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렌즈를 사야 할까?

※ 이 글은 풀프레임 기준으로 설명됩니다.

사진을 처음 배우는 분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렌즈를 사는 것이다. 렌즈는 피사체와 촬영환경에 따라서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여러 렌즈를 사게 된다. 문제는 어떤 렌즈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는 데 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화각 맞추기를 시도한다. 예를 들어, 화각을

11-16 mm, 16-35 mm, 35-70 mm, 70-200 mm, 200-400 mm
(사실 이런 화각의 렌즈는 없다. 그냥 예로 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짜맞춘다. 이렇게 사면 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어떤 사진을 추구하냐에 따라 필요한 렌즈가 달라진다. 렌즈 화각을 짜맞춰봤자 안 쓰는 렌즈가 생긴다.

그럼 어떻게 자기가 어떤 사진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자기가 원하는 사진을 알려면 직접 모든 사진을 찍어보거나, 남이 찍은 사진을 많이 보면서 찾아내야 한다. 때때로, 자기가 원하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내가 그런 경우였는데, 그렇다면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어 알아내야 한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셈이니까 어쩔 수 없다.

원하는 사진을 찾아냈다면, 커뮤니티 등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찍었을 것 같냐고 물어보면 된다. 초보 때는 막막하지만, 사실 중급자만 돼도 각 사진이 어떤 촬영기법으로 찍었는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찍기를 원하는 사진을 찾아내어 그에 따른 촬영기법을 알아냈다면, 필요한 렌즈를 사야 한다. 이때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경제적 상황이고, 둘째는 물리적 상황이다. 예를 들어, 엄청나게 무거운 렌즈 두세 개를 메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면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어질 것이다. 또한 가방도 무척 커질 것이다. 값비싼 렌즈를 여러 개 사는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갑부가 아닌 이상, 이런 제약은 극복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흔히 찍는 사진 분야는 몇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인물사진(모델사진), 풍경사진, 정물사진(스냅사진), 천체사진, 새사진, 접사(초접사), 스포츠 정도… 그리고 이것 각각은 일반사진, 예술사진, 다큐사진으로 나뉠 수 있다.

  1. 일반사진은 일상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피사체의 모습이나 사진을 말한다.
  2. 다큐사진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 다큐사진은 데이터의 양을 최대한 많이 포함해야 한다.
    • 다큐사진은 왜곡 없는 모습을 담아야 한다.
    • 보도사진은 대부분 다큐사진에 포함된다. 그러나 왜곡이 없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다큐사진과 비교된다. 화질 측면이 아니라 내용 측면에서 사실(또는 진실)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기래기들의 보도행태를 보면, 왜곡이 왜 없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지만…)
  3. 예술사진은 다큐사진과 반대 성질을 지녔다고 생각하면 된다. 즉 데이터의 양 같은 건 무의미하다. 왜곡이 좀 있어도 별로 상관이 없다. 그보다는 감성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 광고사진은 예술사진의 한 분야다. 보는이에게 피사체에 대한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좋게든 나쁘게든… 왜곡은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에, 뽀샵을 하든 덧칠을 하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기레기의 보도사진과 딱 맞는 듯…)
    • 연예인 사진, 모델 사진이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예술사진이다. 결혼식, 돌 같은 행사 때 찍는 행사사진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이 잘 보이게 찍혔는데,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사진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 촬영하면서 카메라를 흔든다거나, 각종 필터를 쓴다거나 하는 사진은 거의 전부가 예술사진이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이렇게 같은 종류의 사진이더라도 사진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분류가 달라지고, 화각이 달라져야 하고, 촬영기법도 달라져야 한다. 그에 맞춰서 렌즈를 구매하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한 렌즈로 모든 종류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냥 화각에 대해 떠도는 이야기는 어떤 사진을 찍을 때는 어떤 렌즈가 더 편하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이 글에 포함돼 있는 내용도 이런 게 있을 수 있다.)

  1. 인물사진(모델사진) : 일반적으로 50 mm 정도의 화각으로 촬영한다. 그러나 35 mm 정도의 광각부터 200 mm 망원 화각까지도 많이 쓰인다. (아래에 첨부된 이미지를 보자.)
    • 나는 600 mm로도 많이 찍는다. 이때 주의할 점이, 모델이 찍는 걸 놓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2. 풍경사진 : 풍경사진에는 여행사진이 포함된다. 흔히 24-70 mm나 50 mm까지의 화각이 많이 쓰이며, 200 mm의 망원렌즈도 종종 필요하다. (피사체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여행사진용 렌즈는 화각 변화폭이 꽤 넓은 슈퍼줌렌즈가 많이 추천된다. 여행 다니면서 렌즈를 갈아끼우지 않고 빠르게 찍기 위해서랄까?
    • 나는 24-70 mm 렌즈와 준망원 또는 망원렌즈를 갖고 갈 것이다.
    • 보통 촬영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파노라마 촬영이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것이다. 화각이 부족할 때 필요한 부분을 작게 나눠서 찍고, 소프트웨어로 합성하는 것이다. 뒷처리하기가 까다로운 단점이 있지만, 그 수고로움을 보상할 여러 가지 장점도 있다. 그런데… 파노라마를 찍다보면 문제가 생긴다.
      1. 촬영자의 과욕… 그러니까 100 mm 화각의 렌즈로 360 도 파노라마를 3층으로 쌓아서 찍는다고 생각해보자. 도대체 몇 장을 찍어야 할까? 이런식으로는 찍지 말자.
      2. 움직임이 많은 피사체 : 사람들이 줄 서서 이동하는 파노라마를 생각해보자. 재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합성이 안 된다.
    • 아무리 파노라마로 부족한 화각을 나눠서 찍을 수 있어도, 절대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1. 빙하지형 촬영 : 빙하지형은 어마무시한 높이의 절벽과 넓은 폭을 자랑한다. 그런 곳을 유람선 같은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하게 되므로 파노라마로 제대로 촬영하기 힘들다. 그래서 24 mm 보다 넓은 화각이 꼭 필요하다.
      2. 도시 촬영 : 마천루 촬영, 고층빌딩을 밑에서 담을 때 등등에는 넓은 화각이 필요하다. 이때는 파노라마 촬영이 어렵지 않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진이 모두 파노라마 촬영이라면 합성하는 게 무척 힘들어질 것이다. 그냥 넓은 화각으로 찍는 게 좋다.
      3. 다큐사진으로 사용하기 힘들다.
      4. 저장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3. 정물사진(스냅사진) : 일반적으로 화각의 제한은 거의 없는 사진분야다. 그러나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찍히는 렌즈가 좋다. 대략 40~50 mm의 렌즈가 쓰인다.
    • 정물사진에는 길거리 촬영 등이 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기 쉽다.
    • 식물사진(꽃사진) 등은 대부분 접사보다 정물사진에 가깝다.
    • 음식사진 등도 정물사진이다. 폰카 촬영이 아니라면, 주로 100 mm 화각으로 촬영된다.
    • 대부분의 광고사진도 정물사진이다.
  4. 천체사진 : 하늘을 찍는 사진이기 때문에 보통은 광각렌즈가 쓰인다. 만약 하늘의 작은 부분을 찍고 싶다면 대부분 천체망원경을 쓰기 때문에, 카메라 렌즈의 범위를 벗어난다.
  5. 접사(초접사) : 접사는 작은 피사체를 크게 찍는 사진의 분야이기 때문에, 전용 렌즈를 써야 한다. 초접사는 접사용 렌즈에 악세서리를 사용하여 배율을 높이거나, 초접사 전용 렌즈를 써야 한다.
    •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일반 렌즈를 쓰는 방법이 있다. 망원렌즈를 반대로 본체와 연결하는 방법이 제일 많이 쓰인다. 그런데 화질이 떨어져서 추천하기는 힘들다.
    • 접사링, 접사필터, 벨로우즈 등을 사용하여 접사나 초접사를 찍을 수 있다. 접사필터는 화질이 많이 나빠지고, 접사링이나 벨로우즈는 화면이 많이 어두워진다.
    • 초접사 전용렌즈는 캐논 MP-e 65mm 정도가 있으며, 그 이외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쓰기 힘들어서 잘 안 쓴다.
    • ‘곤충의눈’ 이라는 접사렌즈 종류가 있다. LAOWA 25mm 렌즈가 대표적이다. 한때는 자체제작하여 쓰시는 분도 계셨을 정도다. 그러나 보통은 쓰기 힘들고, 촬영환경을 맞추기 힘들어서 안 쓴다.

화각에 따른 인물사진 변화를 살펴보자.

화각이 좁아지면 인물의 모습이 점차 평면이 된다. (출처)
  • 모델의 생김새와 원하는 사진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화각이 달라질 수 있다.
    1. 모델 얼굴이 평면적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북방계열) 광각계열 렌즈가 좋다.
    2. 모델 얼굴이 입체적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방계열) 망원계열 렌즈가 좋다.
    3. 얼굴의 일부만 나오게 찍는 사진을 원할 경우엔 렌즈 종류는 별 상관이 없다.
    4. 어린아이를 찍을 경우, 아직 기지도 못하는 아이라면 표준계열, 기어다니기 시작한 이후 활발히 움직이는 아이라면 85mm 이상의 망원렌즈가 주로 쓰인다.
  • 얼굴 생김새의 분류는 순전히 해부학적인 기준이며, 미적인 기준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이렇게 화각을 결정했으면, 이제 렌즈를 선택해야 할 차례다. 렌즈를 고를 때는 여러 가지 요소가 평가기준이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개방조리개값이다.

  • 스포츠사진은 인물사진 중에 피사체가 움직임이 많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새 사진도 비슷하다. 당연히 화각이 좁을 수록 좋으며, 조리개값도 중요한 결정요소가 될 것이다.
  • 인물사진은 최대개방조리개값이 클수록 좋다. 물론 그 기능으로 찍는 사진은 별로 없겠지만…..
  • 별사진은 어두운 피사체를 찍는 것이니만큼, 최대개방조리개값이 큰 렌즈가 좋다.

여기에 하나만 추가하자.
보통 렌즈는 기본 후드를 쓰면 되는데, 접사나 초접사를 할 때는 후드가 여러 문제를 일으켜서 안 쓰는 게 더 낫고, 그래서 실제로 안 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후드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직접 해결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후드를 자체제작해서 쓰다가 포기하고, 이제는 필터지름이 같은 광각렌즈 후드를 구매해서 사용한다. 이게 내가 만든 것보다 훨씬 좋다. 물론 이 후드를 체결하고서 접사가 아닌 보통 사진을 촬영할 때는 후드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


대략 이런 기준으로 렌즈를 고르면 된다. 여기에 색감, 화질, 소음, AF속도 등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것까지 모두 포함해서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역시나 쉽지 않다. 역시나 최종선택을 하기 전에 커뮤니티 등에서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는 게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곳에서 질문을 할 때는 주의하자.
그런곳에서 보다보면 같은 질문을 조금씩 바꾸면서 반복해서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하는 건 답변하던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든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에서만큼 충실한 답변을 다시 얻기는 힘들다. (그래도 열심히 충실히 답변하는 보살 같은 분들이 계시지만…) 그러니까 질문을 반복해서 올리는 것은 정도껏 하고, 이해가 안 된다 싶으면 스스로가 질문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이니까 공부하자.

마지막으로 다시 강조하는데, 특별한 사진을 찍을 것이 아닌 이상, 렌즈 하나로 거의 모든 종류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다만 효율이 달라질 뿐이다. 때때로 기존에 알려진 통념에서 말하는 사진과 찍는이가 원하는 사진이 달라서 새로 구입한 렌즈가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새 렌즈를 사기 전에 이미 갖고 있는 렌즈로 충분히 찍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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