 있었는데, 뒤에 내가 그 사람을 골탕먹였을 때 아무런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여기서 추가 하나 하자면, 자신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은 귀납법을 따른다는 점이다. 연역법을 따르려면 제3자의 지도가 필요하다. 자신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에도 보편적인 조건(법칙)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은 자신을 설득하는 일과 매우 흡사하다. 신피질이 구피질의 실수와 능력을 발견/확인하고 보강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때 자신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작업(성장)을 논리학으로 할 것인가 수사학으로 할 것인가? 때때로 이런 경우마저 수사학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 이외에 우리가 판단해야 하는 조심할 문제들을 8 장에서 기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을 하나를 마지막으로 소개하자면….
집에 책이 많은 아이와 책을 많이 읽어주는 아이 중에 어느 아이가 공부를 더 잘 할까?
(165 쪽 6 줄)
한 발짜국 뒤로 물러서서 집에 책이 많은 아이가 책이 적은 아이보다 공부를 더 잘 할까? 재미있는 이 논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여러분이 직접 생각해보고, 링크를 확인해보기 바란다.
맺음말
이상의 8 장과 관련된 이야기는 무엇을 뜻하는가?
원치 않는 것을 자주 선택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은 논리학이 아닌 수사학의 속임수에 잘 빠지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명품을 지나치게 좋아해서 수집하는 사람은 자신이 건강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숙고해 봐야 한다. (대부분 명품을 수집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 그들은 “명품이 뭔지 아느냐”고 반문하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인지부조화 상황을 자주 강하게 접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엉뚱한 물건을 구매하거나 소비벽이 있는 사람은 사소한 Yes 쌓기Accumulating Small Yes 기법이나 발 들여 놓기Foot in the door 기법에 자주 당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또 다른 요소로서 “마감 임박”이나 “마지막 남은 물건” 등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말은 논리적 생각을 할 시간을 주지 않고 선택을 강요하는 효과가 나타나 과소비를 조장한다. 그러나 진실은 엉뚱한 것일 수도 있다. 처음부터 물건은 하나밖에 없었다거나 꺼내놓은 물건 중에서 마지막이라거나 하는 속임수 말이다.)
8 장을 따로 다룬 이유는 이렇게 다른 측면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8 장은 설득하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현명하게 소비하려는 사람에게 도움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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