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면서 한번씩 듣는 말이 오답노트를 만들라는 것이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오답노트는 전혀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된 의견이 있는 것은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에게 효과가 있고, 어떤 사람에게 효과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오답노트를 만들려는 사람은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려고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많은 활용 방법 중에 모르는 것을 모아서 언젠가는 내것으로 만들겠다는 활용 방법을 제일 많이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수학 문제는 수도없이 많아서 모두 다 풀어 보고 외우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따라서 틀렸던 문제를 모두 모아 놓겠다는 생각은 금방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수학에서 오답노트 효과를 보려면, 수학 공부 방법과 오답노트 사용 방법을 일치시켜야 한다. 수학은 이해과목이다. 수학 요소 하나하나보다 전체적인 논리들을 이해하고, 적용 분야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공부해야 한다. 논리를 적용시키는 방법을 공부하다보면 정형화된 생각으로는 문제가 쉽게 안 풀린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한 특정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 분야의 문제 풀이에서 문제가 계속 생긴다. 그렇다면 자기가 잘못 이해하거나 이해도가 부족한 분야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이것이 바로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한마디로 오답노트는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실력이 없는 사람은 틀리는 문제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오답노트는 실패할 것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더 낫다.
공부를 하다 보면 잘 아는 분야와 자신 없는 분야가 생긴다. 모의고사 전국 상위 10% 안에 들게 되면 항상 틀리는 분야만 틀리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기초가 튼튼할수록 실수도 적기 때문에 취약점을 더 잘 알 수 있다. 오답노트는 이정도 되는 사람이나 만들어야 한다.
그럼 수학 오답노트는 자기 취약점만을 알아내는데 사용할까? 자기 버릇을 알아내는데도 활용한다.
힘들거나 어쩌다가 한두 번씩 틀리는 문제, 황당하게 실수해서 틀린 문제를 모은다. 그리고 틀렸던 자기 풀이도 같이 모은다. 이렇게 모아 보면 황당하게 실수한 문제나 힘들어 하던 문제가 버릇같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누군가가 자기 수학 풀이를 보고 이런 것을 발견해 주면 좋겠지만, 일대일 과외에서도 발견하기가 어렵다. 이건 선생의 능력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오답노트는 실수하는 습관을 발견하기 위한 통계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몰랐던 문제를 모으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반쪽짜리 오답노트가 된다. 오답노트에는 그런 것 말고, 아는데 틀린 문제나 자신없었던 문제도 포함시켜야 한다. 이런 문제는 두 분류로 나눠 따로 정리한다. 이렇게 오답노트를 만들면 두 권이 된다.
- 몰랐던 문제를 모은 오답노트
지식을 키워나가는 데 필요한 오답노트. 한번 만들면 계속 사용한다. 두꺼운 연습장에 몰랐던 문제를 베껴적는다. 오랫동안 사용해야 하므로 두꺼울수록 좋다. (들고 다니는 용도가 아니다.) 한 단원 공부가 끝났다고 생각되면 그 이후에 푸는 문제 중에 선택해서 이 오답노트에 넣는다. - 아는 데 틀린 문제를 모은 오답노트
습관을 고치기 위한 오답노트. 일주일에서 한달 정도 일정한 기간을 정해두고, 주기적으로 새로 만들어야 한다. 분석이 끝난 것은 필요없어지니까 얇은 공책이나 재활용지를 사용해도 되고, 얇은 파일(pile)을 써도 된다. 가볍게 틀린 문제를 오려붙인다. 한 기간이 끝날 때마다 분석해서 틀린 원인이 된 습관을 찾은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을 따로 분류해 놓는다. 다음 기간동안 습관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보통은 습관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거의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습관을 고쳐나가다보면 언젠가는 실수로 틀리는 일이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분석되지 않는 문제들은 계속 모아둔다. 장기적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습관도 있다.
참고로, 보통 시험 중요성과 난이도에 따라 나타나는 습관이 달라진다. 분류할 때 이도 염두에 둬야 한다.
몰랐던 문제를 모은 오답노트보다 활용도가 높고, 효과도 좋다. 문제풀이 속도가 빨라지도록 하는 것도 이 오답노트다.
공부 방향을 정한다는 의미는 전반적인 수학 실력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실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에게 오답노트는 짐일 뿐이다.
그래서…. 오답노트가 유용하다는 말과 무용지물이라는 말 모두 맞는 말이 된다. 무조건 오답노트를 만들어 보라는 사람은 직접 만들어 보지 않았거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사람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사람도 단무지다.
일단 자신에게 오답노트가 정말 필요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학원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사실상 오답노트가 필요 없다.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오답노트도 활용하지 못한다. 이게 오답노트를 활용하는 사람이 겨의 없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제 경험으로 보면 오답노트는 막판에 문제풀이할때 만드는게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원리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답노트는 적절하지 않죠 만드는 시기를 잘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제 주변과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오답노트가 효과가 있는 사람들은 상위권 학생들이고 초상위권의 경우에는 전혀 쓸모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만; 보통 노력파인 경우에는 효과가 있고 또 꼼꼼한 학생들한테 효과가 있고 그런 거였죠. 노트를 만드는 시간이 그걸 다 알아두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리니까요; 한마디로 수준에 차이를 떠나서 성격이나 꼼꼼함, 이해력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글을 작성할때 바라보는 상위권과 우재님께서 생각하신 상위권의 개념이 좀 다른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오답노트로 성격을 고쳐야 하는 것이 정답 아닐까요?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 난 오답 노트를 만들었을까…?
분명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수학노트를 만들지언정… 오답노트를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
과연 어느쪽이 수학의 본질에 더 다가간 것일까….
…….
처음에 기대했던 수학에 관한 글들은 아니지만…
옛날을 추억하게 하는 글들이라.. 나름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처음 한 기대가 어떤 것이었는지요?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재수할 때에서야 오답노트를 만들었습니다. 늦은 편이었죠. 아마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들었으면 평균 점수가 5 점은 올라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ㅎㅎㅎ
음….
수학이란 무엇인가..? 수학은 선험적인가 경험적인가…? 수학이 정당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인가..? 증명인란 무엇일까? 증명은 왜 옳은가? 왜 어떤 수학은 물리세계의 구조를 반영할 수 있는가?…
뭐 이런 종류의 글을 쓰시려나 생각했죠…
goldenbug님의 글은 쉽고 논지가 뚜렸해서..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더군요…
좀 어려운 주제지만… 쓰신다면 재미있는 글이 나올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런 글은 snowall 님이나 blackcherring 님이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전 그쪽으로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바램대로 써 드릴 수 있으면 좋은데,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