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가 드디어 공개됐다. 극장개봉은 결국 하지 못했고,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어쩌면 잘 된 건지도 모르겠다. 최근들어 300만 넘는 영화가 씨를 마르는 상황이다보니…. 이건 극장개봉하면 100% 망할 거라는 예상이 애초에 가능했었다. 그래도 극장 동시개봉이 제작사와 넷플릭스 사이에 옵션처럼 끼어있었다고 하는데, 결국 극장 개봉은 물건너갔다!

승리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SF라고 해서 언론의 기대를 모았다. 사실상 우리나라 영화에서 우주장면이 제대로 나온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수준으로 만들 것인가에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는 없었다. 결국 극장에서 개봉했어도 개봉일에 가서 봤을 것 같았다. [반도] 때처럼 또 맨붕하며 극장을 나설까봐 염려하면서 상영관에 입장했겠지….
아무튼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어제 처음 공개됐다. 그래서 다운받아서 봤다. 평가는….?
우선 그래픽은 나쁘지 않았다. 우주장면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주장면에서의 그래픽에서의 큰 단점이 하나 있었는데, 제작자들이 지구에서의 위아래 개념에 너무 빠져있었던 것이다. 우주선 수십 개가 날아다니는 모든 장면에서 전부 한쪽으로 정렬되어 있었다. 이럴 필요가 있나 싶다. 그래도 내가 봤던 영화 중에 우주엘리베이터를 가장 그럴듯하게 묘사한 것 같다. 그 이외의 장면에서의 단점은…. 뭐 딱히…..
음향 문제는… 아이패드로 봤으니 평가하지 않겠다. 제대로 들려야 평가를 할 텐데…^^;
우주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나가는 과정에서 무중력이 나타난다는 것이 과학적 오류라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꽤 계셨는데, 이건 좀 애매하다. 우주정거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무중력이 나타나는데, 분명 우주정거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멈추기 위해 감속할 수도 있으므로 무중력인 구간이 있을 수 있다. ([패씬저스]의 엘리베이터 장면과 비슷해 보이지만, 상황이 다르다.) 그런데 영화의 장면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는 불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몇 번 반복해 보면서 분석을 해야겠지만, 딱히 그렇게 분석할 필요가 있는 장면도 아니고, 반복해 보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과학적으로 문제를 삼고 싶은 것은 나노봇이 날아다니는 원리이다. 나노봇이 우주에서 그렇게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려면 누군가가 마법이라도 썼어야 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수소폭탄… 꼬마애가 마녀일지도…)

그러나…..
[승리호]의 가장 큰 단점은 대본이다. 대본의 단점은 워낙 많은데, 대사, 전개 등….. 하나하나 지적하자면 [기생충] 리뷰만큼 길어질 것 같으니까 생략하자. 그렇게 쓸 필요는 없다….-_-
그냥 세 가지만 이야기하자.
최소한…..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상황에 맞춰서 최선을 다해 행동해야 이야기 전개가 정합성을 뛸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래서 전개가 전체적으로 설득력이 좀 없었다. 이 문제는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심지어 헐리웃의 대자본이 들어간 영화에서도 그런 작품이 많으니까 (예를 들어 [토탈 리콜] 리메이크판, [투모로우], 거의 모든 마블 시리즈 등) 작품성이 나쁘다고 욕은 하지만, 그래도 이해해 주자. (자료를 찾아보니 감독이 각본까지 작업했다고 나오는데, 그렇게 하기로 했더라도…. 작가 도움을 받자.)
라그랑지점에 우주쓰레기가 모이는 것에 대해서도 뭔가 할 이야기가 많다. 쓰레기 청소부는 당연히 쓰레기가 많은 곳에 가서 치워야 할 게 아닌가? 근데 쓰레기가 잔뜩 모여있는 곳에는 가지 않고, 어쩌다가 우주기지 근처로 날아오는 쓰레기들만 갖고 서로 갖겠다고 싸운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노봇이 막 날아다니는데, 이건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이것 말고도 나노봇에 대해서는 문제가 많은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앞부분에서 대사로 떡밥이라도 많이 던지면 조금 더 나았으려나? 덕분에 가뜩이나 없던 전개의 정합성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 장면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스포일러 때문에 이야기는 이정도에서 그만둔다.
뭐… 아무튼….
영화의 전체평은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망작까지는 아니다.
★★☆
라고 하겠다. 최소한 [반도]나 [백두산]보다는 훨씬 나았으니까….
그래도 기대는 하지 말자. 솔직히 배경이 워낙 단조로워서 초반부 보며 결말이 어떻게 될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어서 식상했다. 수소폭탄이 나오면서 한번은 수정해야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