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천만 한국영화에 대한 생각

우리나라에서는 관객 천만 명이 들면 성공한 영화와 만든 감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본다. 순서는 만든 감독의 첫 천만 영화를 개봉한 시간이 기준이며, 보지 않은 영화는 제목만 적겠다.

  1. 실미도 (2003, 강우석)
    1990년대부터 꽤 성공한 감독이었다. 그러다가 2000 년대 들어 헐리웃식 영화제작과 프렌차이즈식 극장이 보편화된 뒤에 한국영화 최초로 1000만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이 성공이 강우석 감독에겐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머리 속에서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 같다. 그뒤부터 강우석 감독은 이 영화를 계속 답습하다가 눈에 띄는 작품을 만들지 못한다. 이 작품이 졸작이라서 이후에 이걸 따라하다보니 모조리 스텝이 꼬여버린 게 아닐까?
  2. 태극기를 휘날리며 (2004, 강제규)
    그리 다작하는 감독은 아니었는데, 당시에도 [은행나무 침대], [쉬리] 로 꽤 잘 알려진 감독이었다. 특히 [쉬리]는 한국영화계에 최초로 헐리웃식 영화기법을 도입하여, 한국 고유의 창작법을 위협한다고 욕도 엄청 먹었고, 많은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여 한국영화계의 판도를 바꾸었다. 곧 이어서 이 영화로 한국영화계에서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게 된다.
    그 뒤부터 국내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강제규 사단이라는 영화인 친목집단을 구성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영화가 충분히 좋은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강제규 사단에 속한 감독들이 만든 강제규 스타일의 영화는 스텝이 크게 꼬였다. 대부분 망했다. 김용화 감독만 [신과 함께]로 성공했는데, 김제규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지는 않는 듯.
  3. 왕의 남자(2005, 이준익)
    2003 년에 [황산벌]이라는 코믹사극 영화를 만들어 유명해졌다. (해외로 수출하려고 했으나, 번역이 불가능해서 실패했다고 한다.) 2 년 뒤에 이 영화를 만들어 천만을 들였고, 그 뒤에도 이런저런 재미있는 영화를 계속 만들었다. 그 뒤의 영화들은 흥행은 그저 그런데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장면 장면은 참 좋았지만 전체는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동성애 코드 (엄밀히 말하자면 권력자의 동성강간) 때문인 것 같다.
  4. 괴물(2006, 봉준호)
    2000 년에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했지만 대차게 말아먹고서 2003 년에 [살인의 추억]을 개봉해 당시 부도위기에 처했던 소속 영화사를 살려냈다. 그 뒤 이 영화로 천만감독이 되며 최고로 평가받는 감독이 되었다. 이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괴물이 날뛰는 한국식 괴물영화의 효시이다. 지금은 헐리웃 영화에서도 이런 방식의 영화를 종종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런식의 영화는 없었기에 파격적이라는 평을 들었었다. ([죠스]처럼 중반부까지는 찔끔찔끔 나오다가 후반부에 나오는 방식으로만 만들었었다.)
    봉준호 감독은 이후에도 계속 수작을 만들었다.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에는 블랙리스트에 포함돼서 정권의 탄압을 받아 투자자를 모을 수 없어서 미국 헐리웃에서 [설국열차]와 [옥자]를 만들기도 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자마자 한국으로 돌아와 [기생충]을 만들었는데, 이 작품이 칸트 황금종려상과 미국 오스카상 작품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게 이명박근혜의 장기적인 계획이었던가?)
  5. 해운대(2009, 윤제균)
    하아…. 모르겠다. 윤제균 감독은 자기만의 영화를 만들 줄 모른다. 유명 영화의 구성요소를 끌어모아서 하나의 영화를 만드는 스타일… 좋게 말하면 흥행요소를 잘 뽑아내 엮는 기술이 좋은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한국영화계를 고사시킬 위인이다. 이 영화도 그렇다.
    2014 년에도 [국제시장]을 만들어 1425만 명을 불러들였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다른 유명 헐리웃 영화들의 짜집기다.
    이런 감독이 계속 활동한다면 한국영화계의 앞날이 정말 위험할 수도 있다. 근데 문제는 이 방법을 쓰는 감독이 계속 나온다.
  6. 도둑들(2012, 최동훈), 암살(2015, 최동훈)
  7.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추창민)
    역사를 굉장히 재미있게 재해석한 사극영화다. 그러나 프랑스 영화를 표절했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나는 프랑스 영화를 보지 못했으므로 이에 대한 평은 하지 않는다. 추창민 감독은 이후에 어떤 활동을 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8. 7번방의 선물(2013, 이환경)
  9. 변호인(2013, 양우석)
    속물이었던 노무현 변호사가 부림사건을 계기로 정치적인 각성하는 순간까지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와 관련됐던 영화인 대부분은 이명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
    역사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영화 자체는 잘 만들어진 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양우석 감독은 이후에 [강철비]라는 오락성 영화를 만들었는데, 내가 보질 않았으니 평가할 수 없다. 다음 작품으로 [강철비2: 정상회담]이 개봉 예정이다. 영화는 잘 만들었는데 망했다. ㅜㅜ
  10. 명량(2014, 김한민)
    한국영화 중에 가장 흥행한 영화다. 그러나 그냥 이순신이라는 위인 이야기를 풀어낸 한국의 전형적인 국뽕영화이다. 영화의 완성도 같은 거 전혀 없다. 한마디로 망작!
    다른 영화를 살펴보자. [극락도 살인사건]은 잘 만들었지만 상업적으로는 실패했고, 그 이후 [핸드폰]부터 [최종병기 활], [명량]까지…. 상업적 성공코드를 최대한 활용해 만드는 편인 것 같다. 영화 자체를 그리 잘 못 만드는 편은 아니다. [최종병기 활]에서는 전체 컨셉과 일부 장면을 다른 영화를 베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그래서 따로 찾아봤는데, 내가 봐도 베낀 것으로 보이더라…^^;)
    2021 년에 [명량]의 후속편인 [한산: 용의 출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엔 좀 제대로 만들길….
  11. 베테랑(2015, 류승완)
    이전부터 이 영화와 비슷한 종류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크게 성공한 영화도 눈에 띄지 않지만, 망한 영화도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영화는 재벌과 형사가 의문의 사고를 놓고 치열하게 대치하는 내용으로, 완성도가 좋았으며, 그만큼 크게 성공했다…. 그 다음에 만든 [군함도]는 제작의도는 좋았으나, 쪽딱 망했다…. 끝까지 다 못 본 작품…ㅜㅜ
  12. 부산행(2016, 연상호)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열차 안에서 좀비 감염이 시작되면서 감염자와 비감염자가 싸우는 영화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만들고 있었는데, 투자단이 이걸 실사화 하자고 했다. 연상호 감독은 이미 제작하고 있는 걸 중단하고 다시 만드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서 하루 동안 이 작품의 기획안을 만들었고, 결국 투자받아서 실사영화에 처음 데뷔하였다. 그런데 데뷔한 작품이 대박작! 우리나라 영화 중에 좀비영화로는 첫 번째 흥행작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외국의 유력언론이 좀비영화 베스트10 같은 거 뽑을 때 늘 뽑힐 정도로 좋게 평가받는다.
    그런데 그 다음 작품인 [염력]은 흥행에 실패했고, [반도]는 흥행은 성공했지만 망작에 가깝다. ㅜㅜ
  13. 신과함께-죄와 벌(2017, 김용화), 신과함께-인과 연(2018, 김용화)
    만들기 시작하면서 후편까지 동시에 만들었다. 그런데 그 두 편이 각각 천만 관객을 넘었다. (내가 본 [죄와 벌]만 놓고 볼 때) 영화 완성도는 좋지는 않은 편이다. cg티가 너무 나고, 이야기 전개도 그리 좋지 못하다. 기타등등… 안 좋은 점이 많아서 천만관객이 들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었다. 작품성과 흥행은 연관이 별로 크지 않다는 증거!
    김용화 감독은 윤제균 사단 중에 유일하게 인기감독이 됐다. 나쁜 완성도까지 배우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14. 택시운전사(2017, 장훈)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로, 잘 만들었지만 막판에 뜬금없는 택시와 군용짚차의 레이싱이 벌어지며 벌어놓은 것을 다 까먹는 느낌이 드는 영화다. 그래도 뭐……^^;;;
    장훈 감독의 이전 작품을 보면 굉장히 잘 만든 작품들인데, 제목과 포스터를 보면 보고싶어지지 않는… 그래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15. 극한직업(2019, 이병헌)
    굉장히 재미있는 오락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병헌 감독은 아직은 초보감독으로서, 인물 설정과 유머코드를 섞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감독인 듯하다. 그런데 시나리오에 약점을 보였다.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이렇게 천만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은 모두 15 명이 있다. 봉준호, 윤제균, 김용화, 최동훈 4 명은 천만 영화를 두 편 만들었다. 이중에 작품성까지 갖춰서 매번 좋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이준익, 봉준호, 양우석, 장훈 이렇게 4 명 정도이고, 추창민, 이병헌 감독은 다음 작품을 기다려보면 좋을 것 같다. 연상호 감독은 이전의 애니메이션과 [부산행]처럼만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염력]과 [반도]를 너무 씹어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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