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물의 길] 본 소감

[아바타:물의 길]을 보았는데, 영화가 참 참담했다!
[테넷]도 그랬고, 마블 영화들도 그렇고…. 요즘 헐리웃 영화를 보면, 시나리오가 사라져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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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년 전에 개봉했던 영화 [아바타]Avatar의 속편인 [아바타:물의 길]Avatar:The way of water을 어제 보았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데, 솔직히 이 글은 감상평 같은 수준이 안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아바타:물의 길]이 감상평을 남길 정도의 수준이 안 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본 것을 후회하는 느낌만 남았다.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2000 년이 되기 전에는 [터미네이터],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 [에어리언2], [트루 라이즈], [타이타닉] 같은 희대의 명작을 즐비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넣지 않은 영화들도 흥행 여부와 상관 없이 대부분 명작에 가깝다. (내가 싫어하는 작품이 있긴 했지만, 그건 개인적인 호불호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2000 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변한다. [솔라리스], [알리타:배틀 엔젤],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는 작품성과 흥행 면에서 완전히 폭망했다.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아바타]조차도 작품성이 좋지 못하다. 아니, 작품성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측면에서는 엄청나게 부족함을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 개봉하는 [아바타:물의 길]은 원래 안 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쓰고 있는 글의 주요 소재인 ‘비행’에 대해서 [아바타]에서 많이 나온 게 생각나서, 후속작에서는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보기로 했다.

익룡, 나비, 박쥐를 섞어 디자인한 것 같은 마운틴 벤시(Mountain Banshee; 이크란)
그레이트 레오놉테릭스(Great Leonopteryx; 토루크)도 같은 형태를 보인다.

영화 특성상 특수관, 특히 돌비시네마 상영관에 최적화돼 있다고 해서 돌비시네마에서 보기로 했고, 특히 남양주 스페이스1 상영관이 좋다고 해서 그곳에서 보기로 했다. 우리집에서 찾아가는 시간상의 거리가 돌비시네마관 중에서 가장 가깝기도 했다. 근데 영화 상영 전에 돌비시네마 소개 영상이 시작하자마자 느낀 점이, 코엑스 돌비시네마와 비교해서 음질이 많이 나빴다! (내가 소리에 유달리 예민하다는 걸 고려하긴 해야 한다. 처음 코엑스 돌비시네마 만들어졌을 때, 뭔가 작은 경고음이 들려서 상영 내내 불안해 하다가 상영이 끝난 뒤에 직원한테 뭔가 소리가 난다고 이야기했던 적도 있다. 상영관 중간에 앉아서 맨 앞자리에서도 못 느끼는소리를 듣는다는 건 괜히 고통만 받을 뿐, 별로 안 좋다. 다음날 상영관 앞쪽에 있는 무슨 모터가 고장나서 경고음을 낸 것이라고 공지됐었다.) 영화가 시작한 뒤에는 3D가 멀미하듯 너무 어지러웠다. 처음에는 계속 어지러우면 3D안경을 벗고 보면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나중에 보니 그렇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계속 봤더니 속이 뒤집어져서 지금도 고생중이다. (이 리뷰를 어제 안 쓴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포함된다.


영화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제이크 셜리는 판도라에서 가족을 꾸미고 있다. 그동안 입양한 둘을 포함해서 아이가 잔뜩 생겼다. 제이크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이들을 군기를 팍팍 들여서 키우고 있다. 첫째는 첫째 역할 못한다며 꾸지람 듣고 있고, 둘째는 자기가 부족하여 첫째처럼 인정받지 못한다며…. 그러나 아이들은 앞에서는 기죽은 것 같지만 막상 제이크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면 사고뭉치다. 자기들도 그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반복한다. 아이들이 왜 이러는 건지 영화 초반부에서는 이해가 잘 돼지 않았다.

가족관계

어느날…… 지구로 돌아갔던 인간들이 갑자기 돌아오면서 판도라를 점령한다. 지구에 문제가 생겨서, 지구인이 이주해올 수 있도록 판도라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자 나비족은 인간을 몰아내기 위해 게릴라전을 하는데, 제이크는 게릴라전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부족장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1 편 [아바타]에서 당장은 나비족이 인간을 물리쳤다며 끝나는데, 이때 이미 인간이 다시 오면 과연 상대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으로 남았었다. 따라서 여기까지는 1 편이 끝날 때 이미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돌아온 인간이 판도라 행성에 착륙할 때 엔진의 화염에 의해 매우 넓은 숲이 다 타들어가는 상황 같은 건 무리다. 항성간 항해를 할 정도면 엔진의 효율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불꽃을 그따위로 뿜어내는 엔진을 쓸 수 없다. 이건 이미 [스타워즈] 같은 초기 SF에서도 적용되던 가정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구식 엔진을 쓴다. ㅎ
그런 인간에 대해 나비족은 게릴라전을 펼치는데 이크란을 타고서 인간이 건설해 놓은 레일을 폭파하여 사고를 일으켜 물자를 빼앗는 형태다. 그런데 위성에서 감시하면 나비족이 날아다니는 걸 감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의 지구문명 정도에서라면 아주 명확히 어디에 산다거나 하는 걸 짧은 시간 정도는 감출 수 있겠지만, 외계행성까지 다니는 영화 배경을 고려하면, 숨기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애초에 영화 설정이 맞지 않다. 이외에도 게릴라전 하는 모습은 여러 면에서 맞지 않다. 그냥 현재 지구에서 게릴라전을 하는 수준으로 생각해도 현실성이 없다. (애초에 저런 상황에서 철도 같은 구조물을 만들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런식으로 영화의 물리적 세계관과 생태적 세계관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젠장….
예를 들어, 인간의 공격이 거세지자 바다로 이주하려는 제이크와 나비족으로 계속 살아가려는 네이티리가 다투는데, 판도라의 생태적 세계관에 따르면 아이와에게 물어보는 장면으로 처리돼야 한다. 왜 둘이 다투는 장면을 넣은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사실 아이와라는 개념 자체가 문제다. 이런 게 있다면, A가 B의 고기가 필요해서 사냥하러 간다. → 아이와가 A에게 사냥을, B에게 죽음을 명령한다. → B는 A를 찾아가 그 앞에서 죽여주기를 기다린다. 와 같은 상황이 벌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각 스퀀시 하나마다 몇 개씩 최적화되지 못한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이런 건 세계관을 정확히 작품에 반영하지 못하고, 감독이 원하는 내용을 위해 등장인물이 행동하게 만드는 면에서 아주 심각하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툴쿤은 지구의 대왕고래[흰수염고래] 같은 존재다. 툴쿤은 매우 큰 뇌를 갖고 있어서 사람보다 똑똑하다고 한다. 툴쿤들은 옛날에 자기들끼리 세력을 나눠서 싸우다가 깨달음을 얻고는 더이상 싸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모두 함께 평화롭게 살아간다.

툴쿤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게 어느정도냐 하면, 인간이 배를 이용해서 툴쿤을 사냥하는데, 파야칸(위 이미지의 개체)은 인간의 공격을 피해 도망갔기 때문에 툴쿤족에서 추방당했다고 한다. (조금 더 자세한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해당 부분이 개봉한 영화에서는 잘린 것 같다.) 아무튼…. 이뭐병!
파야칸은 영화 뒷부분에서 나비족 친구들이 고래잡이배에 잡혀서 묶여있는 것을 보고는 열받아서 순식간에 쑥대밭을 만들어버린다. 그 과정에서 나비족이 고래잡이배를 공격하여 인간과 싸우고…. 어찌저찌하여 고래잡이배를 침몰시킨다. 흠?

여기에서 지적할 거리가 잔뜩 생긴다. 예를 들어 인간과 나비족이 싸우는 동안 파야칸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가? 조금만 도와주면 싸움이 바로 끝났을 텐데??? 또 배가 가라앉는 동안 제이크의 가족들은 왜 자꾸 배 안쪽으로 들어가는가? 훤히 보이는 바깥으로 도망가지 않고….???? 결국 배 속에 생긴 에어포켓에 갖혀 죽을 위기에 처한 제이크 가족…. 밖으로 도망가는 길도 알고 있다면서도 빠져나가기는 멀어서 힘들다고? 배가 그정도로 컸나? 구조가 복잡했나? 작은 배라고 볼 수는 없지만, 약간 큰 화물선 정도 크기이므로, 영화에 나오는 이동시간이나 이동거리도 맞지 않고, 주인공의 행동과 말도 적절치 않다. 더군다나 물의 부족으로 편입한지 한참 된 뒤이므로, 그 정도를 빠져나오는 건 쉬워야 할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모든 설정과 등장인물의 행동들은 모두 가족애를 강조하기 위해 감독이 억지로 시킨 행동들일 뿐이다. 이 뭔 개판이냐??? 헐리웃식 신파인 듯하다. 시간구성과 공간구성도 이랬다저랬다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말도 안 되는 구성이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제 제이크의 아이들이 왜 그리 엇나갔는지 생각해보자.

제이크는 아이들을 해병대처럼 키웠다. 그런데 진짜 해병대처럼 키웠느냐 하면 군인이 갖춰야 할 점에 대해 가르친 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막상 인간과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아이들이 하는 것 없이, 사고만 계속 쳤다. 전체적으로 아이들이 아는 건 하나도 없다. 그냥 제이크 눈치를 볼 뿐이다. [아바타]에서 제이크 아바타가 나비족을 처음 찾아갔을 때, 자기는 군인이라서 속이 차 있지 않다고 했을 때, 나는 미군은 우리나라 군인과는 좀 다른 건가 생각했었는데, 결과적으로 편견에 가득 차 있다는 측면에서 똑같고, 싸우는 기술 약간 이외에는 아는 것도 없다고 이번 후속편으로 결론내릴 수 있었다. ㅎ

이 이외에도 할 이야기는 쌓이고 쌓였지만, 개떡 같은 영화 욕하는 이야기가 반복될 뿐이라 생각되어 생략한다.


아무튼, 영화를 보는 내내 멀미 때문에 속이 뒤집어졌지만,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영화 수준은 정말 처참했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이제 젊었을 때의 총기가 남아있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냥 다른 영화감독 밑에서 특수효과 총괄을 담당하는 게 적합할 정도의 인물이 된 게 아닐까 생각된다. 계속 이런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면, 머잖아서 쪽박을 차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앞으로 아바타를 몇 편을 더 만들던, 나는 안 볼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비행’에 대한 측면에서도 내게 도움을 주지도 못했다.

13 년 전에 [아바타]를 봤을 때 별점을 기록해 놓지 않았었는데, 그건 내 별점이 다른 사람의 평가와 많이 상반됐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속편 별점을 주면서 같이 공개해본다.

[아바타] ★★★☆ (3.5)

[아바타:물의 길] ★★ (2.1)

이정도 영화라면 되도록 안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꼭 보고 싶은 분께는 음질 좋은 2D 상영관에서 보기를 추천한다.

ps.
이 글에 쓰인 이미지는 모두 다음 무비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ps. 추가 : 영화를 보면서 한 메모 몇 개를 옮겨본다.

  1. 시간구성이고 뭐고… 초보감독 수준이다.
  2. (죽은) 사람이 왜 가라앉는거야? → 참고 : [타이타닉]
  3. 물속에서의 시각은 어떻게 처리하는 건데?
  4. 나쁜 감독 만나 고생하는 캐릭터들이 불쌍하다.
  5. “설리의 가족은 하나다”? 하나도 하나로 안 보임.
  6. 1 편처럼 실제로 끝난 건 없는데 끝난 것처럼 보이도록 임시방편으로 끝냈다.
    [왕좌의 게임] 같은 시즌제 드라마의 폐혜와 완전히 동일한…. 단점이다. 이 영화 시리즈도 결국 [왕좌의 게임]처럼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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