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잘 보는 유전자는 따로 있다고?

No comments
재미있는 영상이라서 링크 남겨본다. 근데 내용이 재미있기는 한데, 결과를 아주 크게 과장하는 느낌이라서 찬성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영상에 댓글을 남겼고, 이렇게 조금 더 자세하게 글로 남겨본다.

아래 방정식은 이 영상의 모든 내용을 보여준다.

x = T + E

x : 시험 성취도, T : 진짜 실력, E : 에러(오차)

x는 시험점수, T는 평소 실력, E는 운이나 실수 등으로 대변된다. 이 방정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1. 영상은 T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린 느낌이다. 아이들을 가르쳐보면 T의 차이가 많이 나는 걸 쉽게 알게 된다.
    시험을 봤을 때 90 점 받은 학생과 80 점 받은 학생의 평소 학습수준을 옆에서 살펴보면 차이가 분명하게 나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시험점수를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E의 영향은 크게 봐도 평균 5 점이 채 안 될 것이다.
  2. 그러나 시험에서 E의 중요성은 명확하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틀리는 문제를 계속 틀린다거나, 어이없게 다 풀어놓고서 마지막 사칙연산을 제대로 못해서 틀리는 학생이 있다. 이런 학생이라면 선생이 지도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E는 T보다 영향이 크지는 않다. 오답노트를 만들어 점수를 높일 수는 있지만, 그게 한 시험에서 한두 문제 정도에만 영향을 준다. 따라서 T가 부족한 학생이라면 오답노트를 만들 시간에 기본원리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게 더 낫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에 오답노트에 썼던 글이 있다.)
  3. 물론 문제 수가 지나치게 적은 경시대회 같은 시험은 E가 커질 가능성을 내포한 시험의 경우는 이 영상에서 말하는 시험과는 부합하지 않으므로 제외!
    물론 나도 100 점 맞을 수 있는 시험에서 40 점 맞거나, 40 점 맞을 시험을 100 점 맞아본 경험이 있었으므로, 아주 특별한 경우에 E가 아주 커질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
  4. COMT 유전자1의 중요성은 명확하다. 근데 이 유전자는 E에 관여하는 게 아니다. 위 방정식을 COMT 유전자를 고려하여 수정하면 이렇게 된다.

    x = ( T + E ) × c

    여기에서 c가 COMT 유전자의 영향을 나타내는 상수다.
    근데 여기에서 c에 큰 문제가 있어 점수가 안 나오는 학생이라면, 평소 생활에서도 그 문제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똑똑한 사람이지만 일을 못한다거나…. 실수가 잦다거나……
    기존 교육자들도 이를 모르지 않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냥 놔둘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시험에 유전자의 영향이 큰 게 맞다. 기억력이 좋다거나, 논리력이 좋다거나, 생각이 빠르다거나 창의력이 좋다거나… 하는 것 하나하나가 전부 유전자가 뇌를 어떻게 구성했느냐의 결과이다. 물론 대입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정도가 목적이라면, 훈련을 통해서 어느정도 극복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해과목인 수학을 암기과목으로 접근해서 고득점하는 게 가능하다. (물론 애초에 수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보다 고득점하기는 어렵다.) 암기력이 나쁜 사람은 남들이 두 번 볼 걸 네 번 보는 방법으로 정치 같은 암기과목에서 고득점하는 것도 가능하다. (당연히 애초에 암기력이 좋은 사람보다 고득점하기는 어렵다.)

COMT 유전자에 대해서는, 내가 영상에서 이야기하는 두 가지 예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보통 시험을 볼 때는 COMT 유전자가 적절히 작동해서 적당한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IQ test도 150 넘을 때도 있고 그렇다.
하지만 운전면허 주행시험 같은 것을 할 때는 COMT 유전자가 일을 안 한다. ㅜㅜ

  1. COMT 유전자 : 뇌 안에서 도파민을 분해하는 유전자. COMT 유전자의 작동여부에 따라 뇌 안에 도파민이 많거나 적어지고, 도파민의 양은 긴장하거나 평상시의 모습을 유지하는 데에 영향을 줘서, 문제해결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