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모디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展

지난 금요일(3월 7일)에 시간을 내서 고양시에 있는 아람미술관을 방문했답니다.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해복하고 슬픈 사랑展’을 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사는 곳이 인천이라서 3000번 버스를 타고 갔는데 대략 부평역에서 5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마두역에서 내렸는데 아람미술관이 위치한 정발산 역까지는 한 정거장 차이입니다. 한 1km 정도일까요? 그리 먼 거리는 아닌 편입니다. 거기서 다시 전철을 탈까 하다가 배가 고파서 식사를 하고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 잠시 모디의 작품을 인터넷으로 살펴봤는데 인물화가 거의 다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배고프면 그림 속의 인물들도 배가 고플까봐 우선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ㅎㅎㅎㅎㅎ

나중에 귀가할 때는 3호선 전철을 탔는데 종로3가까지는 대략 40분 정도 걸리더군요.
서울에서 미술작품 감상하기 위해서는 주로 국립현대미술관 쪽으로 가는데, 가는 시간은 거의 비슷하게 걸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국립현대미술관이 규모 면에서는 훨씬 볼 작품들이 많지만(국립현대 미술관 잔디밭만 해도 많은 조각들이 있죠.) 이번 행사의 작품들은 정말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몇몇 작품들은 그림의 문외한인 제 눈길을 10분이상 끌고 있었거든요.
미술관은 전철역에서 3번출구로 나가자마자 바로 연결되어있습니다. 그 앞에 두 개의 조형물이 있는데, 하나는 금속 조각으로 악기를 상징적으로 조형해 놓은 것처럼 보이고, 또 하나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인 모디와 잔느의 작품들을 그린 정육각형을 한 꼭지로 세워놓았더군요.

미술관 앞 조형물
미술관 입구
나중에 생각해보니 다른 분과 함께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곳이었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근데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당시에는 뭘 봤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더라구요. 아마 다음번에 아람미술관을 방문할 때 또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으면 어쩌죠? ㅜㅜ

[#M_미술관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어린이 미술관이 있고, 앞쪽으로 성인용 전시관이 있습니다.|미술관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어린이 미술관이 있습니다.|어린이 미술관은 모디와 잔느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것 같습니다. 사실은 그런 의미보다는 사람들이 만나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해야겠네요.
그 안을 살펴보면 어린이들을 위한 소품이 조금 눈에 띕니다. 전시회를 관람하실 때는 힘들 수도 있으니까 종종 이 곳에 가서 쉬면서 동행과 함께 작품을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공간으로 괜찮을 것 같습니다.

모디와 잔느에게 편지쓰기
모디와 잔느의 모빌
이곳 말고도 쉴 곳이 여럿 마련되어 있습니다.
_M#]

본격적으로 미술관에 들어가시면 왼쪽 방향으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footnote]전시실을 방문할 때마다 항상 의아하게 생각하던 것이 외 항상 왼쪽으로 돌게 만들어져 있을까요?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으세요? 언제 박물관 같은 곳에 방문하면 문의를 해봐야겠어요. ㅎㅎㅎㅎ[/footnote]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그동안 모디의 반려자로서의 잔느를 이야기해 왔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잔느를 모디와 대등한 반려자이자 화가로서의 존재로 조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전시실 안에는 많은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많은 작품은 잔느의 연습용 습작들이었습니다. 모디의 유화들은 총 7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모디의 유화들은 50점 정도로 거의 남아있지 않다네요. 아마도 소장자들이 혼자서만 보려고 집에 몰래 숨겨두거나 아니면 창고에 쌓아두거나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번에 압수수색이 있었던 삼성의 창고 속에도 모딜리아니와 잔느 작품이 몇 개는 있지 않을까 위험한 추측을 해봅니다. 대신 미술관에는 연필과 흑연으로 그린 스케치같은 것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7점의 유화를 보면 왜 모딜리아니를 천재라고 말하는지 알 수 있기도 하구요. 직접 살펴보면 작품 하나하나를 정말 꼼꼼하고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진본을 보지 않고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느낌이 그림 앞에 서면 스멀스멀거리면서 다가옵니다.

모디의 첫 작품을 딱 마주치자 든 생각은 ‘보통은 자신과 닮은 그림을 그리기 마련인데, 모디는 자신과 전혀 닮지 않은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중요한 사항이 하나 있는데 매일 3시에 큐레이터가 나와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줍니다. 전 우연히 2시 50분에 도착했기 때문에 큐레이터의 설명을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설명은 대략 50분 정도 걸립니다. 기왕 가실거면 이 시간에 가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

모딜리아니와 잔느는 19세기에 태어나서 20세기 초를 살았던 슬프고 힘든 삶의 연속인 사람들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 시기는 다들 아시다시피 1차 세계대전이 있던 시기였잖아요. 처음 모딜리아니와 잔느가 만난 것은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공식적으로는 1917년에 만난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그린 그림과 친구에게 쓴 편지 등에서의 언급 등을 고려하면 1916년부터 서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아마도 미술선생과 학생으로 만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모디와 잔느의 나이가 14살이나 차이가 난다니 그렇게 만났다고 보는 편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 같네요. 뭐 중요한 것은 첫 만남에서부터 이들이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게 될 때까지 매우 짧은 시간동안 서로의 변화를 받으면서 화풍이 어떻게 바뀌고, 어떤 작품을 남겼는지일텐데, 그 기간이 너무나 짧다보니 만난 것이 언제부터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네요.

Amedeo Modigliani - 누운 누드 (Nu Couche)
모딜리아니는 술, 마약, 여성편력으로 아주 유명했다고 합니다. 사람은 친구를 따라 강남을 간다고 모딜리아니 친구나 애인들이 술과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겠죠. 또 모딜리아니는 몸이 많이 약했지만 머리는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단테의 『신곡』을 줄줄 외우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누드화 모델을 너무 많이 자원했고, 결국 모델이 된 다음엔 잠자리까지 같이 가곤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여성편력은 잔느와 함께 살기 시작한 다음에도 계속됐는데, 잔느는 모든 고통을 혼자 감내하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잔느의 그림들을 살펴보면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데 이런 배경이 원인이 아닐까 추측된다고 하네요.
하지만 모디의 그림적 재능은 매우 대단했다고 합니다. 뭐 그러니까 제가 모디의 그림을 보러 간 것이겠지만요. ㅎㅎㅎㅎ
Head of a Woman
모디는 매우 빠른 붓놀림으로 그림을 매우 빨리 완성하는 편이었다고 합니다. 세잔느의 영향을 받아서 정물화를 시도하기도 했다는데, 얼마 안 그리고 포기해서 정물화나 풍경화는 거의 남아있지 않답니다. 천재라도 한계는 있었던 모양이에요. ㅋㅋㅋ 대리석 조각도 매우 좋아했는데 병약하여 폐렴 등으로 건강이 안 좋아서 친구들이 하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1917년 발생한 1차 세계대전에 징집되고도 전쟁에는 참가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인물화만 잔뜩 그리게 된 것이죠.

레오폴트 즈보로프스키
모딜리아니의 인물화 그림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특징만 들으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데, 긴 얼굴과 긴 목과 길고 특색있는 눈을 갖는 인물과 배경이 거의 생략되어 있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모딜리아니의 초기 그림은 보통 인물화와 비슷했는데,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고는 그 이후로는 얼굴들이 전부 길게 그렸다고 합니다.
여기서 모디의 인물들을 볼 때는 눈을 잘 봐야 한다는데, 눈에 특별함이 깃들여 있기 때문에 어떤 인물은 눈동자를 그려넣는데 반해서 어떤 것은 눈을 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Jeanne Hebuterne - 중정
반면 잔느는 어려서부터 미술감각을 타고났다고 합니다. 그 미술감각을 잔느의 오빠가 일찍부터 알아보고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잔느의 초기 그림들을 살펴보면 유화로 그린 작품들도 수채화처럼 보이고 어두워서 재미가 덜해 보입니다. 거기다가 나무들은 앙상하고,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거의 안 보이는 등 보는 사람들도 좀 거북하게 만들곤 합니다. 사물들의 공간적 분석은 엉터리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데다가 무엇을 그렸는지도 채 알아보기 힘든 수준의 그림을 남긴 적도 있더군요.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면 보통 남성의 특질로 알려진 체계화 능력이 많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간혹 그리려고 노력한 나뭇잎의 모습은 나뭇잎이라기보다 가시나 돌덩어리처럼 보이는 것은 체계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나타난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잔느가 그린 인물화 속의 인물들도 자연스러운 인물들이 아니라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주시하고 꽁꽁 언 채 서 있는 관관객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사실 이런 특징은 잔느 뿐 아니라 일반적인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잔느는 당시 시대가 거부하거나 당시 시대조류상 찾아내기 힘든 소재나 주제의 누드같은 그림을 남기는 등 천재적인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약간 불분명하게 보이는 부분이 아니라 명료하게 보이는 부분을 묘사하고 표현할 때는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오늘날 잔느가 살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을 때 화가보다는 소설가 같은 직업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구요. ^^ 잔느가 우리나라에서 미대 입시시험을 치룬다면 100% 낙방할 거라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되더군요.
결국 잔느의 여성적이고 꼼꼼한 붓놀림과 현대적인 색체는 참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그림의 완성도는 너무 거친 것 같아요.

Amedeo Modigliani - 즈보로프스키
결국 모디와 잔느의 화풍차이는 매우 확연히 들어나 보이는데 이러한 차이는 뭐 특별한 차이라기보다는 남자와 여자의 천성적인 능력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기 자기가 잘 하는 부분을 그림에 좀 더 많이 나타낸 것이겠죠. 물론 그림들을 살펴보면 잔느의 그림보다 모디의 그림이 더 완성도가 높아 보입니다. 당연한 것이겠죠? 14년의 경험차이가 있으니까요. ^^ 위의 그림을 살펴보면 오른쪽이 잔느의 ‘종 모양의 모자를 쓴 여인’이라는 작품으로 잔느가 거의 죽기 전 작품입니다. 왼쪽의 무디의 즈보로프스키 인물화와 거의 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물론 차이는 명확합니다만…… 아무튼 인물묘사만 살펴봤을 때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한참 발랄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상태에서 그림을 그렸던 잔느가 모디의 나이인 30대 중반이 되어서 작품을 남겼으면 어떤 작품을 남겼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참 아쉽죠. 23살의 젊은 나이에 모디를 쫒아서 죽음을 선택하다니……

그러나 잔느의 작품이 조금이라도 남았던 것은 잔느가 살았던 시대의 덕분이지 않을까 하는 반대의 생각도 해봅니다. 우울증이 심했지만 잔느는 군인을 참 많이 그렸더라구요. 채색을 하지 않았더라도 크로키나 스케치를 참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아마 잔느는 당시 시대의 아픔을 남기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당시가 전쟁중이 아니었으면 잔느가 작품을 남겼을까요? 원래 우울증같은 병들은 전쟁중에 발병이 감소한다는 명확한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전쟁이 그나마 작품을 남길 시간을 잔느에게 벌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연작 1

죽기 바로 직전에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 연작은 모두 4개의 작품으로 존재하는데, 위에는 가장 암울해 보이는 3번째 연작이 빠져있습니다. 사실 제가 잔느가 그린 그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이 4연작인데요, 왜 그런지 잔느의 감정과 나의 감정이 상당부분 동질감을 느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정신병원에라도 가봐야 하는 것일까요? -_-)

이 이미지를 출력해서 가지고 가시면 30% 할인해 주신다네요. ^^

전시회에 대한 정보는 이 이미지 한 장으로 모두 대신할께요. ^^

원근을 무시한 대신 색체를 다채롭게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Jeanne Hebuterne - 식기장이 있는 정물

Amedeo Modigliani - Jeanne Hebuterne
Amedeo Modigliani - 산호 목걸이를 한 여성

모디의 잔느에 대한 사랑이 담뿍 묻어나는 초상화
Amedeo Modigliani - 어깨를 드러낸 Jeanne Hebuterne

위의 작품이 제가 가장 눈길을 끌던 작품이었습니다.

ps.
그러고보니 전시회 기간이 얼마 안 남았군요. 위의 이미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는 일요일인 3월 16일까지라고 합니다.

[#M_ps2.|ps2.|제가 감상하고 있을 때 어떤 방송용 카메라를 갖고 오신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제가 감상하고 있으면 계속 뒤에서 찍고 있어서 빨리빨리 보면서 앞으로 나아가서 감상하고 있으면 어느새 따라붙어서 찍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아예 전시관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메모나 하고 있었더니 뒤에서 메모하는 제 모습을 찍고 있더군요. -_-
그 뒤에 인터뷰 요청 –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ㅜㅜ
나중에 들으니 기독교 방송이었다는 것 같은데….. 감상할 때는 좀 따라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_M#]

5 thoughts on “[소개] 모디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展

    1. 영화를 못 봤는데……
      언제 시간내서 봐야겠어요.
      근데 대여점 같은 곳에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

  1. 핑백: modi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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