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결정론에 따른다면… 『물리법칙으로 이루어진 세상』이겠죠?

세상엔 좋은 책과 그저그런 책과 나쁜 책이 있다.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책은 좋은 책이고, 혼동을 일으키는 책은 나쁜 책이며, 그 이외에는 그저그런 책이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가 블로그를 처음 운영하기 시작했던 2003년에는 좋은 책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아예 리뷰를 쓰지 않았고, 정말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만한 책들만 리뷰를 훌륭하게 쓰려고 노력하곤 했다. 그 결과 yes24나 알라딘에서 리뷰 베스트로 5만점씩 몇 번 받아먹기도 했었다. ^^ (yes24의『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페이지을 보면 당시 썼던 리뷰가 지금도 제일 꼭대기를 지키고 있어 어찌보면 흐믓하다.) 그런데 그렇게 독후감을 1~2년쯤 쓰다보니 그게 아니란 걸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읽은 책들에 대한 독후감을 최대한 작성하려고 노력한다. 정말 중요한 일은 좋은 걸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안 좋은 것을 안 읽게 하는 것이더라…..
이 글『물리법칙으로 이루어진 세상』의 독후감을 작성하기에 앞서서 이 책에 대한 리뷰가 호평을 할지 악평을 할지는 리뷰 작성이 끝나봐야 알 것 같다는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

정갑수 지음 / 양문출판사 / 2007년 11월 초판발행
페이퍼백 / 신국판 / 247쪽 / 4도 인쇄 / 1,3000원
ISBN 978-89-87203-89-8 03400
한국과학문화재단 과학문화총서 05

이 책을 어떻게 내가 갖게 됐고, 몇 달 전에 읽다가 중단했고, 최근 다시 읽게 됐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암튼 이전에 절반을 읽었고, 며칠 전에 『블랙홀과 시간굴절』을 읽은 뒤에 다시 집어들고 절반을 마저 읽었다. 내게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었고, 오류를 잡아내는 것이 귀찮을따름….

오류는 대략 이런 것들이었다.
수소핵융합을 하는데 수소핵 두 개가 결합해 헬륨핵으로 변환된다고 기술됐다던지(119쪽 첫째 줄)[footnote]수소핵 네 개가 뭉쳐 헬륨핵 하나가 된다. 핵융합발전을 이야기할 땐 중수소나 삼중수소를 쓰기 때문에 두 개의 핵만으로도 헬륨핵으로 변할지도 모르지만, 태양같은 항성 중심에서는 다르다. 저자가 자기 전공에 관련해서 모를리는 없고, 다만 단순한 실수였던 것 같다.[/footnote], 형광등과 네온사인 역시 플라즈마 상태로부터 방출되는 가시광선을 이용하고 있다던지(62쪽 밑에서 세번째 줄)[footnote]형광등은 플라즈마로부터 자외선이 방출되고, 이 자외선이 유리에 칠해진 형광물질과 부딪혀 가시광선으로 바뀌어 방출된다.[/footnote]하는 내용들이었다.
때로는 여러 번 반복되는 같은 내용 중에 다르게 써놓은 곳도 있고[footnote]166쪽과 172쪽의 위성과 지표의 시간차 이야기[/footnote], 반복되는 사이 아리송한 표현을 하고, 뒤에 정확한 표현을 한 경우도 있다[footnote]뢰머의 광속도 측정 실험 이야기, 173쪽과 227쪽의 뢰머의 광속측정의 경우[/footnote].
좋은 과학책이라고 보기엔 오류가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봐서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지원받으면서 약속됐던 제작 마감시간에 쫒긴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수준으로 완전히 엉망인 정도는 아니다.

책은 크게 다섯 장으로 나눠져 있다.

part 1 힘과 운동으로 이루어진 세상
part 2 물질과 에너지로 이루어진 세상
part 3 원자와 소립자로 이루어진 세상
part 4 별과 우주로 이루어진 세상
part 5 크기와 숫자로 이루어진 세상

제목만 보고도 알 수 있는 각각의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내용은 각 항목에 대한 사전적 배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주 일부분… 저자가 정보를 모아 가공했다는 흔적이 발견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백과사전을 풀어서 읽는듯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또한 모든 것이 오류는 아니더라도 과학자들이라면 사용할 수 없는 ‘완전한’ 등의 확언을 하는 형용사 등을 빈번히 사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덕분에 몇몇 형용사는 오류가 발생해버렸다. 저자는 왜 과학자들이 저서에서 그런 형용사를 조심스럽게 사용하는지 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또다른 아쉬움이라면 참고문헌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참고문헌은 참고한 책을 단순히 알리는 측면뿐만 아니라 오류를 발견하거나 좀 더 심층적인 공부를 하길 원하는 학생의 경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저자가 모든 것을 혼자서 알아내어 글을 썼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총평
이 책은 불확실한 표현이나 오류가 좀 많다. 그러나 나름대로 배울만한 점들도 몇몇 있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처음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류들을 걸러내며 읽기 위해서는 최소한 대학교 1학년의 일반물리학 정도는 공부한 뒤에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ps. 출판사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찾을 수 없었다. 찾기 쉽게 해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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