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각대로 덜 흔들리게 사진 찍는 방법

사진을 찍는 일을 할 때는 안 흔들린 사진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완전히 안 흔들린 사진을 얻기는 힘들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한 뒤에, 안 움직이는 피사체를 놓고 사진을 찍어봐도 사진에 따라 흔들림이 종종 보일 정도이니까 안 흔들리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 따라서 우리의 목표는 덜 흔들린 사진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덜 흔들린 사진을 얻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노출시간을 최대한 짧게 하는 것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이 ultra deep field 사진을 공개했을 때 사람들이 감탄한 것은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진은 사실상 지구상에 있는 망원경으로는 찍을 수 없다. 몇 달 동안 안 흔들리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허블우주망원경이 우주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노출시간이 1/1000 초만 되도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은 많이 찍고서 한 장을 고르는 것이다. 나는 보통 3 장을 찍고서, 한 장 고르는 정도로 촬영을 하는 편이고, 꼭 건지고 싶은 생각이 들면 6 장 정도 찍는다.


덜 흔들리게 사진을 찍기 위한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여기에 쓰는 것은 내가 쓰는 방법이다.

  1. 카메라 파지법
    카메라를 어떻게 들고 찍느냐에 따라 흔들림이 차이 난다. 기본적인 것은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살펴보기를 바란다. 보통은 팔을 몸에 되도록 붙이고 찍으면 적게 흔들린다. 그러나 이것만 정답은 아니며, 당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카메라 파지법은 크게 3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로사진 찍을 때, 세로사진 찍을 때, 그리고 왼손으로 찍을 때이다. 가로사진을 찍을 때는 양손을 몸통에 붙이고 찍는 것이 덜 흔들린다. 이건 사실! 하지만 나부터도 이게 잘 안 된다. ㅎㅎ 세로사진을 찍을 때는 흔히 알려진 방법은 카메라를 왼쪽으로 돌려서 얼굴에 위치시키고, 양손을 모아서 목 위치에서 카메라를 잡는 것이다. 그런데 난 이 방법으로 촬영하면 오히려 더 많이 흔들렸다. 실험해보니 가로사진 찍는 자세에서 오른손만 위로 올려 카메라를 왼쪽으로 회전시키고, 오른손 손목을 꺾어서 카메라 밑면에 밀착시킨 것이 가장 흔들림이 적었다. (그래서 난 중요한 촬영을 할 때는 이렇게 찍는다.) 카메라를 반대로 회전시킬 때도 오른팔과 왼팔 위치만 바꾸고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음식을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든 장면을 찍을 때는 왼손으로 찍는다. 카메라를 뒤집고, 렌즈와 그랩 사이에 중지 이하 세 손가락을 끼워넣고서 엄지와 검지로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잡고 찍는다. 이때는 힘이 약한 왼손으로, 그것도 한 손으로 찍기 때문에 아무래도 흔들림이 좀 더 심한 편이어서 노출시간을 평소보다 짧게 해야 한다. 그리고 손아귀 힘이 약한 분들은 무리다!

    다른 자세로도 계속 찍다보면 흔들림이 줄어든다. (그래서 그게 습관이 되는 것이지만…)
    그리고 카메라 파지법은 건강에 영향을 준다. 그러니까 사진을 찍다가 어깨나 팔이나 가슴이 아프다거나 하면 그 방법은 안 쓰는 것이 좋다.
  2. 뷰파인더
    안 흔들리는 촬영방법을 이야기하며 왜 뜬금없이 뷰파인더를 들먹이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또는 액정에 코를 대고) 촬영할 때 흔들림이 훨씬 덜하다. 아마도 카메라를 고정하는 접점이 2 개일 때보다 3 개일 때 더 안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3. 촬영자세
    사진을 찍다보면 특정 장면의 사진만 심하게 흔들린 경우가 있다. 대여섯 장을 연사했는데 한 장도 못 건지는 건 물론이고, 다른 장면은 흔들려도 살짝살짝 흔들렸는데 유독 썸네일보기만으로도 흔들린 게 티가 난다. ;;;; 이렇게 현격히 차이가 나는 경우는, 촬영자세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촬영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원리를 꼭 알아두자.
    사진이 흔들리는 것은 대부분 카메라가 상하좌우로 흔들렸기 때문이다. 피사체에 대해 앞뒤로 흔들리는 것은 거의 흔적이 남지 않는다. (이게 눈에 띌 정도가 되면 기묘한 느낌의 사진이 된다.) 따라서 상하좌우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한다. 이건 보통 다리를 어느정도 좌우로 벌리고, 그중 한 다리(내 경우 왼다리)를 반발짝 앞으로 내딛는 것이 가장 덜 흔들린다. 상체를 아주 약간 앞으로 숙이면 더 좋다. 가능하다면 앉거나 기둥 같은 것에 기대고 찍는 것이 더 좋다.
  4. 카메라 세팅 : 저속연사
    카메라 셔터버튼을 누를 때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흔들린다. 이게 찍은 사진이 흔들리는 가장 빈번한 이유이다. 특히 노출시간을 길게 하여 사진을 찍을 경우에는 이에 대한 훈련이 꼭 필요하다. 보통 이렇게 훈련할 필요가 없는 조건을 안전한 노출시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노출시간 ≒ 1/초점거리라고 한다. 예를 들어 초점거리가 50 mm인 렌즈로 촬영할 때는 노출시간이 최소한 1/50 초는 돼야 안 흔들린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100 mm 렌즈는 1/100 초, 500 mm 렌즈는 1/500 초… 이런 식인데, 실제로는 초점거리가 짧을 때는 대략 맞지만, 초점거리가 길어질수록 더 짧은 노출시간으로 설정해야 한다. 500 mm 렌즈라면 1/1000 초는 돼야 덜 흔들린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최선일까? 내가 만나본 많은 사진사들은 이 공식을 선호한다. 그러나 그 위에 있는 천상의 사진사들은 이 공식을 무시한다. 렌즈 초점거리에 상관없이 대부분 1/30 초 안밖의 노출시간으로 촬영하고, 광각렌즈를 쓸 때는 1/10 초 이상의 노출시간으로 찍는다. 어떻게??
    이렇게 찍으려면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여러 장을 찍어 한 장 걸리길 바라는 방법과 확률을 높이기 위한 훈련이다. 그리고 이 훈련에 셔터버튼을 안 흔들리게 누르는 것도 포함된다.

    그러면 카메라 시스템이 안 흔들리게 해주면 되지 않을까? 사실 그 방법이 손떨방(손 떨림 방지) 기능이다. 그런데 손떨방보다 근본적으로 촬영순간의 흔들림을 막아주는 것이 저속연사이다. 캐논 카메라에서 저속연사 개념이 처음 쓰인 것은 EOS 7D mark2 때부터이며, 이후 발표된 카메라는 모두 저속연사 기능이 있다.
    이전에 EOS 7D를 쓰면서 EF 100 mm 렌즈로 촬영하다가 바디만 EOS 7D mark2로 바꿨을 뿐인데 성공률이 두 배 정도로 올랐다. 그것도 흔들림이 가장 쉽게 느껴지는 접사촬영에서 1/30 초로 촬영할 때 그랬다. 저속연사는 어떻게 흔들림을 막아주었는가? 답은 간단했다. 저속연사를 하면 셔터가 눌린 뒤 0.2 초 정도 지나서야 첫 번째 사진이 찍히는 것이었다. 이 시간 동안 셔터버튼이 눌릴 때 생기는 흔들림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첫 번째 사진에만 해당하고, 두 번째 사진부터는 흔들림이 똑같아진다.) 아무튼 그러니까 저속촬영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해보자.

참고로, 플래시를 이용하면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플래시로 고정될 사진이라면 어차피 거의 안 흔들린 사진이다. 확 흔들린 사진은 플래시를 터트리며 찍어도 흔들림을 감출 수 없다. 그런데도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 이야기가 나올 당시에는 카메라 화소가 워낙 적었을 때였기 때문이다. 필름은 약 300만 화소이고, 초기 디지털카메라는 30만 화소였다. 나중에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된 뒤에도 카메라 화소는 한동안 1000만 화소보다 적었다. 그러니까 이때는 어지간히 찍으면 안 흔들린 사진이 찍혔고, 흔들릴 사진도 플래시를 터트리면 흔들림이 한 화소 안에 머물렀다. 이는 지금의 디지털카메라도 마찬가지인데, 센서의 화소 크기가 워낙 작아서 흔들림이 더 쉽게 드러난다. 심지어….. 플래시의 밝기 변화가 흔들린 사진에 고스란히 찍힌다. 사진을 예전처럼 작은 크기로 바꿔서 사용한다면 지금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플래시로 흔들림이 어느 정도 숨겨지기는 한다.
또 다른 경우로, 주변 빛에는 의존하지 않고 플래시 빛에만 의존해서 사진을 찍을 때다. 흔히 동굴현상이라고 하여 피사체만 부각되고, 배경은 검게 나타난다. 주로 접사촬영 할 때 이런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당연히 플래시 빛만으로 촬영하는 것이니까 플래시의 강한 빛으로 안 흔들린 것처럼 찍을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찍은 사진이 무슨 가치가 있을 것인지??

EOS 5DS R + EF 100 mm f/2.8L + Speedlite 600EX-RT
1/50 초, f/6.3 ISO 100, 0 Ev
(모델 : 김미소)

위 사진을 보자. 그냥 이 웹페이지에서 볼 때는 그냥 그런 사진으로 보일 것이다. 풀씨 꼬투리가 꽃이 만발한 것처럼 깔려있어 아름답다. 그런데 이 사진을 4k 크기로 본다면(위 사진을 클릭↑) 기묘한 점이 하나 보일 것이다. 모델 얼굴쪽은 거의 안 흔들렸는데, 모델의 외곽은 심하게 흔들린 것이다. 흔히 플래시로 흔들림을 고정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니까 지속광인 햇빛을 받아 밝은 부분은 흔들린 상태로 촬영되었고, 햇빛을 안 받아 어두운 부분은 순간광인 플래시 빛으로 밝혀진 상황이기 때문에 안 흔들린 것처럼 찍힌 것이다.

이제는 웹에 올리는 사진도 크기가 4k인 시대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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